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백악관 X파일(93) ‘군 투입’ 시위진압 카드 미련 버리지 못한 전두환, 시거 차관보에게 “한-미, 한 배 타고 있다”
청와대-백악관 X파일(93) ‘군 투입’ 시위진압 카드 미련 버리지 못한 전두환, 시거 차관보에게 “한-미, 한 배 타고 있다”
  • 특별취재팀
  • 승인 2021.05.04 08:42
  • 수정 2021.05.04 08: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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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 백악관 x파일
청와대 백악관 x파일

1987년 6월의 넷째주에 접어들면서 시위는 더욱 거세지기 시작했다.

전두환 정권이 간선제 대통령으로 노태우를 후계자로 확고히 하려는 계획을 철회할 기미를 보이지 않는데다, 경찰이 쏜 최루탄을 맞고 의식불명 상태를 지속하던 이한열 군의 상황이 시위의 중요한 동력으로 작용했다.

‘군 투입 불가’를 천명했던 미국 정치권 역시 ‘이번만큼은 한국민들의 민주화 염원을 짓밟을 수 없다’는 분위기가 강했다.

한국이 역사적 전환점에 섰다고 본 가스턴 시거 국무부 아.태담당 차관보는 주한미대사관이 국무부에 보냈던 전문을 읽고는 싱가포르에서 일정을 바꿔 서울로 왔다. 

가스턴은 한국에서 보낸 전문들을 읽으면서 잠을 이룰 수가 없었다. 자타가 세계 자유민주주의의 기치를 들고 있는 리더국이라고 공인하고 있는 미국이 무엇인가 해야 하는데, 결국 미국이 지원하겠다고 말한 것을 행동으로 옮겨야 한다고 판단했다.

방한한 시거는 릴리 대사를 대동하고 전두환 대통령과 노태우 후보, 야당 지도자들을 각각 만났다. 

6월 24일 오전. 전 대통령은 김영삼 통일민주당 총재 등 야당 총재들과 연쇄회담을 갖고 시국수습 방안을 논의했다.

그는 이어 이날 오후 가스턴 시거 차관보의 예방을 받았다.

전두환은 시거 차관보에게 군대 동원이 불가피하다는 것을 강조하기 위해 ‘공공안전의 완전한 소멸’, ‘무정부 상태’, ‘내전으로 치닫는 최악의 시나리오’ 등 표현을 사용했다.

지난 주말 군사적 조치를 철회했지만, 언제든지 다시 꺼낼 수 있는 카드임을 시사했다.

릴리 대사가 배석한 이 자리에서 전두환은 “공공안전이 완전히 사라지고 무정부 상태가 발생할 경우 정부는 시민들의 안전을 보호하기 위해 필수적인 무력을 동원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1987년 6월 넷째주로 접어들면서 전국 대도시에 시위가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되는 가운데 한미 갈등도 더욱 고조되고 있었다. [연합뉴스]
1987년 6월 넷째주로 접어들면서 전국 대도시에 시위가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되는 가운데 한-미 갈등도 더욱 고조됐다. [연합뉴스]

전 전 대통령은 또 내전으로 치닫는 최악의 시나리오를 거론하며 “이런 상황에서 미국은 국가를 파괴하려는 반란세력의 편을 들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전 대통령은 시거 차관보 앞에서 자신의 업적을 과대 평가하기도 했다. 전두환 정권이 경제 같은 이슈들에 대해 매우 잘 대처해 왔기 때문에 반대세력이 개헌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라고 설득했다.

그는 이어 “87년을 격동의 해라고 판단했지만 최근 몇 주간 폭력은 예상보다 심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최악의 시나리오가 발생하면 미국은 한국정부를 지지할 것이라는 메시지를 전달해 달라”고 부탁했다. 특히 “손 쓸 수 없는 상황으로 가는 것은 한국이나 미국 정부에 위험 부담이 크다”고 미국을 압박하기도 했다.

전두환은 오전에 가졌던 김영삼 총재와의 회담 내용을 시거 차관보에게 설명하며 “김 총재가 민주화에 대한 개념정의 없이 민주화만 계속 요구했다”고 비꼬았다.

“전임 대통령들이 영구집권하려고 노력했으나 나는 1948년 대한민국이 건국된 이후 날짜를 정해 퇴임하는 첫 대통령이 될 겁니다. 법이 정한 임기를 지키려고 하자 반대세력이 ‘레임덕’으로 몰고 가고 있습니다. 반(反)정부 세력은 크게 정치인, 공산주의자, 성직자 등 세 가지 그룹으로 분류됩니다. 특히 미국의 성직자들은 낙태를 반대하지만 한국 교회에 있는 반정부 성직자들은 정부 전복을 이야기합니다.”  (6.24 전두환-시거 대화록)

그가 6.29선언 직전까지도 황당한 ‘피해자 코스프레’ 리더십을 갖고 있었음을 시사해주는 대목이다.

[위키리크스한국= 특별취재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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