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IKI 프리즘] 코로나19, 민주주의 역주행, 기후 변화...워싱턴포스트가 돌아본 2021년
[WIKI 프리즘] 코로나19, 민주주의 역주행, 기후 변화...워싱턴포스트가 돌아본 2021년
  • 최석진 기자
  • 승인 2021.12.30 06:51
  • 수정 2021.12.30 11: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지지 시위대가 조 바이든 대통령의 대선 승리 인증이 진행되던 올해 1월 6일(현지시간) 워싱턴DC 연방 의회 의사당에 난입해 농성을 벌이다 4시간 만에 해산됐다. [사진=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지지 시위대가 조 바이든 대통령의 대선 승리 인증이 진행되던 올해 1월 6일(현지시간) 워싱턴DC 연방 의회 의사당에 난입해 농성을 벌이다 4시간 만에 해산됐다. [사진=연합뉴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코로나19), 민주주의 역주행, 기후 변화...

워싱턴포스트는 28일(현지 시각) 혼란스러웠던 2021년의 지구촌을 돌아보는 기사를 게재했다. 

2021년은 굵직굵직한 시위와 소요사태 등으로 얼룩진 한 해였다. 2021년은 미국의 국회의사당 폭력 난입 사태로 시작해 수십만 명이 거리로 쏟아져나와 문민 통치를 외치는 수단의 민주화 시위로 끝을 맺고 있다.

코로나 바이러스로 인한 팬데믹은 백신 접종과 봉쇄 조치, 경기 침체를 둘러싸고 사람들을 행동에 나서게 한 한해이기도 했다. 극우 성향의 시위대가 행동에 나서자 일부 전문가들은 지구촌에 자유지상주의(libertarianism) 색채가 짙어지고 있다고 우려를 표명하기도 한다.

과거에는 경제 불안으로 촉발된 시위들이 지구촌의 풍경을 장식했다면 올해에는 국가 경영이나 통치(governance)의 문제가 발단인 경우가 많았다. 거버넌스의 문제는 최근 사람들의 주된 불만 요소로 대두되고 있는 실정이다. ‘카네기 국제 평화재단(Carnegie Endowment for International Peace)’은 보고서를 통해 금년의 경우 지구촌 전체에서 11월까지 72건의 반정부 시위가 벌어졌다고 밝혔다. 이는 2020년에 비해 다소 줄어든 수치이기는 하지만 2019년 팬데믹 발발 이전에 비하면 눈에 띄게 증가한 것이다.

민주주의와 역주행

민주주의가 실제로 붕괴되었거나 붕괴될지도 모른다는 불안은 지구촌 사람들을 온라인을 통해 뭉치거나 거리로 뛰쳐나오도록 했다.

미국 투표제도의 정당성에 대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공세는 1월 6일 분수령을 이루었다. 세계는 트럼프 지지자들이 미국 국회의사당에 난입해서, 의원들을 궁지에 몰아넣고, 국회 의석을 파괴하는 장면을 생생히 지켜보았다. 사람들은 시위대가 남겨놓은 파괴의 흔적들을 바라보면서 실존적 의문을 제기하기도 했다. 이 난입 사태로 5명이 사망하고, 140명의 경찰관들이 공격을 받았다.

아랍의 봄으로 튀니지의 독재자가 실각한 지 10년 후 튀니지의 신세대는 1월 코로나바이러스로 인한 규제를 거부하고, 정치 지도자들의 실정과 정부의 경제 정책 실패를 향해 분노를 표출했다. 시위 사태가 여름 내내 계속되자 카이스 사이에드 튀니지 대통령은 7월 25일 총리를 해임하고, 의회의 기능을 정지시킨 후 정권 전반을 장악해버렸다. 그러자 사이에드 대통령의 조치를 둘러싸고 찬반 시위가 가을까지 계속되었다. 12월 사이에드는 내년에 총선거와 헌법의 신임을 묻는 투표를 실시하겠다고 발표했다.

10월 25일, 수단의 군부는 총리를 구금하고 정부를 해산해버렸다. 많은 사람들이 아슬아슬하게 진행되던 수단의 민주적 정권 교체를 불안한 눈으로 바라보던 와중에 우려하던 일이 현실로 벌어진 것이다. 수단에서는 목하 이 군사 쿠데타를 반대하고, 문민 통치를 요구하는 수십만 명이 참여하는 시위가 12월까지 벌어지고 있다. 정부 보안군이 평화적 시위를 폭력적으로 진압하는 과정에서 현재까지 최소 45명이 목숨을 잃었고, 수백명이 부상당했다.

11월 수단의 압달라 함독 총리는 복위했지만 시위대의 분노는 사그라들지 않았다. 12월 19일, 군부 지도자들이 사임할 것이라는 소문이 돌자 시위대는 거대한 규모로 불어낳다.

미얀마에서는 2월 1일 군부가 쿠데타를 일으켜 권력을 잡고, 정치 지도자 아웅산 수치를 구금했다. 이에 대한 반발로 미얀마 국민 수십만 명이 대대적인 시위에 나서자 도시 기능이 마비되었다. 3월에는 보안군이 시위대에 총격을 가해 하루 만에 100명 이상이 사망하는 유혈극이 벌어졌다. 사망자들 속에는 어린이들도 끼어있었다. 미얀마 민주 운동가들은 12월 중순 현재 사망자 숫자가 1,300명을 넘어섰다고 주장한다.

미얀마 국민 상당수는 폭력과 혼란을 피해 탈출을 선택했다. 이 와중에 미얀마의 일부 민주 세력은 ‘자위대’를 창설했으며, 9월에는 그림자 내각이 무장 투쟁을 선언하기도 했다.

러시아 사람들은 감옥에 수감 중인 야당 지도자 알렉세이 나발니의 석방을 촉구하는 시위를 벌이며 2021년 새해를 시작했다. 십여 개의 도시들에서 1월 주말 한 번에 벌어진 시위에서만 3,000명이 넘는 사람들이 체포되었다. 러시아 경찰이 시위대를 곤봉으로 구타하자 시위대는 ‘경찰은 러시아의 치욕’이라는 구호로 맞섰다.

러시아 당국은 시위에 더욱 강경하게 대응했지만 시위대는 4월 다시 거리로 나섰다.

지난 12월 7일 벨기에 브뤼셀에서 보건 부문 종사자들이 코로나19 백신 의무화 조치에 항의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 [사진=EPA연합뉴스]
지난 12월 7일 벨기에 브뤼셀에서 보건 부문 종사자들이 코로나19 백신 의무화 조치에 항의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 [사진=EPA연합뉴스]

코로나 바이러스와 공중보건

코로나바이러스 발발과 그에 따른 각국 정부의 제한 조치들이 2년째 이어지자 새로운 시위 물결이 대세를 이루고 있다.

프랑스에서는 정부의 백신 패스 및 의료 종사자들에 대한 백신 의무 접종 조치에 반발한 시위가 여름 주말마다 발생했다. 간호사들과 식당 종업원들과 우익 운동가들은 행진을 벌이며 자유를 외쳤다. 극단주의를 연구하는 전문가들은 이러한 시위들이 극우 인사들의 활동 영역에 자양분을 제공할 수 있다는 우려를 표명하고 있다.

11월 카리브해의 프랑스 령 과들루프와 마르티니크에서는 코로나바이러스 제한 조치에 반발하는 폭력 시위가 발생했다. 이에 대응해 프랑스 정부는 특수 경찰을 파견하고, 의료인들에 대한 백신 의무 접종을 연기했다. 하지만 이 시위들로 인해 프랑스 당국의 통치(거버넌스)에 대한 회의가 폭넓게 확대되자 프랑스 정부는 지난달 과들루프의 자치에 대해 논의할 준비가 되었다고 발표했다.

폭증하는 코로나바이러스 확진자들을 두고 유럽 정부들이 코로나바이러스로 인한 제한 조치들의 고삐를 죄자 11월 유럽 전역에서 시위들이 이어졌다.

사람들의 모임을 금지하는 조치에도 불구하고 1월 31일 비엔나에서는 수천명이 거리로 쏟아져나왔다.

브라질에서는 분노한 시민들이 자국의 코로나19 상황을 진정시키지 못하는 자이르 보우소나르 대통령에 대한 비난의 목소리를 높였다. 보우소나르 대통령은 코로나바이러스 음모론 신봉자로 세계적 명성을 얻고 있다. 브라질은 굶주림과 실업이 증가하는 와중에 코로나바이러스로 인한 사망자가 세계에서 두 번째로 많은 나라라는 불명예까지 안고 있다.

‘카네기 국제 평화재단’ 부총재 토마스 캐로더스의 표현을 빌리자면 금년은 ‘테크놀로지 전쟁(the battle of technology)’이 시연된 해이기도 했다. 일부에서는 디지털 도구들이 시위에 촉매작용을 하기도 했고, 반대로 억압의 도구로 이용되는 경우들이 발생하기도 했기 때문이다.

캐로더스 부총재는, 태국의 경우 테크놀로지에 매우 민감한 젊은 세대들이 온라인 소통 플랫폼들을 효과적으로 활용했다고 평가했다. 그들은 코로나 팬데믹 대처를 놓고 총리의 사퇴를 요구하는 데 온라인 공간을 십분 활용했다. 이러한 시위들은 태국의 군주제도 개혁을 요구하는 폭넓은 형태로 모양을 바꾸어나갔다.

남아프리카공화국 최대도시 요하네스버그 인근 보슬루스의 한 쇼핑센터에서 지난 7월 12일 경찰이 약탈범을 체포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남아프리카공화국 최대도시 요하네스버그 인근 보슬루스의 한 쇼핑센터에서 지난 7월 12일 경찰이 약탈범을 체포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경제적 불만

개발도상국들에 있어 코로나 팬데믹에 따른 경제적 파급 효과는 국가를 거의 고사 직전 수준으로 몰아가고 있다. 해당 국가들의 국민들은 굶주린 배와 바닥난 석유 탱크, 그리고 빈 지갑을 부여잡고 시위 대열에 동참했다.

쿠바에서는 7월 1990년대 이래 최대 규모인 수천 명이 거리로 몰려나왔다. 증폭되는 가난과 코로나바이러스 백신 및 의약품 부족, 그리고 전력 부족 사태는 분노한 국민들을 시위로 내몰았다.

경찰은 시위대를 구타하고, 체포했으며, 당국은 인터넷 접근을 제한했다. 10월이 되자 시위에 대한 탄압이 더욱 또렷해졌고, 수백명의 시위대는 아직도 감옥에서 풀려나지 못하고 있다.

7월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벌어진 폭동은 국가를 마비에 빠뜨렸다. 시위들은 제이콥 주마 전임 대통령이 부패 혐의로 체포되면서 벌어졌다. 주마 대통령을 지지하는 세력들은 콰줄루나탈 주의 도로에 바리케이드를 치고 트럭들을 불태웠다. 쇼핑몰들과 상점들을 상대로 대규모 약탈 행위가 벌어지고 인종 폭동이 뒤따르자 정부는 소요사태를 진정시키기 위해 군대를 투입했다.

1994년 아파르트헤이트가 종식된 이후 최악의 폭력 사태가 어어지면서 수천 명이 체포되고, 수백 명이 사망했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약탈과 파괴 행위를 만연한 실업과 경제적 불평등의 결과로 간주한다.

4월 콜롬비아의 이반 두케 대통령이 전반적인 세제 개혁을 들고나오자 콜롬비아 국민은 전국적인 파업으로 맞섰다. 그러자 정부는 예정된 제제 개혁을 취소했다. 하지만 시위는 수그러들지 않고, 경찰의 폭력을 규탄하고 코로나 팬데믹으로 악화되고 있는 경제적 궁핍을 해결하라는 목소리가 점점 힘을 받고 있다.

인도의 농부들이 나렌드라 모디 총리의 농업 부문 개혁 조치에 맞서 작년에 기획한 시위가 올해도 이어지고 있다. 이 시위들은 상호부조로 결정된 시위 본부의 조직적인 지원 하에 이뤄졌다. 수만 명의 시위대는 델리 외곽 고속도로를 차단하고 트위터를 통해 국제적 관심사를 환기하기도 했다. 1년간 시위를 탄압하던 모디 총리는 11월 농부들의 요구에 굴복, 사과한 후 농업 개혁을 폐지하겠다고 선언했다. 이 농민 운동은 12월 해산했다.

지난 5월 16일 이스라엘의 대규모 공습으로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리말 주거지역의 건물이 파괴된 가운데 한 팔레스타인인이 아이의 주검을 들고 절규하고 있다. [사진=AFP연합뉴스]
지난 5월 16일 이스라엘의 대규모 공습으로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리말 주거지역의 건물이 파괴된 가운데 한 팔레스타인인이 아이의 주검을 들고 절규하고 있다. [사진=AFP연합뉴스]

인권투쟁

낙태를 거의 금지하다시피 한 법안이 발효된 직후 지난 1월 말 시위대가 바르샤바를 비롯한 폴란드 여러 도시들의 거리로 진출했다. 보수 가톨릭 국가인 폴란드에서는 이미 낙태를 엄격히 제한하는 법률이 시행 중이며, 폴란드 헌법재판소는 10월 태아의 결함에 따른 임신중절까지 금지하는 판결을 내린 바가 있다.

9월 30세의 임신부가 사망하는 사건이 벌어지자 이번 가을 낙태 금지에 저항하는 시위가 활력을 얻게 되었다. 시위대는 당국을 향해 의사들이 산모의 생명과 보건을 우선시하도록 조치를 취하라고 압박을 가했다.

금년에도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영토 내에서 커다란 폭력 사태가 발생했다. 이스라엘 정착민들은 약 70명의 팔레스타인 사람들을 셰이크 자라의 근거지에서 몰아냄으로써 팔레스타인 사람들의 광범위한 저항 운동을 촉발시켰다.

5월 초, 이스라엘 경찰과 팔레스타인 사람들이 셰이크 자라와 성전산(Temple Mount)에서 충돌해 250명 이상의 팔레스타인 사람들이 다쳤다. 이 영향으로 이스라엘과 가자지구를 지배하고 있는 이슬람 전사 단체 하마스 사이에 11일 동안 충돌이 벌어졌다. 그 결과 250명에 달하는 팔레스타인 인들과 12명의 이스라엘 사람들이 죽었다. 셰이크 자라에서는 일년 내내 시위가 이어졌다. 셰이크 자라에서는 이번 달 말 한 가족이 강제이주를 앞두고 있다.

스코틀랜드 전통의상에 미국·영국 등 각국 정상의 가면을 쓴 환경운동가들이 지난 11월 1일 제26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6) 특별정상회의가 열린 영국 글래스고에서 지구온난화를 막을 과감한 실천을 촉구하며 시위를 벌이고 있다. 130여 개국 정상들은 이번 총회를 통해 국제사회의 기후 대응 의지를 확인했다. [사진=AFP 연합뉴스]
스코틀랜드 전통의상에 미국·영국 등 각국 정상의 가면을 쓴 환경운동가들이 지난 11월 1일 제26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6) 특별정상회의가 열린 영국 글래스고에서 지구온난화를 막을 과감한 실천을 촉구하며 시위를 벌이고 있다. 130여 개국 정상들은 이번 총회를 통해 국제사회의 기후 대응 의지를 확인했다. [사진=AFP 연합뉴스]

기후 변화

11월, 각국 정상들이 UN 기후 정상회담을 위해 스코틀랜드 글래스고로 몰려들었다. 혹자는 이 회담을 지구를 구할 마지막 기회라고 평하기도 했다. 그러나 기후 운동가들은 감동받지 않았다. 지구촌 전역에서 모인 십만의 시위대가 황량하고 습기 찬 스코틀랜드 거리에 모여, 세계 지도자들이 탄소 배출을 줄이고 기후 재앙을 막기 위한 즉각적이고 급진적인 조치를 취하라는 구호를 외치며 행진을 벌였다.

시위대는 특이한 복장과 그린란드에서 공수해온 빙산과 집에서 만든 황소 마차 등을 앞세우고 시위를 벌였다. 하지만 기후 정상회담은 많은 활동가들과 세계 지도자들이 실망을 금치 못한다고 논평을 할 정도로 기대에 못 미치는 합의를 이끌어냈을 뿐이다.

[위키리크스한국= 최석진 기자]

dtpchoi@wikileaks-kr.org


  • 서울특별시 마포구 마포대로 127, 1001호 (공덕동, 풍림빌딩)
  • 대표전화 : 02-702-2677
  • 팩스 : 02-702-1677
  • 청소년보호책임자 : 소정원
  • 법인명 : 위키리크스한국 주식회사
  • 제호 : 위키리크스한국
  • 등록번호 : 서울 아 04701
  • 등록일 : 2013-07-18
  • 발행일 : 2013-07-18
  • 발행인 : 박정규
  • 편집인 : 박찬흥
  • 위키리크스한국은 자체 기사윤리 심의 전문위원제를 운영합니다.
  • 기사윤리 심의 : 박지훈 변호사
  • 위키리크스한국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위키리크스한국. All rights reserved.
  • [위키리크스한국 보도원칙] 본 매체는 독자와 취재원 등 뉴스 이용자의 권리 보장을 위해 반론이나 정정보도, 추후보도를 요청할 수 있는 창구를 열어두고 있음을 알립니다.
    고충처리 : 02-702-2677 | 메일 : laputa813@wikileaks-kr.org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