뻣뻣이 선 한일 외교…과거사·원전 오염수 문제 평행선
뻣뻣이 선 한일 외교…과거사·원전 오염수 문제 평행선
  • 최정미 기자
  • 승인 2021.05.06 06:06
  • 수정 2021.05.06 0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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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용 외교부 장관(왼쪽)과 모테기 도시미쓰(茂木敏充) 일본 외무상이 5일 영국 런던에서 한일 외교장관 회담을 하고 기념사진을 위해 포즈를 취하고 있다. [출처=연합뉴스]
정의용 외교부 장관(왼쪽)과 모테기 도시미쓰(茂木敏充) 일본 외무상이 5일 영국 런던에서 한일 외교장관 회담을 하고 기념사진을 위해 포즈를 취하고 있다. [출처=연합뉴스]

정의용 외교부 장관과 모테기 도시미쓰(茂木敏充) 일본 외무상의 첫 만남이 어렵사리 성사되면서 그간 사실상 중단된 한일 간 고위급 소통이 재개되는 분위기다.

다만 정상적인 외교 소통을 이제 겨우 복원했을 뿐, 강제징용 및 일본군 위안부 배상 판결 등 산적한 현안을 해결하기에는 갈 길이 멀다는 평가가 나온다.

주요 7개국(G7) 외교개발장관회의 참석차 영국을 방문 중인 정 장관과 모테기 외무상은 5일(현지시간) 런던에서 양자 회담을 했다.

두 장관은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부 장관과 한미일 외교장관회담을 먼저 한 뒤 일본 측이 준비해 놓은 다른 회의실로 자리를 옮겨 20분간 대화했다.

공통 관심사인 북핵 문제는 물론 갈등 현안인 한국 법원의 강제징용 및 위안부 배상 판결, 일본의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 결정 등에 대해 의견을 교환했다.

그러나 두 장관 모두 일정이 빠듯해 긴 대화를 나누지 못하고 각자 입장을 설명하는 데 그친 것으로 보인다. 한미일 회담을 마친 뒤 위층으로 이동해서 인사하고 사진 찍고 자리를 잡은 뒤 통역까지 거쳐 대화를 하느라 실제 발언 시간은 얼마 되지 않았을 것으로 짐작된다.

외교부 설명과 일본 언론 보도를 종합하면 모테기 외무상은 강제징용 및 위안부 판결 문제에 대한 일본의 기존 입장을 설명했다.

배상 책임은 1965년 한일청구권협정과 2015년 한일 위안부 합의 등으로 모두 해결된 만큼 한국 법원 판결은 국제법 위반이며 이에 대한 해법을 한국 정부가 가져와야 한다는 것이다.

모테기 외무상은 강제징용 판결과 관련해 "자산의 현금화는 절대로 피해야 한다"는 입장도 강조했다.

이에 정 장관은 일본 측의 올바른 역사 인식 없이는 과거사 문제가 해결될 수 없음을 강조하고, 위안부 및 강제동원 피해자 관련 정부 입장을 설명했다.

또 정 장관은 원전 오염수 방류가 한국 등 주변국 안전과 환경에 위협을 미칠 수 있다며 반대 입장을 전달했지만, 모테기 외무상은 한국 정부의 이 같은 비판을 우려한다는 입장을 보였다.

북핵 문제에 대해서는 일본도 협력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두 장관은 양자회담에서는 물론 앞서 열린 한미일 회담에서도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와 항구적 평화 정착의 실질적 진전을 위해 공조를 강화하고, 미국의 새 대북정책 추진 과정에서 3국 간 계속 긴밀히 소통·협력하기로 했다고 외교부는 전했다.

외교부는 "양 장관은 한일이 동북아 및 세계의 평화와 번영을 위해 긴밀히 협력할 필요성에 공감하고, 한일관계를 미래지향적으로 발전시켜 나가자는 데에 뜻을 같이했다"고 밝혔다.

무엇보다 이번 회담은 지난해 9월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일본 총리 취임 후 한일 외교당국 간 첫 고위급 대면이라는 의미가 있다.

모테기 외무상은 지난 2월 정의용 장관 취임 후 의례적으로 하는 통화에도 응하지 않았으며, 이번 회담도 개최 여부가 불확실했다.

외교부는 미국, 인도 등 다른 G7 회의 참석국과 양자회담을 사전에 공지했지만, 한일 회담은 끝난 뒤에야 그 사실을 공개했다.

한미일 회담 전에 만난 한 일본 기자도 양국 장관이 만날 것으로 보이지만 정부에서 확인해주진 않는다고 말했다.

자국 여론을 의식한 일본 정부가 한국에 유화적인 모습을 보이지 않으려고 회담 일정 공개에 부정적이었다는 관측도 나온다.

이번 회담이 미국의 제안으로 열린 한미일 회담에 이어 열렸다는 점에서 미국이 모종의 중재 역할을 한 게 아니냐는 시각도 있다.

미국이 계속 한미일 3국 공조를 강조하는 상황에서 일본도 다자회의 기간 마주칠 수밖에 없는 한국과 계속 대화를 거부하는 데 부담을 느꼈을 것으로 보인다.

경색된 한일관계를 반영한 듯 외교부가 공개한 사진에서 두 장관은 뻣뻣한 자세로 포즈를 취했다.

회담 배석자에 따르면 두 장관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상황을 감안해 악수를 하지 않았다. 애초엔 팔꿈치 인사도 하지 않았다고 했으나 이후엔 스쳐 지나가며 했다고 말했다. 어쨌든 모테기 외무상이 영국 도미닉 라브 외무장관 등과 양자회담을 위해 만났을 때와는 다른 분위기였을 것으로 보인다. 한일 장관의 사진 배경에는 국기도 나오지 않는다.

두 장관은 전날 열린 G7 확대 업무 만찬에서도 만나 대화했다.

정 장관은 회담 후 연합뉴스에 "좋은 대화를 했다"고 말했고, 외교부 당국자는 "좋은 분위기에서 대화가 진행됐으며 양국 간 의사소통을 본격 시작하는 계기가 됐다"고 평가했다.

양기호 성공회대 교수는 "양 장관이 시간이 너무 짧아 각각 입장을 확인하는 데 그친 것으로 보이지만 만났다는 데 의미가 있다"며 "한일 간 현안이 많고 첩첩산중이라 대화로 풀 수밖에 없는데 이번 회담이 그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위키리크스한국=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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