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주창윤 교수 시집 '안드로메다로 가는 배민 라이더'
[신간] 주창윤 교수 시집 '안드로메다로 가는 배민 라이더'
  • 유 진 기자
  • 승인 2021.05.20 16:44
  • 수정 2021.05.20 07:0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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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시대 ‘빠름’과 ‘분노’의 세상 속에서 추구하는 ‘느림’과 ‘위로’의 미학
주창윤 교수 시집 [한국문헌]
주창윤 교수 시집 [한국문헌]

배민 라이더, 쿠팡맨, 펀치 머신, 사우나실 등을 통해 코로나 시대의 속도와 분노의 문제를 관찰자의 시점에서 세밀하게 그려낸 시집이 나왔다.

문화연구자인 주창윤 시인(서울여대 언론영상학부 교수)이 23년 동안의 침묵 끝에 세 번째 시집을 출간했다.

주 교수의 '안드로메다로 가는 배민 라이더'는 명징한 언어로 우리 사회 속도와 분노의 문제를 관찰자의 시점에서 세밀하게 그려냈다.

주창윤 시인은 코로나 시대 속도, 분노, 위로의 문제를 구체적인 언어로 다큐멘터리처럼 담아낸다.

제1부 <너무 늦었다 역으로 가는 쿠팡 트럭>에서는 배민 라이더, 쿠팡맨, 퀵서비스 맨이 보여주는 속도, 노동의 문제를 느림의 시선에서 그려냈다. 제2부 <펀치 머신 헐歇!>에서는 폭력과 분노의 세계를 견뎌야 하는 펀치 머신의 비애를, 제3부 <사우나 출애굽기>에서는 성(聖)과 속(俗)의 경계를 허무는 사우나실에서 구원과 위로의 문제를 담아냈다.

주창윤 시인은 이번 시집에서 ‘배민 라이더’, ‘쿠팡맨’, 퀵서비스 맨’ 등에 주목한다.

코로나19 이후 확대된 초연결 시대를 가장 잘 보여주는 것이 배달부의 삶이기 때문이다.

“이미 밤이 없는 행성을 지나/ 낮이 없는 행성으로 들어가는 중이었다.” (안드로메다로 가는 배민 라이더 중)

배민 라이더들은 낮과 밤 늦게까지 배달의 업무로 고생한다. 배민 라이더는 하루의 일과를 마치고 아내에게 집으로 돌아간다는 문자 메시지를 보낸다.

“아내에게 문자 메시지를 보냈다/ 나 지금 돌아가고 있다고/ 떠나는 길보다 돌아오는 길이 더 멀었다/ 나는 문자 메시지보다 빠르게/ 사랑하는 아내에게 달려가고 싶을 뿐이다/ 그렇게 질주해 온 일만 광년의 속도로.”

그러나 집으로 돌아가는 길은 너무 멀다. 결국 시인이 배달한 전언은 기계인간 테레사가 “내 별이 그랬던 것처럼 당신 별도 마지막 순간이 다가오는군요”’라는 디스토피아적 예언이다.

현대 사회의 가장 큰 병폐는 편리함에 있다.

과정과 절차가 생략되는 데에는 자본과 타인의 희생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정당한 가치교환 체계라 믿는 노동자와 수요자의 관계에서, 특히 배달 노동자들에게 강요되는 덕목은 바로 속도다.

수요자는 움직이지 않는다. 대신 ‘배민 라이더’나 ‘쿠팡맨’은 수요자의 속도마저 감당해야 한다.

「축지법을 쓰는 배민 라이더」의 탄생은 그래서 서글프다. 서글픈 속도의 세계로부터 시인은 「너무 늦었다 역으로 가는 쿠팡」에서 보듯, 느림의 미학을 추구한다. 

너무 늦었다 역을 향해서
쿠팡 트럭은
천천히
천천히
가고 있다.
('너무 늦었다 역으로 가는 쿠팡 트럭' 중)

주창윤 교수
주창윤 교수

저자 주창윤은 한양대 신문방송학과와 동 대학원 졸업하고, 영국 글래스고대 영화와 텔레비전 학과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1986년 계간 『세계의 문학』봄호로 등당하였고, 시집 『물 위를 걷는 자 물 밑을 걷는 자』(1989, 민음사), 『옷걸이에 걸린 羊』(1998, 문학과 지성사)을 냈다. 저서로는 『사랑의 인문학: 사랑, 그 끊임없는 발견을 위하여』,『역사드라마, 상상과 왜곡 사이』,『한국 현대문화의 형성』, 『허기사회』, 『대한민국 컬처코드』,『영상 이미지의 구조』, 『텔레비전 드라마: 장르, 미학, 해독』등이 있다. 현재 서울여대 언론영상학부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목차]

▶제1부 너무 늦었다 역으로 가는 쿠팡 트럭
퀵서비스 맨의 비상/ 명왕성의 항변/ 세상의 가장자리/안드로메다로 가는 배민 라이더/ 안드로메다에서 오는 배민 라이더/ 쿠팡맨의 과로사/ 추석을 배달하는 퀵서비스 맨/ 우루사 한 알/ 축지법을 쓰는 배민 라이더/ 노아에게 가는 퀵서비스 맨/ 점성술사/ 퀵으로 보낸 은행잎/ 사랑의 원형이론/ 너무 늦었다 역으로 가는 쿠팡 트럭/ 경봉대선사의 서문은 어디 갔나?/ 워즈워스 집에 가다/ 블록 거울 속의 비둘기

▶제2부 펀치 머신, 헐歇!
펀치 머신의 비애/ 여름 한낮의 펀치 머신/ 펀치 머신, 격투기 선수처럼/  펀치 머신, 헐歇!/ 노량 객잔의 펀치 머신/ 펀치 머신 복수극/ 포켓몬의 펀치 계수/ 펀치 머신 옆 철권/ 펀치 머신 부처/ 펀치 머신 꼽추 등 위로 내리는 눈/ 펀치 머신의 사랑

▶제3장 사우나 출애굽기
광야와 설산 사이의 사우나실/ 사우나 출애굽기/ 사우나 성지순례/ 사우나실 광어/ 소금방 새우/ 사우나실 담금질/ 사우나실 신생/ 사우나실 참선/ 사우나실로 가는 달마/ 열탕의 의미심장/ 냉탕의 입관/ 온탕의 유령진동증후군/ 습식 사우나실 올빼미들/ 사우나 사寺/ 사우나실 나비노인/ 사우나실 모래시계/ 쑥 사우나 동굴/ 사우나실에서 받는 면죄부/ 불가마 찜질방/ 그리운 은하수 목욕탕/ 사우나실 화장火葬

[책 속으로]
▬ 빨강 신호등에 걸려 멈춰 서 있는데
   어느새 날아왔는지 한 떼의 회색 비둘기
   퀵서비스 오토바이들이
   구구구구 울부짖는다. |13p_「퀵서비스 맨의 비상」 중에서

▬ 태양도 깨어나서 보지 않으면
   죽은 별이다. |14p_「명왕성의 항변」중에서

▬ 천공의 성 라퓨타 계단 아래서 마구 떨어지는 운석들이
   우주 아래에 하얗게 쌓인다
   기계인간 테레사가
   “내 별이 그랬던 것처럼 당신 별도 마지막 순간이 다가오는 군요”라고 말할 때,

   나는 이미 밤이 없는 행성을 지나
   낮이 없는 행성으로 들어가는 중이었다.|19p_「안드로메다로 가는 배민 라이더」중에서

▬ 7과 1/2층은 어디에 있나요?

   엘리베이터 7층과 8층 사이
   쿠팡맨이 쓰러졌다.
   과로사였다.
   결국 자기를
   천국으로 배달한 새벽|22p_「쿠팡맨의 과로사」중에서

▬ 쿠팡은 로켓처럼! 트럭 문구와 달리
   쿠팡맨이
   천천히 상계역을 거쳐
   4호선 종착역인 당고개역을 지나
   고전역으로 가서
   박지원에게 『열하일기』를 건내주고|32p_「너무 늦었다 역으로 가는 쿠팡 트럭」중에서

▬ 전자오락실 출입문
   갑옷도 투구도 없이
   전경戰警처럼 지키고 서 있는 펀치 머신
   “나 한번 쳐 볼래” 청한다.

   “그러마” 오른손 주먹으로 한 방 날리면
   뒤통수가 아프게 맥없이 쓰러졌다가
   기기기긱 ______
   일어선다.
   한 번 더 세게 때려달라고.|43p_「펀치 머신의 비애」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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