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백악관 X파일(89) 전두환 정권 “직선제 개헌 안한다” 미 국무부 “직선제로 가야…”
청와대-백악관 X파일(89) 전두환 정권 “직선제 개헌 안한다” 미 국무부 “직선제로 가야…”
  • 특별취재팀
  • 승인 2021.03.08 07:40
  • 수정 2021.03.08 06: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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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 백악관 x파일
청와대 백악관 x파일

전두환은 1988년 2월 7년 임기가 끝나면 평화적으로 정권을 교체하겠다는 의지를 공언해왔다. 그러나 여러가지 방법으로 권력 연장을 꾀하려 했다.

간접선거 방식의 헌법체제를 유지하면서 말 잘 듣는 후계자를 내세우고, 자신은 상왕으로 군림하면서 실질적으로 정치를 주무르겠다는 전략이었다. 그 후계자는 자신의 친구이자 죽으라면 죽는 시늉을 할 것 같은 노태우였다. (물론 이 때까지만 해도 그 노태우가 훗날 대통령이 된 뒤 자신이 살아남기 위해 전두환을 심판대에 세우게 되리라는 것을 알지 못했다.)

들불처럼 번져가는 학생들과 민주화 세력의 요구, 미 국무부의 압박에도 불구하고 전두환은 ‘직선제 개헌 불가’ 입장을 고수했다.

전두환은 1987년 4월 13일 평화적 정권교체라는 명분을 앞세워 ‘직선제 개헌을 하지 않겠다’는 내용의 대통령 특별담화를 발표한다. 쉽게 장악할 수 있는 선거인단을 통해 자기 뜻대로 다음 대통령을 뽑겠다는 의미였다.

곧바로 이튿날인 4월 14일 김수환 추기경 등 각계 인사들이 호헌 조치를 비판하는 시국성명을 발표했다. 전 대통령의 결정에 반대하는 시위가 전국적으로 번져가기 시작했다.

이 발표는 미 정부에도 충격으로 받아들여졌다. 그의 결심은 결국 쉽게 장악할 수 있는 선거인단을 통해 자기 뜻대로 다음 대통령을 뽑겠다는 의미로 평가됐다.

당시 미 국무부 관계자들은, 한국의 야당과 일부 미국 정치인들은 전 대통령의 계획이 충성스러운 후계자를 세우고 자기는 막후에서 권력 행사를 계속하겠다는 것으로 진단했다.

개스턴 시거 미 국무부 아태차관보 방한도 잦아지기 시작했다.

그는 서울에 올 때마다 동교동에 연금돼 있던 김대중을 만나고 갔다. 한번은 시거가 김씨 집에 접근했을 때, 그가 탄 자동차를 보안요원들이 심하게 흔들어 대는 바람에 거의 전복될 뻔했다. 일종의 공포전술이었다.
 
다만 주한 미 대사관은 표면적으로 중립적인 입장을 취했다. 1987년 3~6월 격동의 기간동안 제임스 릴리 대사는 시거가 ‘김대중 방문에 동행해달라’는 요청에 대해 거절했다.

전두환 정권의 '헌법 유지' 의지에 전국적인 '호헌철폐, 독재타도' 시위가 번지는 가운데 미국이 전 정권의 계획에 반대하고 나서면서 상황은 복잡하게 전개되기 시작했다. [연합뉴스]
전두환 정권의 '헌법 유지' 의지에 전국적인 '호헌철폐, 독재타도' 시위가 번지는 가운데 미국이 전 정권의 계획에 반대하고 나서면서 상황은 복잡하게 전개되기 시작했다. [연합뉴스]

그는 대사로서 현 정부 지도자들과의 관계를 유지해야 하기 때문에 야권 지도자 방문 동행은 곤란하다고 설명했다. 당시 한국 정부는 김대중을 공산주의자로 낙인 찍고 과격한 학생 시위의 배후 인물로 지목하고 있었던 상황이었다.

릴리 대사는 미국이 한국의 현 정권을 지지한다는 사실을 재확인하면서 공개된 선거, 언론의 자유, 그리고 진정한 야당의 존재를 갖춘 민주화를 희망한다는 미국의 뜻을 이해해달라고 역설했다. 그는 미국 대사로서 주재국 정부와 척을 질 경우, 대화 채널이 단절될 것을 우려했다.  

1987년 6월 민주정의당(민정당) 전당대회는 미국 대사의 거취를 둘러싼 논란의 소지를 안고 있던 행사였다.

전당대회가 6월 10일로 예고되고, 미 대사관에 대사 초청장이 도착했다. 대사관 정무과는 릴리 대사와 상의도 없이 불참한다고 언론에 보도자료를 냈다.

대사관 정무과는 민정당 대통령 후보 노태우는 4성장군 출신으로, 전 대통령의 지명후계자로서 선거인단 선거를 통해 정권을 연장하려는 사람인데, 대사가 참석할 경우 잘못된 과정을 통해 등장하는 새로운 권위주의 통치자를 축복하는 꼴이 된다는 입장이었다.

정무 참사관은 “대사가 불참함으로서 그런 비민주적 절차를 반대하는 뜻을 보여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대사는 “그렇게 하면 결국 그 사람들을 화 나게 만들 뿐”이라고 맞섰다. 그는 훗날 “전당대회에 참석함으로서 정통성을 인정해줄 경우 앞으로 미대사관의 의견을 잘 경청해줄 것이라고 생각했다”고 술회했다.

[위키리크스한국= 특별취재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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