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 금융권에 '서민 지원' 압박 키우면서...금융업 발전 논의는 '無'
정치권, 금융권에 '서민 지원' 압박 키우면서...금융업 발전 논의는 '無'
  • 최종원 기자
  • 승인 2021.05.11 17:16
  • 수정 2021.05.11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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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치에 앓는 금융권... 이자상환 유예 연장에 원금탕감 논의까지
서민금융지원법 개정안 등 정부 재정부담 전가시킨다는 비판도
코로나19로 이득 본 업종 '낙인'... 침체된 금융업 발전 논의는 없어
은행 대출 창구 [출처=연합뉴스]
은행 대출 창구 [출처=연합뉴스]

지난 3월 '금융권 이익공유제'로 불리는 서민금융지원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되는 등 정치권의 금융권 개입이 가속화되고 있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은행권을 코로나19로 큰 이득을 본 업종으로 간주하고 있기 때문이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고통분담을 위해 동참해달라는 취지라지만, 침체된 금융권을 살리기 위한 정책 없이 압박만 키우고 있다는 불만이 나온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10일 청와대 춘추관에서 가진 취임 4주년 특별연설을 진행했다. 문 대통령은 경제 단어를 43번이나 언급하며 반도체, 바이오의약품, 인공지능, 데이터 등의 산업이 글로벌·기술 혁신을 선도하며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고 있다고 격려했다.

금융권 침체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문 대통령은 "전 세계적으로 수요와 공급이 동시에 타격을 받으며 실물경제와 금융이 함께 위축되는 복합위기에 직면했다"라며 위기 의식을 드러냈다.

동시에 금융권의 코로나19 피해 지원에 대한 격려의 말은 전혀 나오지 않았다. 문 대통령은 "코로나로 큰 타격을 받은 업종과 소상공인, 자영업자 등의 어려움을 덜어드리기 위해 계속 노력하겠다"라는 데 그치며 이들을 지원한 금융권의 노력에 대해 격려하는 발언이 나오지 않았다.

금융권에선 코로나19 확산 이후 정치권에 '적폐' 낙인이 찍히면서도, 침체된 금융업을 살리기 위한 정책은 전혀 논의되지 않는다는 불만이 많다. 코로나19 피해 지원에 적극 동참하고 과도한 경쟁 행위도 지양하고 있는데 날이 갈수록 정치권의 개입이 심해져 관치에 휘둘리고 있다는 불만이다.

금융사가 연간 1000억원씩 걷어 서민금융을 지원해 ‘금융권 이익공유제’라는 평가를 받게 된 서민금융지원법 개정안은 별다른 저항 없이 지난 3월 통과됐다. 법안은 발의 시기부터 논란이 컸다. 정부의 재정악화 부담을 은행에게 전가시키고 있다는 논란이다. 

금융사들은 신용대출 잔액의 최대 0.03%의 출연금을 내야 하는데 은행권은 연간 약 1050억원을 납부해야 한다. 부담이 큰만큼 5년 일몰제(법률이나 규제의 효력이 해당 기간이 지나면 자동 철폐되는 제도)를 적용한다고 했지만 불만이 큰 상황이다.

앞서 민주당은 올해 초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불평등 해소를 위한 이익공유제 차원에서 은행권에 이자멈춤법을 제안했다. 민주당이 은행권을 코로나19로 가장 큰 이익을 본 업종으로 찍었기 때문이다.

더불어민주당 홍익표 정책위의장은 지난 1월 "코로나19 상황에서 가장 이익을 크게 보고 있는 업종은 이자를 꼬박꼬박 받아 가는 금융업"이라고 비판했다. 

홍 정책위의장은 '임대료 멈춤' 운동에 보조를 맞춰 이자 부담을 경감하거나 불가피한 경우 이자 수취를 중단하고 신용등급 하향 조정, 가압류 등을 유예하는 방식을 제안하며 자발적 이익공유제 참여를 주문했다.

여기에 소상공인·중소기업 대상 대출 만기 연장과 이자상환 유예 조치 재연장 방침이 올해 연말까지 연장되기를 희망한다고 밝혔다.

이자멈춤법은 금융권과 여당 내부에서도 반대 목소리가 이어지며 무산되는 듯 했는데, 불씨가 다시 살아났다. 코로나19 피해를 입은 차주가 대출 원금을 갚지 않아도 된다는 이른바 '은행빚 탕감법' 논의가 이뤄지고 있기 때문이다.  

더불어민주당 민형배 의원이 지난 2월 대표 발의한 '은행법 개정안'은 재난 시 정부 방역조치로 소득이 급감한 이들에게 대출 원금 감면 등을 해준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개정안에는 '재난으로 인해 영업 제한 또는 영업장 폐쇄 명령을 받거나 경제 여건 악화로 소득이 현격히 감소한 사업자 또는 그 사업자의 임대인은 대통령령에 따라 은행에 대출원금 감면, 상환기간 연장, 이자 상환 유예 등을 신청할 수 있다'는 내용을 신설했다. 이를 위반한 은행에는 2천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한다는 내용도 담았다.

금융위원회에서도 신중히 검토해야 한다는 우려가 나오는 등 통과 가능성은 낮지만 금융권에서는 이를 경고의 목소리로 받아들이고 있다.

시중은행의 한 관계자는 "코로나19에도 금융권이 좋은 실적을 올리는 것이 오히려 리스크로 작용할 수 있다"며 "이자상환 유예 재연장 등은 동참하라고 하지만 사실상 강제에 가까운데 정책 영향을 많이 받는 금융업 특성상 정치권에 제대로 된 반대 목소리도 낼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배당 축소 권고와 이익공유제 등 관치 리스크가 커지고 있는데 금융업 진흥 논의는 전혀 나오지 않는다는 불만도 있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홍콩의 금융허브 위상이 흔들리면서 이를 대체할 아시아 금융허브 선정에 대한 논의가 이뤄지는데 한국은 거의 언급되지 않고 있다"라며 "금융 규제 강도는 세계 최고 수준이라 정권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데 침체된 금융업을 살리기 위한 논의는 이뤄지고 있지 않다"고 밝혔다.

[위키리크스한국=최종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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