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급속 요해" 공수처 '대검 SSD' 압색 판박이 7년 전 중앙지검 '카톡 서버' 압색에 法 "위법"
[단독] "급속 요해" 공수처 '대검 SSD' 압색 판박이 7년 전 중앙지검 '카톡 서버' 압색에 法 "위법"
  • 윤여진 기자
  • 기사승인 2021.11.16 23:05
  • 최종수정 2021.11.17 06: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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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수처, 대검 수정관실 압색 때 손준성 변호인에 '사후통보'
항의받은 공수처 검사 "급속 요할 경우, 사전통지 의무 없다"
대법 "급속 요할 경우, '미리 알려주면' 증거물 은닉 염려 때"
'가만히 있으라' 용혜인 '카톡 압색'도 증거인멸 없어 취소돼

15일 '고발사주' 의혹을 수사 중인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검사는 대검 수사정보담당관실 컴퓨터 보조기억장치(SSD)를 압수하며 '급속을 요하는 때'를 이유로 윤석열 전 검찰총장 시절 수사정보담당관을 지낸 손준성 검사 변호인에게 '사후통지'했다. 대법원은 '증거물 은닉 염려' 때에만 이같은 예외를 허용하는데, 손 검사는 더는 대검에 근무하지 않아 이곳 SSD를 인멸할 수 있는 신분이 아니라는 점에서 '위법 수사' 논란이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정부과천청사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현판. [출처=연합뉴스]
정부과천청사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현판. [출처=연합뉴스]

16일 손 검사 변호인은 전날 공수처 검사가 대검 수정관실 압수수색영장을 집행하며 "급속을 요하는 경우라 사전통지 의무가 없다"고 말했다고 주장했다. 15일 공수처가 압수수색을 시작한 때는 최초 언론 보도 시점인 '오후 1시 42분 이전'인데, 손 검사 변호인에게 통보된 시점은 '오후 3시 30분'이다. 형사소송법 122조는 '피의자가 선임한 변호인'에게 압수수색 집행 참여권을 보장하고 집행 전 '사전통지'를 의무로 정한다. 그런데 '변호인이 불참 의사를 명시한 때'나 '급속을 요하는 때'는 예외로 뒀다. 손 검사 변호인이 '사전통보'가 없었다고 항의하자 공수처 검사가 '사후통보' 대상이라고 반박한 것이다.

공수처는 곧바로 입장문을 내고 "압수 대상물이 수사정보담당관실에 보관돼 있다는 점을 확인한 직후, 손 검사를 포함한 다른 사건 관계인들에게 포렌식에 참석하겠느냐는 통지 절차를 밟았다"며 "영장 집행이 적법하게 진행됐음"이라고 반박했다. 

하지만 이같은 공수처의 대응 논리는 대법원 판례에 어긋날 소지가 있다. 2012년 대법원은 통일부장관이 발급한 '북한방문증명서'를 통해 북한을 방문했지만 북한공작원과 이메일로 연락한 조국통일범민족연합 공동의장의 이메일을 압수하면서 통지를 생략한 사건에서 형소법상 '급속을 요하는 때'를 처음으로 정의했다. 대법원은 "'급속을 요하는 때'라고 함은 압수·수색영장 집행 사실을 미리 알려주면 증거물을 은닉할 염려 등이 있어 압수·수색의 실(제)효(과)를 거두기 어려울 경우"라고 풀어냈다. 

국가보안법 위반 사건에서 '개인 이메일'을 사전통지 없이 압수수색할 수 있다는 대법원 판례가 나오자 수사기관은 '회사 서버'에도 같은 잣대를 적용했다. 지난 2014년 5월 18일 서울중앙지검과 서울 은평경찰서는 '세월호 희생자 추모집회 '가만히 있으라'를 기획한 대학생 용혜인씨(현 기본소득당 국회의원)가 '집회시위법'을 위반한 증거를 수집하겠다며 주식회사 카카오톡 서버를 압수수색했다. 이때 검사는 용씨 변호인에게 사후통지를 하지 않았다. 카톡 내역이 서버에 보관되는 시간이 6~8일에 불과해 '급속을 요하는 때'에 해당한다는 게 이유였다. 

용씨는 이같은 영장 집행은 형사소송법에 위반된다며 중앙지검 검사와 은평서 사법경찰관을 상대로 압수수색 처분을 취소해달라는 준항고 소송을 냈다. 이 사건을 심리한 서울중앙지법 형사31단독 김용규 판사는 2016년 2월 18일 용씨의 준항고를 인용했다. 김 판사는 "압수·수색 집행의 대상은 주식회사 카카오톡이 서버에 보관하고 있는 대화내용과 계정 정보 등으로서, 피의자인 준항고인이나 변호인이 접근하여 관련 정보를 은닉하거나 인멸할 수 있는 성질의 것이 아니다"라며 "이 사건 압수·수색은 피의자인 준항고인이나 변호인의 참여권을 보장하지 않아 위법하다고 판단된다"고 결론 냈다. 카톡 서버는 용씨가 접근할 수 없어 인멸하고 싶어도 그럴 수 없기 때문에 사후통지 대상이 아니라는 것이다. 

이번 공수처의 대검 수정관실 압수수색도 용씨 경우와 유사하다. 이 사건 피의자인 손 검사가 대검 수사정보담당관과 해당 직책 전신인 수사정보정책관으로 재직한 시기는 지난해 2월부터 올해 7월까지다. 현재 대구고검 인권보호관으로 근무 중인 손 검사가 대검 수정관실 PC에 연결돼 있는 SSD에 접근할 수 있는 방법은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 더군다나 서버에 잠깐만 있다 사라지는 카톡 내역과 달리 SSD에서 공수처가 확보하려는 '고발사주 증거'는 없어지지도 않는다. 황상진 공수처 대변인은 2012년 대법 판례와 2016년 중앙지법 판례를 공수처 검사가 검토했는지 물음에 아무런 답변을 하지 않았다.

[위키리크스한국=윤여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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