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리스크 커지고, TSMC와 격차 확대... 축배 못 드는 삼성전자
중국 리스크 커지고, TSMC와 격차 확대... 축배 못 드는 삼성전자
  • 최종원 기자
  • 승인 2021.10.06 15:11
  • 수정 2021.10.06 15: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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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올해 3분기 매출 70조원 돌파 예상
美 반도체 자국 우선주의·중국 리스크 교착
파운드리(위탁 생산) 부문 TSMC와 격차 확대
정부, 반도체특별법 연내 처리 약속했지만
원천기술·외교 문제 등 불확실성 크다는 평가
삼성전자 화성사업장. [출처=삼성전자 뉴스룸]
삼성전자 화성사업장. [출처=삼성전자 뉴스룸]

메모리 호황에도 삼성전자가 축배를 들지 못하고 있다. 올 3분기 사상 최초로 매출 70조원을 달성할 것이라는 전망에도 헝다그룹 파산 위기와 화웨이 규제, 미국 정부의 반도체 투자 압박과 정보 제공 요구 등 대내외적 변수가 작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삼성전자의 차세대 성장 동력인 시스템 반도체 파운드리(위탁 생산) 부문에선 TSMC와의 격차가 확대되며 위기감이 커지는 형국이다.

6일 시장조사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삼성전자의 3분기 매출액은 74조1000억원, 영업이익은 15조3000억원으로 예상된다. 전망대로라면 삼성전자는 사상 처음으로 분기 매출 70조원을 넘는다. 영업이익은 2018년 3분기(17조5700억원)에 이어 역대 두 번째로 큰 규모다.

이는 메모리 반도체 가격 상승에 따른 호황 덕분이다. D램과 낸드플래시 모두 직전 분기 대비 가격이 8% 이상 상승한 것으로 알려졌다. 증권가에선 3분기 반도체 부문에서만 영업이익 10조원 달성을 전망하고 있다. 하이투자증권은 10조5천억원, DB금융투자와 유진투자증권은 10조1000억원, KB증권은 9조5000억원으로 전망했다. 

이같은 호실적 예상에도 불확실성은 높아지고 있다. 미국과 중국의 무역 분쟁에서 드러났듯 반도체는 단순한 제품이 아닌 안보 자산으로 평가받기 때문이다. 반도체가 전기와 도로처럼 일상 생활을 영위하는 데 필수적인 인프라인 동시에 안보 자산이기에 각국 정부가 자급을 위한 공장 준공, 투자 유치에 나서는 이유다.

올해 들어 반도체 품귀로 자동차 기업들의 생산라인이 멈추면서 반도체 민족주의는 두드러지는 형국이다. 미국의 경우 안보와 산업의 토대인 반도체 생산력의 72%가 분쟁 당사국인 중국에 근접한 한국과 대만, 일본 등 동아시아에 편중된 것을 우려하고 있다. 미국 내 생산 비중은 13%에 불과하다. 바이든 행정부는 반도체 수급난에 대응하고자 삼성전자, TSMC, 인텔 등 기업들을 올해에만 3번이나 화상 회의에 소집하고 있다.

블룸버그 등 현지 매체들은 바이든 행정부가 지난달 23일 삼성전자 등 기업들에게 45일 내로 반도체 재고와 주문, 판매 등과 관련한 정보를 자발적으로 제출하라고 요구했다고 보도했다. 내부 정보를 달라는 요구에 기업들이 난색을 표하는 데도 당국은 국방물자생산법(DPA)을 동원해 기업의 정보 제출을 강제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회의에서 공식적으로 언급되진 않았지만 삼성전자의 미국 파운드리 증설 투자도 뜨거운 감자다. 삼성전자는 미국에 170억달러(약 20조원)을 들여 건설할 제2파운드리 공장의 소재지를 찾고 있다. 삼성전자의 미국 내 유일한 파운드리 공장이 운영되고 있는 텍사스주 오스틴과 세제 혜택을 주겠다는 테일러시가 유력하게 떠오른다. 자국이 필요로 하는 반도체를 전량 자국 내에서 생산하겠다는 바이든 행정부의 의지에 걸맞게 공장 준공 압박을 받고 있는 셈이다.

삼성전자 텍사스 오스틴공장. [출처=삼성전자]
삼성전자 텍사스 오스틴공장. [출처=삼성전자]

중국의 경우 부동산 기업 헝다 그룹의 파산 위기·전력난과 중국 정부 규제 문제가 부각되면서 복잡한 양상이다. 부채가 약 350조원에 달하는 헝다 그룹의 파산 위기로 경기 침체가 가속화 된 데다 전력난 사태까지 터져 반도체 수급난까지 겪고 있다. 중국 시안에 위치한 삼성전자 낸드플래시 공장의 경우 직접적인 타격은 없지만 향후 셧다운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어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중 무역분쟁의 핵심 안건인 화웨이 제재도 여전히 유지되고 있다. 화웨이에 대한 미국의 제재 여파로 삼성은 지난해 9월부터 메모리를 포함한 반도체 공급을 사실상 중단하고 있다. 삼성전자 매출액의 3%(약 7조원)를 차지하는 만큼 큰 변수였다. 최근 수억달러 규모의 자동차 반도체 칩을 화웨이에 수출하는 것을 허용했지만 대상은 미국 기업으로 한정돼 별다른 변수가 되지 못했다.

지난해 우리나라 반도체 수출 물량에서 중국 비중은 39.6%에 달했다. 비즈니스 측면서만 보자면 중국이 사실상 우리나라 반도체 업체들의 목줄을 잡고 있는 셈이다. 삼성전자로서는 미국과 중국 어느 나라도 포기할 수 없어 두 나라의 패권 경쟁이 심화할수록 고민은 클 수밖에 없다.

이런 와중에 삼성이 패권을 쥐고자 하는 파운드리 시장에서 TSMC와의 격차는 되려 커졌다. 홍콩 시장조사업체인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TSMC는 지난 2분기 글로벌 파운드리 시장에서 점유율(매출액 기준) 58%를 차지했다. 2위는 삼성전자(14%)였다. TSMC는 1분기(55%)에 비해 3%가 올랐고, 삼성전자는 같은 기간 대비 점유율이 3% 떨어졌다. 

정부는 세액공제, 규제 개선, 인재 양성 등을 골자로 한 국가핵심전략산업 특별법(반도체특별법) 연내 처리를 약속했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5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반도체 특별법 관련 부처들이 지난주에 쟁점에 타결했다"며 "연내에 법안이 통과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향후 10년간 총 3000명의 석·박사급 인력을 배출한다는 계획도 지난 4월 발표했다. 석·박사급 인재 확보를 위해 핵심기술 연구개발(R&D), 고급인력 양성, 채용 유도를 연계하는 민관합동 프로젝트를 추진한다는 것이다. 동시에 반도체 설계 전문인력 교육에 대한 업계 요청으로 실무인력 1200명 양성도 진행한다.

정부의 정책적 노력에도 불확실성은 제대로 걷히기 힘들 것으로 관측된다. 시스템 반도체 시장에서 미국이 원천 기술을 꽉 잡고 있고 핵심 장비도 미국, 일본 등 외국에 의존하고 있다. 정무적 관점에서도 기시다 후미오 신임 일본 총리가 수출규제를 주도한 이마이 다카야 자문역을 유임시키며 한일 간 경제협력의 어려움을 예고하고 있다.  

고졸 여성 출신으로 삼성전자 임원을 지낸 양향자 무소속 의원은 "반도체 설비투자에 마국은 최대 40% 세액공제 혜택을 주고, 중국은 1조위안(180조원)을 투자해 반도체 자급률 70%를 목표로 하는 등 국가대항전이 되고 있다"라면서도 "우리나라 반도체 산업은 인프라 규제가 상상초월이며 성장 걸림돌"이라고 지적했다.

양 의원은 이어 "SK하이닉스 수도권 공장 총량제 예외를 심의하는 데 2년이 걸렸고, 삼성전자 평택캠퍼스는 송전 설치 등에 5년이 걸렸다"며 "국내 반도체 기업이 미국·중국 등에서 공장가동까지 2년 안에 완료한다고 하는데, 본국인 한국에선 6~7년이 걸린다"라고 덧붙였다.

[위키리크스한국=최종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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