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르포] “코로나로 유령도시가 된 것 같아요"... 텅 빈 이대앞 상권 '임대' 문의만 즐비
[현장르포] “코로나로 유령도시가 된 것 같아요"... 텅 빈 이대앞 상권 '임대' 문의만 즐비
  • 유 진 기자
  • 승인 2021.12.13 06:40
  • 수정 2021.12.13 0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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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화여자대학교 앞 비어있는 1층 상가 [유진 기자]
이화여자대학교 앞 줄지어 비어있는 1층 상가들. [유 진 기자]

“방역 패스로 접종확인까지 해야 하니, 혼자서 장사하기 참 힘드네요.”

12일 오후 찾은 지하철 2호선 이화여대역 앞 상가. 이 곳에서 10여년간 즉석 떡볶이가게를 운영해왔다는 김영숙 씨(60)는 “위드 코로나를 시작한 지 얼마 지나지도 않았는데 확진자수가 많아져 방역 패스까지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혼자서 일하는데 할 일만 더 늘었다"며 "코로나가 도무지 끝나지 않을 것 같아 이제는 힘들어서 장사를 더 하기 힘들다는 생각이 밀려온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지난달 초 시행된 단계적 일상회복 조치(위드 코로나) 이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신규 확진자가 7,000명을 넘어선데다, 변이 바이러스인 ‘오미크론’까지 등장하자 정부는 위드 코로나를 중단하고 6일부터 ‘방역패스’를 도입했다. '위드 코로나'로 매출 회복에 기대감을 품었던 자영업자들은 이처럼 심각한 방역 위기에 몰리자 불안감을 호소하고 있다.

이대 앞 상권은 오랜 서울의 대표적 패션상권으로, 작지만 특색 있는 옷가게들과 식당들이 골목 곳곳에 많이 모여 있어 젊은층과 해외 관광객들이 즐겨 찾는 명소 중 하나로 꼽혀왔다.

이화여자대학교 앞 '임대'문의가 붙은 채 통째로 비어있는 건물 [유진 기자]
이화여자대학교 앞 '임대'문의가 붙은 채 통째로 비어있는 건물. [유 진 기자]

특히 이화여대 7길에서 3길로 이어지는 좁은 골목길은 패션잡화 매장이 밀집해 일명 ‘이대 옷가게 사거리’로 불려왔다.

하지만 이 곳도 코로나19의 장기화를 극복하지 못해 유리창에 ‘임대’ 안내문이 붙은 상가들만 줄지어 있었다. 임대료가 상대적으로 비싼 1층 상가는 폐업한 경우가 대부분이었고, 3‧4층짜리 건물도 임대 문의 안내문만 붙은 채 통째로 비어 있었다.

이 곳에서 옷 가게를 운영하는 이영희 씨(45)는 “그러지 않아도 비싼 임대료 때문에 이대 상권이 점점 죽어가고 있는 상황이었다"며 "코로나까지 겹치니 주변에 남아있는 가게가 없어 구경하는 손님조차 끊겼다”고 말했다. 그는 “이대는 이제 망한 유령 도시 같아 더 이상 살아남기 힘들다”고 덧붙였다.

근처에서 마라탕 가게를 김모 씨(56)도 “뉴스에서 확진자수가 7,000명이 넘고 오미크론이라는 바이러스가 퍼지고 있다는 소리를 듣고 정부가 다른 정책을 발표하겠구나 생각했다”며 “방역패스를 의무화 한 이후 자영업자들은 손님들한테 접종 여부까지 확인해야 해 영업하기가 더 불편해졌다”고 말했다. 김 씨는 “이제는 명부작성도, 방문등록 전화도 하면 안되니 QR코드로만 접종 여부를 확인해야 하는데, 나이가 많으신 분들은 사용할 줄 몰라 화를 내고 나가는 등 영업상황이 더욱 악화하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비어있는 가게 옆 문을 연 옷가게 [유진 기자]
텅 빈 이대 옷가게 사거리. [유 진 기자]

한편, 방역패스(접종 완료·음성확인제) 계도기간이 끝나면서 13일부터 식당 카페 등에서도 본격적으로 시행된다. 위반 시 손님과 업주에게 과태료가 부과된다.

이 같은 추가 조치에도 확산세가 꺾이지 않는다면 방역 강화는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정부 안팎에서는 6명인 수도권 사적 모임 인원을 2∼4명으로 줄이고, 식당 카페 등의 영업시간을 오후 9시나 10시로 단축하는 방안이 거론되고 있다. 정부 관계자는 “이번 주 중반 확진자 8000명, 위중증 환자 900명을 넘어서면 특단의 조치를 내릴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가뜩이나 어려움을 겪어왔지만, 상황이 나아지기는 커녕 불확실한 방역정책으로 인해 자영업자들의 불안감이 가중되고 있다.

[위키리크스한국= 유 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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