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빅5 병원 모여있는 서울, 외상환자 사망률 더 높아”
[인터뷰] “빅5 병원 모여있는 서울, 외상환자 사망률 더 높아”
  • 김 선 기자
  • 승인 2021.02.22 13:56
  • 수정 2021.02.22 13:5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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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예림(서울대병원 중증외상센터 외상외과 교수)

장예림 서울대병원 중증외상센터 외상외과 교수는 과거 단국대병원 권역외상센터를 선택했다. 그 이유는 외상을 익혀 구호 활동을 하기 위함이었다. 5년간 외상환자를 보며 외상학 경험을 쌓았던 장 교수는 국경없는의사회 구호 활동을 위해 남수단 아곡으로 떠났다. 그런 그가 서울의 예방 가능한 사망률을 낮추기 위해 서울대병원으로 돌아왔다. 서울시가 작년부터 추진하고 있는 사업의 일환으로 서울대병원 중증외상센터에 뛰어든 것이다. 장 교수를 만나 구호 활동과 외상을 하게 된 계기, 서울대병원 중증외상센터의 필요성에 대해서 짚어봤다.

- 간담췌외과에서 외상 외과를 선택한 이유는.

“구호활동가가 되기 위해 세부 전공을 바꿨다. 인턴 때 외과를 돌기 시작한 지 3일째 된 날 교수님께서 간단한 수술을 직접 할 수 있게 해주셨는데 그걸 하면서 세상 이렇게 재미있는 일이 있나 싶었다. 그래서 외과를 하기로 결정하고 설레어서 잠을 못 잤다. 간담췌를 선택했던 것은 스승들이 좋았기 때문이다. 한참을 바쁘게 살다가 의대에 합격했을 당시 누군가를 돕는 삶을 살고 싶었던 마음이 떠올랐다. 구호활동가가 되려고 보니 외상을 배워야겠다고 느껴 2015년 단국대병원 권역외상센터로 이직했다. 1년만 배우고 현장에 나가야겠다고 생각했었는데 우리나라에 워낙 외상외과 의사가 부족하다보니 계획했던 근무 기간이 4년으로 길어졌다. 외상외과 의사로 일하면서 삶과 죽음의 경계선에 있는 환자들을 자주 만난다. 그 환자들을 다 살릴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환자와 보호자와 함께 울고 웃으며 극도의 보람과 기쁨을 느낀다.”
 
- 어떠한 계기로 구호 활동을 시작했는가.

“구호 활동을 하고 싶은 이유와 계기를 구분해서 볼 수 있을 것 같다. 이유는 외과 의사라는 직업과 의술이 내가 받은 선물이라고 생각했고 이걸 나눌 때 풍성해진다고 느꼈다. 그래서 구호활동가가 되고 싶었다. 우리나라도 전쟁을 겪은 지 얼마 안 됐는데, 우리가 난민이고 전쟁 피해국이었을 때 우리나라에 목숨 걸고 온 사람들이 있었다. 이제 우리나라 의학은 많이 발전했고, 도울 여력이 되기 때문에 그때 받았던 도움을 갚아야겠다는 마음도 있었다. 누군가를 돕고 싶다는 마음은 의대생들과 의사들도 많이 갖고 있는데, 계기가 있지 않으면 실행에 옮기기 어려운 점이 있다. 나한테 있어 계기는 외할아버지였다. 김문식 서울대학교 농업경제학과 교수가 내 외할아버지다. 학계에서는 우리나라 농업을 이끈 2세대 학자라고 평가받으셨던 분이다. 가난하던 우리나라 농촌을 발전시키기 위해서 일생을 바치셨고, 외증조부께서도 가진 재산을 털어서 독립운동 자금 지원과 치문초등학교 설립, 민립대학설립 운동 등에 참여했다. 외증조부님, 외할아버지의 흔적들을 찾아가면서, 나도 이러한 유산을 물려받아 나누는 삶을 살아야겠다는 생각에 국경없는의사회에 지원했다. 병원에 사표를 냈을 때는 워낙 외상외과 의사를 구하기 어렵고 한 명만 빠져도 팀워크가 크게 흔들리기 때문에 근무하던 외상센터가 발칵 뒤집혔다. 근데 감사하게도 동료 의사들이 해당 기간 동안 내 빈자리를 채워주겠다 해주었고 복지부와 병원집행부도 월급을 안 받는 조건으로 사직이 아닌 파견형식으로 처리해줬다. 국경없는의사회 외과의사 채용 조건은 전문의 취득 후 2년 이상의 경력과 서류심사 후 영어 면접을 2시간 동안 보는 것이다. 현장에서 환자를 잘 보기 위해 확인차 진행했던 것 같다. 구호현장에서 제왕절개, 하지 절단, 화상 수술 능력도 필요하다고 하여 활동에 나가기 전에 제왕절개 수술과 하지절단 수술은 단국대병원 강윤단 산부인과 교수님과 박현우 정형외과 교수님께 배웠고 화상 치료는 한림대학교 한강성심병원 교수님들께서 가르쳐 주셨다.”

- 국경없는의사회 활동을 하면서 가장 큰 위기는 언제였고, 어떻게 극복했나.

“위기라고까지는 할 수 없지만 현장에서 가장 크게 느꼈던 것은 체구가 작은 동양 여자 외과의사에 대한 편견이 굉장히 컸다는 점이다. 한국에서는 출신 학교, 직장, 직업 등 이런 것들로 자기 스스로를 증명할 필요가 없었다. 그런데 현장에 가니까 아프리카는 아직 여성에 대한 교육 비율이 낮고, 여성 외과 의사라는 것도 생소 한데다, 키가 작으면 나이까지 어리게 봤다. 환자를 치료하려면 수술장 간호사들에게 지시를 내려야 하는데, 현지에서 고용된 약식교육만 받은 아프리카 현지 의료진들이 역으로 나한테 지시를 내리거나 내 말을 따르지 않았다. 다행인 건지는 모르겠지만 도착한 지 일주일쯤 지났을 때 매우 심각한 외상 환자의 혈관 수술을 성공적으로 끝내면서, 현지 의료진들과의 신뢰가 쌓이기 시작했다.”

- 서울대병원 중증외상센터를 선택한 이유는.

“사실 작년 초에도 서울대병원에서 외상을 해달라는 제안을 받았었지만 국경없는의사회 활동을 계속하고 싶다고 부원장님께 말씀드리고 거절했다. 이번에는 구호 활동을 병행하게 허락해 준다는 조건으로 오게 됐다. 또 한 가지 이직을 결심하게 된 이유가 있다면, 당시 구호 활동을 하면서 받은 쪽지 때문이다. 현장을 떠나는 날 현지 간호사가 교육의 기회를 달라는 내용의 쪽지를 적어 와서 본인의 사진을 한국에 가져가 보여달라고 부탁했다. 현지 간호사는 수술장 간호사인데도 정식 교육을 받지 못했다. 학비가 우리나라 돈으로 하면 한 학기에 20만 원인데, 그 돈이 없어서 정식 교육을 못 받는 것이다. 아무리 열심히 치료해도 시스템 개선과 교육 없이는 구호 활동이 밑 빠진 독에 물 붓기일 수 있겠구나 느꼈었는데 그러한 구조적인 개선과 교육 환경 제공을 위해서는 서울대병원에서 일하는 것이 조금 더 힘을 실어줄 수 있겠다는 생각에 서울대병원으로 오게 됐다.”

 - 외상 교육에 대한 중요성과, 외상외과의 필요성은 무엇인가.

“우리나라에서 외상은 굉장히 등한시되다가 최근에서야 관심을 받았다. 그런데 사실 외상환자는 개인병원에서 근무하지 않는 한 누구든 언제라도 마주치게 된다. 그래서 이건 선택이 아니라 필수교육에 들어가야 하는 부분이다. 2019년도에 예방 가능 외상 사망률에 대한 보고서가 발표됐는데, 2017년 데이터 중에서 서울시를 보면 예방 가능한 사망률이 30.2%로 가장 나빴다. 그리고 그 예방 가능한 사망률 중에서 81%가 1차 의료기관 응급실에서 사망한 경우였다. 그 중요한 원인으로 1차 의료기관 응급실에서 적절하게 치료받지 못했다는 것을 생각해 볼 수 있다. 지금까지 그곳에서 일하는 의사들이 제대로 된 외상 교육을 받지 못했다는 것이다. 그래서 외상 교육은 중요하다. 외상 교육은 몇 가지 특징이 있는데, 첫 번째로 외상은 머리부터 발끝까지 모든 것에 대해 잘 알고 있어야 하기 때문에 매우 통합적인 교육이 필요하다. 나아가 환자가 작업하는 환경부터 재활, 환자 전원까지 매우 다양하고 넓은 분야에 대해 잘 알아야 한다. 두 번째는 촌각을 다투는 상황에서 아주 빠른 판단을 내리고 매우 능숙하게 술기를 수행하게끔 교육해야 한다는 점이다. 그런데 초응급상황에서 중증외상환자를 대상으로 치료와 교육을 병행하기가 매우 어렵기 때문에 시뮬레이션 장비나 동물들을 활용하고 있다. 이러한 교육을 위해서도 외상외과의 역할을 무척 중요하다.”
 
- 우리나라 외상체계의 특징이 있다면.

“우리나라 의료에는 대기 비용에 대한 개념이 없다. 예를 들어 의사가 당직을 섰는데 환자가 한 명도 안 온다면, 그 의사는 실적을 내지 않고 놀게 된다. 지금처럼 월급체계가 실적으로 계산되고 수가도 매우 낮게 책정되어 있는 상황에서는 외상은 적자를 낼 수밖에 없는 구조이다. 그나마 복지부에서 권역외상센터들에는 그 간극을 지원해주고 있는데, 서울시는 아직 권역외상센터가 제대로 없는 실정이다. 서울에 있는 대형병원들은 이미 다 꽉 차서 운영되는데 적자를 감수하면서까지 언제 올지 모르는 외상환자를 위해 중환자실, 수술실을 비워 놓을 수가 없는 것이다. 돈이 되지 않는 외상환자는 서울에서는 거리를 떠돌다가 제때 치료받지 못하고 사망할 확률이 지방에 비해 두 배가량 높다. 이와 같은 원인에서 서울시가 가장 높은 외상 사망률을 기록했다고 생각한다.”

- 서울대병원 중증외상센터 오픈을 앞둔 다짐은 어떠한가.

“2017년 전국 평균 예방 가능한 외상 사망률이 19.9%이었고, 2년 전과 비교해 모든 권역에서 큰 향상이 있었던 반면에 서울시만 30%를 유지하고 있다. 매우 부끄러운 일이다. 사람들이 치료받기 위해 다들 서울로 몰려오는데, 서울에서 다치면 더 많이 죽는다. 심지어 처음으로 도착한 병원에서 제대로 된 처치도 못 받고 죽는다. 중증이라고 하면 외상팀이 대기하고 있다가, 환자가 도착하면 모든 걸 쏟아부어야 한다. 그런데 전문외상팀이 없는 서울시의 병원들에서는 외상환자가 다른 환자들과 똑같이 응급실에 대기하고 누워있다가 순서가 되면 CT를 찍고, 각 과에 협진을 요청하는 방식이다. 그 사이 환자는 출혈이 진행해서 심정지 상태로 발견되기도 한다. 서울대병원은 이번에 외상센터를 반드시 성공해야 한다는 무거운 책임감이 있다. 서울대병원을 비롯한 서울 내 병원들의 가용한 자원은 한정적이지만 창조적 대안을 마련해 서울시에 적합한 외상 모델을 구축하려고 한다. 교육적인 측면에서도 중요한 역할을 잘 감당하고, 나아가 다른 나라들도 돕는 이른바 글로벌 서저리에서도 핵심적 역할을 감당해야 할 것으로 생각한다.”

- 구호활동가로서 백신민족주의에 대한 입장은 어떠한다.

“캐나다는 자국 인구 5배의 백신을 확보했다. 세계 인구 16%가 백신의 60%를 확보해서 백신 민족주의라고 많은 비난을 받고 있다. 누가 어떻게 먼저 맞을 것인가에 대한 문제는 정치, 경제, 윤리 모든 것이 복합된 매우 복잡한 문제라 그에 대해서 답하기는 어렵지만 약간 다른 각도에서 바라보고 싶다. 캐나다가 5배를 확보했다지만 만약 우리나라도 그렇게 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면 똑같이 하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그리고 백신을 많이 확보한 캐나다, EU, 영국 대부분 코백스 AMC에 기부한 돈이 엄청나다. 근데 우리나라는 천만불 밖에 하지 않았다. 그리고 2019년 우리나라 ODA는 GNI의 0.15%였는데, 전 세계 평균인 0.3%의 절반 정도밖에 못 미치는 수준이었다. 우리가 어느 나라를 비난하기에 앞서 우리 자신을 돌아봐야 하는 시각도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또 한 가지는 제약회사에서 기술특허를 통해 독점적인 지위를 유지 하고 있는데, 그 소수의 제약회사에서 전 세계에 공급할 수 있는 백신 물량을 만들지 못하는 게 문제다. 예외적으로 특허권을 면제하는 것에 대한 논의는 계속 있어야 할 것이다. 그리고 제약회사들이 백신 개발 비용과 가격 등에 대한 데이터를 투명하게 공개해줬으면 좋겠다. 현재는 개별국가들과 회사가 비밀계약을 체결하고 있는 상태인데, 이 가격만 좀 내려가도 가난한 나라가 백신을 구매할 수 있을 것이다.”

- 마지막으로 강조할 메시지가 있다면.

“구호 활동을 다녀와서 많은 관심을 받았다. 어떻게 그런 용기 있는 결정을 했냐는 관심이다. 그런데 사실 동료들이 빈자리를 채워줬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그래서 단국대병원 외상센터 동료들에게 고마운 마음을 전하고 싶다. 그리고 스포트라이트는 구호 활동을 나가는 사람만 받는 경우가 있는데 국경없는의사회 사무소와 추운 날씨에도 거리에서 모금 활동을 해주시는 봉사자분들, 후원자분들 덕분에 구호 활동을 할 수 있다. 그분들에게 갚아야 하는 마음의 빚을 지고 있다. 그분들께도 항상 감사하다고 말씀드리고 싶다. 우리나라에서 구호활동가로 살아가려면 매우 큰 결단이 필요한 게 사실이다. 직장과 구호 활동을 병행하는 건 불가능에 가까운데, 외국만 해도 본인의 휴가만 모아서 할 수 있다. 우리나라도 근무 여건의 개선이 있었으면 좋겠다. 그리고 우리나라 여행 금지 국가 규정이 있는데, 이게 구호활동가들에게도 적용이 된다. 기업들에게는 예외적인 여권사용 허가가 나지만 구호활동가 개인에게는 나지 않는다. 외상외과 의사로서 분쟁지역에 가서 구호 활동도 하고 싶은데, 막상 그런 나라들에는 접근조차 어려워 매우 답답하다. 마지막으로 외과나 외상외과를 고민하는 후배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스스로에게 물어도 외상외과 의사가 되길 매우 잘했다고 생각하고 다시 선택해도 똑같은 결정을 할 것이라고 얘기해주고 싶다. 그렇게 생각하는 데는 이유가 있다. 자부심도 크고, 매스컴에서 보이는 것만큼 힘들지 않고, 알려지지 않은 장점들도 많다. 생명을 살리는 극도의 기쁨을 같이 맛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

kej5081@wikileaks-kr.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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