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IKI 인사이드] 아바타로 변신, ‘버닝 맨’ 메타버스 둘러보니...
[WIKI 인사이드] 아바타로 변신, ‘버닝 맨’ 메타버스 둘러보니...
  • 유 진 기자
  • 기사승인 2021-09-21 07:17:34
  • 최종수정 2021.09.21 18:2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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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이스북 '오큘러스 퀘스트2' [페이스북코리아 제공]
페이스북 '오큘러스 퀘스트2' [페이스북코리아 제공]

저명한 기타리스트이자 교사인 한나 머피는 메타버스 상에서 개최된 ‘버닝 맨(Burning Man)’ 페스티벌에 참석한 후기를 <파이낸셜타임스>에 기고했다.

‘버닝 맨’은 예술가들과 테크놀로지 전문가들, 일반 참가자들이 해마다 네바다 사막에 모여, 자유분방한 분위기에서 즐기는 페스티벌이었지만, 코로나 팬데믹으로 인해 작년 행사는 취소되었으며, 올 행사는 메타버스 등의 가상현실을 빌어서 온라인으로 개최되었다. 다음은 한나 머피의 참석 후기이다.

모든 것이 전광석화 같이 움직인다. 말 그대로 호버보드(hoverboard)에 올라타서 시속 80마일로 네바다 사막 평원을 가로지른다. 나의 왼편에서는 디지털 광선이 밤하늘로 솟구쳐 올랐고, 레이져빔도 별들을 가리킨다. 내 오른편에는 네온사인으로 장식한 텐트들이 안으로 들어오라고 유혹한다. 그리고 저 멀리에서는 생기 넘치는 수다, 웃음소리, 댄스뮤직의 둔탁한 울림 등 흥겨운 시간의 불협화음이 들린다.

나의 정신과 뇌는, 실리콘벨리 엘리트들이 사막에서 해마다 벌이는 세계에서 가장 거칠고 기괴한 페스티벌인 ‘버닝 맨’에 참석하고 있지만, 실제적인 내 몸은 나의 샌프란시스코 집의 작은 서재 소파에 앉아있다. 나는 가상현실 용 헤드셋을 쓰고 차츰 심해지는 메스꺼움에 불편함을 느낀다.

다른 분야에서와 마찬가지로 테크놀로지 업계도 팬데믹으로 인해 전면적으로 축제를 치를 수가 없게 되었다. 그러나 물리적인 락다운에 굴하지 않는 ‘버닝 맨’ 애호가들 중 일부 단체가 예술과 음악 등 바카스 신의 축제와 같은 페스티벌을 복제하기로 마음 먹었다. 현실의 사막 대신 평행한 디지털 우주에서의 페스티벌을 탄생시킨 것이다.

내가 참여한 ‘더스티 멀티버스(Dusty Multiverse)’라고 불리는 특정한 3D 가상 세계에서는 7평방 마일의 ‘버닝 맨의 블랙 록시티(Burning Man’s Black Rock City)’가 인치 단위로 구성되어있으며, 각 캠프들에는 한 주일 내내 DJ와 다른 아티스트들의 공연이 마련되어있다. 이러한 행사들은 모두 상호작용이 가능하고, 몰입지향적이다.

나는 아바타로 변신해서 다른 사람들의 아바타와 대화하고, 춤추며, 내가 탄 호버보드 주변에서 벌어지고 있는 인상적인 사이버 경험들을 즐길 수 있다.

하지만 모든 것이 부드럽게 흘러가지는 않는다. 몇 분 지나지 않아서 나는 욕지기가 나서 헤드셋을 벗어젖힐 수밖에 없었다. 가상현실의 가장 심각한 부작용인 멀미가 찾아든 것이다.

나는 정말 가상현실 헤드셋 애호가가 되고 싶지만 현실은 슬프게도 메스꺼움과 함께 찾아온다.

수년 동안 실리콘벨리의 기업가들은 창의성과 협동심을 열렬히 강조하며 ‘버닝 맨’ 행사를 껴안아 왔다. 내가 2019년 이 행사에 개인적으로 참가해서 경험한 바에 따르면, 페스티벌 참가자들은 급진적인 자립과 급진적인 포용, 그리고 탈상품화(decommodification)의 사상에 이끌려, 일주일 동안 현금 없는 박애주의 사회 속에 살아보고자 즉석에서 캠프를 설치하고 다시 해체한다.

행사 참가비는 475달러이며, 금년에는 재벌 빅테크 기업가가 사람들이 알아보지 못하도록 할로윈 코스튬 모프수트(Morphsuit)를 입고 참가한다는 소문이 돌기도 했다.

‘버닝 맨’ 페스티벌을 특출난 사람들의 기괴한 행동으로 치부할 수도 있다. 그러나 금년에 가상현실 속에서 벌어진 행사에 참여하는 것은, ‘메타버스’라는 개념이 사람들 머릿속에 차츰 자리 잡아가는 때라 나의 흥미를 더욱 자극했다.

이스라엘 남부 네게브 사막에서 열린 미드번 축제에서 참가자들이 춤을 추고 있다. 미국 네바다주 블랙 록 사막에서 열리는 '버닝 맨' 페스티벌을 모방한 이 축제에는 약 1만 명이 참여한다. [사진=연합뉴스]

페이스북 CEO인 마크 저커버그는 최근 단일한 디지털 세상, 또는 메타버스라고 불리는 곳에다가 어디에서나 존재를 드러낼 수 있는, 일관된 디지털 아바타를 구현하겠다는 구상을 피력하였다.

다소 쓸쓸하고 외롭고 메스꺼움 때문에 속이 뒤틀린 가상 사막 페스티벌 경험하고 나서 나는 두 번째의 ‘버닝 맨’ 공식 가상현실 앱인 BCRvr을 찾았다. 이번에는 고맙게도 빠르게 이동하는 호버보드는 없었다. 대신에 분위기는 다소 부산스럽고, 들어서자마자 낯가림이 심한 나는 가면을 쓴 낯선 사람과 마주쳐야 했다.

가상현실 속 참가자들 대부분이 오랫동안 ‘버닝 맨’을 사랑해오던 애호가들이었다. 그중에서도 독일에서 온 외관상 매우 쾌활한 한 남자를 만났다. 그의 디지털 페르소나(아바타)는 분홍색 용이 그려진 롱코트를 입고, 검은 안경을 쓰고 있었다. 그는 내게 지난 15년 동안 ‘버닝 맨’ 참가를 꿈꿔왔지만 한 번도 그 꿈을 이룬 적이 없었다고 말했다.

“이제 드디어 기회를 잡았습니다.”

그는 이렇게 말했다.

나는 오래 머물지 않았다. 다시 속이 이상해서 현실의 창문을 열어야했기 때문이었다.

메스꺼움(멀미)만이 문제가 아니었다. 실제의 ‘버닝 맨’ 페스티벌 현장과 마찬가지로 가상 페스티벌도 순회하기가 거의 불가능했다. 디지털 키트는 언제 어디를 가야할지 알려주는 일정표나 지도가 빈약했다. 나는 대부분의 시간을 어슬렁거리며 행사를 찾거나 다른 아바타들 또는 캠프들을 찾으면서 보냈다. 그런데 단조로운 배경음악을 제외하면 대부분이 텅 비어있었다.

결국, 급진적인 자립(radical self-reliance)은 내 경우에는 정립되지 않은 셈이다. 따라서 나는 메타버스에서 더 잘 돌아다닐 줄 알고, 방문할 곳의 목록을 미리 챙기고 있는 메타버스에 익숙한 다른 아바타들에 의존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는 와중에도 장비의 멈춤과 장애는 빈번하게 발생했다. 한 번은 나랑 대화하던 아바타가 입을 벌리고, 손을 올린 채 얼어버리기도 했다. 매끄러운 진행은 아직 멀었다.

우리가 꿈꾸는 메타버스 미래의 도래는 틀림없이 앞으로도 몇 년이 걸릴 것이다. 이를 완성하기 위해서는 빅테크 기업들의 큰 투자와 기술혁신이 뒷받침되어야할 것이다.

고맙게도 대기 중에 헤드셋에 ‘다른 사람들의 소리를 제거하거나 차단할 수 있습니다.’라는 정보 메시지가 뜬다. 이런 공간에도 쓰레기가 있을 수 있다는 말이다. 그리고 이 말은 우리는 가상공간에서는 현실 세계보다는 우리가 잘 대처할 수 있다는 의미일 수도 있다.

“그들을 차단하는 것은 당신의 경험에서 그들을 제외시키는 것입니다.”

yoojin@wikileaks-kr.or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