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이슈] '분양원가 공개'에 떨떠름한 건설업계…민간 확대 가능성은?
[부동산 이슈] '분양원가 공개'에 떨떠름한 건설업계…민간 확대 가능성은?
  • 김주경 기자
  • 승인 2021.12.21 07:14
  • 수정 2021.12.21 14:1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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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주택도시공사 '아파트 분양원가' 전면 공개…34곳 단지 공개 대상
총 71개 항목 공개…택지조성비용 10개 항목·건설원가 61개 항목 포함
김헌동 SH공사 사장, 취임 1개월 만에 약속지켰다…"서울시민 알 권리"
건설업계, '분양원가 공개' 예상했지만 떨떠름…"민간 도입은 어불성설"
부동산업계 "부동산 가격 이미 치솟은 마당에 '분양원가' 공개 무의미"
고덕강일4단지(강동리버스트4단지) 외관 전경. [출처=인터넷커뮤니티 캡처]
고덕강일4단지(강동리버스트4단지) 외관 전경. [출처=인터넷커뮤니티 캡처]

앞으로 서울주택도시공사(이하 SH)가 지은 아파트는 공사비용과 택지 조성비용이 포함된 ‘아파트 분양원가’가 전면 공개된다. 그동안 아파트의 설계·도급 내역서가 공개된 적은 있었지만 택지조성원가와 아파트 분양원가가 동시에 공개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아파트 분양원가 공개는 SH공사가 지난달 발표한 5대 혁신 방안 중 하나이자 집값 안정화를 약속한 오세훈 시장의 핵심 공약사항 중 하나다.

SH가 아파트 분양원가를 첫 공개한 아파트단지는 지난 9월 정산이 완료된 '고덕강일4단지'다.

10일 서울시의회에서 열린 서울주택도시공사 사장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에서 당시 김헌동 SH사장 후보자가 답변하고 있다. [출처=연합뉴스]
10일 서울시의회에서 열린 서울주택도시공사 사장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에서 당시 김헌동 SH사장 후보자가 답변하고 있다. [출처=연합뉴스]

앞서 김헌동 SH공사 사장은 지난달 인사청문회에서 "과거 10년간 아파트 분양원가 등 시민이 요구하는 자료를 인터넷 등 열린 공간에 상시 공개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취임 직후 1개월 만에 약속을 지킨 셈이다.

김 사장은 최근 아파트 분양원가를 공개한 것과 관련해 "서울시민들이 SH가 지은 아파트에 대한 알 권리를 충족시키는 한편 SH공사의 경영 투명성 확대를 강조하기 위한 의지의 표현"이라며 "이번에 처음 공개되는 설계, 도급 내역서는 분양가에 대한 객관적 지표가 될 수 있기에 건설사들의 분양가 거품을 제거하는 데도 기여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오세훈 서울시장 역시 "아파트 분양원가를 투명하게 밝혀 시민들의 알 권리를 충족시키고, 분양가 거품을 없애겠다"며 아파트 분양원가 공개를 주요 공약 사항으로 내세웠다.

이에 따라 앞으로는 서울주택도시공사(이하 SH)에서 짓게 되는 아파트는 공사비용과 택지 조성비용이 포함된 아파트 분양원가가 고스란히 공개된다.

서울 강남구 SH서울주택도시공사 본사 전경. [출처=SH공사]
서울 강남구 SH서울주택도시공사 본사 전경. [출처=SH공사]

최근 건설업계에 따르면 SH공사는 고덕강일4단지에 대한 분양원가를 시작으로 사업정산이 완료된 최근 10년 간의 아파트 단지 34곳에 대한 분양 원가를 내년까지 모두 공개한다. 아울러 앞으로 짓게 되는 아파트도 택지조성원가 10개 항목과 건설원가 61개 항목 등 모두 71개 항목 전부 공개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이에 따라 고덕강일4단지에 대한 분양원가 공개를 시작으로 SH에서 짓는 모든 아파트 단지의 분양가 정보는 서울시와 SH공사 홈페이지를 통해 살펴볼 수 있게 된다.

택지조성원가 항목은 용지비‧용지부담금‧조성비‧기반시설설치비‧이주대책비‧직접인건비‧판매비‧일반관리비‧자본비용과 그 밖의 비용 등이다. 반면 건설원가는 건설 공정별 비용, 각종 시설 설치비 등이 포함된 가격이다.

그동안 아파트의 설계·도급 내역서가 알려진 적은 있었지만 택지조성원가와 아파트 분양원가 관련 항목이 모두 산정·공개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특히 택지조성원가를 전격 공개한 것은 아파트 가격의 절반에 달할 정도로 비중이 컸던 관계로 공개대상이 돼야 한다는 지적이 많았다는 점을 반영한 조치다.

강동리버스트4단지(고덕강일4단지) 전경. [출처=인터넷커뮤니티 캡처]
강동리버스트4단지(고덕강일4단지) 전경. [출처=인터넷커뮤니티 캡처]

분양가가 첫 공개된 사업지는 서울주택도시공사(이하 SH)가 지은 '고덕강일4단지'다. 총 10개동 1239세대 규모로 조성된 아파트 분양원가는 1765억800만원이다. 이 가운데 건설원가는 1073억원으로 60% 비중을 차지하며, 부지 매입 등 택지조성 원가는 691억원으로 38% 규모다.

이를 평당 규모로 환산하면 택지조성원가는 3.3㎡당 896만6492원, 건설원가는 3.3㎡당 688만5912원이 된다. 제곱미터 규모로 환산하면 택지조성원가는 271만7119원, 건설원가는 208만6640원이 된다.

이에 분양수익은 980억5300만원을 거뒀다. 해당 수익은 단지 내 임대주택 건설비 260억1100만원, 2019년 SH공사 임대주택 수선유지비 475억4500만원, SH공사 다가구 임대주택 매입 244억 9700만원 등에 사용됐다는 것이 SH 측의 설명이다.

이를 종합해보면 아파트의 전용면적 49㎡(공급면적 73㎡)의 경우 분양원가는 2억5227만원 안팎이지만 실제 분양가는 3억8810만원, 전용면적 59㎡(공급면적 87㎡)에 대한 원가는 3억395만원에 그친 반면 실제로는 4억6761만원에 분양된 것이다.

김헌동 SH 사장은 "공기업이 분양 원가를 공개하면 민간 기업의 분양원가와 비교대상이 되는 관계로 상대적으로 분양가가 낮게 책정되는 반사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서울 중구 남산에서 바라본 아파트 단지 전경. [출처=연합뉴스]
서울 중구 남산에서 바라본 아파트 단지 전경. [출처=연합뉴스]

다만 건설업계에서는 서울시와 SH공사가 꺼내든 분양가 공개를 놓고 우려하는 목소리가 지배적이다. SH가 지은 아파트 단지에 대한 원가를 투명하게 공개하는 것은 이해할 수 있지만 민간 건설사에 강제하는 것은 무리수라고 판단한 것이다.

업계에서는 '토지조성원가'와 '건축비' 등은 영업비밀 혹은 경영 상의 기밀인데 이를 강제 공개하면 회사의 무형 자산을 포기하라는 것과 다름없다는 것이 업계 중론이다.

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SH가 이번에 내놓은 공동주택 분양가 공개 카드가 민간 건설사에게도 분양가 공개를 유도하려는 속셈이라면 그것은 바로 회사 기밀을 공개하라는 것이나 마찬가지"라며 "냉정하게 말다면 민간을 대상으로 한 분양가 공개를 기대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분양가 원가 공개 카드만으로 주택분양가 거품이 사라지길 기대하는 것은 사실상 어렵다는 의견도 내놨다. 

중견 건설업계 한 관계자는 "정확하게 말하면 아파트 분양가는 택지비가 차지하는 비중이 절반 가까이 된다"면서 "이미 땅(토지) 공시지가가 엄청나게 치솟은 상황에서 실제 분양가 하락으로 이어질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말했다.

서진형 대한부동산학회장(경인여대 경영학과 교수) 역시 "분양가상한제가 시행돼 집값이 폭등하면서 으로 부동산 시장에 나온 아파트가격과 분양가가 사이의 간극이 이미 엄청나게 벌어진 상황"이라며 "청약에 당첨되자 말자 집값이 무섭게 치솟는 지금의 상황에서 분양 원가를 공개하는 것은 큰 의미가 없다”고 했다.

ksy055@wikileaks-kr.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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