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파일] 빅데이터 시대와 빅 브라더, 스노든의 경고
[취재파일] 빅데이터 시대와 빅 브라더, 스노든의 경고
  • 최종원 기자
  • 기사승인 2021-09-10 18:21:54
  • 최종수정 2021.09.10 17:1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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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드워드 스노든.
미 국가정보국(NSA)의 기밀자료를 폭로한 에드워드 스노든. [출처=연합뉴스]

"정부는 국민 전체를 적극 감시하기로 결정했어요. NSA(미 국가정보국) 프로그램을 활용해서 국민을 감시하겠다는 겁니다. 통신사 데이터까지 수집하기 시작했어요. AT&T는 매일 3억2000만건의 통신 기록을 제공했죠."  

"미국은 9.11 테러 이후 모든 걸 테러로 정당화하고 있습니다. 모두 국가 안보와 국민 안전을 위한 거라고 하죠. 하지만 실상은 정반대입니다. 수집된 수많은 문서들은 사실 테러나 국가 안보와는 아무 관련이 없습니다. 실제로는 국가나 기업 간에 경쟁을 벌이는 사안이나 금융이나 경제 문제와 관련이 있죠."

"미국 정부는 통신 내용은 감시하지 않고 메타데이터만 수집한다고 했죠. 통화하는 사람의 이름같은 거 말입니다. 하지만 정부는 메타데이터를 수집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이메일이나 통화 내용까지 볼 수 있습니다. 구글 검색창에 입력한 검색어가 무엇인지, 어떤 웹사이트를 방문했는지, 동료에게 보낸 문서도 볼 수 있습니다. 사람들이 온라인 상에서 하는 활동을 거의 전부 추적할 수 있는 시스템입니다."  (다큐멘터리 영화 <시티즌포> 中)

2015년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장편 다큐멘터리상을 수상한 <시티즌포>는 실제 인물 에드워드 스노든을 인터뷰한 다큐멘터리 영화다. 현재도 신변 위협으로 러시아에 무기한 망명해있는 스노든을 직접 인터뷰했다는 점이 높은 평가를 받는다. 인터뷰 외에도 청문회, 연설, 기자회견 현장 등 실제 자료를 첨부해 이야기에 생동감을 부여했다. 다큐멘터리 영화인데 저널리즘의 본질에 가장 가까이 있는 셈이다.

감독은 미국 당국의 압력을 피해가면서까지 집요하게 다큐를 제작했고, 그가 스노든을 만난 전후로 자신의 주위에 낯선 차들과 인물들이 서성였다고 한다. 영화 촬영분이 미국 세관에 압수되지 않도록 베를린으로 갔다는 나레이션도 나온다.

스노든은 2013년 버락 오바마 정부 당시 NSA의 기밀자료를 폭로한 인물이다. NSA에서 프리즘 프로젝트라 불리는 광범위한 통신 감청 시스템을 통해 미국인들, 나아가 전세계 정상 인사들을 도청 혹은 불법사찰하고 있다는 사실을 폭로한 것이다. 1983년생의 젊은 나이로 NSA의 보안자문관에 올라 최고등급 보안자료를 열람할 수 있을 정도로 엘리트인 그는 왜 그런 사실을 폭로한 것일까? 

2001년 미국인 약 3000여명의 목숨을 앗아간 9·11 테러. 내일은 테러 발생 20주년으로 상징성이 높다. 조지 W. 부시 대통령은 '테러와의 전쟁'을 내걸고 아프가니스탄을 침공했고, 의회에서 미국 테러방지법을 통과시켰다. 

애국자법이라 불리는 해당 법안은 9.11테러 이후 테러를 방지한다는데에 목적을 두었지만 전화나 이메일에 대한 광범위한 감청을 허용하며 테러리스트로 의심되는 사람을 체포하여 무기한으로 영장 없이 구금할 수 있도록 했다. 미국 이동통신사 AT&T는 매일 약 3억2000만건에 달하는 정보를 제공했다. NSA의 권한 남용 등으로 거센 반발을 일으켜 2015년 6월 폐지됐지만, 정부는 NSA를 통해 사실상 국민 감시에 성공했다. 

스노든에 따르면 애국자법 이후 정부의 정보 수집 권한이 대폭 확대돼 근거 없이 의심만으로 감시가 가능해졌다. 범죄나 테러에 연루됐다는 의심만 있으면 많은 정보를 수집할 수 있는 것이다.

케임브리지 애널리티카 사태로 페이스북(Facebook)은 매우 큰 타격을 입었다. [사진=연합뉴스]
케임브리지 애널리티카 사태로 페이스북(Facebook)은 매우 큰 타격을 입었다. [사진=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정부 당시에도 데이터를 정치적 목적에 맞게 유리하게 쓰려는 움직임이 있었다. 2016년 미 대선 당시 영국 정보 분석 업체 케임브리지 애널리티카(CA)에서 일했던 브리트니 카이저는 CA가 페이스북 이용자 수천만의 정보를 트럼프 대선 캠프로 넘겨 선거 운동에 활용토록 지원한 사실을 폭로했다. 

알렉산더 코건 케임브리지대 교수는 당시 CA의 요청으로 ‘thisisyourdigitallife’라는 심리테스트 서비스를 만들었다. 코건 교수팀은 페이스북에 이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는 게임 애플리케이션(앱)을 올렸고, 27만 명이 자신의 개인 정보를 제공하는 데 동의하고 앱을 이용했다. 그런데 개인 정보 제공에 동의한 27만 명뿐만 아니라 그들의 친구까지 포함한 5000만 명의 개인 정보를 끌어모았다. 

코건 교수팀은 5000만 명이 페이스북을 이용하면서 쓴 댓글과 공유한 게시물, ‘좋아요’를 누른 게시물과 위치 정보까지 엄청난 데이터를 수집했고, 이 데이터는 고스란히 CA로 넘어갔다. CA는 미 대선에서 도널드 트럼프의 선거 운동을 도우면서 이 데이터를 활용했다. 페이스북이 제3자에게 제대로 된 사용자 동의 없이 데이터를 준 것은 약관에 위반된다. 페이스북 주가는 급락했고 수많은 이용자들이 탈퇴하는 데 이른다.

조지 오웰의 소설 '1984'는 정보를 독점해 사회를 감시하고 통제하는 권력의 위험성을 경고했다. 앞서 언급된 일련의 사태들은 1984에서 표현된 빅브라더와 일맥상통한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왼쪽)와 은성수 금융위원장. [사진=연합뉴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왼쪽)와 은성수 금융위원장. [사진=연합뉴스]

빅브라더 우려는 국내에도 존재한다. 지난해 1월 '데이터 3법(개인정보 보호법·정보통신망법·신용정보법) 개정안'이 본회의를 최종 통과한 이후 마이데이터 사업이 화두로 떠올랐다. 마이데이터 산업은 공공기관과 금융권 등지에 흩어진 개인정보의 주권을 개인에게 돌려주며 본인정보 통합조회, 맞춤형 신용·자산관리 등 서비스 제공을 표방하고 있다. 

개인이 가진 데이터 주권을 개인에게 돌려준다는 마이데이터. 실상은 네이버, 카카오 등 빅테크 플랫폼 사용자가 모든 금융·통신·쇼핑 등의 정보를 가져오는데 동의하면, 은행은 이 개인의 '국회의원 후원 계좌' 송금 기록이나 'XX질병 진단비 지출' 등의 개인적 메모를 빅테크에 넘겨줘야 한다. 더군다나 수취·송금자 이름 등 단순 정보에서 정치사상, 종교, 건강, 의료 와 같은 민감한 개인정보를 포함한 정보도 빅테크 플랫폼에 공유할 수 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빅브라더 위험성을 놓고 한국은행과 금융위원회가 갈등을 빚기도 했다. 올해 초 빅테크 업체의 내부 거래를 포함한 모든 거래정보를 금융결제원이 수집하는 전자금융거래법 개정안을 놓고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개인 거래정보 수집·남용을 이유로 '빅브라더법'이라고 비판했다. 은성수 금융위원장은 이에 "지나친 과장"이라고 반박하는 등 금융기관 두 수장이 서로 비난하는 이례적인 일이 벌어졌다.

흔히 '데이터는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는 말이 퍼져있다. 하지만 데이터를 다루는 사람과 업체는 거짓말을 할 수 있다. 그 데이터는 국가 기관이나 기업의 이익에 맞게 무분별하게 수집되고 남용될 여지가 있다. "개인이 아닌 조직도 정보를 통제할 수 있느냐"는 스노든의 문제 제기처럼 말이다.

약간의 안전을 위해 약간의 자유를 포기하는 사회는 둘 다 가질 수 없을 것이라는 벤저민 프랭클린의 말처럼, 약간의 이익을 위해 약간의 사생활을 포기한다면 빅 브라더는 언제나 우리 곁에 도래할 수 있다.

[위키리크스한국=최종원 기자]

sus@wikileaks-kr.or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