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밀착' 버리고 '수익성' 쫓는 신협법 개정안..."서민금융체계 뒤흔들어"
'지역밀착' 버리고 '수익성' 쫓는 신협법 개정안..."서민금융체계 뒤흔들어"
  • 최종원 기자
  • 승인 2021.05.14 16:50
  • 수정 2021.05.14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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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협법 개정안, 입법절차 거쳐 오는 6월 30일 시행
주요 쟁점은 비조합원 대출규제 완화 통한 영업구역 확대
수익규모 늘어나지만 "지역밀착형 금융 취지 퇴색된다"는 비판
신협중앙회. [출처=신협중앙회]
신용협동조합중앙회. [출처=신협]

신용협동조합(신협)이 주무부처인 금융위원회의 포용금융 정책 방향과 역주행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영업지역 확대를 골자로 한 신용협동조합법 일부개정법률안(신협법 개정안)이 풀뿌리 서민금융 체계를 뒤흔들고 있다는 비판이다. 신협이 사업 확장을 위한 수익성을 추구한 나머지 지역 기반 상호금융사라는 설립 취지와 어긋난다는 것이다. 

금융위는 지난달 5일 신용협동조합법 일부개정법률안 및 동법 시행령 일부개정령안 입법예고를 실시했다.

신협 등 상호금융권의 부동산·건설업 대출을 각각 총대출의 30% 이하로 제한하고, 두 업종의 합계액은 총 대출의 50% 아래로 제한하는 것이 골자다. 신협중앙회 선출 이사의 15개 지역별 선출, 신협 조합의 법정적립금 손실보전 충당 허용 등도 개정안에 들어갔다. 

금융위 측은 "이달 17일까지 관계부처 협의, 규제․법제처 심의, 차관․국무회의 등 관련 입법절차를 거쳐 법안을 개정·시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개정안은 오는 6월 30일부터 시행된다.

앞서 이보다 포괄적인 신용협동조합법 시행령 개정안이 지난해 12월 국무회의를 통과된 뒤 올해부터 시행 중이다. 

해당 법안의 주요 쟁점 사항은 신협의 비조합원 대출규제 완화다. 이는 다른 상호금융조합에 비해 엄격한 대출규제를 완화하는 것이다. 비조합원의 권역외 대출총량을 3분의 1 이하로 제한하는 대신 전국을 10개 권역으로 구분해 대출영업이 확대된다. 

금융위가 설정한 10개 권역은 서울, 인천·경기, 부산·울산·경남, 대구·경북, 대전·충남, 광주·전남, 충북, 전북, 강원, 제주 등이다. 경기도 수원시에 위치한 신협은 시 내에서만 조합원을 모집하고 여수신 업무를 할 수 있지만, 개정안이 시행되면 이를 넘어 경기도, 인천광역시에서도 영업을 할 수 있다. 

이같은 신협의 영업구역 확대가 본래 취지와 걸맞지 않다는 지적은 숱하게 들려왔다. 저출산·고령화로 인한 수도권 쏠림이 중요 문제로 비화되는데 수도권 위주 여·수신 경쟁이 이뤄지면 지역사회의 취약계층이 소외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영업구역 확대에 이어 인수합병을 통한 외형 확대까지 이뤄지면 상호금융체계가 흔들릴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은성수 금융위원장은 국회 정무위원회 회의에서 "대형 조합은 수익성이 확대될 수 있으나 영세조합들의 건전성이 악화될 수도 있다"라며 "상호금융조합과 저축은행의 영업구역 확대로 이어질 경우 지역기반의 서민금융시스템이 붕괴되어 신협에 오히려 독이 될 수 있다"는 입장을 전했다. 

윤석헌 금융감독원장도 지난해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 당시 “신협 등은 지역밀착 금융을 지원하는 취지로 만들어졌다”며 “거꾸로 가고 있다. 수신은 풀고, 여신은 중소기업 소상공인 쪽으로 할 수 있으면 좋지 않았을까”라고 우려의 목소리를 내비쳤다.

저축은행 업계는 협동조합으로 세제혜택을 받는 신협이 영업지역까지 확대하는 것은 형평성에 맞지 않는다며 반대의견서를 지난해 국회에 제출한 바 있다. 

신협은 지난해부터 ‘관리중심 조직’을 ‘사업중심 조직’으로 탈바꿈하겠다고 밝혀왔다. 특히 조합의 여신업무와 연계해 수익성이 높고 대체투자 중심의 투자은행(IB) 부문을 대폭 확대해 산업 전체에 시너지를 일으키겠다고 강조했다. 신협법 개정이라는 숙원이 이뤄진 만큼 권역 광역화 추진 의지를 밝힌 셈이다. 

그럼에도 신협 측은 7대 포용금융 프로젝트로 소외된 약자들을 돌보는 사랑과 나눔을 실천해왔다고 밝혀왔다. 7대 포용금융을 비롯해 서민과 소외계층 같은 세상의 약자를 돕고 금융혜택의 사각지대를 해소하는 데 기여해왔다는 것이다. 하지만 수익성 위주 사업중심 조직으로 전환되면 지역사회 서민 조합원들은 되려 외면될 수 있다.

이처럼 신협을 비롯한 상호금융권이 본래 목적인 지역밀착 금융 지원과 멀어지고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상호금융권은 협동조합형 금융 기관으로 본연의 기능인 지역경제 증진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지만, 잇따른 영업지역 확대로 자금의 역외유출이 가속화되고 있다는 것이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금융혁신의 가속화라는 명목으로 금융기관의 대형화가 이뤄지며 서민금융을 담당하는 상호금융기관의 위치가 크게 위협받고 있다"라며 "금융시장의 무한경쟁체제의 돌입으로 거대자본을 무기로 하는 대형금융사들의 상호금융권 영역 침범 또한 가속화되고 있어 본래의 목적을 잃고 있다"라고 말했다.

한편, 신협은 1960년 출범 이래 지역 밀착형 서민금융기관으로 자리매김했다. 서민들의 자활을 목적으로 조합원이 돼 자금을 조성하고, 낮은 이자로 대출을 실행해 경제적 행복을 추구하는 기능을 수행하는 것이다. 

이후 제1금융권과 동일한 시스템과 수익성을 추구하면서 2017년 말 기준 신협 총자산은 82조1000억원을 기록해 대구은행을 보유한 DGB금융지주와 전북은행을 보유한 JB금융지주를 앞질렀다. 작년 말 기준 총자산은 110조9000억원으로 더욱 성장했다. 연결기준 순이익은 3831억원으로 코로나19 국면에도 전년 대비 3.5%(130억원) 증가했다.

[위키리크스한국=최종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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