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 카카오는 왜 멜론을 합병할까
[이슈분석] 카카오는 왜 멜론을 합병할까
  • 최종원 기자
  • 승인 2021.07.23 13:29
  • 수정 2021.07.23 16:5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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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텔레콤·카카오의 '아픈 손가락' 멜론
김범수 카카오 의장 '신의 한수' 평가받던 멜론 인수
음원 사재기·저작권료 편취 의혹으로 몸살
이통사 음원 서비스와 유튜브 뮤직 성장세에 침체
카카오엔터테인먼트와 합병 통한 시너지 모색
음악 스트리밍 서비스 '멜론(Melon)'의 모바일 앱 차트 화면.
음악 스트리밍 서비스 '멜론(Melon)'의 모바일 앱 차트 화면.

음원 스트리밍 서비스 시장에서 점유율 1위를 굳건히 지켜 온 '멜론'의 하락세가 최근 심상치 않다.

온라인 음원 시장에서 멜론의 위치는 아직까지도 독보적이지만, 지니뮤직·플로와 같은 국내 이동통신사 플랫폼들의 추격과 유튜브 등의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 업체가 동영상-음원 결합 상품을 내놓는 등 후발 주자들이 조금씩 시장 점유율을 높여가고 있기 때문이다. 

모회사 카카오는 지난 1일 자회사로 독립시킨 음원 서비스 멜론을 카카오엔터테인먼트에 합병하기로 결정했다. 카카오엔터 측은 “엔터테인먼트 산업에서 글로벌 경쟁력과 주도권을 확보하기 위해 합병을 결정했다”라고 설명했다. 한때 김범수 카카오 의장의 '신의 한수'로 평가받던 멜론이 합병을 통해 다시 기사회생할지 관심이 집중된다.

2004년 11월, SK텔레콤(SKT)의 사내 서비스로 시작된 멜론은 2009년 1월부터 SKT 자회사인 로엔엔터테인먼트가 운영권을 넘겨 받아 서비스를 이어나갔다.

모바일 시대 도래로 장밋빛 전망이 나오던 멜론은 2013년 홍콩계 사모펀드인 스타인베스트홀딩스에 피인수된다. 당시 공정거래법에 의한 지주회사 규제에 따라 SK그룹이 울며 겨자먹기 식으로 로엔 지분 일부(63.5%)를 2659억원에 매각한 것이다. 멜론은 사모펀드 피인수 이후 아지톡·티켓 사업과 굿즈 사업을 병행하며 몸값을 키워나갔다. 

그러던 중 모바일 음원시장의 성장을 눈여겨본 카카오는 2016년 1월 로엔 지분을 76.4%를 무려 1조8700억원에 인수한다. SKT는 '아픈 손가락' 멜론을 어쩔 수 없이 매각하고 자회사 11번가 등 전자상거래를 키우는 데 집중하고 있었다. 그런 멜론을 카카오가 약 6배 이상의 가격으로 되샀으니 SKT 입장에선 땅을 치고 후회할 수 밖에 없는 셈이다. 

인수 과정에서 카카오는 SKT 측 로엔 지분을 흡수하게 됐는데 SKT가 카카오 지분을 대신 받아가면서 인연이 시작된다. 두 회사는 모바일 시장에서 O2O(온·오프연계), 커머스, 콘텐츠 등의 분야에서 경쟁하다가 2019년 10월 3000억원 규모의 지분을 교환하고 전략적 파트너십을 체결한다. SK측이 로엔 매각 대가로 카카오 지분을 받았을 때의 주가가 2만3000원대였는데 제휴 당시 카카오 주가가 14만9500원에 형성됐으니 어제의 적이 동지가 된 격이다. 

높은 인수가 영향으로 카카오에 대한 시장 우려가 컸지만, 장밋빛 전망은 여전했다. 2015년 카카오M의 연간매출은 3576억원에 유료 회원 수 360만이었지만, 멜론을 얻은 뒤 2017년 연간 매출은 5804억원에 유료 회원 수 465만으로 뛰었다. 멜론은 인수합병을 주도한 김범수 의장의 '신의 한 수'로 평가받게 됐다. 그러다가 카카오톡과의 시너지 강화를 위해 2018년 9월 로엔을 자회사 카카오M에 합병시켰다.

[출처=카카오엔터테인먼트]
[출처=카카오엔터테인먼트]

이처럼 승승장구가 예상되던 멜론은 2019년 음원 사재기 논란 이후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2019년 11월 블락비 멤버 박경이 사재기 의혹을 받는 가수들을 공개 저격하면서 논란은 커졌고 멜론의 경우 업계 1위 만큼 가장 큰 타격을 받았다. 멜론은 과거 로엔이 운영하던 시절 182억원 상당의 저작권료 편취 의혹으로 13개 음원유통사들과의 소송도 진행하는 진퇴양난 상황에 놓였다.

멜론은 이같은 음원 사재기·저작권료 편취 의혹으로 현재까지도 몸살을 앓고 있다. 모바일 빅데이터 전문기업 '아이지에이웍스'의 자료에 따르면 국내 온라인 음원 시장(안드로이드 기준)에서 멜론의 이용자 수는 2019년 초 743만명이었지만, 동년 12월 이용자 수는 61만명이 하락한 682만명 수준을 기록했다.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지난 2월 멜론의 이용자 수는 510만명까지 떨어졌다. 점유율은 2019년 1월 38%에서 지난 5월 29.8%로. 2년4개월 만에 8.2%포인트 하락했다.

후발 주자들의 추격은 거셌다. 같은 기간 KT의 자회사이자 음원 스트리밍 서비스 '지니(Genie)뮤직'의 점유율은 3.9%에서 17.6%로, SKT의 플로(FLO)는 6.4%에서 11%로 늘었다. 유튜브뮤직 무려 점유율 1.7%에서 12.6%로 성장했다.

KT는 지니뮤직에서 자사의 인공지능(AI) 기술을 활용해 '인기차트 추천'이나 '최근 감상곡 듣기' 등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이용자들은 음성인식으로 특정 단어를 인지하는 'AI 음악태그 기능'을 설정하면 '휴식, 드라이브, 피곤할 때 좋은 음악' 등 상황에 어울리는 음악을 추천받을 수 있다.

과거 멜론을 탄생시켰던 SKT는 약 3000만명 수준의 이동전화 가입자를 보유하고 있는 이통사인만큼 차후 경쟁에서 유리한 고지를 선점하고 있다. SKT는 AI 기술을 활용한 음악 추천 서비스 외에도 자사 OTT '웨이브(Wavve)'와의 결합 할인을 통해 시장을 공략 중이다.

유튜브는 월 1만450원에 OTT '유튜브 프리미엄'과 '유튜브 뮤직'을 동시에 제공하는 결합 상품을 통해 이용자들을 끌어모으고 있다.

위기 상황을 인식하듯 카카오엔터는 지난 15일 이사회를 열고 멜론의 운영사 멜론컴퍼니를 합병하기로 결정했다. 이달 30일 주주총회서 최종승인을 거친 뒤, 9월 1일 합병을 완료한다는 계획이다. 멜론은 카카오엔터 내 사내독립법인(CIC) 형식으로 흡수된다. 카카오M을 이끌었던 이제욱 대표가 멜론 부문을 총괄하는 방식이다. 멜론컴퍼니를 예정대로 합병하면 판이하게 운영되던 카카오뮤직 서비스와 멜론이 통합될 여지도 있다.   

카카오엔터는 이번 멜론 흡수로 웹툰·웹소설, 음악, 드라마, 영화, 공연 같은 콘텐츠 전 분야를 아우르는 글로벌 엔터기업으로 발돋움한다는 계획이다. 카카오는 지난해 3월 주주총회에서 멜론 사업부문 물적분할에 대해 “급성장하는 유튜브 뮤직에 맞서 음원 1위 자리를 공고히 하기 위해서”라며 취지를 밝힌 바 있다. 

[위키리크스한국=최종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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