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커스] 대연8구역 민원처리비 후폭풍...국토부-부산시는 왜 뒷짐 지었나
[포커스] 대연8구역 민원처리비 후폭풍...국토부-부산시는 왜 뒷짐 지었나
  • 박순원 기자
  • 기사승인 2021.03.08 11:00
  • 최종수정 2021.03.08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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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연8구역 시공사 선정 무효...관리 감독 체계 제대로 작동했을까
시공사 교체 가능성도 거론...대연8 조합장 “소송-사업 별도 진행”
지난해 10월 포스코건설은 대연8구역 조합원들에게 세대당 3000만원의 민원처리비 지급을 제안했다. 하지만 법원은 이 제안에 문제가 있다며 시공사 선정 효력을 정지시켰다. [사진=대연8구역 조합]
지난해 10월 포스코건설은 대연8구역 조합원들에게 세대당 3000만원의 민원처리비 지급을 제안했다. 하지만 법원은 이 제안에 문제가 있다며 시공사 선정 효력을 정지시켰다. [사진=위키리크스한국DB]

부산 대연8구역 재개발 사업 시공사 선정 효력이 정지됐다. 수주전 당시 시공사가 공약한 민원처리비 제안에 문제가 있다며 법원이 제동을 걸었기 때문이다. 이제 대연8구역 조합은 시공사의 본안 소송이 끝나기 전까지 사업을 진행할 수 없다.

그런데 대연8구역 민원처리비 제안이 불법하다는 지적은 이미 지난해부터 나왔던 지적이다. 법원의 시공사 선정 무효 가처분 인용 판결에 앞서 국토부와 부산시가 사업장 관리 감독을 소홀히 하지는 않았는지 살펴봤다.

◆ 국토부 “국토부, 인가권자 아냐...행정 처리는 부산시 몫”

대연8구역 조합은 지난해 9월 민원처리비 제안이 정비사업 계약업무 처리기준에 위배 되는 부정 제안이라고 판단해 시공사 입찰자격 박탈을 검토했다. 하지만 민원처리비 제안 지지자를 중심으로 조합 내 반발이 생겨 이를 단행하지 못했다.

이에 조합은 포스코건설 ‘전 세대 민원처리비 3000만원’ 지급 제안이 적법한지 여부를 국토부에 문의해 다음과 같은 답변을 받았다.

당시 국토부는 “시공사는 시공과 관련 없는 재산상 이익을 제안해서는 안된다”고 했지만 ‘민원처리비 지급 제안’이 시공과 관련 없는 금액이라고는 명시하지 않았다. 실직적 답변은 피하고 원론적 설명만 늘어놓은 것이다.

그 결과 대연8구역 조합원들은 같은 공문을 두고 해석을 두 가지로 했다. 한 쪽에선 국토부 공문의 앞 문장을 인용해 ‘국토부가 민원처리비 제안은 시공과 관련 없는 재산상 이익 제공이라 했다’고 해석했고, 반대 쪽에선 ‘국토부가 위법 판단 주체를 지자체로 돌렸으니 부산시의 의견을 들어봐야 한다’고 본 것이다. 국토부의 의도적 회피에 현장의 해석은 둘로 나뉘었다.

부산시 역시 국토부로부터 판단 권한을 인계 받았지만 아무런 판단도 하지 않고 이를 부산 남구청으로 넘겼다. 그렇게 민원처리비 적법-불법 공방은 국토부와 부산시를 거쳐 남구청 해당 부서의 주무관에게 까지 도착했다.

부산 남구청 관계자는 “8000억원 규모 재개발 현장에 구청이 직접 개입하기는 어려운 부분이 있었다”면서 “수주전 당시 민원처리비 불법성 판단 여부를 조합이 자체 검토하도록 행정지도 했으니 시공사 선정 무효의 1차 책임은 조합에 있다”고 말했다.

이렇게 대연8구역 재개발 시공사 선정 무효의 책임은 조합원들에게 전가됐다. 이 과정에서 재개발 사업을 관리 감독해야 할 상위 관계 부처는 모두 민원처리비 논란에 대해 어떠한 판단도 내리지 않았다. 이제 대연8구역 조합은 재개발 사업과 관련한 시간적·비용적 손해를 감당해야 한다.

이 같은 과정에 대해 국토부 관계자는 “국토부는 포스코건설 민원처리비 제안이 문제없다고 한 적은 없었다”며 “다만 지역 현황을 자세히 알고 있는 해당 지자체에 판단을 돌린 것이고 통상 민원은 이렇게 안내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국토부는 “시공사는 시공과 관련 없는 재산상 이익을 제안해서는 안된다”고 했지만 ‘민원처리비 지급 제안’이 시공과 관련 없는 금액인지 유무에 대해서는 밝히지 않았다. 실직적 답변은 피하고 원론적 설명만 늘어놓은 것이다.
국토부는 “시공사는 시공과 관련 없는 재산상 이익을 제안해서는 안된다”고 했지만 ‘민원처리비 지급 제안’이 시공과 관련 없는 금액인지 유무에 대해서는 밝히지 않았다. 실질적 답변은 피하고 원론적 설명만 늘어놓은 것이다. [사진=위키리크스한국DB]

 ◆ 현장에 등장한 ‘대형 로펌’

조합이 국토부와 부산시 등에 민원처리비 제안이 적법한지 유무를 문의했을 때 수주전 현장에는 대형 로펌이 등장한다. 당시 포스코건설은 “법무법인 세종을 통해 민원처리비 제안은 적법 제안이라고 확인 받았다”면서 “포스코건설이 시공사로 선정될 경우 7일 내 민원처리비를 지급하겠다”고 공언했다.

하지만 포스코건설은 대연8구역 시공사로 선정된 지 7일이 지난 이후 일부 전제 조건을 들며 민원처리비를 지급하지 않았다. 그러면서 민원처리비 지급 대신 국내 최대 로펌인 김앤장을 등장 시켰다.

포스코건설은 “국내 최대 로펌인 ‘김앤장’도 민원처리비 제안이 국토부 계약업무 처리기준에 위배 되지 않는다고 자문했다”며 “민원처리비는 시공과 관련 없는 적법한 제안”이라고 재차 강조했다.

그러나 법원은 지난달 시공사 선정 무효 가처분 인용을 통해 민원처리비 제안은 불법이라고 판단했다. 아직 가처분 단계이지만 본안에서 뒤집힐 가능성은 크지 않을 것으로 법조계는 예상한다.

법조계 관계자는 “시공사가 제시한 법률 자문서는 소위 의견서로도 불린다"면서 "자문서는 의뢰인이 원하는 방향대로 써주기도 하고 실제 틀리는 경우도 많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다만 이렇게 작성된 법률 자문서가 재개발 현장에서 오해의 소지로 작용되지 않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포스코건설은 민원처리비 제안 적법성의 근거로 '법무법인 세종'의 법률 자문서를 제시했다.
포스코건설은 민원처리비 제안 적법성의 근거로 '법무법인 세종'의 법률 자문서를 제시했다. [사진=위키리크스한국DB]

◆ 대연8구역 신임 조합장 선출...향후 시나리오는

현재 조합 내에선 사업 진행 방향에 대한 논의가 이뤄지고 있다. 대연8구역 시공사 선정 무효 판결은 가처분 단계지만 본안 소송이 마무리 되기 까지는 최소 2~3년 이상의 시간이 소요될 걸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현재 조합은 시공사와 공사 계약을 체결할 수 없고 사업 진행이 불가능한 상황이다.

이에 조합은 시공사의 본안 소송을 지켜보면서 동시에 시공사 교체 가능성도 염두에 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성수 대연8구역 신임 조합장은 지난달 16일 업무보고를 통해 “모든 소송 문제를 다 정리하고 그때야 사업을 진행한다면 사업은 일정을 결코 맞추지 못할 것”이라며 “새로운 집행부는 소송은 소송대로, 사업은 사업대로 ‘투 트랙’으로 사업을 진행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위키리크스한국=박순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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