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타버스 시대] 메타와 알파벳, 인간의 상상력…
[메타버스 시대] 메타와 알파벳, 인간의 상상력…
  • 정숭호 칼럼
  • 승인 2021.11.09 07:51
  • 수정 2021.11.09 07:5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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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 웹 서미트 컨퍼런스에서 저커버그와 페이스북을 공격하는 프랜시스 하우겐. [로이터 연합뉴스]
2021 웹 서미트 컨퍼런스에서 저커버그와 페이스북을 공격하는 프랜시스 하우겐. [로이터 연합뉴스]

페이스북이 회사 이름을 메타로 바꾸었다. 페이스북을 앞으로 5년 내 메타버스(Metaverse) 기업으로 완전히 변신시키겠다는 창업자 마이크 저커버그의 의지가 확연한 개명이다.   

페이스북이 이름을 바꾸기 전에 구글도 이름을 바꿨다. 구글은 2015년 사명을 구글에서 알파벳으로 바꾸고 구글을 알파벳의 계열 기업으로 위상을 낮췄다. 페이스북이 이번 개명을 통해 그동안 계열사로 거느렸던 인스타그램, 오큘러스, 왓츠앱과 함께 메타의 산하 기업으로 격이 내려간 것과 같다.

거대 IT기업-빅테크-가 이름을 바꾸는 것은 일정 규모에 이른 기업의 속과 겉을 혁신하고 사업의 방향을 새로 정하기 위한 것이다. 구글의 새 사명 ‘알파벳(Alphabet)’은 A에서 Z까지 모든 것을 알려주는, 모든 것을 할 수 있는 기업임을 강조하려는 것이었다. 대단한 의욕이자 야심이 가득한 이름이다.

페이스북의 새 사명 ‘메타(Meta)’ 역시 강력한 의지와 비전을 담고 있다. 그리스어인 ‘메타(Meta)’는 ‘초월(超越)’이다. ‘모든 것을 초월한, 모든 것을 뛰어넘는 기업’이 메타라는 것이다. 저커버그는 메타버스 사업을 통해 메타를 그런 기업으로 만들겠다는 의지를 이번 개명에서 보여줬다.

하지만 저커버그의 비전과 의지는 메타가 출발하자마자 거대한 비난에 부딪혔다. ‘내부고발자’ 프랜시스 하우겐이 비난자 대열의 선두에 섰다. 지난달 미국 상원 청문회에서 저커버그와 페이스북의 ‘비윤리적 경영’과 그것을 가능하게 한 페이스북의 알고리즘을 까밝혔던 하우겐은 이달 1일부터 4일까지 포르투갈 수도 리스본에서 열린 ‘2021 웹 서미트(Web Summit)’ 컨퍼런스에서 연사로 나와 수천 명의 청중 앞에서 저커버그와 페이스북 공격을 멈추지 않았다. 

페이스북에서 프로덕트 매니저로 일했던 하우겐은 “앞으로 유럽에서 1만 명의 비디오게임 개발자를 개발하는 데 투자하겠다”고 밝힌 저커버그를 향해 “페이스북이 사회와 청소년에 끼치는 해악을 고치는 데 투자해야 할 막대한 자원을 메타버스 개발에 쓰겠다는 것은 한심한 발상”이라고 쏘아붙였다.

유럽에서 비디오게임 개발자를 양성하려는 저커버그의 계획은 미국과 한국 등 동아시아 국가들에 비해 메타버스에 관심을 덜 보이는 유럽에 메타의 교두보를 구축하기 위해서다. 하우겐은 이런 계획은 저커버그가 기업의 사회적 책임, 윤리적 경영보다는 오직 숫자-가입자 수와 수익-에만 신경을 쓰는 증거라고 공격한 것이다.

하우겐은 여기서 그치지 않고 저커버그가 메타와 페이스북의 최고경영자 자리에서 물러나고, 페이스북과 같은 SNS(사회적 관계망 서비스)가 사회에 해악을 가져올 수 있음을 인식하는 사람이 뒤를 이어야 페이스북이 더 강한 기업이 될 수 있다고 공격했다.

하우겐이 저커버그의 사임을 주장한 것은 구글 창업자인 래리 페이지와 세르게이 브린이 사명을 알파벳으로 바꾸면서 페이지가 맡았던 최고경영자 자리를 전문경영인에게 물려준 전례가 있기 때문이다.   

하우겐이 말하는 페이스북의 해악은 “조회수를 늘리기 위해 증오 발언이나 폭력적 게시물을 방치했으며, 정치인이나 스포츠 스타 등을 특별 관리하며 이들이 올린 가짜 뉴스 게시물에 특혜를 줬다”는 것 등이다.

하우겐은 페이스북의 알고리즘은 페이스북이나 인스타그램 이용자의 취향과 성향을 분석해 그가 좋아하는 것만 그의 페이스북 혹은 인스타그램 계정에 뜨도록 하고 있다고도 폭로했다.

메타버스의 대표적인 게임 로블록스. [AP 연합뉴스]
로블록스의 초기 화면. 할로윈이 낀 10월 마지막 주말 로블록스에 오류가 발생, 수많은 10대 이용자들이 불안에 빠졌다고 한다. [로블록스코리아]

메타와 저커버그에 대한 하우겐의 공격을 전후해 세계의 여러 매체들이 비슷한 비판에 나섰다. 돈만 아는 것처럼 보여온 저커버그의 평소 언행에 하우겐의 공격 논리를 배합해 기사를 쓴 곳이 많지만 구글이 알파벳으로 이름을 바꾸면서 독립시켰던 계열사 가운데 망했거나 다시 구글의 한 사업부서로 돌아온 회사가 많으며, 생존해 있더라도 여전히 막대한 투자를 요구하는 회사가 많은 점을 들어 메타에서도 그런 일이 되풀이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은 곳도 있다.

한 발 더 나가, 메타버스 자체를 비난의 대상으로 삼은 매체도 많다. “메타버스는 인터넷의 연장일 뿐 새로운 것이 아니다”라거나 “10년 안에는 이뤄지지 않을 사업모델”이라는 내용들이다. 미국 못잖게 메타버스에 관심이 높은 한국에서는 “기술이 완성되기도 전에 과도한 홍보가 이뤄지고 있어 과학기술에 불신을 주고, 그 자신에게 독이 된다는 의미에서 메타버스라는 용어는 사악하다”라고 한 한 과학 교수의 코멘트가 매체에 실리기도 했다.

이런 비난에도 불구하고 메타버스에 대한 관심은 줄어들지 않을 것이며, 메타버스를 위한 기술의 발전도 멈추지 않을 것 같다. 저커버그가 페이스북을 메타버스 기업으로 변신시키겠다고 발표하기 전에 미국에서 이미 메타버스 기업으로 자리를 잡은 로블록스에 대한 미국 10대들의 열광적 지지를 그 증거라고 할 수 있다.

10대가 전체 가입자의 80%를 차지하며, 하루 4,300만 명이 접속하는 로블록스는 할로윈이 끼어 있던 10월 마지막 주말 오류가 발생해 사흘간 접속이 끊겼다. 할로윈을 로블록스 속에서 즐기려던 미국의 청소년들은 최대의 놀이터, 최고의 장난감이 작동되지 않자 조바심을 내거나 까무러쳤다. 아이들을 로블록스에 맡기고 자신들의 할로윈 파티를 즐기려던 부모들도 계획을 변경, 아이들과 놀아주지 않을 도리가 없었다.

이 사흘간의 접속 불능은 단순히 과부하 때문인 것으로 밝혀졌지만 이미 로블록스라는 메타버스에 깊게 적응된(중독된) 십대들은 지구가 망하지 않는 한 메타버스라는 새로운 세계에 대한 환상과 기대를 버리지 못할 것이라고 봐야 한다는 말이다.

메타버스의 발전이 멈추지 않을 것이라고 보는 이들은 인간의 상상력을 가장 큰 이유로 꼽는다. 새로운 것, 새로운 세상, 새로운 삶에 대한 상상력이 인류 문명 발전의 동력이었다는 주장이다.

당대에는 불가능하다고 생각됐으며, 이뤄지더라도 인류의 부도덕과 인간의 비인간화를 부채질할 것이기 때문에 절대로 이뤄져서는 안 된다고 비판받은 ‘괴이한’ 상상력 가운데 인간의 문명을 새로운 단계로 올려놓는 데 기여한 것이 많았다는 말이다.

/메타버스 인문경영연구원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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