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반도체 정보·투자 요구... 삼성전자-SK하이닉스 최종 선택은
美 반도체 정보·투자 요구... 삼성전자-SK하이닉스 최종 선택은
  • 최종원 기자
  • 승인 2021.11.08 17:06
  • 수정 2021.11.08 1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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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지난 4월 백악관 루즈벨트룸에서 반도체 업계 대표들과 화상 회의를 진행하는 도중 실리콘 웨이퍼를 꺼내들고 있는 모습. /AP 연합뉴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지난 4월 백악관 루즈벨트룸에서 반도체 업계 대표들과 화상 회의를 진행하는 도중 실리콘 웨이퍼를 꺼내들고 있는 모습. /AP 연합뉴스

"미국에서 영업하는 반도체 기업들은 고객 정보를 제출하라." (美, 백악관)

세계 최대 경제강국이라는 점을 무기로 글로벌 기업들에게 고객정보 리스트를 내라는 '기상천외'한 요구가 나왔다. 반도체 공급 부족 사태 해결을 위해 기업들에게 고객 정보 제출을 요구한 것이다. 세계 무역 사상 처음 있는 일이다.  

하지만, 미국이 경제적으로 갑(甲)의 위치이다 보니 기업들은 어떤 형태로든 응하지 않을 수 없는 처지다.  

삼성전자·SK하이닉스 등 국내 기업들은 고객사 이름·재고·공급량 등의 민감 정보 대신 제한적 수준의 정보를 제출할 것으로 알려졌다.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는 지난달 말 3차 화상회의를 열고, 삼성전자를 비롯한 글로벌 반도체 기업들에게 반도체 재고와 주문·판매 현황 자료를 제출하라고 요구했다. 제출 마감 시한은 8일 자정(현지시간 기준, 한국시간으로 9일 오후 2시)까지다.

국내 기업들은 고객사 이름 및 공급량 등의 개별 정보를 제출하는 대신 산업별 현황을 제출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은 것으로 전해졌다.

외신 보도들을 종합하면 미국 상무부는 고객사 회사의 구체적인 정보 등 반도체 기업들이 노출을 꺼리는 민감 정보 대신 자동차, 휴대전화, 컴퓨터 등 산업별 자료를 제출하겠다는 한국 기업들의 요청을 받아들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와 함께 이들 기업들의 주력 품목이 무엇인지, 산업별 공급 비중은 얼마나 되는지 등의 수치도 자료에 담길 전망이다.

앞서 러몬도 미 상무장관은 반도체 기업 관계자들에게 “반도체 부족을 부추기는 특정 기업의 사재기 문제를 파악하겠다”며 “45일 내에 각 기업의 반도체 재고·판매 정보를 제출하라”고 했었다. 당시 그는 언론 인터뷰에서 “(기업에 대한) 정보 제공 요청은 반도체 공급과 관련한 업계의 투명성을 높이고 반도체 공급 병목 현상을 해소하기 위한 것”이라며 “반도체 공급 부족 사태가 미국 자동차 생산을 지연하고, 가전제품 부족을 초래하고 있어 더 공격적으로 움직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상무부는 기업과 공관들과의 소통 과정에서 고객 정보 같은 민감한 내용을 제출할 경우, 고객사와 계약 위반 문제 등이 일어날 수 있다는 것을 이해한 것으로 전해졌다. 

애플 등 특정 업체의 주문량 등 정보가 아니라 휴대전화 산업과의 거래 정보 등 전체 현황을 제출하면 된다는 것이다. 애플의 경우 휴대전화 뿐 아니라 컴퓨터 등도 생산하고 있기 때문에 반도체 파운드리 업체가 산업별 정보를 제공해도 애플에 관한 직접적인 정보가 아니기 때문에 향후 발생할 수 있는 소송 등 부작용을 최소화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현재 미국 상무부에 반도체 정보를 제출한 기업과 관계기간은 TSMC, UMC, ASE 등 23곳이다. 이들은 고객정보·재고·판매량 등 민감한 내용은 일일이 적기 보단 특정 산업군에 공급된다는 방식으로 기재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만 현지 언론인 타이베이타임스에 따르면 파운드리(위탁 생산) 1위 TSMC는 당초 요청에 응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히며 어느 정도 선을 긋는 듯 했다. 하지만 이내 방침을 바꿔 미국 상무부에 반도체 공급망 정보를 제공했다. 파운드리 4위 UMC도 정보 제공에 동참했다. 

영업 비밀에 해당하는 핵심 자료는 대부분 빠졌다. TSMC는 공개된 제출 서류 항목 대부분을 공란으로 처리했다. 기입된 자료들도 미국 상무부 관계자만 열람할 수 있는 ‘제한'을 걸었다. 

이렇듯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도 유사한 수준으로 자료를 제출할 것으로 관측된다.

미국 미시건주의 포드 자동차공장. [출처=연합뉴스]
미국 미시건주의 포드 자동차공장. [출처=연합뉴스]

미국 정부가 이처럼 반도체 기업을 압박하는 이유로는 올해 들어 반도체 품귀로 미국 자동차업체들의 생산라인이 멈춘 영향이 크다. 대규모 기간 산업인 자동차 산업에 반도체가 제 때 공급되지 못하자 정부가 직접 수급을 강요하고 있는 셈이다.

미국과 중국의 무역 갈등에서 표면화했듯 반도체는 단순한 상품이 아니다. 반도체 칩 없인 시민의 일상생활이나 공공인프라, 서비스나 첨단 제품 생산, 무기시스템의 운용은 불가능하다. 국가의 생존 필수품이자 포기할 수 없는 안보 자산이다. 삼성전자와 TSMC를 연일 백악관 회의에 부른 것도 이와 관련돼 있다.

삼성전자는 미국에 지을 파운드리 제2공장 부지를 조만간 확정짓는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이달 미국을 방문해 약 170억 달러(약 20조원)를 투자하는 해당 공장을 확정할 예정이다. 부지는 텍사스주 테일러시가 가장 유력하다. 

TSMC도 미국에 대규모 공장을 짓기로 했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재임 시절 TSMC의 미국 투자를 끈질기게 요구했다. TSMC는 애리조나주 피닉스에 120억달러(약 14조2000억원) 규모의 반도체 생산 공장을 짓겠다고 지난해 5월 공식 발표했다.

[위키리크스한국=최종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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