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IKI 프리즘] 정겸심 주심 대법관 천대엽의 예고편 ①형소법 제219조 ②실질적 피압수자
[WIKI 프리즘] 정겸심 주심 대법관 천대엽의 예고편 ①형소법 제219조 ②실질적 피압수자
  • 윤여진 기자
  • 승인 2021.11.18 20:49
  • 수정 2021.11.19 0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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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자신을 불법촬영한 교수를 신고한 제자
범행에 사용된 아이폰 빼앗아 경찰에 임의제출
2013년 불법촬영물 담긴 갤럭시폰도 함께 넘겨
대법, '2013년 불법촬영' 증거 제출 의사는 없어
피의자 아닌 제3자 임의제출 범위는 피의사실만
'임의제출 압수'와 '영장 압수' 사실상 같은 잣대
같은 주장 정경심 변호인도, 주심도 같은 천대엽
조교 제출 동양대 PC, 정경심 '계속 소유'가 핵심

 

피의자가 아닌 제3자로부터 임의제출받은 정보저장매체 역시 '영장에 의한 압수'처럼 피의자 변호인의 참여권을 보장해야 한다는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이 나왔다. 동양대 조교가 임의제출한 강사휴게실 컴퓨터(PC)에서 발견된 '총장님 직인' 이미지 파일의 증거능력을 인정해 사문서 위조 혐의에 유죄를 선고한 조국 전 법무장관 부인 정경심 전 교수 1·2심 재판부 판단과 정반대 결론이다. 동양대 PC가 '위법수집증거'인데도 헌법원칙인 영장주의와 적법절차 원칙을 항소심이 오해했다며 상고한 정 전 교수 상고심에 직접적인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인다.

18일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대법관 전원일치 의견으로 준강제추행과 성폭력범죄처벌특례법 위반 혐의(카메라 등 이용촬영)로 재판에 넘겨진 대학교수에게 벌금 300만원 및 성폭력 치료프로그램 20시간 이수를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이 사건에서 쟁점이 된 피고인의 혐의는 범행 시기가 2013년과 2014년으로 나뉜 '카메라 등 이용촬영' 혐의였다. 항소심은 2014년 범행 촬영 영상만 증거능력을 인정했는데, 2013년 범행 영상은 피고인이 현행범 체포 당시 범죄 증거가 아니었다. 교수는 2014년 12월 자신의 오피스텔에서 술에 취한 제자의 성기를 만지고 아이폰으로 촬영했다. 제자는 즉각 경찰에 신고하고 교수의 아이폰뿐 아니라 갤럭시폰도 건물 밖으로 가지고 나왔다. 출동한 경찰은 제자로부터 해당 아이폰과 갤럭시폰을 모두 넘겨받아 영장 없이 압수했다. 교수는 경찰 조사 때 아이폰 비밀번호만 제공했다. 그런데도 경찰은 갤럭시폰에서 2013년 범행 영상을 찾아냈다. 

1심은 2013년 범행과 2014년 범행을 모두 유죄로 인정했다. 두 범행의 수법이 유사하고 시기가 연달아 붙어있다 볼 수 있어 2013년 영상이 2014년 범행과 '구체적·개별적 연관관계'가 있는 '유관 정황증거'로 볼 수 있다는 게 이유였다. 반면 항소심은 피해자로부터 두 휴대전화를 경찰관이 넘겨받을 때 '임의제출 범위'가 '2014년 범행 그리고 이 밖에'인지 확인이 없었다며 유관 증거로 볼 수 없다고 달리 판단했다. 이번 대법원 전합 판단은 항소심의 손을 들어준 것이다. 

지난 5월 10일 서울 서초구 서초동 대법원 청사에서 열린 자신의 취임식에서 참석한 천대엽 대법관. [출처=연합뉴스]
지난 5월 10일 서울 서초구 서초동 대법원 청사에서 열린 자신의 취임식에서 참석한 천대엽 대법관. [출처=연합뉴스]

그런데 판결문에는 이번 사건을 넘어 수사기관의 임의제출 수사에 관한 지침이 될 수 있는 법리가 적혔다. 판결문 6쪽에서 이 사건 상고심 주심 천대엽(사진) 대법관은 검사의 상고이유를 판단하면서 '피의자 아닌 사람이 피의자가 소유·관리하는 정보저장매체를 임의제출한 경우 전자정보 압수의 범위' 부제를 붙였다. 여기서 대전제는 '수사기관에 의한 압수' 절차 제○조에 '법원에 의한 압수' 절차 제106조를 준용한다는 형사소송법 제219조가 '수사기관에 의한 임의제출 압수' 절차 제218조에도 적용된다는 점이었다. 준용 여부에 따라 제106조에 따른 절차인 변호인 참여권 절차 제121조 적용 여부가 달라진다. 

천 대법관은 이같은 전제 아래 '제3자가 피의자가 사용하거나 관리하는 전자정보매체를 수사기관에 임의제출하는 경우'를 상정했다. 이때는 "실질적 피압수자인 피의자가 수사기관으로 하여금 그 전자정보 전부를 무제한 탐색하는 데 동의한 것으로 보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피의자 스스로 임의제출한 경우 피의자의 참여권 등이 보장되어야 하는 것과 견주어 보더라도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형사소송법 제219조, 제121조, 제129조에 따라 피의자에게 참여권을 보장하고 압수한 전자정보 목록을 교부하는 등 피의자의 절차적 권리를 보장하기 위한 적절한 조치가 이루어져야 한다"고 판시했다. 

피의자든 제3자든, 임의제출에도 형소법 제219조가 준용된다는 주장은 전혀 새로운 것이 아니다. 딸의 대학원 입시에 사용하고자 동양대 총장 명의의 표창장을 위조했다는 입시비리 등으로 재판에 넘겨진 정 전 교수 변호인단은 해당 사건 1·2심 재판 내내 이같은 주장을 펼쳤다. 형소법 제219조는 "제○조, 제○조, 제○조 규정은 검사 또는 사법경찰관의 본장의 규정에 의한 압수, 수색 또는 검증에 준용한다"는 내용이다. 이때 '제○조에'는 '영장집행과 당사자의 참여' 규정 제121조 "검사, 피고인 또는 변호인은 압수·수색영장의 집행에 참여할 수 있다", '압수목록의 교부' 규정 제129조 "압수한 경우에는 목록을 작성하여 소유자, 소지자, 보관자 기타 이에 준할 자에게 교부하여야 한다"가 포함돼 있다. 때문에 수사기관의 임의제출 압수에도 제219조가 준용되면 동양대 강사휴게실 PC를 검찰이 조교로부터 넘겨받을 당시 집행 사실 통보와 압수 목록 교부를 받지 못한 정 전 교수 측은 "위법하게 수집된 증거로 증거능력이 없다"는 주장을 할 수 있다. 정 전 교수를 수사한 검찰은 지난 2019년 9월 강사휴게실 PC를 압수했는데 '전자정보상세목록'을 임의제출자인 조교에게 교부한 시점은 5개월 뒤인 이듬해 2월 11일이다. 정 전 교수는 아예 해당 목록을 받지 못했다.

지난해 1월 9일 서울 서초구 서초동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리는 정경심 전 동양대 교수의 1심 재판에 참석하기 이동하는 이 사건 변호인단 공보를 맡은 법무법인 다산 소속 김칠준 변호사. [출처=연합뉴스]
지난해 1월 9일 서울 서초구 서초동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리는 정경심 전 동양대 교수의 1심 재판에 참석하기 이동하는 이 사건 변호인단 공보를 맡은 법무법인 다산 소속 김칠준 변호사. [출처=연합뉴스]

하지만 정 전 교수 사건 1·2심 재판부는 모두 이같은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1심은 "만약 수사기관의 압수에 대해 법원의 압수에 관한 모든 조항을 적용하는 것으로 해석할 경우에는, 법원이 하는 임의제출물 압수와 수사기관이 하는 임의제출물 압수가 형사소송법상 동일한 요건으로 규정되어 있음에도 불구하고 수사기관이 하는 임의제출물 압수의 경우에만 제106조(법원에 의한 압수 규정)가 규정하는 요건도 추가로 갖출 것을 요구하는 결과가 발생하여 타당하지 않다"고 했다. 제106조는 "피고사건과 관계가 있다고 인정할 수 있는 것"만 압수할 수 있다고 못 박는다. 형소법에 수시기관의 압수와 법원의 압수를, 수사기관에 의한 임의제출 압수와 법원에 의한 임의제출 압수를 따로 정한 이유가 있는데 준용 조항인 제219조를 넒게 해석하면 사실상 다 같아져 버린다는 뜻이다.

항소심도 "(영장에 의한) 강제력이 가해지지 않은 상태에서 정보저장매체의 소유자, 소지자 또는 보관자가 자유로운 의사로 저장매체 자체와 그 안에 있는 전자정보 일체를 제출하는 경우에는 위와 같은 제한(제106조 압수수색 조건)을 받지 않는다고 보아야 한다"고 같은 취지로 판단했다. 정 전 교수 변호인단은 이같은 항소심 판단이 영장주의와 적법절차 원칙에 어긋난다며 법리오해를 이유로 상고했다. 법률심인 대법원은 사실심인 1·2심과 달리 범죄사실의 사실관계가 아닌 사실관계를 구성하는데 필요한 증거들의 능력과 그 법리만을 판단한다.

다만 정 전 교수 사건이 이번 대법원 전합 판결과 완전히 같은 쟁점에 놓여 있는 건 아니다. 대법원은 '제3자 임의제출에 의한 수사기관 압수 범위'를 '피의 사건과 관계 있다고 인정할 수 있는 것'으로 한정하면서도 그 조건으로 '피의자의 소유·관리에 속하는 정보저장매체'를 덧붙였다. 전자정보매체 소유·관리 권한이 있는 피의자만 절차적 권리인 압수수색 참여권도 부여받는다는 얘기다. 판결문은 이 부분을 풀어내면서 "실질적 피압수자"라는 표현을 사용했다. 정 전 교수 사건에서 다수의 위조 증거가 나온 동양대 강사휴게실 PC를 두고 항소심은 "PC 2대는 소유자를 모르는 상태에서 오랫동안 방치되어"라고 지적했다. 정 전 교수 변호인단으로선 임의제출 PC가 '과거 정 전 교수에 의해 사용됐었다'는 사실 뿐 아니라 '강사휴게실 방치 이후에도 여전히 관리됐었다'는 사실을 입증해야 하는 과제가 주어진 셈이다. 천 대법관은 지난 4월 28일 국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후보자 신분으로 "글로벌 스탠다드(세계적 기준)에 맞는 디지털 정보 압수수색에 대해 많이 고민하고 있다"고 언급한 바 있다.

[위키리크스한국=윤여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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