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IKI 프리즘] "바이러스가 내 삶과 건강, 경력까지... 모든 것을 앗아가버렸습니다"
[WIKI 프리즘] "바이러스가 내 삶과 건강, 경력까지... 모든 것을 앗아가버렸습니다"
  • 최석진 기자
  • 승인 2021.12.21 06:34
  • 수정 2021.12.21 06:3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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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어지는 코로나 후유증으로 건강과 삶이 무너지고 있는 미국인들 (하)
지난 5월 9일(현지시간) 뉴욕시의 한 거리에서 시민들이 비영리 단체가 나눠주는 무료 식료품을 받기 위해 줄을 서 있다. [뉴욕=AFP연합뉴스]
지난 5월 9일(현지시간) 뉴욕시의 한 거리에서 시민들이 비영리 단체가 나눠주는 무료 식료품을 받기 위해 줄을 서 있다. [뉴욕=AFP연합뉴스]

"바이러스가 내 경력까지 앗아가 버렸다."

코로나19 증상이 인지와 정서에 미치는 영향은 환자들이 실직 후 건강보험과 장애 입증 절차에 요구되는 관료적 장벽을 돌파하는 것도 어렵게 하고 있다.

맨해튼 어퍼 이스트 사이드에 있는 긴급 치료 클리닉의 응급의학 전문의 존 뷰셀라토(64)는 2020년 3월 코로나19에 걸려 병원에 입원했다. 그 병원은 그의 어머니가 코로나19로 사망한 병원이었다.

그는 바쁜 병원에서 환자를 치료하다가 며칠 만에 코로나19가 그의 폐와 혈관계를 공격하면서 자신 또한 위기에 빠지게 되었다. 그 결과 그는 심각한 인지 및 정서 장애로 인해 일상의 생활을 영위할 수 없게 되었다.

그는 머리가 멍한 증상(brain fog)과 일을 할 수 없을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에 사로잡힌 나머지 인터뷰 도중 회사가 보장하는 보험을 상실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을 포함한 고통을 호소하며 자주 울먹였다.

뷰셀라토를 치료하는 신경 심리학자인 구드런 레인지 박사는 그가 뇌출혈과 종양을 겪었다고 말했다. 그는 같은 말을 반복하며, 쉽게 착란 증세를 보이는 듯하다.

“그는 감정에 사로잡혀 무의식적으로 눈물을 보이는데, 스스로 이를 극복할 방안은 없어 보입니다.”

레인지 박사는 이렇게 분석했다.

뷰셀라토는 의료보험을 상실한 이후 누적된 병원비가 수만 달러에 이른다고 말했다. 그는 약간의 부동산과 저축이 있기는 하지만, 한주 동안 현금 흐름은 전혀 없다. 그는 실직 후에도 의료보험의 효력을 지속시켜주는 ‘코브라(COBRA)’에 가입했지만, 의회가 무상 효력 발생을 지난 9월로 한정하는 조치를 승인함에 따라 현재는 월 922달러를 지불하고 있다.

그리고 그가 월 400달러의 주차비를 내지 못하자 주차장 측이 그의 렉서스 자동차를 일시적으로 압류해버렸다고 그는 말했다. 그의 차는 현재 주차 딱지를 뒤집어쓴 채 길거리에 방치되어있다.

뷰셀라토는 자신의 경력이 너무 일찍 막을 내린다는 것을 알고는 있지만 악화되는 재정 궁핍에서 어떻게 벗어날 수 있을지 속수무책이라고 말했다. 한 변호사가 그가 사회보장국(Social Security Administration)에 장애 신청하는 일을 도와주고 있는데, 그를 도와주는 측의 말을 빌리면 이 수단이 최근에 어느 정도 효력을 발휘하고 있다고 한다. 뷰셀라토는 의료적인 문제로 일자리를 떠났기 때문에 실업 급여 대상에도 포함되지 않는다.

“이 바이러스가 나의 경력까지 앗아가 버렸습니다. 현재 저는 의료분야에서는 어떤 일도 할 수 없습니다. 아무도 나를 채용하려 하지 않습니다.”

그는 이렇게 한탄했다.

이들과 비슷하게 전문적인 경력의 상실과 함께 급격한 소득 감소를 경험한 다른 환자들은 정부 지원에 새롭게 의지할 수밖에 없는 상황을 다음과 같이 묘사한다.

자신의 삶에 불어닥친 코로나바이러스 충격에 대해 의회에서 증언을 하기도 했던, 볼티모어의 중학교 교사 치미어 스미스(39)는 팬데믹 초기 몇 주 사이 바이러스에 감염된 이후부터 일을 하지 못하고 있다.

그녀는 저축해놓았던 1만2000달러를 다 써버리고, 현재는 푸드 스탬프(food stamp)에 의존하고 있다.

그녀는 자신이 어려서부터 워싱턴 D.C.의 저소득 지역에서 자라면서 노력해 여기까지 왔기 때문에 현재 느끼는 상실감은 더 심대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녀는 아프기 전에는 학교 교장이 되는 것이 꿈이었다.

“나는 흑인으로 성공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살아야 되는지 많은 이야기를 들었고, 그대로 따라 살았습니다.”

그녀는 이렇게 말했다.

“하지만 병으로 모든 것을 잃고 보니 다시는 과거로 돌아갈 수 없을 것 같습니다. 내 인생이 황폐화되었다는 표현조차 현재 내 상태를 정확히 말하지 못합니다.”

그녀 또한 장애 지원 신청을 할 계획이다.

하지만 장애 보험 수급을 신청하는 환자들 상당수가 처음에는 지급을 거절당하고, 장황한 구제 신청 기간을 거쳐야 한다고, 환자나 의사, 변호사들은 입을 모은다. 의료 공동체가 해당 환자들의 증상 진단을 놓고 신속하게 결정을 못 내리고 있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미국 사회보장국은 이메일을 통해 2020년 12월부터 현재까지 1만6000건의 코로나19 관련 장애 수급 신청이 접수되었지만, 몇 건이 승인되었고, 몇 건이 거부되었는지 구체적인 수치는 밝힐 수 없다고 말했다.

환자들과 인권단체, 그리고 변호사들은, 근로자 수급 제도를 통해 장기 장애 보험 보장을 제공하는 사설 장애 보험회사들도 상당수 보험금 지급을 거절하기는 마찬가지라고 말한다.

일을 할 수 없다고 호소하는 개인들에게 보험금 지급 거절은 큰 실망을 안겨줄 수밖에 없다. 뉴욕주 화이트플레인즈에 사는 마이클 하이든버그(48)는 버클리 칼리지(Berkeley College) 학업 고문으로서 일 년에 6만 달러의 수입이 생기던 일자리로 복귀할 수 없게 되었다. 지역 사설 대학인 버클리 칼리지는 ‘가족 및 의료 휴가법(Family Medical Leave Act)’에 따라 12주의 무급휴가가 보장되는 정규직 일자리였다. 대학 측은 그의 현 상황이 그의 부서에 부담을 주기 때문에 그를 계속 채용할 수 없다고 밝혔다고, 그는 들려주었다.

하이든버그는 직장을 통해서 월 3100~15만 달러까지 수령할 수 있는 장기 장애 보험에 가입하고 있었다. 그러나 해당 보험회사인 릴라이언스 스탠더드(Reliance Standard) 측은 그가 아직은 충분히 앉아서 일을 할 수 있다는 이유를 내세워 최근 그의 1차 보험금 지급 신청을 거절했다.

이에 대해 하이든버그는, 이는 자신이 작년에 코로나19에 감염된 뒤부터 장시간 집중이 어려운 장애를 겪고 있고 혈압이 위험 수치까지 치솟는 상황을 고려하지 않은 처사라고 불만을 표시하고 있다. 보험금 지급 거절과 관련해 질문하자 릴라이언스 스탠더드 측은 개별적 청구 사항에 대해서는 언급할 내용이 없다고 밝혔다.

하이든버그는 보험금 지급을 재심 신청 중이라고 말하며서, 그와 그의 아내 알렉시스는 월 1700달러가 소요되는 아파트 유지 비용과 월 1200달러가 들어가는 코브라(COBR) 건강보험료 마련에 고심하는 중이라고 말했다. 그는 코브라가 자신이 필요로 하는 모든 의사(醫師)들을 제공해주기 때문에 메디케이드 보험(Medicaid)이나 건강보험 개혁 수단(Affordable Care Act) 보다는 코브라 쪽을 선택했다고 말했다.

“코로나19 후유증 환자 치료에 조예가 깊은 의사들을 찾는 일은 믿기 어려울 정도로 힘듭니다.”

그는 이렇게 말했다.

하지만 하이든버그의 코브라 적격성은 2022년 3월이면 종료되기 때문에 그는 다른 보험을 찾아야 한다. 그의 부부는 인터넷 기부금 모금 사이트 ‘고펀드미(GoFundMe)’를 통해 1만2000달러를 지원받았다. 그리고 아내 알렉시스는 섬유근육통 진단에 따른 연방 장애 지원금으로 월 988달러를 받는다. 이상이 하이든버그 부부의 현재 수입 전부이다.

그는 현재 소유하고 있는 아파트를 팔 수밖에 없을 경우 자기 부부가 태어나고 자란 화이트플레인즈를 벗어나게 될 것을 걱정하는 중이다. 그는 자신의 경제적 상황이 더 곤궁해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무시무시한 파고가 우리 앞에 밀어닥치고 있습니다.”

하이든버그는 이렇게 말했다.

“저는 자책하는 중입니다. 가장으로서 몸이 아파 가족을 힘들게 하고 있기 때문이지요.”

텍사스 주 코프먼 시는 댈러스에서 20마일 떨어져 있는 소도시이다. 이곳에 사는 앤지 스미스(44)는 월 750달러에 해당하는 니산 프론티어 픽업트럭의 할부금을 내지 못하고 있다. 그녀는 이 차를 교정 전문 치과에서 보조원으로 일하면서 5만 달러 이상의 연봉을 받았을 때 구입했다.

그녀는 2020년 3월 해고되었다고 말했다. 그녀는 그로부터 8개월 뒤 코로나에 걸린 후 피로와 숨 가쁨, 관절통 및 체온 급상승에 시달리고 있다. 그녀를 재정적으로 간신히 버티게 해주던 실업자 수당 지급은 지난 9월로 종료되었다.

그녀는 지난 11월에 자신의 당좌 계좌에 150달러가 남아있었고, 12월에는 집세 1400달러를 내야 한다고 말했다. 현재 그녀의 교회 친구들이 그녀가 집에서 전화를 받으면서 할 수 있는 일을 알아보고 있다.

“내가 지금 사는 집에서 쫓겨날 경우 다른 사람 집에 컴퓨터를 옮겨 놓아야 하고, 트럭을 빼앗기게 될 경우에는 집에서라도 일을 해야 할 겁니다.”

그녀는 이렇게 말했다.

“이런저런 생각들로 머리가 터질 것 같지만 어떻게 해야 할지를 모르겠습니다.”

<워싱턴포스트>의 인터뷰에 응한 대부분의 환자들은 일자리 복귀를 희망했지만, 예전처럼 생산성을 낼 수 있을지 확신하지 못했다.

“고용주들은 지금과 같은 근로 환경에 적응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반면에 환자들은 ‘100% 회복한 후 복귀하라’는 말을 종종 듣는데 그건 정말 오랜 시간을 요하는 겁니다.”

메이오 클리닉(Mayo Clinic)에서 코로나 장기 후유증 환자를 전문적으로 치료하고 있는 가정의학과 전문의이자 직업병 전문의인 그레그 바니카촌 박사는 이렇게 말했다.

고용주들과 코로나 장기 환자들은, 많은 코로나 후유증 환자들이 제한된 파트타임 일자리라도, 또는 재택 근무라도, 종사하면서 천천히 건강을 회복해나가는 과정이 필요함을 인식해야 한다고, 바니카촌 박사는 주장했다.

시애틀 거주자인 에일린 후두는 다시 돈벌이 나설 수 있을 것으로 생각했다.

후드는 2020년 10월 코로나19에 감염되어 친구와 함께 15년을 운영해오던 작은 점포의 문을 닫아야 했다. 그는 가발과 특수 의상 등의 암환자 전문 용품을 파는 가게를 운영했었다. 하지만 가게로 다시 돌아가겠다는 그녀의 희망은 좌절로 끝이 났다.

“어떤 아름다운 여성에게 가발 피팅을 시도하는데, 숨쉬기가 힘들도 체력이 달렸습니다.”

그녀는 이렇게 말했다.

그녀가 가게를 통해 해마다 벌어들이던 7만 달러의 소득이 공중으로 날아가 버렸다. 그녀 가족의 수입이 반으로 줄어든 것이다.

후드는 올해 53세이고, 일자리 복귀를 원한다. 그녀는 지난 10월 일자리를 구하기 위해 한차례 인터뷰에 응한 이후 11월에 잡힌 두 번째 인터뷰를 취소할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밖에 나가서 낙엽을 조금 치우고 식구들 저녁거리를 약간 준비한 다음 침대에서 일어날 수가 없었습니다.”

그녀는 이렇게 말했다.

“코로나19 후유증의 삶은 마치 롤러코스터를 타는 기분입니다.”

미국 미시시피주 노스 잭슨에서 한 남성이 실업수당 신청서를 건네받고 있다. [사진=AP/연합뉴스 제공]
미국 미시시피주 노스 잭슨에서 한 남성이 실업수당 신청서를 건네받고 있다. [사진=AP/연합뉴스 제공]

사회에서 쓸모없는 사람으로 전락했다는 열등감

서두에 등장한 티파니 파티노는 2020년 3월 봉쇄조치의 시행과 함께 매릴랜드 주 외곽에 있는 ‘파이어버드 우드 그릴’ 레스토랑에서의 일자리를 잃었다. 그 비슷한 시기에 그녀의 남자친구도 다른 레스토랑에서 해고당했다.

“저는 임신을 했고, 우리는 실업수당을 신청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녀는 이렇게 말했다.

9월이 되어 이 커플 사이의 첫 아기인 레온이 태어났고, 그로부터 두 달 뒤 그녀는 코로나19 양성 판정을 받았다.

그녀는 증상은 가벼웠지만 아기를 돌볼 수가 없었다. 그녀는 처음에는 산후우울증을 겪는 중이라는 진단을 받았다고 한다. 그녀는 다른 의사를 찾았고, 그곳에서 의료진들은 그녀가 이른바 간유리음영 폐결절(ground-glass pneumonia)에 걸린 사실을 발견했다.

“거의 한 달 뒤, 크리스마스 바로 전까지 나는 기분이 나아지지 않았고 피곤이 가시지를 않았습니다.”

그녀는 이렇게 회상했다.

1월이 돼서 병원을 다시 찾았더니 의사가 ‘코로나 장기 후유증’일지도 모르다고 했다.

“의사는 ‘몇 달 뒤, 3월이나 4월, 또는 여름이 오면 많이 좋아질 것’이라고 했습니다.”

그녀는 이렇게 말했다.

그러나 여름이 가고 가을이 오고, 이제 더 이상 실업급여 수표도 받을 수 없는 상태에서 겨울이 찾아왔다. 그녀의 증상은 여전하며 일부 증상들은 이해할 수 없기도 하다.

“미각(味覺) 기능이 회복되기는 했는데, 후각은 여전히 정상이 아닙니다. 냄새를 맡았다가 다시 못 맡게 됩니다. 연기 냄새를 맡거나 석유 냄새를 맡으며, 가끔가다가는 대변 냄새가 나기도 합니다.”

파티노는 자신의 계획은 정체되고 있는데 많은 사람들이 정상으로 복귀하고 있다는 소식을 들으면서 외톨이가 된 듯한 우을증에 시달리고 있다. 그녀는 앉아서 일을 할 수 있는 사무직을 찾아볼까도 생각해봤지만 병가(病暇)를 너무 자주 낼까봐 걱정하는 중이다. 아파트를 구하고, 자신들의 지금 타고 있는 기아차를 새차로 바꾸는 일은 생각도 못하고 있다고 그녀는 말했다.

“내가 사회에서 쓸모없는 사람으로 전락했다는 열등감이 듭니다.”

그녀는 이렇게 하소연했다.

“아이를 돌보거나 식사를 준비하거나 세탁을 하는 등의 가정주부가 집안에서 하는 단순한 일조차 할 수 없습니다.”

그녀는 코로나19 증상이 길어지면서 “내 삶이 산산조각났고, 모든 것이 무너져 내렸다”며 말을 잇지 못했다.

[위키리크스한국= 최석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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