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미애가 끝낸 '한명숙 檢수사팀 감찰' 박범계 알면서 다시, 왜
추미애가 끝낸 '한명숙 檢수사팀 감찰' 박범계 알면서 다시, 왜
  • 윤여진 기자
  • 승인 2021.03.23 16:08
  • 수정 2021.03.23 16:0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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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범계 국회 발언, 대법 판결로 알아보는 합동감찰 배경
지난 2015년 8월 24일 한명숙 전 총리가 서울구치소에 수감될 당시 국회의원 신분으로 자리를 지킨 박범계 법무장관. [출처=연합뉴스]
지난 2015년 8월 24일 한명숙 전 총리가 서울구치소에 수감될 당시 국회의원 신분으로 자리를 지킨 박범계(왼쪽) 법무장관. [출처=연합뉴스]

10년 전 한명숙 전 총리 불법정치자금 수수 사건을 재판에 넘긴 당시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 수사팀에게 제기된 모해위증교사 의혹은 22일 공소시효 완성으로 더는 수사대상에 오르지 못한다. 애초 이 사건은 한 전 총리 재판에 검찰 측 증인으로 출석한 재소자가 "위증을 교사당했다"고 뒤늦게 진정을 낸 민원사건이다. 대검찰청 감찰3과는 정식 수사로 전환할 수 있는지 검토했지만 지난 5일 무혐의를 뜻하는 '공람종결' 처분했다. 그런데도 박범계 법무장관은 17일 "기소 가능성을 심의하라"며 수사지휘권을 발동했다. 19일 열린 대검 부장·고검장 회의는 14시간에 가까운 마라톤 회의 끝에 20일 새벽 '불기소10·기소2·기권2' 표결했다. 이틀간 침묵한 박 장관은 22일 "모해위증교사 의혹은 별론으로 하더라도 재소자들을 동시에 같은 장소에 소환하여 증언연습을 시킨 것"이라며 한 전 총리 검찰 수사팀을 법무부와 대검이 합동감찰하라고 지시했다. 

문제는 한 전 총리 사건 수사 당시 '재소자 증언연습' 의혹은 추미애 전 장관 지시로 법무부가 이미 감찰을 실시해 끝냈다는 점이다. 추 전 장관은 지난해 6월 16일 법무부 검찰국장을 팀장으로 '인권수사 제도개선 태스크포스(TF)'를 출범시켰다. 당시 TF팀장이 이번에 박 장관 수사지휘를 수용해 모해위증교사 의혹을 재심의에 붙인 조남관 검찰총장 직무대행이다. TF는 한 전 총리 사건 수사팀이 받는 재소자 증언연습 의혹을 조사했다. 지난 18일 조 대행이 박 장관 수사지휘를 수용하면서도 주변에 "지난해는 검찰국장으로 법무부 장관을 보좌해 수사지휘하는 입장"이라 말한 것도 '전임 장관이 끝낸 사건을 후임 장관이 또 본다'는 피로감 때문으로 보인다. 박 장관도 이미 알고 있다. 국회의원을 겸직하는 박 장관은 지난해 6월 18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출석한 추 전 장관에게 법사위원 자격으로 "한명숙 전 총리님, 제가 깊게 관심을 가졌던 사건"이라며 TF 활동을 독려한 바 있다. 

"한명숙 전 총리님, 제가 깊게 관심을 가졌던 사건인데요. 재심 사건으로서, 대법원 전합체에서 판단한 것에 대한 당부를 떠나서, 재소자들을 불러서 어떤 사람을 열아홉 번씩 조사했는데 조서가 제대로 있느냐, 과정상의 문제점들을 철저하게 감찰할 필요성은 느끼시지요"(박범계)

"예"(추미애)

"어떻게 하시겠습니까"(박범계)

"인권수사 제도개선 TF를 검찰국장을 정점으로 해서 출범을 시키고, 말씀하신 것처럼 수형자나 사건 관계인을 수십 회 반복적으로 소환을 한다든지 좋지 않은 수사 관행을 근절을 할 것입니다"(추미애)

"지당하신 말씀이고요"(박범계)

추 전 장관 역시 23일 오전 <YTN라디오>에 출연, 진행자가 '합동감찰 잘 될 것 같나' 묻자 "지난해 이미 인권수사 제도개선 TF를 만들어서 감찰을 다 한 것이다. 재소자들에 편의 제공하면서 회유하는 등 부분은 여론조사, 대면조사를 거쳤다. 몇 가지 문제가 사실로 확인됐다. '나쁜 수사 과정이 이미 뿌리 깊다' 지난해 조사 결과 이미 드러난 것"이라고 답했다. 실제 TF는 지난해 9월 '수사관행 제도 개선안'을 발표했다. 개선안에 따르면 수사정보 취득을 목적으로 검사가 재소자에게 출석요구하는 것은 원칙적으로 금지된다. 참고인 신분인 재소자가 '출석 희망서'를 서면으로 남기는 경우만 예외로 허용한다. 검사는 재소자를 검찰청으로 부르는 출정조사 대신 교정시설을 찾거나 화상조사해야 한다. 

결국 '기소 취지' 수사지휘와 '불기소 의견' 대검 부장·고검장회의 결론이 엇갈리자 박 장관이 합동감찰로 검찰 조직을 다잡아야겠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22일 박 장관 입장문을 대독한 이정수 검찰국장은 "지휘권 행사 취지가 제대로 반영된 것인지 의문"이라는 표현을 사용했다. 전임 장관도 "이미 다 한 것"이란 감찰을 후임 장관이 반복하는 배경엔 그간 한 전 총리 사건에 집착한 '박범계 개인'의 행보가 있다.

22일 서울 서초구 대법원에서 열린 '대법관후보 추천위원회 간담회'에 참석한 박범계 법무장관(오른쪽)과 조재연 법원행정처장. [출처=연합뉴스]
22일 서울 서초구 대법원에서 열린 '대법관후보 추천위원회 간담회'에 참석한 박범계(오른쪽) 법무장관과 조재연 법원행정처장. [출처=연합뉴스]

박 장관은 법사위원이던 지난해 6월 23일 국회에 출석한 조재연 법원행정처장(대법관)에게 "한명숙 전 총리 재판에 있어서 참으로 아쉽게 생각하는 부분이 있다"며 "1심 무죄, 2심 유죄의 결론을 비판하는 게 아니다. 1심에서 스물세 번의 공판을 했는데 2심에서 그렇게도 한 번만 더 불러 달라고 하는 증인을 굳이 불러주지 않으면서까지 다섯 번의 재판으로 끝냈다"고 지적했다. 박 장관 언급대로 2심은 22차까지 진행된 1심과 달리 5차 공판만 열면서 정치자금을 건넨 고(故) 한만호 전 한신건영 대표를 증인으로 부르지 않았다. 변호인이 이 부분을 상고이유로 삼으면서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2심이 한만호를 증인신문하지 않은 점이 공판중심주의 위반인지' 심리했다. 

대법원 판단은 '문제없다'였다. 다수의견은 판결문에 "한만호의 진술을 직접 들은 제1심조차도 한만호의 법정진술 중 조성 자금의 사용처에 관한 핵심적인 부분의 신빙성을 인정하지 아니한 이 사건에서 원심이 한만호를 다시 증인으로 신문하지 않았다고 하여 공판중심주의·직접심리주의 원칙을 위반한 것이라고 볼 수도 없다"고 적었다. 

한 전 대표는 '한 전 총리에게 돈을 줬다'는 검찰진술을 1심에서 번복했고, 1심은 한 전 대표 검찰진술 증명력을 인정하지 않았다. 하지만 거기까지였다. 1심 또한 '돈은 한 전 총리가 아닌 한 전 총리 비서에게 준 것'이란 한 전 대표 법정진술을 인정하지 않았다. 1심이 한 전 대표 법정진술을 2심이 검찰진술을 받아들였다면, 법률심인 3심 쟁점은 '검찰진술과 법정진술이 대립할 때 무얼 믿을 것인가'다. 하지만 1심이 한 전 대표 법정진술 일부만 인정하면서 쟁점은 '검찰진술을 번복하는 법정진술을 일부만 인정한다면 다시 검찰진술을 믿을 것인가'로 바뀌었다. 

대법원이 보기에 2심은 '비서에게 돈을 준 건 아니다' 1심 판단을 전제로 '한 전 총리에게 돈을 줬다'는 검찰진술을 다시 살폈다. 한 전 대표 검찰진술에 부합하는 증거로는 ①한신건영 경리부장이 작성한 B장부(비자금장부)와 채권회수목록에 불법정치자금 9억원 수수자가 '한' '의원'으로 표기된 사실 ②한신건영 법인카드로 불법정치자금을 나르는데 사용된 여행가방을 경리부장이 구매한 사실 ③한 전 대표 명의로 발행된 수표 1억원이 한 전 총리 동생 전세보증금으로 사용된 사실 ④한신건영 부도로 한 전 대표가 병원에 입원하자, 한 전 총리가 병문안을 왔고 다음 날 한 전 총리 비서가 현금 2억원을 돌려줬으며 그 직후에 한 전 총리가 한 전 대표에게 전화한 사실 등을 채택했다. 대법원은 이같은 증거판단이 모두 틀리지 않는다고 봤다. 때문에 한 전 대표 법정진술 중 공여 부분 1심 판단을 전제로 2심이 한 전 대표를 다시 법정에 부르지 않은 건 '공개재판에서 증언과 증거를 판단한다' 원칙에 위배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한 전 총리 사건 재판에서 법정진술보다 검찰진술을 우선해 공판중심주의가 지켜지지 않았다는 박 장관 사고는 이같은 대법원 쟁점을 오해한 결과다. 이번 합동감찰 지시도 같은 맥락이다. 법원이 '한 전 총리에게 돈을 줬다'는 한 전 대표 검찰진술을 탄핵하지 못했다면 거꾸로 '한 전 총리에게 돈을 줬다고 한 전 대표가 말했다'는 한 전 대표 수감 동료들의 법정진술을 법무부가 직접 탄핵하겠다는 것이다. 조금이라도 한 전 대표 검찰진술의 신빙성을 떨어뜨리겠다는 전략으로 이해된다. 

대법원은 "한만호가 스스로 제1심 법정에서 '존경과 자부심의 대상이었다'고 표현한 바 있는 피고인 한명숙을 상대로 전혀 있지도 않은 허위의 사실을 꾸며내거나 굳이 과장·왜곡하여 모함한다는 것은 선뜻 납득하기 어려운 일"이라고 판시했다. 대법원이 인정한 2심 판결에 공개적으로 불신을 표한 박 장관은 22일 "합동감찰이 흐지부지하게 용두사미로 대충 끝나지는 않을 것"이라며 "상당한 기간 상당한 규모로 진행할 것"이라는 작심을 숨기지 않았다. 검찰이 시작해 법원이 매듭지은 '한명숙 9억원 수수'를 법무부가 바꿀지 지켜볼 일이다.

[위키리크스한국=윤여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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