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대 벤처강국 선언에도 척박한 스타트업 환경··· "스케일업 통한 엑시트 성과내야"
4대 벤처강국 선언에도 척박한 스타트업 환경··· "스케일업 통한 엑시트 성과내야"
  • 최종원 기자
  • 승인 2021.09.08 08:17
  • 수정 2021.09.08 09:1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제2벤처붐 '마중물' 역할하겠다는 정부
중장기 성장보다 초기 창업지원 위주
기업이 액셀러레이터 겸임하지만
규제·불공정 경쟁 취약하다는 평가
"기업 M&A 등 엑시트 환경 조성해야"
문재인 대통령이 26일 청와대에서 열린 제2벤처붐 성과보고회 'K+벤처'에서 발언하고 있다. [출처=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달 26일 청와대에서 열린 제2벤처붐 성과보고회 'K+벤처'에서 발언하고 있다. [출처=연합뉴스]

문재인 정부가 세계 4대 벤처강국으로 도약을 위해 기술창업 활성화, 인재·자금 유입 촉진, M&A(인수합병) 시장 활성화 등 중소벤처기업 성장 동력을 마련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이를 두고 업계에서는 스타트업 확충보다 '스케일업(scale up, 규모 확대)'을 통해 시장 경쟁력을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문 대통령은 지난달 26일 청와대에서 창업·벤처인들과 함께한 제2벤처붐의 성과와 미래 점검을 위한 'K+벤처'(K애드벤처) 행사에서 "창업부터 성장, 회수와 재도전까지 촘촘히 지원해 세계 4대 벤처강국으로 확실하게 도약하겠다"라고 말했다.

4대 벤처강국 도약을 위한 과제로는 기술창업 활성화, 인재·자금 유입 촉진, M&A 시장 활성화를 제시했다. 문 대통령은 기술창업과 관련해 "연간 23만개 수준의 기술창업을 2024년까지 30만개로 늘릴 것"이라며 창업지원에 예산을 편성하겠다고 밝혔다. 인재 유입 촉진 방안으로는 "스톡옵션의 세금 부담을 대폭 낮춰 실질적인 인센티브가 되도록 하겠다"라고 제시했다.

자금 문제와 관련해서는 초기 창업기업 투자 확대를 위한 1조원 규모 전용 펀드의 신규 조성과 벤처기업의 복수의결권 주식 발행 허용 법안 통과를 촉구했다. 투자자금의 원활한 회수와 재투자를 위해서는 M&A 시장 활성화가 필요하다고 언급하면서 "중소·중견기업의 벤처기업 인수를 지원하는 기술혁신 M&A 보증 프로그램을 신설하겠다"고 말했다.

제2벤처붐에 대해선 규모와 질 모두 20년 전 첫 번째 벤처붐보다 진화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며 격려했다. 1차 벤처붐과 비교하면 벤처기업 수는 4배 늘어난 3만8천개에 달하고, 연간 신규 벤처투자 규모는 지난해 사상 처음으로 4조원을 넘기며 2배 확대됐다는 설명이다.

실제로 2017년 3개였던 유니콘 기업(기업가치 10억 달러 이상)은 15개로 늘었다. 예비 유니콘 기업은 357개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코스피와 코스닥 시가총액 상위 20위권 내에는 각각 4개와 13개의 벤처 출신 기업 또는 벤처기업이 포함됐다.

 중장기 성장보다 초기 창업지원 위주


서울창업허브.
서울창업허브.

다만 업계에서는 정부정책이 기존의 스타트업 육성을 위한 환경 조성에서 스타트업이 유니콘으로 안정적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뒷받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크다.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가 지난달 발표한 '유니콘 배출 세계 5개국 현황 및 국가 점유율' 자료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탄생한 전 세계 유니콘 기업 291개 중 한국이 배출한 곳은 마켓컬리 단 1곳이었다. 총 779개의 글로벌 유니콘 중 미국(388개), 중국(157개), 인도(36개) 등에 이어 우리나라는 11개를 보유하여 세계 10위로 집계됐다. 

중소벤처기업부는 초기 창업 패키지 사업을 통해 유망한 기술창업 자금의 70~80퍼를 지원하고 있다. 청년창업 활성화를 위해 8년 정도 장기적으로 지원하는 경우도 있지만, 초기 단계에 창업 지원이 집중돼 있어 플랫폼 기반 사업이 어렵다는 것이다.

인공지능(AI) 관련 스타트업의 한 창업자는 "코로나19 전후로 기술창업을 통한 스타트업은 굉장히 많이 생겨난 것 같은데 이에 따라 생존을 더욱 담보할 수 없게 됐다”며 “초기에 투자받을 수 있는 기회는 많아졌지만 액셀러레이터들의 중장기 투자는 미흡하다고 느껴진다”고 말했다.

사실상 정부보다 기업 차원에서 액셀러레이터를 겸하며 스타트업을 성장시키는 경우가 다수라는 지적이다.

액셀러레이터를 겸하는 대표적인 기업으로는 빅테크 공룡 ‘네이버’와 ‘카카오’가 있다. 양사는 스타트업이 스케일업할 수 있도록 기술 지원 외에도 인사, 노무, 회계, 마케팅 등 전 과정에 걸쳐 지원을 진행하고 있다. 초기 자금 지원이 많지 않더라도 네이버와 카카오로부터 투자를 받았다는 사실로 다른 투자자들이 눈독을 들이기 때문에 기업에 도움이 된다는 후문이다.

 액셀러레이터 겸하는 네이버·카카오·SKT, 스타트업 엑시트 돕는다 


[출처=네이버]
네이버 D2SF 투자 포트폴리오. [출처=네이버]

네이버는 자사 액셀러레이터 ‘D2SF(D2 Startup Factory)’를 통해 기술 스타트업에 투자하고 있다. 창업자들의 최우선 목표로 향후 주식공개상장(IPO)이나 다른 기업에 피인수되는 엑시트(Exit) 절차가 대표적인데, 이런 사례가 많지 않으니 활성화시켜보자는 차원에서 사내 벤처캐피탈인 D2SF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네이버 D2SF는 2015년 출범 이후 지금까지 비닷두(V.DO)’, 뮤직AI솔루션 ‘포자랩스’, 온라인 코딩 교육 플랫폼 ‘엘리스’ 등 77곳 기술 스타트업에 투자했다. 단순 투자를 넘어 M&A까지 이뤄진 사례도 있다. AI 기반의 대화 엔진 개발 스타트업 ‘컴퍼니 AI’와 머신러닝 기반 동영상 분석 ‘비닷두’는 네이버가 발굴하고 인수까지 이뤄진 사례에 속한다. 비닷두의 경우 기술력 외에도 창업자들이 매우 우수한 인력이라는 판단 아래 애크 하이어(acq-hire·인수고용) 형태로 협업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카카오의 투자 자회사인 카카오벤처스는 AI 기술력을 가진 스타트업에 공격적으로 투자를 진행하고 있다. 과거 AI기반의 의료영상 진단 서비스를 제공하는 루닛(LUNIT), AI 기반 바이오 기업 스탠다임(STANDYGM), 빅데이터 및 머신러닝분산처리솔루션 기업 ‘래블업’, 인공지능 기반 자율주행 소프트웨어 스타트업 ‘마스오토(Mars Auto)’ 등에 투자를 진행했다. 

카카오와 전략적 협업 관게에 있는 SK텔레콤은 올해 'ESG 코리아 2021’을 출범시켜 액셀러레이터 역할을 도맡고 있다. ESG 코리아 2021은 ESG(환경·사회·지배구조) 전문 스타트업들의 도전과 성장을 돕기 위해 마이크로소프트·SAP 등 글로벌 기업과 투자전문사 등 11개 사가 운영하는 액셀러레이터 프로그램이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기업의 목표는 '이익 극대화'가 아닌 '사회적 가치(SV)'가 우선돼야 한다고 강조해온 만큼 이런 기조가 반영됐다는 배경이다. 최 회장은 지난 2019년 국내 최대의 민간 사회적가치 플랫폼 SOVAC(Social Value Connect)을 출범시켜 사회적기업·소셜벤처와 투자자들을 연결하고 있다. 

네이버·카카오는 올해 4곳의 스타트업에 공동투자를 진행하기도 했다. 물류창고용 로봇 스타트업 '플로틱', AI 기술 기반 협업 솔루션 스타트업 썸, 증강현실 커머스 스타트업 리콘랩스, 디지털 헬스 스타트업 이모코그까지 4곳이다.

사실상 스타트업의 최종 관문이라 불리는 엑시트 이후에도 괄목할 만한 성과를 내는 경우도 있다. 소셜커머스 회사 '씽크리얼스'를 창업한 김재현 대표는 9년 전 카카오에 인수되는 엑시트를 이뤄냈다. 김 대표는 이후 중고 사기를 원천 차단하는 중고거래 앱 '당근마켓'을 만들어 다시 카카오로부터 투자를 유치했다. 당근마켓은 지난달 국내외 투자자로부터 1800억원 규모의 투자금을 확보하는 과정에서 기업가치 3조원을 인정받아 신규 유니콘 자리에 올랐다.

 규제·불공정 경쟁에 취약... "기업 M&A 등 엑시트 환경 조성해야"


'타다 금지법'으로 불리는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 개정안이 국회 국토교통위원회에서 의결됐다. [사진=연합뉴스]
[사진=연합뉴스]

정부의 스타트업 지원 정책에 사각지대가 있다는 지적도 있다. 스타트업들이 치고 나가기엔 규제나 자본 부족 등 어려움에도 대기업과의 불공정 경쟁에 내몰리고 있다는 것이다.

모빌리티 산업의 경우 제2의 타다를 만들겠다는 정부 의지와 다르게 아직 그에 맞는 스타트업 소식은 요원하다. 국토부는 지난 5월 말 플랫폼운송사업 심의위원회를 구성하고 모빌리티 기업들에게 사업자 신청을 받는다고 공지했다. 규제 샌드박스를 적용 받은 실시간 차량 호출 서비스 '파파', 청각장애인이 운전하는 택시로 화제를 얻은 '코액터스', 레인포컴퍼니 등이 신청한 것으로 알려졌는데, 등록된 차량과 회원이 많은 카카오·SK텔레콤 등 대기업에 밀릴 수 밖에 없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핀테크 산업도 녹록치 않다. 미국의 조사업체 CB인사이트가 지난 4월 발표한 전세계 유니콘 기업은 610개로, 그중 94곳이 핀테크 기업에 해당할 정도로 투자가 활발하다. 하지만 국내의 경우 몇년째 토스 1곳에 불과한 실정이다. 국내 핀테크 사업은 전통 금융 시장과 같은 수준인 1000개 이상의 자본시장법과 금융투자업 관련 규제를 적용받는다. 여기에 네이버·카카오와 같은 시장지배적 사업자가 점유율 대부분을 흡수하고 있어 경쟁이 쉽지 않다는 평가다.

스타트업의 엑시트 M&A 시장이 선진국에 비해 위축됐다는 지적도 있다. 전경련의 스타트업 엑시트 현황 자료에 따르면 유니콘 세계 5강의 경우 82.8%가 M&A을 중심으로 이뤄졌지만 우리나라는 M&A 비중이 52.9%에 그쳤다. 나머지 비중은 IPO이기 때문에 스타트업 엑시트가 매우 어려운 환경이라는 것을 방증한다.

정부에선 기업형 벤처캐피탈(CVC) 규제 완화 정책이 대기업-벤처기업의 동반성장으로 이어질 것이란 분석을 내놨다. 이런 내용을 담은 공정거래법 시행령 개정안은 올해 말 시행 예정으로 총수 일가가 지분을 가진 기업에 투자하지 않는 것 등을 전재로 대기업 지주회사의 CVC 완전 자회사 보유를 허용하는 것이 골자다. 박수현 국민소통수석은 "이 정책은 대기업의 신속하고 적극적인 투자를 활성화할 것"이라며 "벤처생태계를 질적으로 향상시킬 것"이라고 강조했다.

국내 기업이 화답할지는 미지수다. LG그룹 등이 규제 완화에 힘입어 CVC 설립을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투자에 매력을 느끼지 못하는 기업도 많다는 관측이다. 문화일보가 전경련에 의뢰해 국내 매출 상위 500대 기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57개사 가운데 ‘향후 3년간 벤처기업 M&A 의향이 없다’고 밝힌 곳은 89.5%였다. 인수 의향이 없는 이유에 대해 응답 기업 43.1%는 ‘투자할 만한 유망 벤처가 없다’고 답했다. 

한편, 국내 벤처생태계가 올해 크게 개선됐다는 수치가 발표됐다. 한국산업은행이 개발한 KDB벤처지수가 지난해보다 49% 상승했다. 산업은행은 올 2분기 KDB벤처지수는 397.3으로 전년 대비 49.09% 상승했다고 밝혔다. 국내 벤처생태계를 둘러싼 시장환경이 2008년 대비 약 3.9배 개선된 것이다.

[위키리크스한국=최종원 기자]

sus@wikileaks-kr.org

기자가 쓴 기사

  • 서울특별시 마포구 마포대로 127, 1001호 (공덕동, 풍림빌딩)
  • 대표전화 : 02-702-2677
  • 팩스 : 02-702-1677
  • 청소년보호책임자 : 소정원
  • 법인명 : 위키리크스한국 주식회사
  • 제호 : 위키리크스한국
  • 등록번호 : 서울 아 04701
  • 등록일 : 2013-07-18
  • 발행일 : 2013-07-18
  • 발행인 : 박정규
  • 편집인 : 박찬흥
  • 위키리크스한국은 자체 기사윤리 심의 전문위원제를 운영합니다.
  • 기사윤리 심의 : 박지훈 변호사
  • 위키리크스한국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위키리크스한국. All rights reserved.
  • [위키리크스한국 보도원칙] 본 매체는 독자와 취재원 등 뉴스 이용자의 권리 보장을 위해 반론이나 정정보도, 추후보도를 요청할 수 있는 창구를 열어두고 있음을 알립니다.
    고충처리 : 02-702-2677 | 메일 : laputa813@wikileaks-kr.org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