웨이브·시즌·티빙·왓챠·쿠팡플레이··· 위기의 토종 OTT, 차별화 방안은
웨이브·시즌·티빙·왓챠·쿠팡플레이··· 위기의 토종 OTT, 차별화 방안은
  • 최종원 기자
  • 승인 2021.09.09 16:54
  • 수정 2021.09.09 16: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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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즈니플러스 오는 11월 12일 국내 출시
애플·아마존도 통신사 물밑 접촉하며 상륙 예고
국내 시장 잠식되면 콘텐츠 하청기지화 우려
분절된 OTT 플랫폼 '합종연횡' 주장 제기되지만
플랫폼 간 정체성 달라 쉽지 않다는 평가
"업체들 간 콘텐츠 특장점 살려 건전한 경쟁해야"
디즈니 플러스 론칭.
디즈니 플러스 론칭.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 디즈니플러스가 오는 11월 12일 국내에 공식 출시를 확정하면서 국내 OTT 업계에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넷플릭스에 이어 막강한 콘텐츠 파워를 가진 디즈니플러스가 시장을 잠식할 수 있다는 우려다. 여기에 아마존·애플 등 빅테크 기업도 국내 이동통신사와 제휴를 맺고 OTT 론칭을 계획하고 있어 점입가경이다.

토종 OTT 업체들은 국회와 정부에 규제 개선과 투자 및 세제 지원 등 방안을 지속적으로 호소했지만 큰 변화가 없다는 목소리를 내놓는다. 업계 안팎에선 이런 호소보다 오리지널 콘텐츠 경쟁력을 키우고, 업체들 간 합종연횡에 나서는 등 자구 노력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9일 업계에 따르면 올해 국내 OTT 시장 추산 규모는 3조3000억 원으로 지난해 2조8600억 원 대비 15%가량 상승했다. 이처럼 OTT 산업이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는 가운데 국내 업체 또한 OTT 투자 행보에 가속 페달을 밟고 있다.

대표적으로 SK텔레콤 자회사 OTT 웨이브(Wavve)는 2025년까지 총 1조원 규모의 투자를 진행한다고 선언했다. 국내 OTT 업계 첫 조 단위 투자 발표다. 웨이브는 2019년 출범하면서 2023년까지 3000억원 규모의 제작 투자를 진행한다고 밝힌바 있다. 2019년과 작년에는 700억원을 투자해 조선로코-녹두전, 앨리스, SF8, 좀비탐정 등 오리지널 콘텐츠를 선보였다.

종합 미디어 그룹으로 도약을 선언한 KT는 2023년까지 4000억원 투자와 함께 100여 개의 오리지널 드라마를 제작하겠다고 밝혔다. 지난달에는 자사 OTT 시즌(Seezn)을 전문법인으로 분사시켰다. 빠른 의사 결정으로 시장 상황에 보다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고, 콘텐츠 역량 강화에 힘을 실어줄 수 있다는 방침이다.

넷플릭스. [출처=연합뉴스]
넷플릭스. [출처=연합뉴스]

하지만 시장 패권을 지닌 글로벌 OTT들의 진출 속에 토종 OTT 기업들은 여전히 국내 시장이 잠식될 수 있다는 우려를 쏟아내고 있다. 자본력을 앞세운 다국적 기업들 또한 한국 진출을 예고하면서 위기감은 고조되고 있다.

OTT 공룡 넷플릭스는 지난 2016년 국내에 상륙한 이래 지난해 월평균 순이용자수(UV) 637만명을 기록했다. 지난 3월에는 월간활성사용자수(MAU) 1000만명을 돌파하며 웨이브·티빙·왓챠 등 국내 OTT 이용자 전체 수보다 많은 수준이다. 

디즈니플러스는 오는 11월 12일 국내에 공식 출시된다. 디즈니, 마블, 픽사 등 다양한 콘텐츠를 보유한 만큼 충성고객 수가 많다는 평가다. 디즈니플러스는 올해 2분기에만 1200만명의 유료 회원을 확보하며 2019년 11월 출시 이후 약 2년 만에 회원 1억1600만명을 끌어모았다.

전 세계 시가총액 1위 기업 애플이 출시한 애플TV+는 SK텔레콤과의 제휴를 통해 한국 진출을 노리고 있다. 2019년 9월 서비스를 시작한 애플TV는 자사 iOS 운영체제와의 호환을 통한 시장 지배력을 거느리고 있다. 촘촘한 글로벌 네트워크를 가지고 있는 빅테크 기업 아마존 또한 아마존 프라임 론칭을 위해 SK텔레콤과 접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같은 글로벌 OTT의 잇따른 한국 진출 예고에도 국내 OTT들이 서로 분절돼 있어 위기에 취약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황승흠 국민대학교 교수는 "국내 OTT 업계는 마땅한 콘트롤타워 없이 개별 사안에 대해 중복 대응하고 있다"이라며 "OTT를 전담하는 정부 부처 또한 상이해 다른 부서 업무를 침입할 수 밖에 없어 의견을 개진하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국내 OTT 업계가 경쟁력을 잃을 경우 콘텐츠 제작사는 글로벌 OTT의 하청기지로 전락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크다. 이준호 호서대학교 교수는 "완전히 개인화된 안정적 1위 넷플릭스와 익숙한 콘텐츠를 가지고 있는 디즈니는 자본력도 압도적이어서 국내 제작사 또한 하청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큰 상황"이라고 밝혔다.

스튜디오드래곤.
 드라마 제작사 스튜디오드래곤.

위기에 대응하기 위한 방식으로 크게 합종연횡과 콘텐츠 경쟁력 강화가 꼽힌다. 

합종연횡은 국내 OTT들 간 협력을 강화하고 이를 조율할 콘트롤타워(정부 부처)를 만들어 위기에 대응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황 교수는 “복수 관할을 전제로 하는 현재의 '국무조정실'과 같은 콘트롤타워가 필요하다"라며 "콘트롤타워를 통한 일원화된 규제와 산업진흥법 제정을 생각할 수 있다"라고 제언했다. 

박정호 SK텔레콤 사장은 "아시아 전체 250여 개의 분절된 OTT로는 아시아의 가치를 담은 글로벌 대작 콘텐츠를 만들기 힘들며 하나로 힘을 합쳐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업계에서도 합종연횡의 필요성을 설파하고 있다. 하지만 사업 방향이나 콘텐츠 파워가 상이한 만큼 협력이 쉽지 않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웨이브와 티빙(Tving)의 경우 합병 소식이 계속 불거지고 있지만 가능성은 높지 않다. 웨이브는 KBS·MBC·SBS 등 지상파 3사 위주, 티빙은 tvN·JTBC 등 케이블 방송 위주로 콘텐츠가 짜여져 있다. 양사는 각각 SKT, CJ ENM을 모회사로 하고 있어 이해관계 충돌 문제 등으로 합병은 사실상 어렵다는 것이 중론이다.

시즌, 쿠팡플레이, 왓챠 등 OTT도 정체성이 상이해 협력이 쉽지 않다. 시즌은 KT, 쿠팡플레이도 쿠팡을 모회사를 하는 만큼 이해관계가 충돌한다. 오리지널 콘텐츠 제작에 협력할 수 있지만 시즌은 드라마 영화, 쿠팡플레이는 스포츠, 예능 위주로 기획하고 있어 성향이 다르다. 왓챠의 경우 오리지널 콘텐츠보다 영화와 드라마 수급에 골몰하는 만큼 가능성이 낮다.

2020년 9월 24일 경기 김포시 민간 온라인 공연장 '캠프원'에서 열린 디지털뉴딜문화콘텐츠산업 전략보고회. [출처=연합뉴스]
2020년 9월 24일 경기 김포시 민간 온라인 공연장 '캠프원'에서 열린 디지털뉴딜문화콘텐츠산업 전략보고회. [출처=연합뉴스]

이렇듯 토종 OTT 업계가 사실상 춘추전국시대처럼 업체들 간 콘텐츠 강점을 강화하는 형식이 이어질 것이라는 관측이 주를 이룬다. 

토종 OTT 업체의 한 관계자는 “합병은 사실상 가능성이 매우 낮고 콘텐츠 제작 협력 정도에 그칠 것 같은데 이마저도 서로 간 방향이 달라 쉽지 않을 것”이라며 “굳이 합칠 필요는 없고 콘텐츠 경쟁력을 강화한다면 좋은 성과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합종연횡이 아니더라도 서로 상생하는 건전한 경쟁이 될 수 있다는 목소리도 있다. 넷플릭스, 디즈니플러스, 웨이브, 왓챠 등 플랫폼들 간 각기 다른 매력으로 이용자들을 끌어모을 수 있다는 평가다. 특히 OTT 이용자들 중 다수가 여러 플랫폼을 동시에 쓰는 경우가 많아 출혈 경쟁을 지양해도 된다는 설명이다.

또 다른 관계자는 "업체들 간 콘텐츠 특장점이 달라 고객이 다수의 플랫폼을 쓸 만한 유인이 충분하다"라며 "멀티 프로필로 4명까지 시청 공유가 되기 때문에 디즈니 플러스 등 국내 시장 진출이 큰 위기라고 느껴지진 않는다"라고 밝혔다. 

[위키리크스한국=최종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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