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권순일 법률자문했다는 송전탑, '대장동 판결문' 등장 터널 바로 위에 있다
[단독] 권순일 법률자문했다는 송전탑, '대장동 판결문' 등장 터널 바로 위에 있다
  • 윤여진 기자
  • 승인 2021.09.29 20:43
  • 수정 2021.09.30 06: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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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남의뜰, 2018년 환경평가 '송전탑 지중화' 불이행
한강환경청, 환경평가 근거해 2000만원 과태료처분
아파트 예비입주자들도 민원제기 및 지역의회 청원
권순일 법률고문 취업시기는 의회서 문제제기 직후
권순일 전 대법관. [출처=연합뉴스]
권순일 전 대법관. [출처=연합뉴스]

성남시 대장동 개발사업 추진 과정에서 법적분쟁으로 번진 '송전탑 지중화'에 권순일(62·사진) 전 대법관이 자문했다는 주장이 나온 가운데, 해당 송전탑 위치는 권 전 대법관이 사실상 무죄를 결정한 이재명 경기지사 선거법 위반 사건 하급심 판결문에 등장하는 '대장동 터널' 바로 위인 것으로 확인됐다. 해당 터널은 대단지 아파트가 지어진 대장동을 서판교 권역으로 연결하는 기반시설로 이 지사가 성남시장 시절 최대 치적으로 자랑한 '공영개발 환수금'으로 지어졌다. 이때 민간사업자로서 기부채납한 '성남의뜰'로부터 자산관리를 위탁받은 '화천대유'가 법률고문으로 영입한 인사가 바로 권 전 대법관이다. 

권 전 대법관 퇴임 약 석 달 전인 지난해 7월 16일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대법관 7대5 의견으로 원심을 파기한 이 지사 선거법 사건 '이유무죄'에는 '대장동 도시개발사업 업적 관련 허위사실공표'가 있었다. 이 부분은 1심과 2심 모두 "과장된 표현"에 불과하다며 무죄로 봤는데, 2심이 유죄 판결한 '친형 정신병원 입원 시도 부인'과 '일죄'(하나의 죄)로 묶여 검사 상고로 역시 심리대상에 올라 있었다. 

<위키리크스한국> 확인 결과 '대장동 도시개발사업 업적 관련 허위사실공표' 공소사실에서 검찰이 문제 삼은 이 지사 발언은 "자그마치 얼마를 번지 아십니까? (대장동 개발사업으로) 5503억원을 벌어가지고 제가 신나게 썼습니다. 1000억원은 그 주변에 터널 만들고 도로 만드는 데 썼습니다"라는 2018년 6월 11일 선거유세연설이 있다. 여기에서 '그 (대장동 일대) 주변에 터널'이란 지난 5월 개통한 서판교터널을 지칭한다. 이 터널은 오지였던 성남시 분당구 대장동과 서판교로 불리는 분당구 하산운동을 연결한다. 재판에선 '(대장지구) 북측 터널'로 언급됐는데 1심 판결문 기준 모두 3번 나온다. 

경기 성남시 분당구 대장동 도시개발사업지구 북측에 위치한 서판교터널 입구. 터널 바로 위에는 시행사 '성남의뜰'이 성남시를 상대로 이행명령 처분 취소 행정소송을 제기하는데 계기가 된 송전탑이 위치한다. [출처=퍼스트힐 예비입주자 모임 카페]
경기 성남시 분당구 대장동 도시개발사업지구 북측에 위치한 서판교터널 입구. 터널 바로 위에는 시행사 '성남의뜰'이 성남시를 상대로 이행명령 처분 취소 행정소송을 제기하는데 계기가 된 송전탑이 위치한다. [출처=퍼스트힐 예비입주자 모임 카페]

재판 당시 쟁점은 성남도시개발공사가 대장동 도시개발사업을 진행하면서 민간컨소시엄과 함께 참여한 특수목적법인 '성남의뜰'이 건설비용을 부담한 서판교터널 등 기반시설을 '환수 개발이익'으로 볼 수 있는지였다. 1심 재판부는 성남시가 임대 주택 용지 관련 현금 수령을 제외하고는 시행사인 '성남의뜰'로부터 직접 돈을 받는 구조가 아니기에 "성남시에서 돈을 벌었고, 이를 특정 용도에 사용하는 것이란 취지의 표현은 정확한 표현이라고 볼 수 없다"고 판시했다. 다만 이 지사 표현 '벌었다'가 "명시적으로 현금을 받았다는 취지의 표현"은 아니라면서 허위사실공표에는 이르지 않는다고 결론 냈다. '맞는 사실'은 아니지만 '틀린 사실'도 아니라는 얘기다. 2심도 같은 취지로 판단했다. 

권 전 대법관이 참여한 대법원 전원합의체 심리 범위에 '대장동 터널'은 포함돼 있었다. 무죄의견과 유죄의견이 5대5로 갈린 상황에서 김명수 대법원장을 제외하면 최선임인 권 전 대법관이 '캐스팅보터'로서 무죄의견에 동참한 '친형 정신병원 입원 시도 부인'과 달리 '대장동 도시개발사업 업적'은 대법관 전원일치 무죄의견이었다. 이 부분 법정의견은 "(이 지사) 유세연설은 모두 중요한 부분에서 객관적 사실과 합치되고 세부적으로 진실과 약간의 차이가 나거나 다소 과장된 표현에 불과하여 이를 허위사실의 공표로 볼 수 없고, 피고인(이 지사)이 허위성을 인식하였다고 인정하기도 어렵다"는 것이었다. 대법원은 법률심이기에 검사가 상고이유로 제시한 '다소 과장된 표현' 허위성 인식' 법리오해 여부를 판단했고, "원심판결 이유를 관련 법리와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이라고 해 1심 판결이유를 수긍한 2심 판결에 문제없다고 밝혔다. 권 전 대법관이 이 사건 주심 대법관은 아니라지만 결론에 이르는데 상당한 관여를 한 만큼 하급심 판결을 일독했을 것이라고 충분히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다.   

문제는 권 전 대법관이 퇴임한 지 한 달째인 지난해 10월 '성남의뜰'이 자산관리를 맡긴 '화천대유'의 법률고문직으로 취업했는데, 이때 맡은 일이 '서판교터널 위 송전탑 등 대장지구 북측 송전탑 지중화 요구 민원' 법률자문이라는 주장이 나왔다는 점이다. 28일 사퇴 의사를 밝힌 이성문 '화천대유' 대표는 <한국일보> 인터뷰에서 "권 전 대법관은 대장지구 북측 송전탑 지하화(지중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안목 있는 대법관 출신을 영입하기로 하면서 모시게 된 것"이라고 해명한 바 있다. 대장지구 가장 북쪽에 위치한 '퍼스트힐 푸르지오' 예비입주자들은 지난해 1월부터 단지 직경 100m 안쪽에 일부 송전탑이 있어 '지중화 및 이설'을 요구하는 민원을 한강유역환경청에 제기해왔다. 권 전 대법관이 '화천대유' 법률고문으로 일을 시작한 지난해 10월은 이 민원이 성남시의회 도시건설위원회에서 본격적으로 다뤄진 시점이다. 

지난해 10월 13일 열린 도시건설위 안건에는 '판교대장지구 인프라 확충 요청 청원'이 의사일정으로 포함됐다. 당시 국민의힘 소속 이기인 위원은 대장지구 북측 송전탑 이설 및 지중화에 필요한 비용이 얼마나 되는지 회의에 출석한 강해구 성남도시개발공사 도시균형발전과장에게 물었다. 이 위원은 "송전탑 관련해서 남측은 이상이 없는데 지금 북측이 문제이지 않습니까"라며 "북측 송전탑 그 부지 매입비는 얼마 정도로 추산을 하고 있습니까"라고 질문했다. 강 과장은 "1800억~2000(억원) 정도"라고 답했다. 송전탑 이설 및 지중화 비용은 m당 단가로 계산되는데 대장지구 남측 송전탑 이설 당시 600m에 900억원이 들었으니, 산악지역인 북측은 단가당 1.2배를 곱해 1800억~2000억원이 추산된다는 설명이다. 당시 '성남의뜰'은 남측 송전탑 문제는 해결했으나 북측 송전탑은 퍼스트힐 입주자 모집 공고와 주택공급계약서에는 "(대장지구 북측)에 송전탑이 위치함을 인지하고 일체의 이의를 제기하지 않음을 확약"이라는 문구가 있었다는 점에서 지중화는 약속된 사안이 아니라는 입장이었다. 

대장동 도시개발사업 시행사 '성남의뜰'이 2018년 작성한 환경영향평가 중 북측 송전탑 지중화 및 이설을 약속한 대목.
대장동 도시개발사업 시행사 '성남의뜰'이 2018년 작성한 환경영향평가 중 북측 송전탑 지중화 및 이설을 약속한 대목.

하지만 '성남의뜰' 발목을 잡은 건 대장지구 북측 아파트 단지 입주자들의 민원보다는 스스로 작성한 2018년 '환경영향평가'에 있는 것으로 보인다. 본지가 입수한 '성남 대장동·제1공단 결합 도시개발사업 환경영향평가' 657쪽에는 '전파장해' 부분이 있다. 이 문서는 '저감방안'으로 '송전선로 지중화'와 '토지이용계획 반영(이격거리 확보 및 녹지 조성)'을 제시했고, 이같은 해결책은 남측 송전탑뿐 아니라 북측 송전탑에도 적용됐다. 문서는 661쪽에서 북측 송전탑을 말하는 '사업부지외 북측 신안성~신성남TL(345kV) 송전선로' 지중화 및 이설 방안으로 "송전선로 이설 및 지중화는 기술적으로 가능하나 선하부지에 대한 각종 민원 발생 등이 예상됨에 따라 사업기간이 상당기간 소요될 것으로 예측됨"이라면서도 "별도의 사업으로 추진하더라도 개발계획의 변경이 없도록 케이블 헤드 부지 및 지중케이블 관로의 규모 등을 개발계획에 사전 확보할 수 있도록 할 계획임"이라고 덧붙였다. 대장지구 개발사업이 끝난 뒤에라도 송전탑 지중화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일종의 약속으로 볼 수 있는 지점이다. 여기서 '케이블 헤드'란 송전시설을 땅에 묻는데 필요한 일종의 지하시설을 말한다. 

이같은 환경영향평가를 바탕으로 성남시는 대장동 개발사업을 승인했는데 정작 '성남의뜰'은 북측 송전탑 문제 해결에 적극적이지 않았다는 게 환경청의 공식 판단이다. 환경청은 지난해 1월 20일을 시한으로 "환경영향 저감대책 수립 이행"을 '성남의뜰'에 '이행조치명령' 처분했다. 그런데도 '성남의뜰'은 "(송전탑) 경계부쪽 조경녹지를 조성" 등의 자체 이행조치를 내세웠다. 이에 환경청은 같은 해 3월 3일을 시한으로 재차 "환경영향평가서 상 '개발계획의 변경이 없도록 케이블 헤드 부지 및 지중케이블 관로의 규모 등을 개발계획에 사전확보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인바, 관련 계획을 제시할 것"이라고 보다 구체적인 주문을 했다. 결국 '성남의뜰'은 이행조치를 따르지 않았고 환경청은 지난해 6월 성남시를 거쳐 환경영향평가법에 따라 '환경영향평가 조치명령 미이행'을 이유로 과태료 2000만원을 처분했다. '성남의뜰'은 같은 해 7월 환경청을 상대로 '과태료부과처분무효확인소송'을 냈고, 한 달 뒤에는 성남시를 상대로 행정심판을 청구했다. 지난해 12월 경기도 행정심판위원회는 '청구 기각' 결정했고 '성남의뜰'은 불복, 올해 1월 25일 성남시장을 피고로 '이행조치명령취소소송'을 제기한 상태다. 이 소송 원고인 '성남의뜰'을 대리하고 있는 곳은 법무법인 태평양이다. 

'성남의뜰'은 기관이 아닌 개인을 상대로도 법적분쟁을 벌였다. 환경청과 성남시 처분 배경에 민원이 있다고 판단했는지 고재환 '성남의뜰' 대표와 이 대표는 지난해 3월 입주예정자 대표 박모씨를 무고 혐의로 수원지검 성남지청에 고발했다. 또 화천대유는 박씨가 "환경청 담당자를 협박하여 의무 없는 일을 하도록 강요했다"며 강요미수 및 공무집행 방해 혐의로 고소했다. 하지만 검찰 조사에서 성남시 도시균형발전과 및 환경청 담당 공무원은 "민원인으로서 충분히 할 수 있는 요구로 생각한다"고 진술하면서 이 사건을 재배당받은 의정부지검은 지난해 10월 30일 박씨를 '혐의없음' 처분했다. 

이 대표에 따르면 권 전 대법관은 '대장지구 북측 송전탑 지중화 문제'에 법률자문을 했다. 다만 구체적으로 어느 시기에 어떤 방법으로 자문했는지 이 대표는 따로 언급하지는 않았다. 태평양 측은 소송 진행 과정에 권 전 대법관이 자문했는지 물음에 "노코멘트"라고 답했다. 권 전 대법관은 '대장동 북측 터널 위쪽에 위치한 송전탑 지중화 문제' 법률자문 여부를 묻는 기자의 문자메시지에 아무런 대답을 보내지 않았다. 권 전 대법관은 대부분 시간 휴대전화기를 꺼놓고 있으며 간혹 켰을 때도 기자의 전화를 받지 않았다. 그는 보안성이 강한 텔레그램에는 지난 18일 새벽 2시 37분에 마지막으로 접속했다. 이 대표 인터뷰로 자문사실이 드러나기 전, 권 전 대법관은 <조선일보>에 "전화 자문 정도만 했고 사무실에 출근하지 않았다. 대장동 사업 관련 자문한 적은 없다"고 말했었다. '성남의뜰' 주장대로 송전탑 지중화 문제를 "별도의 사업"으로 본다면 권 전 대법관은 자신의 말대로 대장동 사업 자체에는 자문하지 않았다는 해석도 가능해진다.

[위키리크스한국=윤여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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