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축요건 가혹" vs "대기업 지원 위주"...탄소중립 두고 재계·시민사회 대립
"감축요건 가혹" vs "대기업 지원 위주"...탄소중립 두고 재계·시민사회 대립
  • 최종원 기자
  • 승인 2021.12.09 16:12
  • 수정 2021.12.10 05: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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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30년까지 탄소 감축 40% 목표
제조업 비중 높고 감축기간 짧아
'노동자·지역사회 외면' 지적도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달 29일 오후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에서 열린 ‘2050 탄소중립위원회 출범식’에서 참석자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출처=청와대]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5월 29일 오후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에서 열린 '2050 탄소중립위원회 출범식'에서 참석자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출처=청와대]

정부가 '한국판 그린뉴딜' 정책을 발표해 오는 2050년 '탄소중립' 실현을 내걸었지만 관련 업계에선 현실성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산업계에선 제조업 중심의 산업구조에서 감축부담이 높은 데다, 탄소배출 저감 기술 역량 부족 등의 어려움을 토로했다. 반면 시민사회는 기술 개발과 대기업 지원 위주에 정책이 치우쳐있다고 꼬집었다.

9일 업계에 따르면 전국경제인연합회(이하 전경련)는 국제비교를 통해 한국 산업의 탄소감축 여건을 분석했다. 전경련은 한국 산업이 ▲제조업 중심의 불리한 산업구조 ▲짧은 감축기간으로 높은 감축부담 발생 ▲주요 업종의 최고수준 효율성으로 추가 감축 여력 부족 ▲차세대 핵심 탄소감축 기술의 수준 열위 ▲재생에너지·그린수소 경쟁력 부족이라는 5중고에 처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요약했다.

대통령 직속 탄소중립위원회는 2030년까지 국가 온실가스를 2018년 온실가스 총배출량 대비 40% 감축하고, 2050년 '제로'(0)를 달성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 제조업 비중 높고 감축기간 짧아... 기술 수준도 열위

제조업·탄소다배출 업종 비중:
G5(주요국) 제조업·탄소다배출 업종 비중. [출처=전국경제인연합회]

전경련에 따르면 한국의 제조업 비중은 2019년 GDP(국내총생산) 기준으로 28.4%이다. 이중 철강·화학·정유·시멘트 등 탄소다배출 업종의 GDP 비중은 8.4%이다. 이는 G5(미국, 영국, 프랑스, 독일, 일본) 대비 각각 약 2배(14.4%, 4.2%) 수준에 달한다. 

전경련 측은 "기간 내 획기적 탄소감축 기술 확보가 어렵다는 점을 고려하면, 제조업 분야에서 탄소를 감축하려면 생산량을 줄이거나 해외로 사업장을 이전하는 것 외에는 마땅한 방법이 없는 상황"이라며 "한국은 주요국에 비해 탄소감축에 따른 경제위축과 일자리 감소 충격이 더 클 것으로 예상한다"라고 밝혔다.

또 한국 산업부문 탄소배출량 정점 연도는 2014년부터이므로 2050년까지 감축 기간이 36년이다. 반면 G5는 독일 1990년, 영국·프랑스 1991년, 미국·일본 1996년이 정점 연도로 2050년까지 감축 기간이 54년~60년이다. 우리나라는 해당 국가 평균보다 약 20년 이상 짧은 기간 안에 탄소감축을 추진해야 해 그만큼 높은 부담을 안게 된 상황이다.

탄소배출 저감은 획기적 탄소감축 기술 개발 여부에 달려있지만 한국이 후발주자라는 점도 지적했다. 그 결과 기존 화석연료를 대체하는 바이오·폐자원 에너지화 기술과 산업 공정에서 발생하는 탄소를 포집·이용·저장하는 기술(CCUS) 모두 세계 최고수준 대비 약 80% 수준에 머물러 있고 기술 격차도 4~5년가량 벌어져 있다는 것이다.

재생에너지와 같은 무탄소 전력과 그린수소의 원활한 공급도 중요하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주요 42개국을 대상으로 한 지리·자연환경에 따른 재생에너지 전력공급안정성 분석 결과, 좁은 국토면적과 부족한 일사량·풍속으로 42개국 중 최하위를 기록했다. 수소환원제철 기술, 수소차 보급 등에 필수적인 그린수소의 국내 생산잠재력 역시 한국은 주요국 대비 가장 낮은 수준으로 향후 막대한 수입 비용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된다. 

유환익 전경련 기업정책실장은 "한국 산업은 높은 제조업 비중, 짧은 감축기간, 최고 수준의 효율성, 차세대 탄소감축 기술 수준 열위, 신재생에너지 역량 부족으로 주요국에 비해 탄소감축에 불리한 여건"이라고 지적하고 "획기적 탄소감축기술 확보를 위한 정책지원을 강화하고 무탄소 에너지원인 원전 활용을 확대하는 한편 2030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NDC)의 현실성도 재검토 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 정의로운 전환 없다... '노동자·지역사회 외면' 지적도

[출처=한국노총]
[출처=한국노총]

반면 시민사회에서는 상반된 목소리가 나온다. 종전과 다를 것 없이 기술 개발과 대기업 지원 위주의 방법론을 유지하고 있다는 비판이다. 노동자, 농민, 지역주민 등의 의견이 반영되는 '정의로운 전환'에서 벗어났다는 것이다.

김현우 에너지기후정책연구소 연구기획위원은 "한국은 기후악당 국가라 불릴 정도로 기후위기 대응에서 뒤처져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며 "문재인 정부가 파리협정과 국제 사회의 요구에 부응하여 ‘한국판 그린뉴딜’ 정책을 발표하고 '2050년 탄소중립'을 선언했지만 그 수준과 현실성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고 꼬집었다.

김 위원은 또 "탄소중립위원회에서 내부 검토 중인 '2050 탄소중립 시나리오'는 현재의 에너지 다소비 구조 자체를 바꾸거나 산업 전환 방향을 분명히 제시하는 대신에, 기존과 같 이 기술 개발과 대기업 지원 위주의 방법론을 유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런 소극적인 방향과 수단으로는 탄소중립 목표의 달성이 어려울 뿐 아니라, 정부가 제공해야 할 적절한 시그널도 줄 수 없다는 지적이다. 여기에 노동자와 지역사회의 희생 방지와 개입을 보장하는 ‘정의로운 전환’ 원칙도 제대로 담겨있지 않다는 의견을 피력했다.

김 의원은 "탄소중립 시나리오는 과학 기반과 국제 사회에서의 책임 위에 적극적인 목표 상향이 필요할 뿐 아니라, 이를 달성할 주요한 수단이 분명하게 강구되어야 한다"며 "노동자와 지역사회의 역량을 강화해 기후위기 대응에 대한 공감과 지지를 높이고 사회 전반의 대응력과 회복력을 키우고, 입법과 공식 기구로 이를 뒷받침해 실효성을 보장해야 한다"라고 제언했다.

[위키리크스한국=최종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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