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출처=연합뉴스]
북한이 남측의 함정 간 국제상선공통망(핫라인) 호출에 응답했다. 지난달 27일 서해지구 군 통신선이 복원된 후 7일만이다. 여기에 북한은 이달 중순으로 예정된 '한미연합 군사훈련 중단'을 요구하고 있다. 국가정보원은 연락선 복원 조치에 대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요청한 것"이라고 밝혔는데 경제난 등 그 배경이 주목된다.
부승찬 국방부 대변인은 3일 정례브리핑에서 "동·서해 지구 통신선은 정상적으로 가동 중이고, 서해지구 국제상선공통망도 오늘 오전 북측의 응답이 있었다"고 밝혔다. 그간 북측은 동·서해지구 통신선과 달리 국제상선공통망에 대해선 남측에서 오전과 오후 정기적인 시간에 30여 분간 호출해도 응답하지 않았다.
동·서해지구 군 통신선을 비롯해 함정 간 핫라인까지 정상 가동되면서 남북 군사 소통 채널은 완전히 복원됐다.
국정원은 이날 국회 정보위 전체회의에서 "남북이 통신연락선을 통해 매일 두 차례 정기적으로 통화하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고 민주당 김병기, 국민의힘 하태경 간사가 전했다.
국정원은 북한이 통신연락선 복원에 호응한 배경에 대해 "지난 4월부터 남북 정상 간 두 차례 친서 교환을 통해 남북 간 신뢰 회복과 관계 개선의 의지를 표명했다"며 "판문점 선언 이행을 탐색하기 위한 목적도 있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앞서 김정은 위원장의 여동생 김여정 당 중앙위원회 부부장은 지난 1일 남북 통신선 복원을 "중요한 반전"이라고 지칭하며 "지금 같은 시기에 (한미) 군사연습은 북남관계의 앞길을 더 흐리게 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김 부부장은 "희망이냐 절망이냐. 선택은 우리가 하지 않는다"며 한미훈련 실시 여부에 따른 향후 남북관계에 대한 책임을 우리 측에 떠넘기기도 했다.
북한의 요구대로 올 후반기 한미훈련이 취소된다면 북한은 일단 그 자체로서 남북, 나아가 북미 대화를 할 수 있는 '명분'을 갖게 된다.
박지원 국정원장. [출처=연합뉴스]
국정원은 이에 대해 "한미가 연합훈련을 중단할 경우 남북관계 상응 조치 의향을 드러낸 것으로 분석한다"고 밝혔다.
박지원 원장은 "한미연합훈련의 중요성을 이해하지만 대화와 모멘텀을 이어가고 북한 비핵화의 큰 그림을 위해선 한미연합훈련에 유연하게 대응하는 것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는 견해도 밝혔다.
북한의 이같은 결정의 이면에는 코로나19 상황으로 상당한 경제적 어려움이 있었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김정은 위원장은 지난 6월 갑작스럽게 정치국 확대회의를 소집해 간부들을 질책하고 교체한 것은 자신이 추진중인 자력갱생 방식의 경제개선 노력이 성과를 내지 못하고 경제난이 심해지고 있는데 불만을 가졌음을 시사한다.
김정은 총비서는 올들어 1월 8차 당대회에서 5개년 경제개발전략을 확정하고 2월 당중앙위원회 전원회의에서 올해 경제계획을 확정했으며 이달에도 전원회의를 개최해 경제문제를 챙기는 등 경제 발전에 온 힘을 집중하고 있다.
그러나 이달 전원회의에서 김총비서가 직접 이례적으로 식량난이 있음을 인정했고 2월 전원회의에서는 1월 당대회 직후 임명한 김두일 경제비서를 한달 만에 교체하는 등 경제 개발노력이 계획에 따라 만족스럽게 진행되고 있지 못하고 있음을 밝혀왔다.
국정원은 김정은 위원장의 건강 상태와 관련, "가벼운 걸음걸이와 깊숙하게 허리를 숙여 인사하는 장면들을 볼 때 건강 이상 징후는 없는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고 밝혔다.
김 위원장이 공개석상에서 뒤통수에 파스를 붙이고 있어 건강 이상설이 제기된 것에 대해서도 "패치는 며칠 만에 제거했고 흉터는 없었다"고 설명했다.
최근 한미연합훈련 관련 담화를 발표한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에 대해선 "외교·안보에 대한 총괄적 위상을 과시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위키리크스한국=최종원 기자]
sus@wikileaks-kr.org
저작권자 © 위키리크스한국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