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타버스시대] 메타버스는 게임일 뿐이라고?
[메타버스시대] 메타버스는 게임일 뿐이라고?
  • 정숭호 칼럼
  • 기사승인 2021.11.23 14:37
  • 최종수정 2021.11.23 14: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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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비디아의 젠슨 황 CEO. /연합뉴스
엔비디아의 젠슨 황 CEO. 기업들이 메타버스에 의존하게 되는 시대가 오고 있다고 말한다. /연합뉴스

메타버스를 청소년들의 새로운 놀이 프로그램, 인터넷 게임의 확장판으로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 그 안에서 물건을 사고파는 상거래가 일어난다고 해도 그 역시 메타버스를 이용하는 청소년-MZ세대-을 상대로 하는 비즈니스일 뿐 경제의 큰 줄기와는 상관이 없다고 깎아내리는 사람들도 많다.

미국 반도체 기업 엔비디아 최고경영자인 젠슨 황은 지난 19일 미국 CNBC 인터뷰에서 이런 사람들-메타버스가 가져올 실질적 효용을 의심하는 사람들-의 생각이 바뀔 만한 발언을 했다.

엔비디아는 시가총액이 7,527억 달러로 삼성전자의 4,038억 달러보다 월등히 많은, 글로벌 상장기업 시가총액 8위, 글로벌 반도체 업체 시가총액 1위인 기업이다. 젠슨 황 자신은 재산총액 280억 달러(약 33조 원)로 글로벌 부자 명단 34위에 올라 있다.

“앞으로 메타버스에 투자하는 기업은 엄청난 자금을 아끼고 효율을 크게 높이게 될 것이다.”

젠슨 황의 이날 인터뷰 골자다. “메타버스에서 시뮬레이션을 할 수 있게 되기 때문”이 그 이유다.

기업은, 소매업이든 제조업이든, 새로운 사업을 착수하기 전에, 새로운 공장을 건설하기 전에, 새로운 창고를 짓기 전에, 적합한 장소와 적합한 시기, 적합한 규모, 필요한 인력과 시설, 장비를 실제 상황을 가정해 검토한다. 이 작업이 시뮬레이션이다. 이 작업을 통해 생산성 등 새로운 사업의 효율을 전망할 수 있게 된다.

말은 쉽지만 수십 장의 도면을 그려보고, 수십 번 수식을 고쳐 쓰고, 수십 번 되풀이해야 하는 예행연습이다. 최종 결정까지 고난과 고행의 연속이다. 컴퓨터의 발달로 수작업 시대보다 일이 크게 덜어졌지만 그래도 여전히 인력과 시간, 자원이 크게 소모되는 작업이다.

“앞으로 기업이 메타버스에 의존하게 된다”는 젠슨 황의 단언은 이 까다롭고 귀찮으며 반복적인데다 소모적인 시뮬레이션을 메타버스에서 하게 되면 인력과 시간을 크게 줄일 수 있다는 ‘확신’이다. 지금도 모니터에 3차원 도면을 띄워놓고 공장을 이리저리 옮겨 가며 모의연습을 하고 있지만, VR(가상현실)이나 AR(증강현실)을 구현하는 기기를 착용한 채 메타버스 속에 지어진 가상 공장을 가동해 보는 것보다는 시뮬레이션의 효율이 크게 떨어진다는 게 젠슨 황의 진단이다. 그는 이 진단을 결과로 앞으로 메타버스에서 시뮬레이션을 하지 않는 기업은 없을 것이고, 이로 인해 지구적 차원에서 막대한 경비를 줄일 수 있다고 확신하는 것이다.

페이스북을 메타버스 기업으로 업그레이드하겠다는 목표로 회사 이름마저 ‘메타’로 바꾼 마크 저커버그도 메타가 추구하는 메타버스에 가상 사무실을 꾸며 자신의 아바타가 일을 하도록 하겠다는 그림을 제시, 메타버스가 오락 공간으로만 기능하지 않고 ‘생산’에도 기여할 거라고 암시했지만 거대한 공장, 심지어는 발전소와 송/배전망을 망라하는 ‘파워 그리드’까지 메타버스로 시뮬레이션할 수 있다는 젠슨 황의 비전에는 미치지 못한다.

AR과 VR은 스마트공장이라는 형태로 산업 현장에 도입된 지 오래다.

“유럽의 항공기 제작 회사인 에어버스에서는 미라(MIRA)라는 AR시스템을 통해 ‘브래킷 검사’라는 공정을 3주에서 3일로 단축했으며, AR을 747-8 항공기 배선 작업에 적용한 보잉은 작업 시간을 25% 단축하고, 작업 오류 비율 0%를 기록했다. AR은 현장 직원들에게 제조 과정에 필요한 각종 기술을 교육하는 데에도 폭넓게 쓰인다. 이런 교육은 실제 교육과정에서 근로자가 공장에서 실습을 하는 듯한 상황을 연출하여 몰입감을 높인다. BMW는 AR을 이용해 전에는 교관과 엔지니어 1대1로 하던 교육을 1대3으로 실시, 교육 원가를 낮췄다. 재규어랜드로버는 보쉬와 협력하여 차량의 대시보드를 분해하지 않고도 수리하는 교육을 할 수 있게 됐다.” (김상균, 『디지털 지구, 뜨는 것들의 세상, 메타버스』)

메타버스 비판자들은 이런 점을 들어 젠슨 황의 비전도 “결국은 인터넷의 확장, VR과 AR을 이용한 스마트공장의 발전된 형태일 뿐”이라고 비난할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엔비디아 주가가 CEO 젠슨 황의 인터뷰가 있었던 19일 현재 기준, 지난 3개월간 66.6% 올랐으며 11월 들어서만 29% 올랐다는 사실은 그의 큰 그림이 세계적 투자자들의 지지를 받고 있음을 증명하기에 충분하다. 엔비디아의 주가가 어디까지 오를까에 관심을 쏟으며 엔비디아로 향하는 투자자의 대열에는 한국의 ‘서학개미’들도 많다는 보도도 있었다.

젠슨 황의 이날 인터뷰는 지난 8일부터 11일까지 온라인으로 진행된 GPU 테크놀로지 컨퍼런스(GTC) 기조연설에서 그가 자율주행차량, 아바타, 로보틱스, 기후 모델링에 이르는 모든 분야의 산업을 혁신할 수 있는 기술들을 소개한 후 진행됐다. 이 컨퍼런스에도 수많은 사람들이 참여했는데, 그들 대부분은 “메타버스가 게임을 확대한 것일 뿐”이라는 비판을 비웃는 사람들이라고 해도 지나치지는 않을 것이다. 

/메타버스 인문경영연구원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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