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조단위 적자…1·2세대 부담 늘려 4세대 전환 유도
올해에 이어 내년에도 두 자릿수의 1·2세대 실손의료보험료 인상이 예상되는 가운데 보험사들이 4세대 실손 가입률을 올리는데 주력하고 있다. '만년 적자'를 이어오던 구세대 실손 비중을 줄이고 계약자 책임부담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유도해 손해율 개선을 이끌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8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일부 보험사들은 최근 보험대리점(GA)에 1·2세대 실손보험 가입자를 4세대 실손으로 전환할 경우 인센티브를 지급한다는 내용의 공지를 발송했다.
실손보험은 병·의원 및 약국에서 계약자가 지출한 비용(실제 손해)을 보상해주는 보험으로, 판매시기와 담보구성에 따라 1~4세대로 구분된다. 보험연구원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2018년 기준 국내 실손보험 가입자는 3400만명을 넘어섰고, 작년 기준 전체 실손 가입자 가운데 약 78%가 1·2세대 가입자다. 3세대 비율은 20%에 그친다.
2009년 10월 이전까지 판매된 1세대와 2017년 3월까지 판매된 2세대 실손은 자기부담금이 없거나(1세대) 10%(2세대) 수준으로 낮고, 주 계약에 급여와 비급여 항목이 모두 포함된다.
올해 7월부터 판매된 4세대 실손보험은 보험료는 낮아졌지만 자기부담금이 급여 20%, 비급여 30%로 기존에 비해 높고 비급여 항목 이용이 많을수록 보험료가 오르는 구조다.
실손보험은 특성상 일상에서 보장받을 수 있는 범위가 넓은데 1·2세대 실손의 경우 자기부담이 적다보니 보험사들은 항상 적자를 보며 밑지는 장사를 해왔다. 3세대 실손의 경우 1·2세대에 비해 자기부담금이 높고 위험손해율이 낮은 편이라 이번 인상 대상이 아니다.
금감원에 따르면 실손보험료 수익은 작년 기준 10조5000억원으로 전년(2019년) 대비 6.8% 늘었지만 지급보험금은 11조8000억원으로 전년 대비 7% 늘었다. 위험손해율도 2018년 121.8%, 2019년 134.6%, 2020년 130.5% 수준으로, 보험료 수입보다 보험금 지출이 더 큰 상황이다. 올해에도 3분기 말 기준 손해보험사의 실손 손실액은 이미 2조원에 육박했다.
때문에 보험사들은 자기부담이 강화되는 4세대 전환이나 1·2세대 실손보험료의 인상을 강력히 주장하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보건복지부 건강보험연구원은 실손보험료 인상요율을 정하기 위해 관련 연구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작년의 경우 연구결과를 바탕으로 평균 10~12% 수준에서 보험료가 인상됐다. 당초 보험사들은 20% 수준의 인상을 추진했지만 금융당국의 권고에 따라 인상폭을 낮춘 것이다.
올해에도 보험사들은 20%대의 인상을 바라고 있다. 자기부담이 적은 1·2세대 실손보험료를 인상해 가입자들에게도 일부 부담을 지우거나 4세대로의 전환을 유도하기 위한 전략이다.
일부 보험사들은 보험료 인상과 별개로 4세대 전환 작업에도 열을 올리고 있지만 전환율은 낮은 수준이다. 손보업계와 생보업계의 실손 비중은 약 8대2에 이르는데, 손보업계에 따르면 1·2세대 가입자가 4세대로 전환한 비율은 20%에도 미치지 못한다.
한 보험사 관계자는 “1·2세대 실손의 부담을 생각하면 두 자릿수 인상은 당연하다는 게 업계 전반적인 시각일 것”이라며 “손해율이 낮아지지도 않았고 여전히 적자가 계속되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다른 보험사 관계자도 “실손 보험료 인상은 당연하고 얼마나 인상되느냐가 관건”이라며 “금융당국과도 얘기가 돼야 하겠지만 4세대 확대를 강조하고 있어 어느 정도 사정이 반영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위키리크스한국=김수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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