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IKI 프리즘] 코로나19가 대규모 시위사태 '트리거'... BBC가 분석한 쿠바 시위 사태의 원인
[WIKI 프리즘] 코로나19가 대규모 시위사태 '트리거'... BBC가 분석한 쿠바 시위 사태의 원인
  • 최석진 기자
  • 기사승인 2021-07-14 07:06:40
  • 최종수정 2021.07.14 06:2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11일 쿠바 수도 아바나에서 열린 대규모 반정부 시위 [AFP=연합뉴스 자료사진]
11일 쿠바 수도 아바나에서 열린 대규모 반정부 시위 [AFP=연합뉴스 자료사진]

BBC는 13일(현지 시각) 쿠바에서 몇 십 년 만에 처음으로 공산 정권을 반대하는 대규모 시위가 발생해 혼란이 야기되고 있다고 전하면서, 이 시위 사태의 원인을 분석하는 기사를 내보냈다. 다음은 이 기사의 전문이다.

지난 일요일 쿠바의 각 지역에서 수천 명이 거리로 나와 ‘자유’와 ‘독재 타도’를 외치며 시위를 벌였다. 이 같은 시위들은 그동안 카리브 해의 섬나라 쿠바에서는 좀처럼 보기 힘든 모습이었다. 쿠바에서는 정부에 반대하는 야권의 목소리가 거의 사장되다시피 했기 때문이다.

“우리는 두렵지 않습니다. 우리는 변화를 바랍니다. 독재는 이제 지긋지긋합니다.”

샌안토니오의 시위 참가자 중 한 사람은 BBC에 이렇게 말했다.

그렇다면 이번 시위 사태의 핵심 요인들은 무엇일까?

코로나바이러스 위기

지난 일요일에 벌어진 시위들은 첨예한 경제 위기와 보건 위기에서 비롯된 사회적 피로감의 결과처럼 보인다. 코로나19가 촉매제(trigger)가 됐다는 분석이다. 정부가 부과한 팬데믹 조치들과 경제 활동 제한 조치들은 쿠바 국민들의 삶을 점점 피폐하게 만들었다.

2020년에는 코로나19를 비교적 잘 통제했던 섬나라 쿠바는 최근 몇 주 사이 코로나 확진가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지난 일요일 당국이 발표한 공식적인 확진자 숫자는 6750명이고, 사망자는 31명이었다. 그러나 많은 반정부 단체들은 실제 숫자는 이보다 훨씬 더 많을 것이라고 말한다.

지난주 쿠바는 일일 확진자와 사망자 숫자의 기록을 깨면서 의료기관들을 붕괴 상태로까지 내몰았다.

BBC는 자신의 친지들이 필요한 의료 조치를 받지 못한 채 집에서 죽어나갈 수 밖에 없었다고 주장하는, 쿠바인 몇 사람들과 대화를 나눴다.

리스베일리스 에치니크의 경우가 그랬다. 그는 35세 된 자신의 형이 병실이 나지 않아 집에서 숨졌다고 말했다. 그리고 레니에르 미구엘 페레즈는 임신 중이던 아내가 의료 서비스를 받을 수 없어서 사망했다고 주장했다.

최근 며칠 사이 쿠바의 소셜미디어들은 ‘#SOSCuba’라는 해시태그를 날리며 국제사회가 심각한 상황에 내몰린 쿠바에 인도적인 개입을 해줄 것을 요청하고 있다.

수천 명의 쿠바인들이 이 해시태그 운동에 동참하고 있으며, 한계 상태에 이른 병원들의 모습을 담은 몇몇 동영상들도 퍼지고 있다.

미겔 디아스카넬 쿠바 대통령은 일요일 성명을 발표하고, 현재 쿠바의 코로나바이러스 상황은 다른 나라에 비하면 나쁜 편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나아가 쿠바가 코로나19를 물리칠 백신을 자체로 생산하고 있다고도 강조했다. 그러나 이 백신의 접종은 극히 일부 지역에서만 시행되고 있다.

쿠바 수도 아바나에서 11일(현지시간) 반정부 시위에 참여했던 한 시민이 경찰에 체포되고 있다. 이날 수천 명에 이르는 쿠바 시민들은 쿠바 곳곳에서 반정부 시위를 벌였다. [AFP연합뉴스]
쿠바 수도 아바나에서 11일(현지시간) 반정부 시위에 참여했던 한 시민이 경찰에 체포되고 있다. 이날 수천 명에 이르는 쿠바 시민들은 쿠바 곳곳에서 반정부 시위를 벌였다. [AFP연합뉴스]

경제 불안

쿠바 경제의 견인차 역할을 하는 관광산업이 실제적으로 마비된 상태에서 코로나19 팬데믹은 쿠바인들의 경제와 삶에 심각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여기에다 증가하는 인플레이션 압력과 정전 사태, 그리고 식료품, 의료약품, 생필품 부족이 겹쳐 사태는 더욱 악화하고 있다.

금년 초 쿠바 정부는 새로운 경제 개혁 조치들을 발표했지만, 그 결과는 임금인상과 물가상승으로 돌아왔다.

콜롬비아 칼리에 있는 하베리아나 카톨릭대학의 파벨 비달과 같은 경제학자들은 다가오는 몇 달 사이 쿠바의 물가가 500%에서 900%까지 오를 수 있다고 예측한다.

한편, 쿠바 정부는 작년부터 쿠바 국민들이 외국돈으로 식료품과 기본 생필품들을 살 수 있는 상점들을 열었지만, 이러한 상점들의 숫자는 국민들의 필요에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다.

게다가 급여 등을 쿠바의 공식 화폐인 페소로 지급받는 대부분의 국민들은 이러한 상점들에 접근할 수 없어 화가 잔뜩 난 상태에 있다.

연료와 비누, 치킨 등을 사기 위해 긴 줄을 이루고 있는 사람들을 목격하는 일은 팬데믹 이후의 쿠바에서 흔한 현상이다.

약국과 병원들에서는 기초 의약품들초자 구하기 어려우며, 많은 지역에서는 밀가루 부족 현상 때문에 호박으로 만든 빵이 팔리기 시작했다.

지난주 BBC의 인터뷰에 응한 쿠바인들은 일부 의료 기관들에서는, 옴(피부병)과 다른 전염병들이 번지고 있는 상황에서도, 아스피린조차 구할 수 없다고 말했다.

지난달 쿠바 정부는 금융기관들이 일시적으로 달러 예금을 받지 못하도록 하는 조치를 내렸다. 달러는 해외에서 쿠바로 들어오는 유일한 외환송금 수단이다.

이 같은 조치는 사망한 피델 카스트로 정부 이후 미국 통화에 부과된 가장 가혹한 제재조치라고 일부 경제학자들은 말한다.

이와 관련해 쿠바 정부는, 이 조치는 자신들이 해외에서 미국 달러를 사용하지 못하도록 하는 미국의 경제 제재에 따른 결과라고 말했다.

미겔 디아스카넬 쿠바 대통령은 일요일 행한 TV 연설에서 미국의 제재가 “우리 국민들의 건강과 발전을 저해하는 핵심 요인”이라고 말했다.

인터넷 접근의 확대

일요일의 시위 사태를 제외하면, 카스트로의 공산정권이 탄생한 이래 쿠바에서 발생한 가장 큰 시위는 1994년 8월 아바나의 말레콘 항에서 벌어진 데모가 유일했다.

당시 상당수 쿠바 국민들은 수도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몰랐다.

하지만 30년이 지난 지금은 상황이 다르다.

지난 라울 카스트로 대통령 당시 쿠바 정부는 개혁조치를 단행해서 인터넷을 보다 활발하게 사용하도록 했다.

그 이후 쿠바 사람들은 소셜네트워크를 활용해 정부에 대한 불만을 표출하고 있다.

오늘날은 주로 젊은 층 위주의 많은 사람들이 페이스북이나 트위터, 인스타그램 등을 접속하면서 독립언론들로부터 정보를 습득하고 있다.

이러한 소셜네트워크들은 예술가, 언론인, 그리고 지식인들이 자신의 권리를 주장하거나 시위를 선동하는 플랫폼 역할을 하고 있다.

사실, 일요일의 시위도 일부는 소셜미디어를 통해 조직되고 소식이 전파된 성격이 강하다.

이에 대해 쿠바 정부는 이러한 소셜네트워크들이 ‘혁명의 적’들이 CIA 매뉴얼에 따라 ‘불만을 전략적으로 선동하는’ 창구 역할을 하고 있다고 말한다.

이번 시위들이 일부 예견된 사태이기는 하지만, 현 상황을 감안하면 앞으로 일어날 일을 점치기는 쉽지 않다.

쿠바가 전례 없는 위기에 봉착함에 따라 전 세계의 이목은 쿠바 정부와 쿠바 국민들의 다음 행동에 쏠려있다.

dtpchoi@wikileaks-kr.or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