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의 건강 책] 치매에 걸린 치매 전문의가 남긴 빛나는 조언
[의사의 건강 책] 치매에 걸린 치매 전문의가 남긴 빛나는 조언
  • 위키리크스한국
  • 승인 2021.09.17 11:26
  • 수정 2021.09.17 1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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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건강책방 일일호일]
[출처=건강책방 일일호일]

2017년 10월 일본 가나가와현 가와사키 시내에서 치매를 주제로 한 강연회가 열렸다. 연자는 일본 치매 의료의 일인자로 꼽히는 하세가와 가즈오 박사. 치매 당사자의 가족들을 대상으로 치매 케어의 중요성과 그간 치매 환자를 만나고 치료한 이야기를 전하던 하세가와 선생은 강의가 끝날 무렵 청중을 대상으로 이렇게 고백한다.
   
“이런 말을 하면 주최 측이 난처해질지도 모르겠지만, 여러분 사실은 저도 치매입니다.”

그리고는 이야기를 이어간다. 오늘과 같은 장수 시대에 치매는 누구나 걸릴 수 있다는 것. 치매에 걸려도 나라는 인간의 본질에는 변함이 없으며 삶은 계속된다고 말이다. 치매임을 고백하고 불편하지만 불행하지 않은 일상을 살아가는 자신의 삶을 통해, 치매 환자를 포용하고 삶에서 배제시키지 않는 사회로 나아가야 함을 이야기하는 노교수의 주장에는 깊은 울림이 있다.

치매에 대한 많고 많은 책 중에, 이 책 ‘나는 치매 의사입니다’를 추천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하세가와 가즈오 박사는 ‘100에서 7을 빼 보세요’라는 질문으로 시작하는 세계 최초의 표준치매진단검사 ‘하세가와 치매척도’를 만든 저명한 치매 전문가이자 50년이 넘게 치매 의료에 헌신한 의사이다.

저자는 치매를 진단받은 직후부터 2년 동안 요미우리신문사 이노쿠마 리쓰코 편집위원과 함께 이 책을 썼다. 그는 자신과 자신이 만난 치매 환자들의 사례를 통해 치매는 삶의 끝도 절망의 병도 아닌, ‘일상생활의 장애’라고 정의하며 질병에 대한 의학적인 설명과 함께 독자들이 편견 없이 치매를 바라볼 수 있도록 안내한다.

그리고 타인의 문제로 치매를 바라볼 때는 결코 알 수 없었던 불편과 불안에 대해서도 솔직하게 고백한다.

하세가와 박사는 치매 의료뿐 아니라 간병, 재활, 가족 상담, 돌봄의 제도화 등에 앞장섰던 인물이기도 하다. 우리보다 한발 앞서 고령사회를 경험한 일본의 치매 정책이 도입되는 과정과 사회의 변화를 살펴볼 수 있는 것도 이 책의 장점이다.

어리석다는 의미의 치매(癡呆)라는 용어를 ‘인지증’이라는 말로 바꾸는 운동, 진료 시간이 짧아 하고 싶은 말을 다 하지 못하고 돌아가는 환자와 가족들을 위해 운영한 병원 밖 진료 서비스 ‘수요회’가 일본 정부에서 운영하는 ‘데이케어센터’의 시초가 되는 과정을 함께 하다 보면, 치매라는 질병과 더불어 살아가기 위해 가장 필요한 것은 사회의 변화임을 알게 된다.
  
이 책을 함께 저술한 이노쿠마 리쓰코 편집위원은 “치매 환자는 주위 사람들이나 사회가 보여 주는 관용과 포용력의 유무 또는 정도를 비춰 주는 거울 같은 존재”라고 말한다. 치매 환자를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으로 치부하고 사회에서 배제하느냐, 일상생활의 장애를 가진 이웃으로 포용하고 곁을 내어 주느냐가 인권에 대한 한 사회의 인식수준을 보여주는 척도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치매 환자가 비추는 우리의 관용과 포용력의 정도는 어떠할까. 우리 사회는 치매와 함께 살아갈 수 있는 준비를 할 의지가 있는 것일까. 평생을 치매에 헌신한 노교수의 삶이 전하는 묵직한 질문이다.       

<건강책방 일일호일 책방지기 김민정 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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