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백악관X파일(112) 북핵협상 ‘왕따’에 분노한 김영삼 정부… 해법 놓고 딜레마에 빠지다
청와대-백악관X파일(112) 북핵협상 ‘왕따’에 분노한 김영삼 정부… 해법 놓고 딜레마에 빠지다
  • 최석진 기자
  • 승인 2022.01.02 07:19
  • 수정 2022.01.02 07: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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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 정치 40년 비사를 엮는 청와대-백악관 X파일. [위키리크스한국]
한-미 정치 40년 비사를 엮는 청와대-백악관 X파일. [위키리크스한국]

북-미간 대화가 시도되면서 한국 정부는 점점 더 위기로 내몰렸다.

김영삼 대통령은 미국이 한국을 완전하게 참여시키기 않은 채 북핵문제를 해결하려 하는 상황에 대해 분노했다. 김 대통령이 가장 우려한 것은 이 이슈에서 한국이 배제되는 것이었고, 이는 도저히 참을 수 없는 굴욕이었다.

한승주 외무부 장관은 제임스 레이니 대사에게 “미국이 한국에서 벌어질 결과에 대한 적절한 평가도 없이 일방적으로 행동할지 모른다”며 한국 정부의 우려의 뜻을 전했다.

아이러니컬하게도 한국은 미국보다 북한의 핵 프로그램에 대한 걱정을 훨씬 덜했다. 미국은 이 위기를 한반도에 영향을 미치는 단순한 문제가 아니라 세계적 차원에서 중대한 핵확산 문제로 보고 더 큰 기준에 맞춰 전략을 고민했다.

레이니 대사는 청와대를 방문, 한승주 장관이 배석한 자리에서 김영삼 대통령과 긴 회담을 가졌다. 대사는 ‘불필요한 전쟁은 막아야 한다’는 공통된 견해 위에 대통령을 안심시켰다.

김 대통령은 마치 미국이 전쟁을 촉발하는 식으로 행동하는 것에 대해 못마땅해 했다. 또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북한에 먼저 진지한 연락을 취하는 것도 싫어했다. 그렇다고 아무 것도 하지 않기도 어렵다는게 한국 정부의 딜레마였다.

미국 정부는 한반도 전쟁이라는 최악의 시나리오를 고민했다.

미 국무부는 긴급한 상황이 발생할 경우 미 대사관 직원과 서울에 사는 미국인 8만여명을 어떻게 안전하게 철수시킬 수 있을지 ‘컨팅전시 플랜’도 연구했다. 문제는 미국인들이 인구 1천만명인 서울 곳곳에 흩어져 살고 있다는 점이었다. 그들을 철수시키기 위해 한 자리에 집결시키기란 거의 불가능한 일이었다.

더욱이 대충돌이 발생할 경우 북한은 사전 경고 없이 공격해 도처에 혼란을 일으킬 것이 뻔했기 때문이다. 긴장이 고조되자 많은 미국인 부모들은 자녀들을 학교에 보내지 않고 미국으로 돌아가 조기방학을 보내도록 하기도 했다.

서울 시민들의 불안감 역시 점점 고조됐다. 신문기사에다 미국 정부의 강경한 전략이 알려지면서 두려움이 증폭됐다.

1994년에 접어들면서 한반도 정세가 급속히 긴장국면으로 빠져들기 시작했다. 사진 왼쪽부터 고 김영삼 대통령, 고 김일성 주석, 빌 클린턴 미 대통령. [연합뉴스]
1994년에 접어들면서 한반도 정세가 급속히 긴장국면으로 빠져들기 시작했다. 사진 왼쪽부터 고 김영삼 대통령, 고 김일성 주석, 빌 클린턴 미 대통령. [연합뉴스]

미국 정부에서는 핵심 사령탑 부재가 가장 큰 문제였다. 백악관, 국무부, 국방부에서 각자 의견들을 냈다.

1994년 2월 워싱턴으로 날아간 제임스 레이니 대사는 맥 맥라티 백악관 비서실장, 데이빗 거겐 고문에게 미 정부의 문제점을 솔직하게 털어놓았다. 그는 “북한에 관한 중심 정책이 없다. 이 문제를 명확하게 하지 않을 경우 혼선이 거듭될 것이다. 조치를 취하지 않을 경우 심각한 결과가 잇따를 것이다”고 경고했다.

맥라티 비서실장은 곧바로 워런 크리스토퍼 국무장관에게 전화를 걸어 한국 정책을 담당할 사람을 당장 지명하라고 지시했다. 크리스토퍼 장관은 정치군사 담당 차관보였던 로버트 갈루치를 북핵특사로 임명했다.

업무를 파악한 갈루치는 방한해 김영삼 대통령을 포함한 한국 관리들과 함께 북핵문제를 논의했다.

미국 외교정책에 큰 영향력을 행세했던 샘 넌, 루거 상원의원은 김일성과 회담해 직접 담판해보겠다며 평양행을 희망했고, 갈루치 특사 역시 동의했다. 하지만 평양에 가겠다는 이들의 제안에 북한은 받아들이지 않겠다고 기별을 보냈다.

그해 5월. 애틀란타에서 지미 카터 전 대통령을 만난 제임스 레이니 대사는 북핵문제의 심각성을 설명해줬다. 최고위급의 개입이 없다면 군사적 충돌의 확률이 높아질 것이라는 결론에 이르렀다. 물론 미 정부가 먼저 나설 가능성은 거의 없었다.

북한의 핵개발 문제를 놓고 북미 고위급회담이 진행되었으나 쌍방의 이해관계의 차이로 평행선만 달렸다.

[특별취재팀= 최석진, 최정미, 한시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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