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온적 국과수 수사, 독점 권위의 한계인가 [위키리크스한국 비하인드]
미온적 국과수 수사, 독점 권위의 한계인가 [위키리크스한국 비하인드]
  • 박영근 기자
  • 승인 2021.12.12 21:17
  • 수정 2021.12.13 06: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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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연합뉴스]

일명 '한국의 CSI'라고 불리는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이하 국과수)이 최근 허술한 수사를 실시했다는 주장이 제기돼 곤욕을 치르고 있다. 지난해 12월16일 발생한 (주)일월 전기매트 발화 의심 사건에 대해 국과수는 "전기적 요인에 의한 특이점은 발견되지 않았다"는 애매한 조사 결과를 내놨다. 하지만 제보자가 추가 확인 결과 온도조절기와 전기장판의 정격전압이 상이한 제품이 장착된 것으로 드러났다. 제보자는 해당 사실을 즉각 국과수에 전달했으나, 국과수는 "우리가 확인할 수 있는 내용이 아니다"라며 미온적인 태도를 나타냈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12일 제보자 A씨에 따르면, 그는 사고 당시 사용했던 (주)일월의 전기장판이 2020년 5월 제조된 'IW-M15-M' 제품이라고 했다. 이 제품은 지난해 1월17일 한국기계전기전자시험연구원으로부터 안전 인증을 받았는데, 당시 기록에 따르면 정격 전압이 51W로 적혀 있다. 한국제품안전관리원에 따르면 제품과 온도조절기는 같은 정격전압을 사용해야 한다. 그러나 A씨가 사용한 온도조절기는 IW-M15 였고, 해당 제품은 정격전압이 70W였던 것으로 파악됐다.

그는 즉각 국과수 측에 이같은 사실을 증거 자료와 함께 전달했다. 하지만 A씨는 국과수에게 아무리 몇 번의 문의를 남기더라도 '우리가 확인할 수 있는 내용이 아니다'란 답변만 번복한 채 적극적인 수사를 할 생각이 없는 것 같다고 호소했다. A씨는 "정격전압이 51W인 제품에 70W짜리 온도조절기를 쓰면 과열이 될 가능성이 충분히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하지만 국과수는 차일피일 명확한 답변을 미루며 적극적인 태도를 보이지 않고 있다. 이런 기관이 과연 시민의 억울함을 풀어줄 수 있는지 진정 의문이 든다"고 꼬집었다.

수차례 국과수에 질의서를 넣던 A씨는 결국 답답한 마음에 국과수 측 담당자에게 직접 전화를 걸었다고 한다. 대화 녹취록 속 A씨는 "51W 전기장판에 70W짜리 온도조절기를 꽂아서 최고 고온으로 이용했을 경우 화재로 이어질 수 있는 것 아니냐. 몇 번이나 이같은 질의를 드렸는데 왜 확인을 해주지 않는 것이냐"고 말했다. 그러자 국과수 담당자는 "다 답변 드렸고, 우리는 재연 실험같은 건 하고 있지 않고 있다"며 선을 그었다. 결국 화재의 유력한 원인으로 꼽힐 수 있는 내용을 지니고도 제보자는 국과수의 애매한 보고서로 인해 화재 발생 1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주)일월과 법적 다툼을 벌이고 있다고 털어놨다. 

사실 국과수의 부실수사 지적은 하루이틀 나온 이야기는 아니다. 과거 남편이 아내를 화재 사고사로 위장해 살해한 것으로 추정되는 사건이 발생한 바 있다. 이 사건은 SBS '그것이 알고싶다'에 나올 정도로 여론의 이목이 집중됐었다. 내용에 따르면 지난 2008년 대전의 한 아파트에서 여성이 집에서 일어난 화재 사건으로 숨졌다. 이에 경찰 등은 일반 화재 사고로 내다봤으나, 가스렌지 연결 부분이 의심스러운 점 등을 이유로 피해자 유족들이 재수사를 요청했다. 국과수 측은 화재 원인에서 가스렌지 연결 부분의 대한 재검증을 실시해 수상한 점을 인지했으나 '타살이란 명확한 증거가 없다'는 이유로 사고사라는 결론을 지었다. 

국과수는 국가가 독점한 법과학적 권위를 지닌 기관이다. 그러다보니 국과수가 감정 결과를 내놓으면 법정이든 일반 시민이든 국과수 결과를 절대적으로 신뢰하는 사례가 많다. 그러나 앞선 사례 또는 과거 강기훈 유서 대필 조작 사건, 2016년 국과수가 2구의 시체를 부검 후 서로 다른 유족에게 전달하는 사례 등을 토대로 보더라도 국과수 역시 잘못이나 오류가 발생할 수 있는 기관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문제는 이같은 국과수의 잘못이나 오류가 생겼을 때 재검증할 수 있는 제도나 법안이 없다는 것이다. 누군가에겐 국과수 결과가 사소한 이야기일 수 있지만, 누군가에겐 인생이 바뀌는 일이 될 수 있다. 여전히 국과수의 법과학 독점과 그로 인한 폐해가 반드시 개혁돼야 한다는 목소리에 힘이 실리는 이유다.

[위키리크스한국=박영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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