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일 올림픽공원에서 엄수된 고(故) 노태우 전 대통령의 영결식은 80분 동안 차분한 분위기 속에서 진행됐다.
이날 오전 9시 빈소인 서울대병원을 출발한 운구차는 오전 11시께 영결식장인 올림픽공원 평화의광장에 도착했다. '인류에 평화를, 민족에 영광을. 대통령 노태우'라고 새겨진 비석이 놓인 곳이다.
정식으로 참석한 인사는 국무총리 등 국가 주요 인사, 정당·종단 대표 등 정부 측 초청 인사, 유족 측 인사 등 50명 미만의 조촐한 규모로 장례가 치러졌다.
장례위원장인 김부겸 국무총리, 장례집행위원장인 전해철 행정안전부 장관을 비롯해 부인 김옥숙 여사, 딸인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 아들 노재헌 변호사 등 유족과 친지들, 6공화국 주요 인사들로 구성된 장례위원회 유족 측 위원, 주한 외교단이 참석해 고인의 마지막 길을 배웅했다.
더불어민주당 송영길 대표 등 여권 인사들은 영결식에 불참했다. 장례위원회 고문인 박병석 국회의장도 세종시 국회의사당 부지 방문 일정을 이유로 불참했다.
건강상 이유로 발인에 참석하지 못했던 여사는 영결식에는 휠체어를 타고 나와 좌석 맨 앞줄에 자리했다. 김 여사 오른편에는 소영·재헌 씨 등 유족이 앉았다.
다만, 박 의장, 유남석 헌법재판소장, 송 대표 등의 불참으로 김 여사 왼편 두 자리와 김 총리 뒤쪽등 빈자리들이 눈에 띄었다.
초청 받은 정당 대표 중에서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만 유일하게 참석했다. 청와대에서는 유영민 대통령 비서실장과 이철희 정무수석이 참석했다.
뒷줄에는 '6공 황태자'로 불린 박철언 전 정무 제1장관, 청와대 경제수석을 지낸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을 비롯해 노태우정부 당시 핵심 인사들이 자리했다.
국민의례와 약력 소개로 시작된 영결식에서 장례위원장인 김부겸 총리는 조사를 통해 88올림픽 성공적 개최, 북방외교 등 노 전 대통령의 공적을 언급하면서도 "우리 현대사에서 지울 수 없는 큰 과오를 저지른 것은 움직일 수 없는 사실"이라고 말했다.
김 총리는 다만 고인이 과거 잘못에 대한 사죄와 용서의 뜻을 밝힌 유언 등을 언급하며 "오늘의 영결식은 고인을 애도하는 자리이자 새로운 역사, 진실의 역사, 화해와 통합의 역사로 가는 성찰의 자리가 돼야 한다"고 했다.
이어 대통령 비서실장과 국무총리로 고인과 함께 했던 노재봉 전 총리는 눈시울을 붉히며 추도사를 했다.
노 전 총리는 고인을 '각하'라 부른 뒤 영결식 장소로 이곳이 정해진 배경과 관련해 "'서울올림픽을 허락하지 않으려거든 이 국제올림픽위원회 사무실을 내 무덤으로 만들어달라'던 절규에 기어이 (올림픽이) 열리게 되고, 이를 기념하기 위해 건립된 평화의광장에서 각하를 마지막으로 모시겠다는 우리 심정을 헤아리소서"라고 흐느꼈다.
영결식에선 불교, 기독교, 천주교, 원불교 순으로 4대 종교의 의식이 거행됐다. 이어진 분향·헌화 때 김 여사는 1시간 동안 참았던 눈물을 쏟아냈다. 88서울올림픽 주제가 '손에 손잡고' 등 추모 공연이 이어졌다.
영결식은 노 전 대통령의 영정을 앞세운 운구행렬이 식장을 빠져나가면서 끝났다.
영결식장 근처에는 행사 1시간 전부터 장년층을 중심으로 200여명의 시민들이 영결식을 지켜보기 위해 몰려들었다. 영결식 시작 때는 1000여명으로 인원이 불어났다.
영결식장 앞에서 '청년온라인공동행동'은 '광주학살 주범! 노태우 국가장을 반대한다', '군사쿠데타 주범! 학생운동 탄압! 공안정국 조성! 노태우 국가장을 반대한다' 등의 손팻말을 들고 1인 피케팅 시위를 했다.
한편, 유족 측 장례위원에는 12·12 쿠데타 때 전두환 보안사령관 비서실장을 지낸 허화평, 보안사 인사처장이던 허삼수, 3공수여단장이던 최세창 씨 등이 포함돼 논란이 일기도 했다.
[위키리크스한국=정세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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