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공시 거래액 급증효과로 상장에도 이득
11번가를 통한 아마존의 국내 상륙이 코 앞으로 다가오면서 국내 이커머스 시장 술렁이고 있다.
26일 업계에 따르면 11번가는 이달 31일 '아마존 글로벌 스토어'를 오픈하고 본격적인 영업에 나설 계획이다. 국내 일부 온라인몰에서도 아마존 상품들을 취급하고 있지만 미국본사와 직접 제휴를 통해 들어온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11번가는 미국 아마존(Amazon US)이 직접 매입한 상품 중 국내 반입에 문제가 없고 배송 가능한 것을 판매할 예정이다. 화기, 탄약 등 위험물이나 욱일기와 같이 정치적·종교적 문제가 발생할 수 있는 상품을 제외하면 아마존에서 판매하는 수천만 종에 달하는 모든 상품을 구매할 수 있다는 의미다. 구매 후 평균 6~10일 이내 배송을 목표로 하고 있다. 관세법에 따라 구매금액이 200달러(약 23만원·기능성 화장품 등 일부 품목은 150달러) 이하일 경우 관세·부가세 없이 구매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아마존의 기존 가격 경쟁력도 그대로 유지될 방침이다. 11번가에서는 '아마존의 핫딜, 오늘의 딜' 등 아마존 본사와 똑같은 내용으로 행사를 진행한다. 여기에 11번가의 단독 딜 행사도 중복적용 가능하다는 것이 회사측 설명이다.
배송비마저도 11번가에서 부담한다. 모회사인 SK텔레콤를 통해 구독서비스 '우주패스 미니(월 최소 4900원)'를 내놨기 때문이다. '우주패스'에 가입하지 않았더라도 합계 2만8000원 이상 구매시 동일한 혜택을 제공받을 수 있도록 해놨다. 여러모로 11번가에서 손해를 감수하고 있는 셈이다.
유통업계는 11번가 측이 손해를 감수하면서 아마존 스토어를 론칭한 배경을 기업공개(IPO)라고 바라봤다. 해외직구가 이커머스 시장에 미치는 부분은 미미하지만, 차별화로 선택한 경우 강점으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2018년 2조9717억원이었던 온라인 해외직구 시장 규모는 지난해 4조원까지 커졌다. 올해 상반기에는 2조5336억원을 기록하며 연간 5조원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이는 전체 이커머스 시장의 2% 안팎에 불과한 수치다.
11번가는 2020년 기준 거래액 10조원을 기록했다. 4조원 규모 국내 해외직구 시장을 모두 접수한다해도 26조원 네이버와 21조원 쿠팡, 20조원 이베이코리아와 대결하기에 역부족이다.
하지만 11번가의 기업가치를 올리기에는 충분하다. 뿐만 아니라 신사업 진출 시 영업적자에 대해서도 타당성을 부여할 수 있다.
업계에 따르면 11번가는 2018년 SK플래닛 분사 당시 나일홀딩스(H&Q코리아·국민연금·새마을금고)에 5000억원의 투자받으면서 5년 내 상장할 것을 약정한 바 있다. 약정에 따라 상장수순을 밟아야 하지만 부진한 실적에 발목 잡힌 상태다.
11번가는 연간 기준 2019년을 제외하면 적자를 상태를 유지해왔다. 뿐만 아니라 최근들어 적자 폭이 확대되며 부진한 실적을 기록했다. 실제 11번가는 지난해 4분기 14억원, 올해 1분기 40억원, 2분기 140억원의 적자를 냈다. 이 상태로 상장을 준비할 경우 공모청약 흥행은 거녕 거래소 심사를 통과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아마존과 협업과의 협업은 11번가 입장에서도 상장 전 몸값 불리기에 좋은 소재다"면서 "스토어가 흥행 시 거래액도 늘어나 시장점유율 상승효과도 볼수 있다"고 설명했다.
업계의 시각과 달리 11번가 측은 이번 협업이 단순 '몸값 올리기' 아니란 입장이다. 11번가 관계자는 "성장성과 수익성의 밸런스를 조정하면서 사업을 진행하기 때문에 항후 신사업으로 인한 적자가 커질 것이란 의견은 오해"라며 "직매입이 아닌 스토어 형태로 아마존을 들어온 이유도 밸런스를 맞추기 위해서다"고 답했다.
[위키리크스한국=장은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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