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경제 전문가들은 내년에도 공급망 병목 현상이 미 경제를 짓누르면서 높은 인플레이션이 지속될 것으로 내다봤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이 17일(현지시간) 공개한 이코노미스트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들이 예상한 12월 물가상승률 평균치는 5.25%로 집계됐다. WSJ은 지난 8∼12일 재계, 학계, 금융업계의 전문가 67명을 대상으로 경제 전망을 조사했다.
10월과 11월에도 비슷한 수치가 찍힐 것으로 가정한다면 지난 1991년 초 이후 최장 기간 5% 이상의 물가상승률을 기록하는 셈이라고 신문은 지적했다.
응답자들의 예상을 평균치로 환산한 결과 소비자 물가상승률은 내년 6월 3.4%, 내년 말 2.6%로 각각 떨어질 것으로 전망됐다.
올해만큼은 아니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유행 전 10년간의 평균인 1.8%보다는 훨씬 높은 수준이다.
이런 인플레이션 우려 탓에 경제 성장률 전망치는 큰 폭으로 하향 조정됐다.
이번 조사에서 올해 3분기 성장률 전망치는 3.1%(이하 연율)로 지난 7월 WSJ 조사의 7.0%에서 크게 후퇴했다. 4분기 성장률도 지난 7월 조사 때는 5.4%로 전망됐으나, 이번 조사에서는 4.8%로 낮아졌다.
금융회사 비자의 수석 이코노미스트인 마이클 브라운은 "높은 물가상승률이 소비자의 실질 구매력을 낮추고 있어 소비자 지출은 제한적일 것"이라고 말했다.
조사에 응한 이코노미스트 중 절반은 향후 12∼18개월간 경제 성장에 가장 위협이 되는 것은 공급망 병목 문제라고 입을 모았다. 이들은 공급망 문제가 내년에도 대부분의 기간에 경제를 짓누를 것으로 예상했다.
응답자의 45%는 내년 하반기에야 공급망 병목 현상이 대부분 사라질 것으로 내다봤으나, 40%는 그 전에 공급망 문제가 크게 개선될 수 있다고 관측했다.
코로나19를 경제 성장의 최대 위협으로 꼽은 응답자는 8.2%에 그쳤다.
경제 전문가들의 전망이 사실로 입증된다면 연준이 물가 억제를 위해 서둘러 금리를 올려야 할 것이라고 WSJ은 내다봤다.
이번 조사에서 이코노미스트 5명 중 3명은 연준이 내년 말까지 금리를 인상할 것이라고 답했고, 16%는 내년 6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 전까지 첫 금리 인상이 이뤄질 것이라는 견해를 밝혔다.
중장기 경제 전망에 대한 시각은 비교적 낙관적이다. 10월 조사에서 집계된 성장률 전망치는 2022년 3.6%, 2023년 2.5%로 직전 조사 때보다 소폭 상향됐다.
글로벌 회계·컨설팅 기업 KPMG의 수석 이코노미스트 콘스탄스 헌터는 "2022년은 여러 가지로 복잡한 해가 될 것"이라며 "경제 성장은 매우 강하겠지만 기업과 소비자들이 고물가 시대를 잘 헤쳐나가기 어려울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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