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부회장 "냉혹한 글로벌 시장 확인"... 美 제2파운드리 공장 '테일러시' 확정, 시스템반도체 대대적 공략 (종합)
이재용 부회장 "냉혹한 글로벌 시장 확인"... 美 제2파운드리 공장 '테일러시' 확정, 시스템반도체 대대적 공략 (종합)
  • 최종원 기자
  • 승인 2021.11.24 11:11
  • 수정 2021.11.25 05: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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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미국 출장을 마친 뒤 24일 오후 서울김포비즈니스항공센터를 통해 귀국하고 있다.삼성전자는 이날 미국 내 신규 파운드리 반도체 생산라인 건설 부지로 텍사스주 테일러시를 최종 선정했다고 발표했다. [공동취재]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미국 출장을 마친 뒤 24일 오후 서울김포비즈니스항공센터를 통해 귀국하고 있다.삼성전자는 이날 미국 내 신규 파운드리 반도체 생산라인 건설 부지로 텍사스주 테일러시를 최종 선정했다고 발표했다. [공동취재]

'세렌게티'와도 같은 무한출혈 글로벌 경쟁 시장에서 한국 전자산업과 삼성전자는 어떤 전략으로 살아남을 것인가.

5년 만의 미국 출장을 마치고 24일 귀국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시장의 냉혹한 현실을 직접 보고 마음이 무겁다"고 말했다.

이 부회장은 이날 오후 4시께 대한항공 전세기 편으로 김포공항에 도착한 뒤 취재진과 만나 이같이 밝혔다.

회색 정장 차림의 이 부회장은 이번 출장의 성과와 소회를 묻는 취재진의 질문에 "오랫동안 만나지 못했던 오래된 비즈니스 파트너들을 봤다"며 "회포를 풀고, 일에 대해 얘기를 해 참 좋은 출장이었다"고 답했다.

그는 향후 계획에 대해서는 "투자도 투자이지만, 이번에 현장의 목소리들, 시장의 냉혹한 현실을 제가 직접 보고 오게 됐다"며 "마음이 무겁다. 나머지 얘기는 다음 기회에 말하겠다"고 언급했다.

삼성전자 미국 오스틴 파운드리 공장 모습 [사진=연합뉴스]
삼성전자 미국 오스틴 파운드리 공장 모습 [사진=연합뉴스]

앞서 삼성전자는 미국에 170억달러(약 20조원)을 들여 건설할 제2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공장의 소재지로 텍사스주 테일러시를 최종 선정했다.

삼성전자는 23일(현지시각) 미국 텍사스 주지사 관저에서 김기남 삼성전자 대표이사 부회장, 그렉 애벗(Greg Abbott) 텍사스 주지사, 존 코닌(John Cornyn) 상원의원 등 관계자들이 참가한 가운데 기자회견을 갖고 선정 사실을 발표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도 지난 19일(현지시간)에 백악관 고위 관계자 및 미 의회 핵심 의원들과 잇따라 만나 공장 소재지를 두고 이야기를 나눈 것으로 알려졌다.


기존 공장 위치한 오스틴 제쳐... 세금감면 인센티브 영향


텍사스주 윌리엄슨 카운티에 위치한 테일러시는 당초 유력했던 오스틴을 제치고 선정됐다. 오스틴은 삼성전자의 미국 내 유일한 파운드리 공장이 1997년부터 운영되고 있고, 근처에 공항이 있어 운송 측면에 있어서도 이점이 있다. 기존 공장 근처에 330만㎡(100만평) 이상의 부지도 이미 확보한 상황이었다. 

그런데 로이터통신은 지난 9월 28일(현지시간) 삼성전자가 테일러시를 낙점해 투자 계약이 임박했다고 3명의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했다. 로이터는 윌리엄슨 카운티가 선두에 있다면서 보조금 혜택과 전력·용수 공급의 안정성을 이유로 제시했다. 

여기에 오스틴은 지난 2월 텍사스주 폭설 사태로 반도체 생산이 한 달 넘게 중단되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했고, 수요 증가에도 반도체를 그에 맞게 공급하지 못해 수천억원의 피해를 입은 것으로 알려졌다. 인센티브 협상도 수개월째 이어지며 지지부진한 상황이 이어졌다.

세제 혜택도 무시할 수 없다. 현지 매체 ‘오스틴 비즈니스 저널’에 따르면 테일러시 독립교육구(ISD)는 삼성전자가 테일러에 투자할 시 총 2억9200만달러(약 3464억원) 규모의 세금감면 인센티브를 주기로 의결했다. 테일러시 독립교육구는 삼성 파운드리 공장의 재산세를 감면하는 방식으로 인센티브를 지급하기로 했다.

삼성전자 측은 기존 오스틴 생산라인과의 시너지, 반도체 생태계와 인프라 공급 안정성, 지방 정부와의 협력, 지역사회 발전 등 여러 측면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테일러시를 선정했다고 밝혔다.

관계자는 "테일러시에 마련되는 약 150만평의 신규 부지는 오스틴 사업장과 불과 25km 떨어진 곳에 위치해 기존 사업장 인근의 인프라를 그대로 활용할 수 있으며 용수와 전력 등 반도체 생산라인 운영에 필요한 인프라도 우수하다"라고 전했다.

텍사스 지역에는 다양한 IT 기업들과 유수 대학들이 있어 파운드리 고객과 우수인재 확보에도 많은 이점이 있다. 교육구 정기 기부, 학생들의 현장 인턴십 제도 등 인재 양성을 통한 지역사회와 동반성장 효과도 기대된다는 설명이다.

테일러시에 세워지는 신규 라인은 내년 상반기에 착공해 2024년 하반기 목표로 가동될 예정이다. 삼성전자의 미국 투자 중 역대 최대 규모이다.


TSMC, 인텔도 美 파운드리 공장 증설... '미중 반도체 전쟁' 첨병 역할


현재 세계 1위 파운드리 기업인 대만의 TSMC
현재 세계 1위 파운드리 기업인 대만의 TSMC

TSMC, 인텔 등 파운드리 경쟁 기업들도 미국 내 공장 증설에 고삐를 죄고 있다. 

파운드리 1위 TSMC는 애리조나주에 120억 달러(약 14조원)를 투입해 퍕공장 준공에 들어갔다. C.C. 웨이 TSMC 최고경영자(CEO)는 애리조나주 공장을 통해 5나노미터 생산기술을 사용하는 반도체 대량생산을 2024년부터 시작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인텔은 파운드리 시장 재진출을 선언하며 지난 3월 235억 달러(약 27조3000억원)를 투자해 미국 애리조나주에 공장 2곳을 짓고, 뉴멕시코주 공장을 증설하겠다고 밝혔다.

바이든 행정부는 여기에 반도체법을 통해 신규 팹 투자를 집행한 반도체 기업에 520억달러(약 61조원)와 인프라 투자에 500억달러(약 59조원)를 지원하겠다며 힘을 실어주는 분위기다.

미중 간 알력 다툼이 계속되는 상황에서 바이든 대통령은 반도체가 상하수도나 도로처럼 국가의 핵심 인프라인 동시에 안보 자산임을 인지하고 있다. 중국의 굴기를 막아야 한다는 강한 메시지도 내비친 만큼 공장 건설도 이런 압박의 일환으로 분석된다.

삼성전자는 당초 2019년 '시스템반도체 비전 2030' 발표'를 통해 2030년까지 시스템 반도체 분야 연구개발 및 생산시설 확충에 133조원을 투자하고, 전문인력 1만5000명을 채용하겠다고 밝혀왔다. 여기에 38조원을 증액한 총 171조 원을 투자해 세계 1위 추격에 나선다는 비전을 지난 5월 발표했다. 

삼성전자 측은 "이번 신규 라인에는 첨단 파운드리 공정이 적용될 예정으로 5G, HPC, AI 등 다양한 분야의 첨단 시스템 반도체가 생산될 예정"이라며 "AI, 5G, 메타버스 관련 반도체 분야를 선도하는 전 세계의 시스템 반도체 고객에게 첨단 미세 공정 서비스를 보다 원활하게 제공할 수 있게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라고 밝혔다.

김기남 부회장은 "올해는 삼성전자 반도체가 미국에 진출한 지 25주년이 되는 해로, 이번 테일러사 신규 반도체 라인 투자 확정은 새로운 미래를 준비하는 초석이 될 것"이라며, "신규 라인을 통해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 안정화는 물론, 일자리 창출, 인재양성 등 지역사회의 발전에도 기여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렉 애벗 텍사스 주지사는 "삼성전자와 같은 기업들이 계속해서 텍사스에 투자하는 이유는 텍사스가 갖고 있는 세계 최고 수준의 비즈니스 환경과 뛰어난 노동력 때문"이라며 "삼성전자의 신규 테일러 반도체 생산시설은 텍사스 중부 주민들과 가족들에게 수많은 기회를 제공하고, 텍사스의 특출한 반도체산업 경쟁력을 이어가는데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또 "텍사스가 첨단 기술분야의 리더는 물론 역동적인 경제 강자로 거듭날 수 있도록 우리의 파트너십을 확대해 나가길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진통 끝에 방향을 잡은 삼성전자의 미 반도체 공장 프로젝트가 거센 글로벌 경쟁 속에서 '효자 역할'을 해낼지 전세계가 비상한 눈으로 지켜보고 있다. 

[위키리크스한국=최종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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