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정보당국은 1980년대 중반부터 북한이 극비리에 의심스러운 핵 활동을 하고 있다는 것을 감지하고 추적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1980년대 말에 가서야 우리 정부와 미-중-러-일간 협의가 본격화 했고 정치권과 일반에도 이슈로 부각됐다.

1991년초부터 미국과 한국은 북한이 핵을 포기하도록 본격적으로 압력을 넣었다. 이에 대해 북한은 핵 야망을 강하게 부인했다.

국제원자력기구(IAEA)가 북한에 핵사찰을 점점 더 요구했지만, 북한은 협조를 거부했다. 미국이 한국에 핵무비를 배치하고 북한을 위협하는 한 IAEA의 핵사찰 요구를 받아들일 수 없다는 이유였다.

미국 정보당국은 다양한 경로를 통해 정보를 수집했고, 미국 측은 우리 정부에 미국의 싱크탱크, 군비통제 및 핵확산 방지 분야의 전문가 집단 등 다양한 경로로 모은 정보와 자료, 미 국무부, 국가안전보장회의 등 정부 기관의 커뮤니케이션 자료를 제공했다.

핵문제의 본질, 미국의 정책방향과 그에 잠재된 파장을 공유하기 위한 것이었다.

미국은 1991년 8월 소련의 크레믈린 쿠데타가 실패로 끝나 소련의 분열이 시작되고 세계 전략의 판도가 바뀌면서 핵 문제가 새로운 국면으로 치닫기 시작한 상황을 엄중하게 주시했다. 소련이 붕괴되면서 소련의 핵무기 기술이 북한, 중동 등 위험한 정권의 수중에 넘어갈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우려해왔고 현실로 나타나기 시작한 것이다.

1991년 9월 23일 노태우 대통령과 부시 대통령은 뉴욕에서 정상회담을 가졌다. 월도프 아스토리아 호텔에서 열린 회담에서 부시 대통령은 “한국의 안보를 확실하게 지키겠다”고 약속한 후, 핵확산을 막기 위해 전세계에서 전술핵무기를 철수한다는 결정을 곧 내릴 것임을 간접적으로 시사했다.
노 대통령은 미국 대통령이 안보 공약을 거듭 강조하자 안도했다.

9월 27일. 미국은 전세계에서 모든 전술핵무기를 철수할 것임을 발표했다.

1991년은 북한에게 힘겨운 한 해였다. 그해 1월 ‘사막의 폭풍’ 작전에서 미군은 막강한 화력과 첨단 신병기의 위력을 자랑하며 이라크 군을 초토화시켰다. 북한의 장성 및 지도층에게는 등골이 오싹한 일이었다.

북한은 이 해 5월, 유엔 동시 가입에 더 이상 저항하지 않기로 했다. 소련과 중국이 북한을 지지하는 거부권을 행사하지 않겠다고 했기 때문이다.
소련은 8월에 발발한 크레믈린 쿠데타의 실패로 그해 12월 붕괴되고 말았다. 동시에 중국은 한국에 대한 태도가 호의적으로 변하고 있다는 신호를 보내기 시작했다.

점점 더 고립되어가는 와중에 북한은 미국이 한국에서 모든 핵무기를 철수한다는 소식을 듣고 고무됐다. 이 즈음 한국 정부가 화해와 협력을 위한 대화를 제시하자 몇 차례의 대화에 동의했다. 이로써 마침내 역사적인 두 개의 남북협약이 이뤄졌다.

‘남북 사이의 화해, 불가침 및 교류-협력에 관한 합의서’와 ‘한반도 비행화에 관한 공동선언’이 그것이었다. 양측은 서명한 문서를 통해 핵무기를 시험, 제조, 생산, 보유, 저장하거나 사용하지 않기로 하고 핵재처리 시설과 우라늄농축 시설을 보유하지 않기로 했다.

하지만 한국 내에서는 핵 재처리 시설을 포기한다는 항목에 논란이 많았다. 많은 과학자들은 ‘미래의 핵 재처리 시설을 포기하는 것은 우리 경제로서는 자살 행위나 다름없다’고 주장했다. 또 일부 군사 전문가들은 북한이 미래에 핵을 소유할 가능성에 대비해 핵재처리 시설을 갖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국 정부는 그러나 전세계 비핵화 전략에 예외가 없다는 입장이었다.

결국 노태우 정부는 ‘울며겨자먹기’ 식으로 핵재처리 시설을 포기하는 결정에 동의했다.

1992년 1월 20일, 노태우 정부와 북한은 한반도 비핵화 공동선언을 발표하기에 이르렀다.

[위키리크스한국= 최석진, 최정미, 한시형 기자]

dtpchoi@wikileaks-kr.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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