[WIKI 인사이드] 2004년 "檢 안 돌아간다" 맹세한 신현수 "靑 안 돌아간다" 사의 지킬까
[WIKI 인사이드] 2004년 "檢 안 돌아간다" 맹세한 신현수 "靑 안 돌아간다" 사의 지킬까
  • 윤여진 기자
  • 승인 2021.02.19 09:25
  • 수정 2021.02.19 1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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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사 신현수가 사정비서관 신현수가 된 사연 그리고,
변호사 신현수가 민정수석 신현수가 된 사연
지난 5일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에 참석한 신현수 민정수석. [사진=연합뉴스]
지난 5일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에 참석한 신현수 민정수석. [사진=연합뉴스]

2003년 8월 대검찰청 마약과장 신현수는 '일신상의 이유'로 사표를 냈다. 자녀 미국 유학에 따른 경제적 문제였다. 당시 검찰 내부에서 '검사 신현수'를 아낀 인사들은 "돈보다 더 중요한 게 있다"고 설득했고, 신 과장은 끝내 복귀했다. 하지만 신 과장 마음은 이미 검찰을 떠났고, 청와대 민정수석실에선 그가 노무현 대통령 사람이 될 수 있는지 검증했다. 당시 신 과장은 청와대 인사는 물론이고 정권 인사들과 전혀 친분이 없었다. 이듬해 2월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그에게 사정비서관 자리를 공식 제안했다. 당시 청와대는 사정비서관에 현직 검사를 파견받지 않겠다는 대통령 철학과 검찰 내부 사정을 알만한 인사가 필요하다는 현실 사이에서 고민했다. 두 가지를 만족시킬 수 있는 사람은 검찰을 한 번 떠났었고 다시 떠날 사람인 검사 신현수였다. 신 과장은 제안을 받고 나서 스스로 "검찰에 안 돌아간다" 맹세했다. 검사 신현수가 비서 신현수가 된 사연이다. 노무현 정부 청와대 민정수석실에 일했던 한 인사는 "(사정비서관에는) 현직이 들어오는 게 맞다고 (당시 청와대가) 판단해서 사람을 찾고 있었는데 그 중간에 있는 게 신현수 검사였다. 이 친구(신 수석)가 사표를 냈다가 (검찰에) 돌아왔다고 하는 것도 청와대를 전제로 돌아온 것"이라며 "검찰에서 추천해서 간 사람은 아니다. 노무현 정부가 검찰 인맥 쪽으로 뽑은 게 아니라 그냥 자기네들이 (국정철학에) 가장 맞는 사람을 뽑겠다고 해서 한 경우"라고 당시 인선 배경을 설명했다. 

2005년 8월 청와대 사정비서관 신현수는 청와대 입성 1년 6개월 만에 사의를 표했고 법률사무소 김앤장 소속 변호사로 변신했다. 의사인 아내에게 맡겼던 경제적 짐을 그만의 방식으로 끌어안은 것이다. 검사 신현수에게 청와대행은 정계 진출을 위한 발판이 아닌 검사를 그만두는 명분이었다. 검사 신현수 정체성을 단번에 버리는 건 쉽지 않았다. 청와대 비서관 신현수는 사표가 수리되자 보름 동안 해외여행을 떠났다. 그는 이 기간 검찰로 복귀할 것인지 치열하게 고민했다고 한다. 하지만 스스로 마음을 다잡았고 귀국 후 검찰 복귀를 주문하는 주변 인사들에게 "나는 안 돌아가는 걸 전제로 청와대에 들어왔다"고 단호하게 말했다. 

김앤장 변호사 신현수는 지난해 12월 31일 민정수석 신현수가 됐다. 애초 이번 정부 초대 민정수석 유력 후보로 꼽혔으나 공직을 맡지 않겠다는 의사가 워낙 강했던 탓에 타협책으로 사정역 중 하나인 국가정보원 기획조정실장 맡는 것으로 문재인 대통령과 합의가 됐다. 국정원은 정권 초반 검사들을 대거 파견받아 '국정원 적폐'를 스스로 도려내는 본을 보였다. 본인 소임을 다 했다고 여긴 국정원 기조실장 신현수는 2018년 8월 김앤장 변호사 신현수로 돌아갔다. 그런 그를 불러낸 건 대통령 문재인이 아닌 민정수석 문재인이었다. 지난해 12월 24일 대통령이 재가한 윤 총장 '정직 2월' 처분 효력이 법원에서 집행정지되면서 출구 전략이 필요했다. 신 수석은 윤 총장 서울대 법대 한 학번 선배이지만 오래전 검찰을 떠나 '가까우면서 먼 사이'였다. 참여정부 민정수석 문재인이 사정비서관 신현수를 자신 집으로 불러 산낙지와 김치를 안주 삼아 소주잔을 기울이고 "허허허" 웃음만으로 속마음을 전한 것처럼 대통령 문재인은 신 수석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 "허허허" 도와달라 부탁했다. 수석 자리를 고사하던 신 수석은 주변에 "대통령께서 직접 요청하시니까 (청와대) 가서 도와드려야 하나" 토로했고 결국 그달 31일 임명장을 받았다. 지난달 18일 신년 기자간담회에서 문 대통령이 "윤석열 총장에 대해서는 저의 평가를 한마디로 말씀드리면 그냥 문재인 정부의 검찰총장이다"라고 말할 수 있었던 배경이다.  

지난 9일 신현수 민정수석은 취임 40일 만에 사의를 표했다. 이틀 전인 7일 검찰 고위간부 인사를 법무부가 발표하는 과정에서 민정수석 역할을 배제하는 절차 문제가 계기였다. 당시 민정수석실은 법무부 검찰국과 검사장 인사안을 조율 중이었고 신 수석은 여러 번 윤 총장과 직접 소통 중이었다. 본인도 모르게 박범계 법무장관이 모종의 경로를 통해 대통령 재가를 받고 인사 발표를 강행하자 신 수석은 난처함을 넘어 민망한 처지가 돼버렸다. 신 수석은 본인 목소리가 전혀 반영되지 않은 인사안이 언론에 발표된 건 대통령 재가 없이는 불가능하다는 점에서 깊은 배신감을 느꼈다고 한다. 대통령은 9일 사의를 표시하는 신 수석 태도에 당황, 당일 사의를 수용했다가 다음 날인 10일 번복했다. 설 연휴가 끝난 뒤인 15일과 16일 신 수석은 연거푸 사의를 표명했다. 17일 사의가 언론에 알려지자 "인사와 관련한 사항은 확인해 드릴 수 없다"(강민석 청와대 대변인)는 입장을 보였던 청와대는 반나절이 못 돼 선회했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검찰 인사가 4명이 났는데 그 과정에서 검찰과 법무부 사이에 견해가 달랐다. 그것을 조율하는 과정에서 이견이 있었다"며 신 수석 사의를 뒤늦게 인정했다. 겉으로는 신 수석 자존심을 살려주는 모양새지만 속으로는 더는 고집하지 말라는 신호였다.

18일 출근한 신 수석은 금요일인 19일까지 이틀 휴가를 냈다. 주말을 포함 나흘간의 장고의 시간을 갖는다. 박 장관은 18일 오후 국회의사당에서 정부과천청사로 돌아가는 길 기자들과 만나 "신 수석이 사의를 표시한 것이 참으로 마음이 아프다. 신 수석이 민정수석으로 계속 계셔서 문재인 대통령을 우리가 함께 보좌하기를 진심으로 희망한다. 인사와 관련해 신 수석이나 검찰총장이 보기에 다소 미흡하다고 판단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얼마든지 따로 만날 용의가 있다. 내일(19일)쯤 신 수석께 전화를 드릴 것"이라며 고개를 숙였다. 유감의 표시에 책임 인정이 더해진 대화 의사로 청와대가 서둘러 교통정리 한 흔적이다. 평소 아내와 함께 피아노를 연주하며 노래하는 것으로 스트레스를 푸는 신 수석은 감성적이지만 소신을 쉬이 굽히지 않은 성품의 소유자다. 그는 청와대 입성 전 문 대통령으로부터 민정수석 역할론 약속을 받았다고 한다. 적어도 장관이 인사제청권을 앞세워 검찰과 대립각을 세우는 게 검찰 개혁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자성을 보여야 대통령 약속이 담보된다고 신 수석은 판단할지 모른다. 각론에선 서울중앙지검 1·2·3·4차장검사 인사에선 손을 떼겠다는 수준의 장관 약속이 있어야 돌아갈 명분이 있다. 법무부는 이번 주 중 중간간부 인사를 단행한다는 방침이었지만 신 수석 사의가 흘러나오자 계획을 급히 수정했다.  

22일 휴가를 끝낸 신 수석이 사의를 철회하고 업무에 정상 복귀할지는 사정당국을 넘어 정권의 관심사가 됐다. 단서는 17년 전 그의 자취에 있다. 2004년 검사 신현수는 "검찰에 안 돌아간다" 맹세했다. 2021년 민정수석 신현수는 "청와대에 안 돌아간다" 사의를 맹세로 지킬 수 있을까. 

[위키리크스한국=윤여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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