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朴 '한명숙 모해위증 수사지휘' 근거에 왜 "尹 무혐의" 법무부 의결 건이
[단독] 朴 '한명숙 모해위증 수사지휘' 근거에 왜 "尹 무혐의" 법무부 의결 건이
  • 윤여진 기자
  • 승인 2021.03.17 22:34
  • 수정 2021.03.17 22: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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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범계 "처리 과정 공정성 의문"... 근거로 '윤석열, 대검 감찰부→인권부 재배당 지시' 적시
전임 장관 추미애 '감찰방해' 尹 징계청구했지만 법무부검사징계위 "무혐의" 의결, 文 재가
박범계 법무장관. [사진=연합뉴스]
박범계 법무장관. [출처=연합뉴스]

17일 박범계(사진) 법무장관이 한명숙 전 총리 불법 정치자금 사건 모해위증 의혹 민원사건에 수사지휘권을 발동한 근거 중 일부는 윤석열 전 검찰총장 법무부 징계 당시 무혐의로 드러난 것으로 확인됐다. 한 전 총리가 불법 정치자금 9억원을 받았다는 혐의는 2015년 대법원에서 전부유죄로 확정된 바 있다.  

박 장관은 이날 오후 4시쯤 조남관 검찰총장 직무대행에게 '모해위증교사 의혹 민원사건 관련 지휘' 제목의 수사지휘서를 보냈다. 수사검사들이 한 전 총리를 해할 목적으로 검찰 측 증인에게 허위증언을 교사했다는 의혹을 대검 감찰3과가 '혐의없음' 종결한 건 공정하지 않다는 내용이다. 박 장관은 "대검찰청 부장회의를 개최하여 김모씨 혐의 유무 및 기소 가능성을 심의하라"고 조 대행에게 지시했다. 

수사지휘서에 모해위증 혐의가 있는 것으로 사실상 적시된 김씨는 한 전 총리에게 불법 정치자금 9억원을 건넨 고(故) 한만호씨 수감 동료다. 한씨는 지난 2010년 1심 재판 당시 "한 전 총리에게 어떠한 정치자금도 제공한 사실이 없다"고 검찰진술을 번복했다. 그러자 검찰 수사팀은 이듬해 한씨 서울구치소 수감 동료인 김씨를 법정증인으로 불러 "한만호 사장님이 한명숙 총리 집에 간 내용까지 저에게 설명해주었다"는 증언을 받아냈다. 한씨가 뒤늦게 말을 바꿔 거짓말을 한다는 취지다. 다만 한씨가 검찰진술 자체를 부인하면서 그의 진술은 한 전 총리 유죄 증거로 쓰이지 못했고 한씨 법정진술을 탄핵하는 김씨 진술 역시 증거능력을 인정받지 못했다. 

앞서 윤 전 총장은 사퇴 이틀 전인 지난 2일 허정수 대검 감찰3과장을 이 사건 주임검사로 지정했다. 허 과장은 사흘 후인 5일 재판 당시 한씨 법정진술이 거짓임을 증언한 수감 동료 김씨와 최모씨는 모해위증 혐의가 없다고 사건을 종결했다. 김씨와 최씨가 혐의를 부인하는 데다 민원을 제기한 한씨의 또 다른 동료 한은상씨 주장엔 구체적 근거가 없다는 게 이유였다. 다음날 최씨 공소시효는 완성됐다. 이후 대검 감찰부에서 이들의 모해위증 의혹을 감찰조사한 임은정 감찰정책연구관은 허 과장 사건처리가 부당하다고 주장했다. 지난달 22일 서울중앙지검 검사 겸임 발령에 따라 그달 26일 민원사건을 수사사건으로 전환하고 김씨와 최씨를 모해위증 혐의 피의자로 입건하려 하자 대검이 본인과 의견이 달랐던 허 과장에게 재배당했다는 것이다. 대검은 애초 이 사건을 임 연구관에게 배당하지 않아 재배당 자체가 성립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결국 법무부는 감찰에 착수했고 감찰기록을 직접 검토한 박 장관은 사건처리 12일 만에 수사지휘권을 발동했다.

박 장관은 수사지휘서에서 "본건 처리과정의 공정성에 의문이 든다"며 그 근거로 법무부 감찰담당관실이 지난해 4월 17일 최씨 민원사건을 대검 감찰부에 이첩했는데도 윤 전 총장이 다음 달인 5월 28일 인권부에 재배당한 사실을 들었다. 이날은 한동수 감찰부장이 한 전 총리 사건을 조사하고 있다는 사실을 처음 보고한 날이다. 수사지휘서에는 "법무부는 2020년 4월 사안의 중대성과 심각성에 비추어 본건 민원을 대검찰청 감찰부에 이첩하였으나, 대검은 재소자의 인권침해 의혹 제기라는 이유로 감찰부에서 인권부로 재배당을 하려 하였고 당시 법무부장관은 감찰부에서 최종 처리하도록 지시한 바 있다"고 적혀있다. 인권부는 감찰부와 달리 수사 및 감찰 권한이 없다. 윤 전 총장은 이 사건은 징계시효가 지났다는 점에서 인권침해 진상조사부서인 인권부에 사건을 맡겼다. 인권부는 다음날 다시 중앙지검에 이첩했다. 중앙지검은 6월 1일 강제수사권이 없는 인권감독관실에 최종 재배당했다. 인권부는 인권수사자문관을 보내 사건을 직접 챙겼다. 6월 19일 추미애 전 법무장관은 "대검 감찰부에서 조사하라"고 수사지휘했고, 6월 22일 윤 전 총장은 "중앙지검 인권감독관실과 대검 감찰과가 자료를 공유하고 필요한 조사를 하라"고 이수권 인권부장에게 재지시했다. 같은 날 한은상씨는 사건 수사팀과 지휘부 15명을 상대로 대검에 감찰을 의뢰했고, 6월 23일 감찰부는 민원 사건을 별건 접수해 하루 만에 사건을 가져왔다. 결국 인권감독관실은 7월 혐의가 없다는 의견으로 인권부에 보고했지만 감찰부는 사건을 계속 조사했다. 이어 8월 인권부는 조직 개편으로 폐지됐고, 9월 임 연구관이 감찰부 소속 검찰연구관으로 배치돼 한 부장 지시에 따라 이 사건 감찰조사를 전담했다.  

문제는 박 장관이 언급한 사실관계는 이미 추 전 장관이 감찰방해 혐의로 윤 전 총장을 징계청구, 법무부검사징계위원회가 '무혐의' 의결했다는 점이다. 지난해 12월 17일 징계위는 "법무부로부터 이첩된 민원 사건을 감찰3과에서 인권부로 재배당하여 서울중앙지검 인권감독관에게 내려보내라는 지시가 적절한지 여부는 별론으로 명백히 위법한 지시라고 볼 수 없는 점"을 들어 "법령을 준수하여야 할 직무상 의무를 위반하거나 이를 게을리한 것이라고 단정하기 곤란함"이라고 무혐의 의결했다. 검사징계법에 따라 징계위 의결은 징계제청권자인 법무장관을 기속한다. 법무장관은 징계위 의결을 고치지 못하고 그대로 대통령에게 제청하면 대통령은 역시 제청에 기속, 재가해야 한다. 

때문에 박 장관이 수사지휘권을 행사하면서 징계위가 무혐의 의결한 혐의를 근거로 든 건 자가당착이라는 비판에 직면할 것으로 보인다. 징계위 의결은 검사 인사권자인 대통령을 기속해 예비처분 성격을 갖는데, 징계청구권자가 법무장관이라는 점에서 대외적으로는 법무부 처분이 된다. 법무장관이 추 전 장관에서 박 장관으로 교체됐지만 법무부 결정이라는 사실은 변함없다. 그런데도 박 장관이 한 전 총리 모해위증 의혹 민원사건 처리 과정의 부당함을 강조하려는 목적으로 무혐의로 드러난 '윤 전 총장 재배당'을 근거로 꺼내 든 것이다. 오히려 윤 전 총장 측은 지난해 12월 직무배제 집행정지 소송 당시 법무장관이 직접 대검 감찰부에 사건을 내려보낸 건 '구체적 사건은 검찰총장만을 지휘한다'는 검찰청법 조항을 위반한 것이라는 서면을 법원에 제출했다. 김씨 공소시효는 오는 22일로 그 안에 대검 부장회의를 열기까지는 일정이 매우 촉박한 상황이다. 조 대행은 이날 밤늦게까지 별도 입장을 표명하지 않고 있다. 

[위키리크스한국=윤여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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