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외상센터②] 11층 추락 극적 생존·산소통 폭발 중증외상
[서울대 외상센터②] 11층 추락 극적 생존·산소통 폭발 중증외상
  • 김 선 기자
  • 승인 2021.10.18 09:29
  • 수정 2021.10.18 09: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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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명 환자 인터뷰로 바라본 ‘외상센터’ 유지·존립 필요성
“제2의 인생 살게 해준 선생님, 가족·언니처럼 포근함 느껴”
“이신애 선생님·간호사님, 생일 케이크 정말 감사했어요”

서울대병원 외상센터가 개소한 이후 본격적으로 환자를 받게 된 시점은 올해 3월. 개소 당시 외상센터 소식이 잘 알려지지 않아, 서울시 중증외상 최종치료센터(서울대병원·고대구로병원·고대안암병원·국립중앙의료원) 시스템으로 많은 환자를 받지 못했다. 의료진들은 외상센터 소식을 알리고 환자의 골든타임을 지키기 위해 병원 전 단계에서 환자가 바로 내원할 수 있도록 관할 소방서를 방문, 외상센터 개소 홍보를 펼쳤다. 그 결과 3월 대비 9월 환자 수는 3명에서 29명으로 증가했다. <위키리크스한국>은 서울대병원 외상센터, 그리고 서울대병원이 위탁 운영 중인 국립교통재활병원을 방문해 두 명의 외상환자를 만나 인터뷰를 진행했다. 외상환자가 생각하고 느끼는 서울대병원 외상센터 필요성에 대해 들어봤다.

◆ 11층 추락한 20대 여성, 기적 생존

ISS(Injury severity score) 점수는 손상중증도를 나타내는 점수로 평균 15점 이상이면 중증에 해당한다. 지난 8월 26일 아파트 11층에서 추락한 20대 여성 ISS 점수는 57점으로, 병원 도착 당시 매우 위독한 상황이었다. 추락 당시 나무에 걸렸던 것으로 추정됐고. 이날 오후 4시 59분에 119 도착 후 서울대병원까지 20분 정도 소요됐다. 응급실 내원 초기 혈압은 60/42, 맥박수 120회로 다발성 외상에 의한 출혈성 쇼크가 의심됐다. 초기검사 결과 다발성 골절은 물론이고 양측 폐 타박상으로 인한 혈흉·기흉, 좌측 신장동맥 손상으로 인한 허혈성 변화, 골반강 내 다발성 동맥 출혈로 인한 혈복강 상태였다. 기도삽관과 색전술 등 응급처치를 시행했지만, 저녁쯤 혈압 저하와 산소포화도 감소에 의한 급성호흡곤란증후근으로 위기를 맞았다. 에크모 삽입 시 재출혈로 인한 사망 가능성이 높은 상태였지만, 최후의 선택으로 에크모 삽입을 시도했다. 에크모가 제거되기까지 여성은 20팩의 수혈을 받았지만, 다행히도 혈압 및 산소포화도 수치가 유지되면서 혈압 및 산소포화도 수치가 유지되면서 에크모 사용은 일주일 뒤 종료됐다. 여성은 입원 기간 동안 3차례의 수술과 최소 11번 이상의 시술을 받으면서 회복했고, 입원 19일만인 9월 14일 첫 식이를 진행했다. 입원 28일째인 9월 23일에는 일반 병동으로 전동, 9월 28일 기관절개튜브 제거와 함께 스스로 말을 했고, 10월 11일 국립교통재활병원으로 전원 이송됐다.

<여성 생존자 인터뷰> “사고 이후 눈을 딱 떴는데 온몸이 너무 아팠다. 그리고 무슨 일이 있었는지 가족들한테 이야기를 들었는데도, 사실 그때 상황에 대한 기억이 잘 안 난다. 중환자실에 있을 때도 방 안에 갇힌 느낌이라 많이 힘들었다. 지금은 많이 극복한 상황이고 긍정적으로 생각하려고 노력한다. 실제로 몸이 많이 좋아지기도 했다. 이번 일을 겪으면서 가족들에 대한 생각도 많이 했는데, 나를 정말 많이 사랑하고 아껴준다는 느낌을 받았다. 앞으로 멀리 봤을 때도 어려움은 없을 것 같다. 선생님들께서도 재활병원 가서 재활을 열심히 하면 충분히 다시 예전으로 돌아갈 수 있다고 말해줬다. 예전으로 다시 돌아갈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오히려 제2의 인생을 살게 된 것 같다. 또 선생님들께서 저에게 기적이라는 말을 사용해 주셨는데, 제가 정말 살아 있다는 것이 기적 같다. 사실 살면서 이런 의사 선생님들을 처음 봤다. 마음까지 치료 받았기 때문이다. 선생님들이 가족 같았고, 친한 언니 같다. 그래서 늘 위로가 됐고, 위안이 됐다. 그 점에서 너무 감사드린다. 이곳에 있을 때도 회진 시간만 기다렸는데, 전원을 가면 선생님들이 많이 그리 울 것 같다. 나중에 이곳으로 외래 진료를 오면 선생님들께 걷고 뛰는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다. 그것도 아주 예쁜 필라테스 옷을 입고 뛰어갈 것이다. 선생님들이 저를 이렇게 고쳐주셨다는 사실을 보여드리고 싶다. 이번에 인터뷰를 하게 된 것도 선생님들이 너무 좋아서 선생님들을 위해서, 도움을 드리고 싶어서 참여했다. 사실 외상센터들에 대한 지원이 많이 부족하다고 들었다. 나도 외상환자가 될 줄 몰랐는데, 막상 되어 보니 생각보다 외상환자들이 정말 많다. 사고를 당한 사람을 보고 그러려니 하며 넘어가시는 분들이 많은 것 같은데, 암 환자에게 집중된 관심을 외상환자에게도 나눠주셨으면 좋겠다. 나와 같이 외상을 당한 환자분들도 다들 많이 힘드시겠지만, 잘 극복해서 일상으로 잘 돌아가셨으면 좋겠다는 마음이 든다. 물론 슬플 때도 있지만, 더 안 좋아지는 일은 없다고 생각하고 좋은 일만 남았다고 생각한다.”

<여성 생존자 어머님 인터뷰> “외상과 관련해서는 매스컴에서 이국종 교수의 이야기를 통해 알게 되는 정도였고, 큰 관심은 없었다. 그런데 이번에 너무나 절실하게 느끼게 됐다. 외상외과처럼 누군가 책임지고 환자를 끝까지 살리겠다며 팀을 끌고 가지 않았다면 내 딸은 살 수 없었을 것이다. 아마도 응급실에서 협의하는 데 시간이 오래 걸려 후유증이 오거나 응급실 내에서 통증 관리가 잘 안 됐을 것 같다. 내 딸 생존률은 10% 미만이었는데, 선생님들께서 한시도 쉬지 않고 상태를 봐주시고 필요한 걸 바로 해결해 줬다. 그걸 보니 외상환자의 경우 처치가 조금이라도 늦어지면 합병증도 발생하고 장애도 남게 되는 것 같다. 빠른 처치로 환자의 삶의 질을 높일 수 있다는 걸 느꼈다. 정말 훌륭하신 선생이다. 또 외상이 마음으로도 굉장히 힘든 일인데, 선생님들께서 힘든 마음까지 만져줘서 버틸 수 있었다. 그동안 선생님들에 대한 불신이 있었는데 이곳에서 다 치유 받았다. 환자와 보호자의 마음까지 치유해 주시는 선생님들을 보면서 외상 외과에 더 적절하게 맞는 선생님 같았고, 서울대병원의 차별화된 장점을 느꼈다. 생존확률이 낮은 환자한테 그 리스크를 다 감당해 줄 수 있는 의료진이 있을까 싶다. 정말 환자를 살리겠다는 강한 의지로 이뤄낸 일이다. 전원을 가기 전 서류를 준비하면서 진료기록만 1,000장 이상에 CD가 6장이 넘는 걸 보면서, 선생님들의 강한 열정을 느꼈다. 그런데 외상센터의 운영이 힘들다는 이야기를 듣고 많이 속상했다. 내 딸은 운이 좋아서 바로 치료를 받을 수 있었지만, 정말 작은 틈새로 들어갔기 때문인 것 같다. 이 틈이 조금만 넓어지면 더 많은 사람들이 기회를 갖게 될 것이다. 그런데 이 틈이 좁아질 생각을 하니까 너무 아찔하다. 외상 분야가 지원이나 관심을 못 받는 편이라 운영하는 사람들 입장에서는 그럴 수 있다. 하지만 결국 환자가 살아야 다음 진료가 있는 것처럼 외상환자들을 살리는 것이 우선이 돼야 한다.”

◆ 한순간 폭발 사고..“남의 일? 결코 장담할 수 없다”

지난 9월 11일 오후 3시 50분경 여느 때와 다름없이 산소통에 산소를 옮겨 담던 B씨는 작업을 하던 중 갑작스럽게 산소통이 폭발하면서 다발성 중증외상을 입었다. 응급실 내원 당시 왼쪽 손목 절단과 왼쪽 허벅지 부분 피부 손상으로 인해 근육과 혈관이 노출된 상황이었고, 급성 출혈이 있는 상태였다. 왼쪽 다리 손상에 의한 대량 출혈이 심각해 혈관조영술을 통한 응급색전술을 시행했고, 정형외과 응급수술이 진행됐다. 이 수술로 B씨는 왼쪽 다리 절단술과 왼쪽의 절단된 손목 처치를 받았다. B씨는 비록 사고를 당했지만 모든 의료진들이 인정할 정도로 긍정적이고, 밝은 모습을 보였고 침상에서도 꾸준히 적극적으로 운동을 했다. 수술 3일 뒤 일반 병동으로 이동해 지속적인 수술 상처 관리와 재활 치료를 시행하면서 10월 7일 국립교통재활병원으로 전원됐다.
 
<B씨 인터뷰> “수족관에서 물고기들이 잘 살 수 있게 산소를 공급해 주는 일을 했다. 그런데 큰 산소통을 들고 갈 수 없으니 작은 것에 소분해서 산소를 공급해줬다. 사고가 발생한 날에도 여느 때와 다름없이 산소를 소분하고 있었는데, 그날 갑작스러운 폭발사고가 발생했다. 아침이라 혼자 사고를 당했던 게 그나마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손님이 한 명 있어서 귀가 안 들린다고 했는데 지금은 안정을 찾았다고 들었다. 사고를 당하기 전까지는 외상에 대해 자세하게 알지 못했다. 우리 주변에 늘 중증장애인은 있지만, 그들을 보면서 저 사람들을 치료해 주는 곳이 있겠구나 하고 생각한 곳이 전부다. 그랬던 내가 이렇게 외상환자가 될 것이라고 생각하지 못했다. 처음 사고가 났을 때는 왜 나에게 이런 일이 생겼는지 하늘을 원망했고, 이렇게 살아야 하나 싶었다. 한 일주일 동안은 갈등이 심했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가족들을 생각하면서 내가 이런 시련도 못 이기겠냐는 생각이 들었고, 나중에는 살아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감사했다. 그 생각에 꼭 이겨내서 가족도 돌봐줘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래도 지금까지 살아왔던 세월이 있는데, 이 정도도 못 이기겠나 싶어서 지금은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모든 걸 다 받아들이고 있다. 또 생각하지도 못했던 큰 사고로 목숨이 위험한 상황에서 서울대병원 외상센터 선생님들을 만났다. 얼마나 노력해서 살려주셨는지, 그 감사한 마음을 어떻게 표현해야 할 지 모르겠다. 한 번은 생일이라 집사람이 해준 미역국을 먹고 있는데, 이신애 선생님이 그 모습을 보고 케이크를 사와 간호사 선생님들과 축하해 주셨다. 고개 숙여 감사의 말씀을 드리고 싶다. 내가 열심히 재활에 임해서 사회에 나가 다시 일상생활로 복귀한다면, 나를 살려주셨던 그 분들도 보람을 느끼지 않을까 싶다. 그래서 재활도 더 열심히 해서 그 전에 하던 일도 남들 못지않게 더 잘하고 더 잘 사는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다.”

“국립교통재활병원에 한 2주 정도 있었는데, 이곳에서 느낀 것은 전부 중증장애를 가진 사람들이다. 사고 이후 과연 내가 이 모습으로 사회에 나가서 잘 적응할 수 있을까, 일은 다시 할 수 있을까 심리적으로 힘든 시간도 있었지만 남아 있는 가족들을 생각하면서 나는 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또 막상 이곳에 와서 재활 치료를 하니까 충분히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희망을 얻었다. 국립교통재활병원에서는 각 환자에게 필요한 프로그램에 맞춰 운동을 하는 편이라 환자 만족도가 높다. ‘여기에 와서 좋아졌다’, ‘걸을 수 있게 됐다’등의 평가들이 있다. 그런 체계적인 훈련을 시켜주는데, 정말 사회로 다시 복귀할 수 있을 것 같다. 바라는 점이 있다면 조금 더 환자 개인의 체력이나 기저질환에 맞춰진 재활 치료가 병행될 수 있었으면 좋겠다. 외상환자를 살리는 외상센터도 너무 중요하지만, 재활에 성공하는 것도 굉장히 중요한 것 같다. 그렇게 외상체계가 발전하길 바란다. 나도 처음에는 외상센터가 뭐 하는 곳인지 잘 몰랐다. 주변을 보면 아마 중증 장애를 가진 사람들이나 보조기구를 타고 다니는 사람들을 볼 수 있는데, 그 사람들이 외상센터와 같은 곳에서 치료를 받고, 재활을 통해 사회로 복귀한 사람들이다. 그게 외상센터와 재활센터가 있었기 때문에 다시 사회로 복귀할 수 있었구나 하고 생각해 보면 그 필요성은 너무 높아 보인다. 설마 나에게 이런 일이 생기겠어? 라는 생각을 할 수도 있지만 누구에게나 생길 수 있다. 내가 안 당할 것이라고 장담할 수 없다. 외상센터와 재활센터는 반드시 있어야 하는 곳이다. 아마 외상센터가 없었다면 나는 살 수 없었을 것이다.”

[위키리크스한국=김 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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