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大法 '환경부 블랙리스트' 무죄 가이드라인 "대법원장도 靑과 사전조율하는데..."
[단독] 大法 '환경부 블랙리스트' 무죄 가이드라인 "대법원장도 靑과 사전조율하는데..."
  • 윤여진 기자
  • 승인 2021.07.13 15:29
  • 수정 2021.07.13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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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정처, 지난해 대법판결 해설.. 형사는 단 2건
인사위에 '승진 의결' 유도한 군수 '대법 무죄'
'1심 유죄' 환경부 블랙리스트 사건과 유사해

대법원 재판연구관이 문재인 정부 첫 권력형 비리 사건으로 재판에 넘겨져 1심이 유죄 선고한 환경부 블랙리스트 사건을 상급심이 무죄 파기할 수 있는 '가이드라인' 성격의 대법원 판례해설을 내놨다. 환경부 블랙리스트 사건은 청와대 내정 인사를 산하 공공기관 임원에 꽂은 장관에게 검찰이 직권남용죄를 적용한 사건이다. 그런데 재판연구관은 이 사건과 성격이 유사한 기장군수 사건을 검토하며 대법원장 역시 대법관 제청 때 청와대와 사전 조율을 거친다는 이유 등으로 인사위원회에 특정 인사를 '승진 의결' 유도한 지자체장 행위는 직권남용이 아니라고 결론 냈다. 환경부 블랙리스트 사건 공소사실은 장관이 임원추천위원회에 압력을 행사한 것으로 최종 무죄가 확정된 기장군수 사건과 사실상 범죄구조가 같다. 

[출처=법원행정처]
[출처=법원행정처]

대법원 법원행정처 산하 법원도서관은 지난달 18일 '제126호 2020년 하' 대법원판례해설(사진)을 발간했다. 이 책 일러두기에 따르면 대법원판례해설은 "2020년 하반기의 대법원 판례 중 특히 중요하다고 생각되는 것"에 해당 사건을 직접 조사한 대법원 재판연구관이 재판 요지와 개인 의견을 덧붙인 해설논문 모음집이다. 형사 사건에선 단 2건만 분석 대상이 올랐다. 대법원판례해설에 올라온 재판연구관의 평석은 이렇게 극소수인 만큼 개인 의견이라 해도 같은 죄명으로 기소돼 하급심에서 계속 재판 중인 사건에 영향을 주는 게 일반적이다. 

이번에 평석이 붙은 대법원 형사 판결은 직권남용죄 사건과 미공개정보 이용 사건이다. 직권남용죄 사건은 '공무원 승진임용에 관한 임용권자의 재량과 직권남용죄의 관계'라는 제목의 31쪽 분량이었다. 저자는 지난 2월 22일 자 춘천지법 원주지원 부장판사로 승진한 이상덕 전 대법원 재판연구관이다. 2016년 2월 재판연구관으로 임명된 이 부장판사는 김명수 대법관 취임 이후에도 계속 근무해 3년 5개월가량을 서울 서초동 대법원 청사에서 보냈다. 그는 대법원 2부에서 김상환 대법관이 주심을 맡은 오규석 기장군수 사건 기록을 직접 검토하고 적용 법리를 연구한 인물이다. 지난해 12월 10일 대법원 2부(대법관 안철상 박상옥 노정희 김상환)는 오 군수에게 직권남용죄를 선고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부산지법으로 돌려보냈다.  

이 부장판사는 판례해설 서두에서 "인사위원회의 사전심의·의결의 법적 성격을 어떻게 파악하느냐에 따라, 인사위원회의 사전심의·의결에 실질적으로 개입·관여한 피고인들의 행위를 직권남용죄, 즉 지방자치단체장의 인사재량권 또는 일반적인 지휘·감독권을 남용하여 인사위원회 위원들에게 의무 없는 일을 하게 한 경우로 포섭할 수 있는지 여부에 관한 판단이 달라질 수 있다"고 전제했다. 인사위가 의결기구가 아닌 심의기구라면 지자체장의 인사 재량은 최대한 보장돼야 한단 취지다. 이 부장판사는 "임용권자는 특별한 사정이 있으면 인사위원회의 사전심의 결과를 따르지 않을 수도 있으며, 특별한 사정의 존부(存否·존재함과 존재하지 않음)는 임용권자가 판단할 사항"이라고 판단했다. 지방공무원임용령 제38조 1항 '임용권자는 인사위 사전심의 결과를 따라야 한다'고 정하면서도 '특별한 사유가 없으면'이라는 예외를 마련해둔 탓이다. 결국 이 부장판사는 해당 규정을 "원칙을 선언하는 규정"으로 정의했다. 2013년 5월 6월 해당 규정이 신설됐을 때 '구속하는 힘'이란 뜻인 "기속력"이란 제목이 붙었음에도 이 부장판사는 "기속행위가 되었다고 볼 수 없다"고 달리 판단했다. 

문제는 이같은 결론을 내리는데 이 부장판사가 '대법원의 현실'을 언급했다는 점이다. 이 부장판사는 오 군수가 인사위원회에 승진대상자를 제시한 행위를 "정치적인 책임을 회피하려는 조치"로 이해했다. 인사위가 승진대상자로 꼽지 않은 인사를 군수가 임용하는 불일치를 사전에 방지하기 위해서 현실적으로 일어날 수 있는 행위라는 시각이다. 이 부장판사는 "법적으로 실질적인 결정권한이 (군수에게) 있는 이상 사전 조율을 통해 정치적인 책임을 회피하려고 시도했다고 해서 그것만으로 해당 결정이 위법한 처분이 된다고 평가하기는 어렵다"고 적었다.

이 부장판사는 그러며서 "지방자치단체장의 이러한 인사행정실무를 대법관 임명 절차와 비교를 해보는 것이 의미가 있다"고 했다. 이 부장판사는 "대법원장이 대법관 제청을 하기 전에 대통령(청와대 비서실)과 사전 조율을 하는 것이 관례라고 알려져 있다", "대법원후보추천위원회에서 당연직 위원인 법원행정처장이 '대법원장의 의중은 누구'라고 발언함으로써 추천위원회가 해당 인물을 추천하는 의결을 하도록 유도하였다고 알려져 있다"며 인사위에 심의에 개입하는 지자체장을 대법관 후보 추천과 제청에 개입하는 대법원장과 대통령을 비교했다. 대법관후보추천위는 대법원장 의중에 맞는 사람을, 대법원장은 청와대 의중에 맞는 사람을 각각 추천하고 제청하는 현실을 수사기관이 직권남용죄로 처벌하지는 않는다는 얘기다. 

이 부장판사는 대법원장을 처벌할 수 없으면 지자체장도 처벌할 수 없다는 논리를 폈다. 그는 "인사위원회가 그들을 승진대상자로 의결하도록 유도한 행위가 법적으로 위법한 행위에 해당한다고 본다면, 종래 대법원장이 대법관 제청 과정에서 행한 사전 조율 행위도 위법하고 그에 따른 대법관 제청이나 임명도 위법하다고 보는 것만이 일관성이 있다"고 강조했다. 사실관계 출처는 2015년 8월 10일 자 <경향신문> 보도였다. 기사 속 "(양승태 당시) 대법원장의 의중"을 대법관후보추천위에서 말했다는 사람은 박병대 당시 법원행정처장이다. 양 전 대법원장과 박 전 처장 모두 사법행정권 남용 혐의(직권남용)로 기소된 인물들인데 이들의 행위를 근거 삼아 직권남용죄 기준을 정립한 셈이다. 

환경부 블랙리스트 사건 피고인인 김 전 장관에게 유죄를 선고한 법원 1심 판결은 지난 2월에 나왔다. 그보다 두 달 앞서 쟁점과 구도가 유사한 오 군수를 무죄로 판단한 대법원 판결이 틀렸다고 하급심이 판단한 모양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1부(부장판사 김선희 임정엽 권성수)는 임원추천위 위원인 환경부 실·국장에게 청와대 내정 인사를 '현장 지원' 하라는 김 전 장관의 지시를 직권남용이라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공공기관 임원 임명의 객관성·공정성을 확보하기 위하여 설치된 임추위의 기능을 형해화하는 것으로 위법"이라고 못 박았다. 오 군수 사건에서도 하급심은 인사심의기구의 독립성을 중시 판단했다. 특히 1심은 '임용권자가 인사위원회를 장악해 인사위에 실질적인 심의를 하지 못한 상태에서 특정 후보자를 추천하는 것 자체가 위법하다'며 오 군수에게 벌금 1000만원을 선고한 바 있다.

[위키리크스한국=윤여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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