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B측 "회사 경영에 대한 자문과 조언 역할 할 것"
노조측 "재구속 위해 대국민 청원 등 강경투쟁할 것"
성추행 사건으로 회장직에서 물러난 김준기 전 DB그룹 회장이 계열사 미등기임원으로 선임된 것을 두고 경영 복귀 신호탄이 아니냐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이런 가운데 전국사무금융서비스노동조합 DB금융투자지부는 김 전 회장의 재구속을 촉구하는 등 강경 투쟁을 예고했다.
DB아이앤씨(DB Inc.)는 지난 22일 사업보고서를 통해 김 전 회장이 이달 1일 미등기임원으로 선임됐다고 밝혔다.
지난해 김 전 회장의 장남인 김남호 DB그룹 회장이 취임한지 9개월만이며, 김 전 회장의 성추행·성폭행 논란이 발생한지 3년 반만의 복귀다.
김 전 회장의 미등기임원 선임에 대해 DB그룹 관계자는 "창업자로서 50년 동안 그룹을 이끌어온 창업 경험과 경륜을 바탕으로 앞으로 회사 경영에 대한 자문과 조언 역할 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12월부터 김 전 회장의 재구속 촉구 시위를 이어오고 있는 DB금투지부는 김 전 회장의 복귀에 대해 강경하게 투쟁한다는 입장이다.
지부는 김 전회장의 재구속 촉구를 위해 청와대와 대법원 앞 기자회견 및 대국민 청원운동 등을 전개할 계획이다.
김 전 회장이 미등기임원으로 있는 DB아이앤씨는 DB그룹의 비금융 계열사의 지주 역할을 하는 곳으로 DB그룹 상표권을 보유하고 있다. DB그룹의 금융계열사로는 DB손해보험, DB금융투자와 DB생명보험, DB저축은행 등이 있다.
김 전 회장은 DB아이앤씨 지분 11.2%, DB손해보험은 5.94% 보유하고 있다.
DB아이앤씨의 주요 사업은 IT(애플리케이션, 인프라 등), 무역, 브랜드 및 인재개발원(교육) 등이다. 지난해 12월 기준 DB아이앤씨 미등기임원은 14명으로 1인 평균 급여액은 1억9500만원이다. 매출액은 지난해 2724억원으로 전년(2385억원) 대비 14% 늘었고, 영업이익은 지난해 268억원으로 전년(184억원) 대비 45% 증가했다.
DB아이앤씨는 자회사인 DB하이텍의 지분 12.42% 보유, DB하이텍은 DB메탈의 26.94%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김 전 회장은 지난 2016~2017년 가사도우미와 비서를 성폭행·성추행한 혐의로 기소됐고 1심과 2심 모두 징역 2년6개월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받았다. 또 폭력 치료강의 수강 40시간과 아동·청소년 관련 기관 등 5년 취업제한을 명령 받았다.
이 사건으로 김 전 회장은 회장직에서 물러났고 질병 치료를 이유로 미국에 체류했다. 이후 여권 무효 조치가 되고 국제형사경찰기구(ICPO·인터폴) 적색 수배자 명단에 오르자 2019년 10월 귀국, 체포됐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지위를 이용해 자신의 지시를 따르는 가사 도우미나 비서를 강제 추행하고 간음해 죄질이 매우 좋지 않고, 범행 후 미국에 장기간 체류하면서 수사에 불응했다"고 질타한 바 있다.
[위키리크스한국=이주희 기자]
jh224@wikileaks-kr.or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