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사면론 급부상...본질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사면론 급부상...본질은?
  • 임준혁 기자
  • 기사승인 2021-05-18 18:50:34
  • 최종수정 2021.05.18 17: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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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권 여‧야 가리지 않고 사면론 ‘솔솔’
재계‧종교계‧시민단체도 사면론 강력 주장
“기업가로서 그의 운명...배려가 진정한 사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출처=연합뉴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출처=연합뉴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재수감된 지 4개월 가량 지나면서 재계와 정치권, 시민사회를 중심으로 사면론이 급부상 하고 있다.

이재용 부회장이 국정농단 수사 및 재판 과정이었던 2017년 2월 17일 구속돼 1년 가량의 수감생활을 한 후 2018년 2월 5일 풀려났다가 파기환송심에서 2년 6월의 형이 최종 확정되면서 다시 수감된 것이 지난 1월 18일이다. 총 수감생활의 절반을 넘은 1년 4개월이 된 셈이다.

그 사이 전세계는 코로나19로 인한 글로벌 팬데믹이 지속되고 생존을 위한 백신 확보 전쟁과 자동차용 반도체 확보전이 가속화됐고, 이 부회장의 역할론이 대두되면서 사면 여론이 높아지고 있다.

정치권에서는 야당 중에서도 국민의힘이 사면론에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국민의힘 김기현 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는 지난 17일 삼성전자의 반도체 생산 현장을 점검한 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사면론에 대해 “전향적으로 판단해볼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김기현 대표 대행은 이날 경기도 화성시의 삼성전자 캠퍼스에서 삼성전자 임원진과의 간담회를 마친 뒤 기자들을 만나 “어떤 기업이나 특정인의 문제가 아니고 국가의 발전과 관련된 문제라는 차원에서 이 문제를 폭넓게 봐야 한다”며 사면 필요성에 힘을 실어줬다. 김 대표 대행은 “우리 당이 사면을 요구할 사안은 아니고 대통령이 결정해야 할 사안”이라면서도 “우리나라 반도체 산업을 중심으로 한 전 세계적 경쟁력을 확보하고 격화되고 있는 국가 간 경쟁에 잘 대응하기 위해서는 신속하고 과감한 의사결정이 필요하다고 판단한다”고 강조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최근 취임 4주년 기자간담회에서 나온 사면질의 답변에서 "반도체의 경쟁력과 사법정의, 형평성, 국민 공감대를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며 대통령의 권능인 사면 시행의 부담을 피해가는 모양새다.

이러한 가운데 여권 잠룡으로 불리는 인사의 입에서 이 부회장 사면론이 나와 눈길을 끌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이광재 의원은 지난 16일 모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미중 관계에서 백신 문제와 반도체는 세계 기술 경쟁의 정점에 서 있다”며 “이 부분에서, 이 부회장이 역할이 있다면 사면을 긍정적으로 검토할 때가 온 게 아닌가”라고 말했다.

이어 “이 부회장도 국민에게 더 정확히 사과하고, 이해를 구하고, 사회에 기여할 부분도 찾는 방법이 함께 모색되면 좋을 거라고 본다”고 덧붙였다. 앞서 민주당 이원욱 의원도 공개적으로 이 부회장 사면 필요성을 말한 바 있다.

재계에서도 이 부회장의 사면을 요청, 건의하는 사례가 이어지고 있다.

지난 달 22일 열린 이 부회장의 삼성그룹 경영권 승계 관련 첫 재판에 즈음해 한국경영자총협회, 대한상공회의소 등 경제5단체가 정부 측에 공동으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사면을 정식 건의하기로 결정했다.

재계에 따르면 이들 경제5단체는 손경식 경총 회장 주도로 정부 측에 이 부회장의 사면을 공식 건의하기로 의견을 모으고 지난달 말 건의서를 제출했다.

건의서에는 “글로벌 반도체 시장의 경쟁이 격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이 부회장의 부재가 장기적 투자 결정 지연 등을 초래해 한국 경제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이 부회장의 사면을 긍정적으로 검토해주길 바란다”는 내용이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공동 건의서에 참여한 경제단체는 경총, 대한상의를 비롯해 한국무역협회, 한국중견기업연합회, 중소기업중앙회 등 총 5곳이다. 앞서 손 회장은 지난달 16일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부총리·경제5단체장 간담회에서도 당시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에게 “이 부회장의 리더십이 필요한 시기”라며 사면을 건의한 바 있다.

일반 대다수의 국민들도 이 부회장 사면을 원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여론조사에서 이 부회장의 사면에 대해 국민 10명 중 7명이 찬성하고 있는 것으로 집계됐다.

시사저널이 문 대통령의 기자회견 다음 날인 지난 11일 여론조사기관 시사리서치에 의뢰해 전국 만 19세 이상 성인 남녀 2000명을 대상으로 사면에 대한 여론조사를 실시한 결과, 응답자 76%가 이재용 부회장의 사면에 찬성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부회장 사면에 '반대한다'는 응답은 21.9%였으며, '잘모르겠다'고 답한 것은 2.1%에 그쳤다. 국민 여론이 이 부회장의 사면 쪽으로 기울고 있는 것이 그대로 드러난 것이다.

이는 최근 여론조사 결과 가운데 찬성비율이 가장 높아 주목된다. 문재인 대통령이 전날 10일 기자회견을 통해 사면 가능성을 열어둔 것이 큰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엠브레인퍼블릭·케이스탯리서치·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 등 4개 여론조사 전문회사가 만 18세 이상 1003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5월2주차 전국지표조사에서도 이재용 부회장 사면에 찬성한다는 응답이 64%로 집계됐다. 반대한다는 의견은 27%에 불과했다. 사면 찬성 비율이 반대와 비교해 2배 이상 높게 나타난 것이다.

국민 여론조사가 사면 찬성으로 급격히 기울면서 재계는 문재인 대통령이 언제쯤 이 부회장 사면을 결정할 지 관심을 보이고 있다. 특히 20일 삼성전자가 미국 정부의 반도체 공급 부족 회의에 초대받은 상황이라 사면이 한시라도 빨리 이뤄져야 한다는데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정부가 사면 대신 가석방이란 카드를 꺼내들 수 있다고도 관측한다. 법무부가 올 7월부터 가석방 심사기준을 완화해 적용한다는 방침을 밝히면서, 사면이 아닌 가석방에 더욱 힘이 실리는 분위기다.

앞서 박범계 법무부 장관은 지난 11일 가석방 심사기준을 현행보다 5% 정도 완화해 복역률 60~65%로 낮추는 방안을 결재했다. 법무부는 이 같은 심사기준 완화로 10% 정도가 추가 심사대상이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박 장관은 가석방 형기 심사기준을 60%로 낮춘 것에 대해 "이재용 부회장과 무관하다"면서도 "국민의 법 감정을 고려해야 한다는 가석방 심사 원칙에서 이 부회장도 예외가 될 수 없다. 가석방 심사시 60% 복역률을 갖추더라도 교도소장의 신청이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밖에도 종교, 지자체, 시민단체 등 각계 각층에서 이 부회장의 사면을 공식 건의하거나 읍소하는 상황이 지난 1월 이후로 계속되고 있는 형국이다.

특히 지자체장으로는 오규석 부산광역시 기장군수가 지난 2월과 4월 두 번에 걸쳐 이 부회장 사면을 요청하는 호소문을 문재인 대통령에 보냈다. 오 군수는 편지에서 "지금 대한민국은 코로나19와 방역 전쟁뿐 아니라 경제 전쟁을 치르고 있다"며 "무너지고 피폐해진 지역경제를 살리기 위해서는 삼성을 비롯한 국내 대기업들의 공격적인 지방투자가 절실하다. 이재용 부회장을 사면해 코로나와 경제 전쟁에 참전시켜 줄 것을 대통령에게 읍소한다"고 말했다.

이러한 사면론 러시가 각 집단의 이익과 연결돼 있으므로 본질을 생각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재계 관계자는 “사실 이 부회장의 사면을 요구하는 사람도, 그를 가두라는 사람도 번듯하게 포장된 각자의 정의 위에 자신들의 이익을 올려놓고 경쟁하고 있을 뿐”이라며 “그 속에 이 부회장은 없다. 수감된 이 부회장을 제외하면 정치권도 경제계도 법조계도 모두 현 상황에 큰 불만이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또 다른 재계 인사는 “이 부회장에게 기업가의 길은 받아들이고 극복해야 하는 아모르파티의 현장”이라고 말했다. 아모르파티는 자신의 삶에서 일어나는 고난과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좌절이나 허무주의에 빠지지 않고, 오히려 이를 극복하고 받아들이는 적극적인 삶의 태도를 말한다.

이어 “우리 사회가 이 부회장이 주어진 운명에 맞설 수 있도록 기회를 열어줘야 한다”며 “그의 사면이 정치적, 이익집단의 셈법의 도구로 사용되어져서는 안 되며 기업가로서의 본연의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사회적인 배려가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위키리크스한국=임준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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