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검 "핀셋 인사 말라" 요청하자 법무부 "공석 충원" 사실상 거부
대검 "핀셋 인사 말라" 요청하자 법무부 "공석 충원" 사실상 거부
  • 윤여진 기자
  • 승인 2021.02.22 14:24
  • 수정 2021.02.22 14: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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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인사위원회 열리기 직전 대검 차장의 작심 발언
"대검에선 인사의 정상화 위한 광범위한 인사 요청"
'최소화' 법무부 인사 기준, 인사위는 그대로 수용해
고위간부인사 때 배제된 신현수 민정수석 복귀 변수
조남관 대검찰청 차장검사가 22일 오전 정부과천청사 법무부에서 열린 '중간간부급 승진·전보 인사 심의를 위한 검찰인사위원회'에 참석하기 앞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조남관 대검찰청 차장검사가 22일 오전 정부과천청사 법무부에서 열린 '중간간부급 승진·전보 인사 심의를 위한 검찰인사위원회'에 참석하기 앞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윤석열 검찰총장 잔여임기 마지막 검찰 인사는 특정 보직을 교체하는 소규모 수준으로 이뤄질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신현수 민정수석 업무 복귀가 변수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법무부 검찰인사위원회는 22일 오전 회의를 열고 이같은 인사 기준과 원칙을 심의했다. 

이날 법무부에 따르면 인사위는 오전 10시부터 1시간가량 회의를 진행하고 "공석 충원 수준으로 인사를 최소화"라는 인사 기준을 정했다. 회의가 끝난 뒤 법무부 관계자는 "검찰 조직의 안정 속에 검찰 개혁 과제를 지속 추진하고, 인권 보호 및 형사·공판 등 민생과 직결된 업무에 전념해 온 검사들을 우대하는 등 기존 인사 기조는 그대로 유지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이날 회의를 앞두고 위원장을 지낸 법무차관 출신 법률사무소 김앤장 이창재 변호사가 그만두면서 다른 외부위원이 사회를 봤다고 한다. 

이번 인사 최대 쟁점은 규모다. 대검찰청은 인사위가 열리기 전 추미애 전 법무장관 당시 인사가 정상적이지 않았다며 '인사의 정상화'를 요구했다. 조국 전 법무장관 일가족 사건이나 울산시장 선거개입 사건 등 정권을 겨냥한 수사에 참여한 검사들이 추 전 장관 재임기 동안 전국으로 흩어진 것을 염두에 둔 표현이다. 이들 사건에서 공판 직접 관여를 뜻하는 직관 검사들은 재판 때마다 지방에서 서울로 올라갔다 내려가는 데에만 상당한 시간을 써야만 했다. 인사위 당연직인 조남관(사진) 대검 차장검사는 이날 오전 회의가 열리는 법무부 청사로 발걸음을 옮기기 전 기자들과 만나 "애초 대검에선 인사의 정상화를 위해서 광범위한 인사 규모 단행을 요청했는데, 법무부에선 조직 안정 차원에서 빈자리를 메꾸는 소규모 인사 원칙을 통보해왔다"며 이례적으로 직접적인 불만을 표시했다. 
 
이번 인사위에 인사안이 올라오지는 않았지만 대검 기획조정부 정책기획과는 법무부 검찰국으로부터 미리 인사안을 받아본 것으로 보인다. 지난 7일 법무부가 단행한 고위간부급 인사를 앞둔 지난 2일 박범계 법무장관은 "(총장) 의견 듣는 걸 형식적으로 하지는 않겠다. 윤석열 검찰총장을 적어도 두 번은 볼 것"이라고 공언한 것에 따른 것이다. 검찰청법은 총장의 검사보직에 관한 의견제시권을 보장한다. 실제 박 장관과 윤 총장은 지난 1일과 5일 서울 모처에서 두 번 만나 검사장 보직안을 논의했다.    

하지만 대검은 박 장관이 말과 달리 지난번 고위간부 인사에서 검찰 의견을 제대로 수용하지 않는 것으로 판단한다. 청와대에서 사정 업무를 총괄하는 신 수석이 인사 문제로 지난 9일 사의를 표한 배경엔 윤 총장 의견을 사실상 묵살한 것에 있다는 것이다. 검찰 안팎에서 친정권 인사로 여겨지는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이 재차 유임된 게 대표적이다. 조 전 장관과 친분이 두터운 것으로 알려진 심재철 서울남부지검장도 검찰국장직에 이어 연이어 요직에 앉았다. 조 차장은 작심한 듯 "지난번 검사장 인사 과정에서 발생한 민정수석 사표 파문으로 온 나라가 시끄럽다"며 그 이유로 "서울중앙지검장, 대검 부장 교체 의견이 받아들여지지 않아 법무부와 검찰의 안정적인 협력 관계가 깨졌기 때문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윤 총장은 참모직인 대검 부장(검사장급)에 총장 의사를 반영하지 않을 것이라면 차라리 공석으로 두는 게 낫다는 의견을 박 장관에게 전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중요 사건에서 정권이 부담스러워 할만한 수사 결론을 내놓으려 한 검사를 교체할지도 주목된다. 인사위가 동의해준 법무부 이번 인사 기준 '공석 충원'은 법무부가 원하는 특정 인사를 요직에 앉힌다는 말로 풀이되는 까닭이다. 중앙지검 선임부장인 변필건 형사1부장은 윤 총장 측근인 한동훈 검사장을 강요미수 공범으로 입건한 이른바 '검언유착' 사건에서 최종 '혐의없음' 처분하는 것으로 잠정 결론 냈다. 그런데도 이 지검장이 1차장 결재를 미루면서 정상결재선이 아닌 2차장에게 재검토를 맡기자 수사팀은 단체로 이 지검장을 찾아가 '100쪽 무혐의 보고서'를 내밀며 단체행동을 벌였다. 2·3·4차장과 전문공보관 역시 이 지검장에게 그만 자리에서 물러나라는 용퇴를 촉구했다. 때문에 윤 총장은 박 장관에게 '이성윤은 지도력을 잃었다'고 강하게 중앙지검장 교체를 요청했다고 한다.  

중앙지검 형사1부장이 이번 인사에서 바뀔 경우 다른 수사 결론이 나올 수 있다는 우려가 검찰 내부에서 퍼지고 있다. 7일 인사에서 한 검사장을 일선 지검장으로 구제하지 않은 것도 재수사를 계획한 것에 따른 것이란 얘기다. 조 차장이 "임의적인 핀셋인사는 하지 말 것을 강력히 요청한 상태"라고 강조한 것은 이 대목을 가리킨다. 이렇게 되면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해 12월 31일 검찰 출신 신 수석을 임명하는 것으로 모색한 출구전략은 더는 의미가 없게 된다. 김종호 전 민정수석은 추 전 장관이 촉발한 법무부와 검찰간 갈등에 책임을 지고 4개월 만에 사퇴한 바 있다. 더군다나 추 전 장관이 윤 총장을 직무배제하고 징계를 청구했지만 핵심 징계사유 검언유착 사건의 수사와 감찰을 방해했다는 혐의는 실체가 없는 것으로 정리되고 있다. 지난해 12월 24일 행정법원은 문 대통령이 재가한 '정직 2월' 처분을 집행정지해달라는 윤 총장 신청을 받아들였다. 향후 본안재판에서 윤 총장이 승소할 가능성이 있다는 게 핵심 이유였다. 다만 사의 표명 후 휴가를 냈다 22일 정상 복귀한 신 수석이 문 대통령이 주재한 차담회에서 "거취 문제는 대통령에게 일임하기로 했다"고 밝히면서 인사안에서 모종의 타협안이 나올지도 모른다는 관측도 나온다. 법무부는 지난 15일쯤 박 장관 제청안을 민정수석실에 보냈는데 일부 신 수석 의중을 담은 수정이 있은 뒤 대통령이 재가할 것이란 분석이다. 법무부 인사 발표는 오후에 있을 예정이다. 부임 일자는 오는 26일이다.

[위키리크스한국=윤여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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