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정보] 브루넬레스키의 돔... 살아있는 전설, 피렌체 대성당의 과학과 예술을 읽다
[신간 정보] 브루넬레스키의 돔... 살아있는 전설, 피렌체 대성당의 과학과 예술을 읽다
  • 유 진 기자
  • 승인 2021.10.29 08:28
  • 수정 2021.10.29 05: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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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에서 가장 큰 돔 건축의 비밀과 역사
브루넬레스키의 돔 /도토리하우스 제공

붉은 꽃으로 뒤덮힌 이탈리아 피렌체의 산타마리아 대성당(두오모, Duomo)은 이 도시의 상징이다.

이 성당의 돔은 보는 사람들의 숨을 멈추게 할 만큼 압도적이다. 돔은 가분수 같아 보이지만 놀라운 공학적 기술과 예술적 디자인이 완벽한 조화를 이루고 있다. 이는 피렌체를 르네상스의 고향이며 시작으로 만들어준 위대한 건축물로 꼽힌다.

이 산타마리아 델 피오레 대성당의 돔을 완성한 예술가는 중년의 필리포 브루넬레스키였다.

르네상스는 이전부터 시작되었지만 15세기, 콰트로첸토에 본격화됐다. 그 중심에 두오모 대성당의 건축이 있다.

피렌체는 로마의 카이사르가 세워 고대와 중세의 흔적이 그대로 보존된 도시다. 이미 중세부터 대성당과 베키오 궁전이 지어졌다. 성 요한 세례당의 경우 비잔틴 양식으로 건축되어 있었다.

하지만 금융과 상권으로 막대한 부를 얻은 피렌체인들은 중세 말에 시도되었던 고딕식 건축에 만족할 수 없어 과거엔 불가능한 기술로 포기했던 돔을 새로운 르네상스식으로 건축하기에 이른 것이다.

새로운 대성당 건축은 피사출신의 건축가 아르놀포 디 캄비오의 설계로 1296년부터 시작됐다. 캄비오는 고딕식 건축물 구조에 작은 돔을 얹어 첨탑을 대신할 계획이었지만 기공 후 공사 중이던 1302년에 캄비오는 세상을 떠나고, 대성당 건축은 중단된다. 이 후 1349년까지 대성당 공사는 여러 문제에 부딪히면서 중단과 설계 변경이 반복됐다.

마침내 1349년 공사가 재개됐고, 73년 만에 돔을 제외한 모든 건축구조물이 완성됐다.

긴 공사기간 동안 피렌체는 르네상스 인문학과 과학이 발전하고 인간의 몸과 자연과 우주를 재발견하는 도시로 재탄생하게 됐다.

가장 높고 큰 돔을 지어야 한다는 소원은 기술적인 한계로 이루어지지 않았지만 피렌체인들은 포기하지 않았다. 그들은 "언젠가 하나님께서 이 돔의 수수께끼를 풀어주실 것"이라는 믿음으로 기다렸다.

피렌체의 상징인 두오모 대성당. /연합뉴스
피렌체의 상징인 산타마리아 대성당. /연합뉴스

"神이 이 돔의 수수께끼를 풀어주실 것" 

피렌체인들에게 수수께끼로 남아있던 돔의 건설은 15세기가 시작되던 해에 실마리가 풀리게 된다.

성 요한 세례당의 청동문 제작 공모에 응모했던 금 세공사 출신 필리포 브루넬레스키는 라이벌 기베르티에게 그 자리를 내어주고, 고대 건축물을 연구하러 로마로 갔다.

고대 로마의 건축물들을 면밀히 살피던 그는 '판테온'을 보면서 돔의 건축방식을 연구하며 공학적인 기술을 터득하고 돌아오게 됐다.

1418년 두오모 길드위원회는 돔 건축을 위한 현상 설계공모를 내걸었다. 기준은 마지막 변경된 설계를 기반으로 하되 값비싼 목재 사용을 줄이고, 그 당시 가장 큰 돔을 건축하라는 것이었다.

브루넬레스키와 각국의 건축가들이 공모에 대거 참가했지만, 그들에게 지금까지 한 번도 지어본 적이 없는 거대한 돔을 세우는 것은 수수께끼였다.

브루넬레스키는 이전 고딕양식인 나무 구조물을 쌓아 올리는 부벽을 만들지 않고 돔을 건축할 수 있다고 자신했지만 아이디어는 공개하지 않았다.

'대리석판 위에 계란을 똑바로 세울 수 있는 사람'이 돔의 공사권을 갖기로 한 조건 속에 결국 브루넬레스키가 최종 당선됐다.

피렌체 두오모 내부. /연합뉴스
피렌체 두오모 내부. /연합뉴스

피렌체, 인간-자연-우주를 재발견하는 도시로 재탄생하다

브루넬레스키는 공사가 멈췄던 지점에서 돔을 위한 공사를 새로 시작했다. 팔각형 드럼에서 시작해 원뿔형으로 올라가는 돔양식이었다.

돔을 쌓아올리는 작업에서 가장 어려운 문제는 외부에서 지지해주는 버팀 벽이 없는 채로 이중으로 쏟아지는 무게 하중을 견디며 벽돌을 쌓아올리는 일이었다.

이 문제에 대해 브루넬레스키는 로마의 판테온이 6m나 두꺼운 이중-쉘 구조로 건설된 것에 착안, 두오모의 무게 중심을 이중-쉘로 분산할 공학적인 방법을 마련했다.

돔의 아래쪽으로 내려가는 압축력과 사방의 빗면으로 퍼져 내려가는 인장력의 무게 중심을 받혀주기 위해 돔의 모양을 완전한 반구형태가 아닌 위로 올린 우산대 모양과 원형에 가까운 팔각 돔으로 설계하여 힘을 분산시켰다.

돔을 하나는 내부에, 다른 하나는 바깥으로 올린 이중-쉘 구조 사이에는 계단을 배치하고 돔의 안전을 위해 내부를 수직-수평의 체인과 고리로 짜임새 있게 연결했다.

필리포 브루넬레스키의 석상. /연합뉴스
필리포 브루넬레스키의 석상. /연합뉴스

공학적 기술과 예술적 디자인의 완벽한 조화

돔의 성공적인 축성의 또다른 비밀은 해링본 벽돌 건축에 있었다.

돔의 내부바닥 모양이 위로 올라가며 꽃 모양을 이루고 벽돌들을 엇갈리게 쌓아 일련의 아치가 만들어져 균형을 잡아주었다. 이 방법은 원래 그의 설계에는 없었던 것이었으나 천재가 만들어낸 우연으로 꽃의 성모 마리아라는 두오모의 이름과 같은 모양이 나타난 것이다.

브루넬레스키는 16년이라는 긴 공사 기간 동안 많은 어려움을 겪어야 했다. 재정적인 어려움은 메디치가에서 해결해 주었지만 공사를 둘러싸고 생겨나는 다른 건축가들의 악담과 비판에 일일이 대처해야 했다.

마침내 대망의 1436년이 됐다. 처음 공사가 시작된 지 140년 만에 부르넬레스키는 디자인과 공학의 절묘한 조화가 만들어낸 르네상스의 최고 걸작 두오모 대성당의 돔을 완성하기에 이르렀다.

돔이 완성된 지 10년 후 그리고 돔 내부의 자연 조명과 환기를 위한 루프랜턴 공사를 시작한 지 한 달 여 만에 브루넬레스키는 세상을 떠났다. 그가 지은 돔 아래서 처음으로 장례식이 치러졌다.

“피렌체의 위대한 천재 필리포 브루넬레스키 여기 잠들다.”

[위키리크스한국= 유 진 기자]

피렌체 시가지와 대성당. /연합뉴스

 

 

yoojin@wikileaks-kr.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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