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정한중, 검찰과거사위원장 직무대행職 맡기 전 이광철 면담
[단독] 정한중, 검찰과거사위원장 직무대행職 맡기 전 이광철 면담
  • 윤여진 기자
  • 승인 2021.12.16 15:32
  • 수정 2021.12.17 0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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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한중 직무대행' 과거사위 김학의 사건 재수사 권고
공수처 '청와대 기획사정' 의혹 입건만 하고 진척 없어

2019년 김학의 전 법무차관 성접대 사건 재조사 당시 '청와대 기획 사정(司正)' 의혹을 받는 이광철 전 민정비서관이 이 사건 재조사를 권고한 검찰과거사위원회의 위원장 직무대행을 사전에 면담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검찰 과거사 재조사에 청와대가 깊게 관여했음을 보여주는 정황이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는 민정에 파견된 윤규균 총경이 버닝썬 클럽 운영 가수 승리와의 유착을 청와대가 덮고자 김 전 차관 사건을 키웠다는 기획 사정 의혹을 지난 3월 검찰로부터 이첩받고 '2021년 공제3호'로 입건했지만 청와대 강제수사는 착수하지도 못한 상태다. 

정한중 한국외국어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출처=연합뉴스]
정한중 한국외국어대 법학전문대학원장. [출처=연합뉴스]

16일 <위키리크스한국> 취재를 종합하면 지난 2018년 4월 당시 법학 교수로서 과거사위원이던 정한중(사진) 한국외국어대 법학전문대학원장은 법무부 법무실장 겸 과거사위 간사를 맡은 이용구 전 법무차관과 민정비서관실 선임행정관이던 이광철 전 민정비서관의 만남에 동석했다. 이 자리에선 당시 과거사위원장직 사표를 낸 김갑배 변호사 얘기가 오갔다. 김 변호사는 검찰권 남용 사건 재수사 여부를 권고하는 과거사위가 실제 조사를 맡는 대검 과거사진상조사단을 제대로 감독하지 못하는 모순을 여러 번 지적했음에도 법무부가 수용하지 않아 사의를 표한 상태였다. 과거사위원장 공백이 민정비서관실 주요 사안임을 의식한 이 전 차관이 해결사로 나선 셈이다. 

문제는 김 변호사가 제출한 사직서를 이 전 차관이 박상기 당시 법무장관에게 보고하지 않은 채 일개 청와대 행정관을 만났다는 점이다. 이 전 차관은 이 전 비서관과의 약속 장소로 이동하는 차량 안에서 정 원장이 듣고 있는 가운데 김 변호사에게 전화를 걸어 사의 여부를 재확인했다. 이때 이 차관은 김 변호사가 사의를 굽히지 않자 "장관에게는 아직 보고하지 않았다"고 말했다고 한다. 정 원장 역시 본인이 이 전 비서관을 만나는 목적을 알고 있었다. 

정 원장은 기자와 통화에서 "그때 이용구 실장이 나보고 같이 들어가자고 해서 딱 들어간 것"이라며 "내 추측에 '위원장이 아직 (사의를) 이야기 안 했을 가능성이 있으니까 (이 비서관이) 나보고 위원장을 맡으라고 하는 것 아닌가' 생각해서 (이 전 비서관 면담 자리에) 갔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다만 정 원장은 이 전 비서관을 만난 자리에서 김 변호사가 대화 주제로 등장했을 때 정작 본인은 "(사의 철회로) 위원장을 설득했다"고 말했다고 주장했다. 이 전 비서관을 만나기 전 김 변호사가 사의를 철회한 만큼 당시 자리가 '직무대행직 면접' 성격은 아니었다는 해명이다. 정 원장은 "이후부터는 내가 할 일이 없어졌다. 그래서 나는 (대화 자리) 밖에 나갔다. (내가 있을 때는) 직무대행의 '직'자도 나오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이같은 정 원장 해명은 이 전 비서관 면담 뒤 벌어지는 일과 앞뒤가 맞지 않는다. 면담 다음 날 정 원장은 4개월 뒤쯤인 대법관에 오르는 김선수 당시 변호사와 함께 김갑배 변호사를 찾아 식사 자리를 갖는다. 김 대법관과 김 변호사는 사법연수원 17기 동기로 연수원 시절부터 노동 사건에 천착한 절친한 사이다. 정 원장은 김 변호사에게 '내가 과거사위원장을 해도 되겠냐'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는 본지 취재 사실은 부정하면서도 "왜 사표를 내느냐"는 말은 했다고 인정했다. 이 전 비서관 면담 전 김 변호사가 사의를 접었다면 불필요한 작업이었다. 

정 원장은 "김선수 대법관이 김갑배 변호사와 친해 같이 갔다"면서도 이 만남 날짜를 이 전 비서관 면담 전으로 기억했다. 그러면서도 정 원장은 "(기억과 다르게) 다음 날 만났다면 아마 무엇이 불만이었는지 알아보기 위해서"라고 했다. 당시 자리에서 김 대법관은 "문제를 계속해서 제기하라"고 조언했고 김 변호사는 사의를 접고 '임기 연장 없음' 조건으로 위원장직을 계속 수행했다. 

8개월 뒤 과거사위는 출범한 지 만 1년이 됐고 김 변호사는 2018년 12월 26일 공식 사임했다. 동시에 과거사위 활동 기간은 3개월 연장되면서 공석이 된 위원장직 대신 직무대행직을 정 원장이 맡았다. 위원장직 사표수리가 지연된 탓이다. 그는 3개월 뒤인 2019년 3월 25일 김 전 차관 사건 검찰 재수사 권고에 결정적 역할을 한다. 권고 일주일 전인 그달 18일 문재인 대통령이 "검찰과 경찰의 현 지도부가 조직의 명운을 걸고 책임져야 할 일"이라고 재수사를 사실상 공개지시했고 같은 날 과거사위 활동 기간도 2개월 추가 연장됐다. 활동 종료 직전 그해 5월 과거사위는 '수사의뢰'를 추가 발표했다. 박근혜 정부 민정수석을 지낸 곽상도 전 국민의힘 의원이 '김학의 경찰 내사를 방해했다'는 의혹이 핵심이었다.

하지만 문무일 당시 총장 지시로 출범한 '법무부 검찰과거사위원회 수사권고 관련 수사단'(단장 여환섭 검사장)은 곽 전 의원을 '혐의없음' 처분했다. 곽 전 의원은 조사단 8팀 이규원 검사, 과거사위 주무위원 김용민 변호사(현 더불어민주당 의원), 위원장 직무대행 정 원장을 허위사실적시에 따른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했다. 곽 전 의원과 함께 수사의뢰 대상에 올랐지만 역시 무혐의 처분받은 윤갑근 전 고검장이 낸 민사소송 1심 재판부는 지난 2월 3일 과거사위 수사권고 및 수사의뢰 근거인 '윤중천 면담보고서'는 "적법절차의 원칙에 어긋나는 것"이라고 판시했다. 윤중천씨는 김 전 차관에게 성 접대를 한 건설업자로 '정한중 과거사위'는 "윤씨와 교류를 하던 검찰 고위 간부 일부가 윤씨 사건에 개입한 정황 등이 확인되고 있어 철저한 수사가 필요하다"며 수사 확대를 주장했지만 정당성이 무너진 것이다.   

곽 전 의원 고소 사건을 배당받았던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부장검사 변필건)는 면담보고서가 허위라는 추가 증거를 확보했다. 조사단 파견 수사관이 작성한 면담보고서 초안에 없는 '김학의와 윤갑근이 수천만원을 받았다'는 윤씨 발언이 이규원 검사가 최종본에만 있는 것이다. 윤씨 면담 녹음파일에도 해당 발언은 존재하지 않았다. 윤씨 면담은 최소 6차례 있었는데 그때마다 이 검사가 이 비서관과 통화했다는 사실도 청와대발(發) 기획사정이 있었다는 의심을 뒷받침한다. 연수원 36기 동기인 두 사람은 2008년 법무법인 정평 구로분사무소에서 변호사 일을 함께 시작한 사이다. 대검 기획조정부장으로서 과거사위를 행정지원한 문찬석 변호사는 현직 시절 "대검에서 원래 추천한 (조사단 파견검사) 명단에는 (이 검사 이름이) 없었다"고 기자에게 밝히며 김 전 차관 사건 재조사에 핵심 역할을 한 이 검사가 외부 입김으로 추천됐음을 시사한 바 있다. 이 검사는 이미 지난 4월 김 전 차관을 불법으로 긴급출국금지한 혐의(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로 재판에 넘겨졌는데 검찰 공소사실에 따르면 "출금하기로 얘기가 돼 있으니 네가 빨리 출금요청서를 보내 주면 좋겠다"며 김 전 차관 출국 시도 사실을 이 검사에게 알려준 이가 바로 이 전 비서관이다. 이 전 비서관은 수원지검이 계속 수사 중인 이 사건에서도 피의자 신분이다.  

이 전 차관은 "김갑배 위원장 사의 표명 직후 장관에게 보고했다"면서도 "사표(사직서) 자체를 장관에게 드리지 않았을 수 있다"고 했다. 다만 이 전 차관은 "민간인인 정한중 원장과 함께 청와대에 들어간 적이 없다"고 해 '청와대 방문'은 부정했다. 그러면서도 이 전 비서관 면담 사실 자체는 부정하지 않았다. 이 전 비서관은 답변을 피했다.  

[위키리크스한국=윤여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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