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IKI 프리즘] 가상세계에서 에베레스트 등반, 상어와 수영... '메타버스' 2030년 빅뱅 온다
[WIKI 프리즘] 가상세계에서 에베레스트 등반, 상어와 수영... '메타버스' 2030년 빅뱅 온다
  • 최정미 기자
  • 승인 2022.01.15 07:02
  • 수정 2022.01.15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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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타버스 로블록스에 뛰어든 랄프 로렌. /포브스
메타버스 로블록스에 뛰어든 랄프 로렌. /포브스

내 컴퓨터 속 메타버스에서 에베레스트를 등반하고, 상어와 함께 바다에서 수영하고, 스카이다이빙까지...

영국의 미래학자 앤드류 커리는 뉴욕포스트와의 인터뷰를 통해 “더블린의 트리니티 칼리지 교정을 걸어가, 도서관에서 ‘켈스의 서’의 페이지를 넘기는, 이러한 것을 VR에서 할 수 있게 된다”며, 아일랜드 최고의 대학교에 소장된 800년 된 복음서를 보는 모습을 그렸다.

완전히 실현된 메타버스는 진짜 같은 시야와 음향, 심지어 냄새까지 제공한다. 메타버스 안에서 고대 그리스를 관광하거나 서울 도심의 카페를 가는 것을 집안에서 할 수 있게 해준다고 커리는 말했다. VR 헤드셋과 햅틱 장갑, 스마트 수트 등을 장착하고 지구 반대편에서 아테네의 파르테논 신전을 가거나 한국의 달고나 커피를 맛본다. 

또한 메타버스 안에서는 내 모습 그대로일 필요가 없다. 브라질 아마존 숲을 어슬렁거리는 재규어가 될 수도 있고, 농구 코트를 누비는 르브론 제임스의 모습을 할 수도 있다. 상상에 한계는 없다.

미 뉴욕 시에 있는 미래 연구소 퓨쳐 투데이 인스티튜트(The Future Today Institute)의 임원인 멜라니 수빈은 2030년까지 상당수 비율의 사람들이 어떤 식으로든 메타버스에 들어갈 것이라며, “일부 사람들은 단지 작업이나 교육적 의무를 완수하기 위해 사용하고, 그 외에는 깨어있는 시간의 많은 부분 동안 메타버스에 접속해 있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그는 “메타버스는 물리적 행동적 생체 인식, 감정 인식, 정서 분석, 개인 데이터들을 이용해 각 개인을 위한 맞춤형 강화 현실을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3D 테크 기업 시지엄(Cesium)의 대표이자 메타버스 사업에 관여하고 있는 패트릭 코지는 미래에는 AR 웨어러블이 오늘날의 스마트폰처럼 곳곳에 퍼져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다른 전문가들처럼 오큘러스 같은 헤드셋들이 스마트폰을 대체하고 사람들이 이를 24시간 이용하면서 친구들을 만나고, 쇼핑하고, 가상의 우주 여행을 할 것이라고 보고 있다. 오큘러스는 지난 크리스마스에 미국에서 가장 인기 있는 선물이었다고 한다.

그러나 지금의 메타버스 기술의 현실은 그렇게까지 원대하지 않다. 메타, 스냅,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 등 몇몇 기업들은 경쟁적으로 각자의 버전의 메타버스를 구축하고 있다. 메타는 메타버스 사업에 100억 달러를 투자하고, 유럽 지역에서 관련 인력 만 명을 고용하겠다고 말한 바 있다. 그러나 이들이 개발한 가상 현실 공간은 대체로 사회화와 게임에 이용되고 있으며, 아직까지 모든 영역을 아우르면서 현실과 가상의 경계가 모호할 정도의 경험을 제공하고 있지는 않다.

또한 각각의 메타버스 앱, 게임, 플랫폼들이 서로 연결되어 있지 않다. 중심 연결 지점이 없다. 수백만의 사람들이 자신들의 선호하는 가상 세계에서 좋아하는 게임을 하며 시간을 보내지만, 별로의 로그인 없이 여러 플랫폼 사이를 오갈 수 없다.

그래도 이미 메타버스 양상이 현실에 들어온 경우도 있다. 뮤지션들은 스트리밍 게임 포트나이트 등의 플랫폼에서 사람들이 모여 즐길 수 있는 VR 콘서트를 연다.

아리아나 그란데는 지난 해 8월 6일 포트나이트에서 아바타의 모습으로 가상 공연을 펼쳤다. 라이브로 노래를 부른 것은 아니지만, 팬들은 그의 아바타의 퍼포먼스에 열광했다.

심지어 사람들은 자신의 아바타를 위해 아리아나 그란데의 스타일을 구매할 수 있다. 아리아나 그란데는 포트나이트 개발사 에픽게임즈와 함께 콘서트 자체와 게임 내 구매를 통해 2천만 달러를 벌어들였다. 

‘포트나이트(Fortnite)’에서 개최된 아리아나 그란데의 가상 콘서트 모습 [애픽게임즈 캡처]
‘포트나이트(Fortnite)’에서 개최된 아리아나 그란데의 가상 콘서트 모습 [애픽게임즈 캡처]

지난 9월에는 서울이 메타버스로 가는 계획을 발표한 최초의 메이저 도시가 됐다. 서울 시는 경제, 문화, 관광, 교육, 민원 서비스 등 시 행정의 모든 영역을 위한 완전히 현실화된 가상 생태계를 만들겠다고 발표했다. 또한 서울 시는 2023년 오픈될 예정인 가상 공간 안에 가장 인기 있는 관광지들을 재현하겠다고 했다.

팬데믹으로 사람들이 집안에만 머물면서 메타버스 산업이 빠르게 성장하게 됐지만, 한 기업이 결국 독점하게 되는 건 아닌가 하는 의문도 발생하고 있다. 현재 검색엔진을 거의 독식하고 있는 구글처럼 말이다.  

교수이자 저널 오브 버추얼 월드 리서치(Journal of Virtual Worlds Research)의 편집자인 메타버스 전문가 예샤 시반은 “사람들은 통합된 시스템을 원할 것이다. 핵심 요소는 이를 실현할 글로벌 표준을 갖추는 것이다. 사람들은 A 세계에서 가상의 옷을 사고 B 세계에서 그 옷을 입을 수 있기를 원한다”라고 말했다.

가상 현실 콘텐츠를 제작하는 기업인 리미나 이머시브(Limina Immersive)의 대표 캐서린 앨런은 메타버스는 물리적 세계에서의 활동과 관련돼있기 때문에, 현실 세계에 이득을 제공하기도 한다며, “메타버스는 특정 활동의 위험성을 없애고, 스스로의 한계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해준다. 코로나 봉쇄 기간 동안 ‘클라임(The Climb)’이라는 VR 체험을 했는데, 이는 내게 신체에 대한 자신감을 줬다. 그리고나서 진짜 하이킹을 했는데, 내가 더 모험적인 사람이 됐다는 것을 알았다. 이런 가상 체험은 정신력에까지 도달할 수 있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디지털 패션 또한 관심이 뜨겁다. 글로벌 명품 브랜드들은 앞다퉈 아바타들을 치장하기 위한 가상 패션 수요에 맞추려 하고 있다.

랄프 로렌은 1억 5천만 명의 이용자를 보유하고 있는 게임 플렛폼 로블록스에서 비니와 다운 점퍼를 선보였고, 구찌, 발렌시아가, 디올은 Z세대 게이머들을 위한 라인을 출시했다. 지난 12월, 나이키는 디지털 스니커즈 회사 RTFKT를 인수했다. RTFKT는 가상 신발 600켤레를 팔고 3백만 달러의 수익을 냈다.

고가의 버킨백으로 유명한 에르메스도 메타버스 사업에 뛰어들었다. 지난 12월 17일, 에르메스는 100개 한정판 가상의 버킨백 ‘메타버킨(MetaBirkin)’을 공개했는데, 가격은 실제 버킨백에 버금간다고 패션지 엘르는 보도했다.

메타버스에서 부동산 분야도 빠질 수 없다. 가상 토지 플랫폼 디센트럴랜드에서 이용자들은 암호화폐를 이용해 9만 구획의 단위 토지를 거래한다. 지난 10월 Tokens.com은 디센트럴랜드의 패션 스트리트(Fashion Street) 구역 중심지의 부동산 116 구획을 240만 달러에 구입했는데, 가상의 ‘5번가(Fifth Avenue)’를 구축할 계획이라고 한다. Tokens.com의 CEO 앤드류 키구엘은 뉴욕 타임즈와의 인터뷰에서 “페이스북 같은 세계를 창조하기보다 이런 메타버스에서 땅을 사서 지주가 되는 것은 어떤가 생각했다”라고 말했다.

의료계 또한 메타버스 기술의 혜택을 누리고 있다. 코네티컷 대학교 의료센터의 외과 레지던트들은 실제 수술에 참여하기 전에 오큘러스를 착용하고 수술 시연을 하면서 수련을 한다고 한다.

지난 6월 존스홉킨스의 신경외과가 이스라엘의 어그메딕스(Augmedics) 사의 헤드셋을 이용, VR에 의존해 척추융합술을 했다고 CNBC가 보도했다. 이 장치는 CT 스캔을 기반으로 한, 환자 신체 내부의 뼈나 기타의 이미지를 증강현실로 보여준다. 존스홉킨스 신경외과 척추융합 연구소 소장 티모시 위덤 박사는 “눈앞에 GPS 내비게이터가 있는 것과 같다”고 말했다.

제페토에 매장을 연 구찌. /제페토 제공
제페토에 매장을 연 구찌. /제페토 제공

홀로그래픽 이미지와 VR 기술은 이미 응급처치사들 심장마비 처치 수련에 도움이 되고 있으며, 퇴역 군인들은 헤드셋을 쓰고 가상 현실에서 연결된 치료사와 함께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를 치료하고 있다. 

성형수술 분야에도 발전이 예상된다. 수빈은 “의사들은 환자에게 변화된 모습을 머릿속에 그려보라는 대신 디지털 쌍둥이 기술, 합성 미디어, 햅틱, 로보틱을 이용해 변화된 모습을 그릴뿐 아니라 환자가 변화에 관여할 수 있게 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메타버스를 만드는 기업들의 가장 큰 난제 중 하나는 어떻게 오감을 이용하느냐이다. 플로리다 대학교의 디지털 예술 과학 교수 효 강은 “현재의 VR, AR 기기들은 주로 시각, 청각, 촉각 피드백을 지원한다. 후각과 미각의 시뮬레이션을 지원하는 장치들의 수는 한정돼 있다”라고 말했다.

현실 세계와 관련된 문제들도 있다. 지난 해 11월 메타의 한 여성 베타 테스터가 호라이즌 월드 VR 플랫폼 상에서 다른 이용자에게 성추행을 당했다고 신고했다. 그는 당시 자신이 추행을 당했을뿐 아니라 이런 행동을 지지하는 사람들도 있어 그 안에서 고립된 느낌을 받았다고 테크 매체 더 버지(The Verge)를 통해 말했다.

현실 세계와 디지털 세계에서의 대인관계 컨설팅 업체 인터퍼스널 인텔리전스 어드바이저리(Interpersonal Intelligence Advisory)의 CEO 빕 자스왈은 메타버스 내에는 경찰력이 없고 완전히 규제되지 않고 있기 때문에 폭력 행위 문제가 점점 커지고 있으며, 이에 대한 시스템과 통제가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또 다른 잠재적인 문제는 메타버스 내에서 무한정 시간을 보내는 이용자들이 생길 가능성이다. 리미니아 이머시브의 앨런은 헤드셋을 쓰고 집안에서 돌아다니면, 벽이나 가구에 부딪히는 등의 위험이 발생할 수 있다며, 러시아에서 한 남성이 유리 테이블에 찔려 사망한 사건을 예로 들었다.

앨런은 VR 안팎에서 감각 장애가 발생할 수 있다며, 헤드셋을 벗은 후 손을 봤을 때 자기 손이 보이지 않았다는 경험담을 말했다. 몇 시간이 지난 후에야 감각이 제대로 돌아왔다고 한다.

메타버스에 관여하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 장래에 대해 긍정적이고 기술의 급성장을 기대하고 있다. 그러나 무조건 당장 실현 가능하다고 보고 있지도 않다.

시지엄의 코지는 “메타버스를 구축하는 데 역사상 가장 흥분되고 어려운 기술의 도전에 직면하게 될 수도 있다. 몇 가지 측면에서 메타버스는 이미 와있다. 그러나 일부 성과는 10년을 내다보고 있고, 그 외 발전은 50년 뒤가 될 수도 있다”라고 말했다.

수빈 역시 “언제 영화 ‘메트릭스’의 네오처럼 다닐 수 있냐고 묻는다면, 2030년은 지나야 될 것이라고 보고 있다”라고 말했다.

[위키리크스한국= 최정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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