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IKI 인사이드] "가족 잃은 삶은 ‘공허함’ 그 자체"... 이란 여객기 보복격추 사건 2년, 희생자 가족들의 '정의 바로 세우기'
[WIKI 인사이드] "가족 잃은 삶은 ‘공허함’ 그 자체"... 이란 여객기 보복격추 사건 2년, 희생자 가족들의 '정의 바로 세우기'
  • 최석진 기자
  • 승인 2022.01.12 06:00
  • 수정 2022.01.12 0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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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20년 1월 8일 테헤란 부근에서 격추된 우크라이나 여객기의 파편 [사진=연합뉴스]
지난 2020년 1월 8일 테헤란 부근에서 격추된 우크라이나 여객기의 파편 [사진=연합뉴스]

BBC는 11일(현지 시각), 2년 전인 2020년 1월 8일 이란에서 발생했던 민간 항공기 격추 사건 유가족들의 진실과 정의 바로 세우기 활동에 대해 자세히 보도했다. 다음은 이 기사의 전문이다.

2년 전 우크라이나 항공 752편이 키예프를 경유해 캐나다에 도착하기 위해 테헤란 공항을 이륙하던 중 이란군이 발사한 대공 미사일에 격추되는 사건이 발생했었다. 이 비행기 안에는 하메드 에즈마엘리온의 아내 파리사 에그발린과 당시 9세였던 딸 리라가 타고 있었다.

“아내와 딸의 도착에 맞춰 집을 새롭게 꾸미고 있었습니다.”

에즈마엘리온은 이렇게 회상한다. 그는 다음날 공항에서 가족들을 픽업해오기만 하면 될 정도로 모든 것을 다 준비해두었다.

하지만 그는 가족들의 얼굴을 다시는 볼 수 없었다.

“현재 제 삶은 속이 텅 빈 ‘공허함’ 그 자체일 뿐입니다.”

에즈마엘리온은 BBC와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그의 아내 파리사와 딸 리라는 2020년 1월 8일 한 쌍의 이란 대공 미사일에 격추돼, 테헤란 공항에서 북쪽으로 약 15km 떨어진 공원과 들판으로 추락해 사망한 176명에 포함된 희생자이다.

이 사건은 미국이 바그다드에서 이란 최고사령관 거셈 솔레이마니를 살해한 보복으로 이란이 미군이 주둔하고 있는 이라크 기지에 대한 보복 미사일 공격을 감행하면서 이 지역의 긴장이 고조된 가운데 발생했었다.

에즈마엘리온과 다른 희생자 가족들은 여전히 ​​이 사건과 관련되어 정의를 바로 세우기 위해 노력하는 중이며, 캐나다 정부가 자신들의 노력에 더 많은 힘을 실어주기를 바란다고 말한다.

“저는 현재 이 사건 해결에 모든 일을 집중하고 있습니다.”

캐나다에서 활동 중인 ‘PS752기 희생자 유가족 협의회’의 대표이자 대변인을 맏고 있는 에즈마엘리온은 이렇게 말했다.

“대다수 희생자 가족들도 모두 저와 같은 처지입니다.”

PS752편과 함께 스러져 간 희생자 176명 중 138명이 캐나다와 연관이 있었는데, 55명은 캐나다 국적이었고, 30명은 영주권자였다. 희생자들 중에는 29명의 어린이와 53명의 대학생, 신혼부부 4쌍이 포함되어있었으며, 가족 구성원 모두가 사망한 경우도 8건이나 되었다.

작년 3월 최초로 발표된 이란 민간항공기구의 공식 발표문은 이 사건이 인재(人災)라는 이란 정부의 주장을 앵무새처럼 되풀이했을 뿐이다.

작년 6월에는 PS752 격추 사건에 대한 캐나다 정부의 조사 결과가 발표되었는데, ‘이란 정부에 전적인 책임’이 있지만, 이 사건이 사전에 계획되었다는 증거는 드러나지 않았다고 밝히고 있다.

그리고 11월, 이란 사법부는 PS752기 격추와 관련해 10명의 군 인사들이 사법 절차를 앞두고 있다고 공표했다. 그러나 희생자 가족들은 재판에 회부된 사람들이 누구이며, 이 사건과 관련해 어떤 역할을 했는지 이야기를 듣고 있지 못하다. 이 재판의 청문 과정은 2022년까지 이어질 전망이다.

테헤란 주재 우크라이나 대사는 이 재판에 참석하도록 초청받았으나 이란이 ‘국제법상 의무’를 이행하지 않고 정보를 제공하지 않는다는 이유를 내세우며 참가를 거부했다.

앞서 거론한 캐나다 정부의 공식 발표는 희생자 유가족 협의회의 입장과 정면으로 배치된다. 희생자 가족들은 이란이 민간 항공기에 대해 자신들의 영공을 의도적으로 폐쇄하지 않음으로써 ‘미국의 공격에 대비한 인간 방패’로 삼았다고 비난하다.

유가족 협의회가 내놓은 보고서는 나아가 이란 당국이 PS752기 잔해에서 발견된 전자 부품들을 함부로 다루고, 희생자들의 유해를 구분하지 못하도록 엉망으로 취급했다고 비난한다.

이란 외교부는 이와 관련한 BBC의 질의에 어떤 논평도 내놓지 않고 있다.

캐나다 에드먼턴에 거주 중인 다니엘 고즈-에스파니는 BBC와의 인터뷰에서 자신의 여자친구와 그녀의 언니, 그리고 그녀의 어머니가 PS752기에 함께 탑승했다가 변을 당했는데, 그 가족들은 이란 정부에게 많은 것을 기대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란 정권의 속성을 보세요. 그들은 자신들이 저지른 짓에 대해 매우 불투명하기로 유명합니다.”

그는 이렇게 분개했다.

“정의라는 단어는 그들의 사전에는 들어있지 않을 겁니다.”

지난 2020년 1월, 미국이 거셈 솔레이마니 이란 혁명수비대 쿠드스군 사령관을 공습 살해한 것과 관련, 이란이 미군이 주둔하고 있는 이라크의 아인 아사드 공군기지에 지대지미사일 수십기를 발사했다고, 이란 국영 TV가 8일 보도했다. 국영 TV는 이날 미사일 발사가 솔레이마니 사령관 살해에 대한 복수라고 말했다. [사진=이란 국영방송 캡처]
지난 2020년 1월, 미국이 거셈 솔레이마니 이란 혁명수비대 쿠드스군 사령관을 공습 살해한 것과 관련, 이란이 미군이 주둔하고 있는 이라크의 아인 아사드 공군기지에 지대지미사일 수십기를 발사했다고, 이란 국영 TV가 8일 보도했다. 국영 TV는 이날 미사일 발사가 솔레이마니 사령관 살해에 대한 복수라고 말했다. [사진=이란 국영방송 캡처]

고즈-에스파니는 반대로 가족들은 캐나다 정부에는 큰 기대를 걸고 있다고 들려주었다.

“제 자신 캐나다 국민으로서 정부가 자국민들과 함께 정의 바로 세우기에 앞장서주기를 바랍니다.”

그는 이렇게 말했다.

“불행하게도 지난 2년 동안 캐나다 정부는 능동적으로 대처하지 못했다고 생각합니다.”

유가족들은 캐나다 정부가 이란 정부를 압박해서 더 많은 증거를 획득하고, 국제조사가 이루어지도록 하며, ‘유엔국제사법재판소’나 ‘국제 형사재판소’ 또는 ‘국제 민간항공기구(ICAO)’에 제소할 것을 촉구하고 있다.

유가족들은 또 캐나다 연방경찰이 사법 조사 절차를 개시하고, 이란의 트정 관료들을 대상으로 경제 제재가 부과되어야 하며, 캐나다의 테러리스트 지정 명단에 이란 혁명수비대(IRGC) 전원이 포함되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현재는 이란 혁명수비대의 정예군으로 해외 작전을 담당하는 특수부대인 쿠드스군(Quds Force)만이 테러리스트 명단에 포함되어있다.

현재 유가족들은 PS752기 격추의 구체적 책임자를 규명하기 위해 우크라이나 항공과 이란 혁명수비대, 그리고 신원 미상의 미사일 발사 담당자를 대상으로 다양한 법적 조치들을 취하고 있다.

지난 1월 3일에는 온타리오 법원이, 판사가 이 사건을 국제 테러 행위라고 규정한 후, 6명의 희생자 가족에게 1억700만 달러를 배상하라고 판결하기도 했다. 이 배상 판결에서 원고측을 대리했던 변호사 마크 아놀드는 이후 CBC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배상금을 받아내는 일이 대단히 어려운 일이 될 것이기 때문에 캐나다 정부가 이란에 책임을 묻는 데 유가족들과 함께해주기를 요청한다고 말했다.

이와 동시에 캐나다 정부도 우크라이나, 영국, 스웨덴과 함께 국제법에 의거해서 이란 정부에 배상을 요구하는 길을 모색 중이다.

하지만 이란은 현재까지 협상에 나오지 않고 있다. 지난 6일 사건 관련 4개 당사국들은 이란과의 협상 시도는 더 이상 소득이 없다는 결론에 도달했기 때문에 협상을 포기하고, 국제법에 의거해 이 사건의 후속 처리에 나서기로 했다고 공표했다.

관련국들은 어떤 후속 조치들을 고려 중인지는 세세히 거론하지는 않았다.

캐나다 글로벌 업무부 대변인은 BBC에 보낸 성명서를 통해 PS752기의 격추를 ‘캐나다의 비극’으로 규정하며 ‘해답을 찾고, 정의를 바로 세우는 일’에 매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쥐스탱 트뤼도 총리도 지난 주 금요일 희생자 가족들과 개인적 면담을 갖았다.

그러나 일부 유가족들은 캐나다 정부의 대처에 만족하지 못하고 있다.

“우리는 정부가 캐나다 국민들을 위해 싸워주기를 바랍니다.”

에즈마엘리온은 이렇게 말했다.

“이 사건은 캐나다 역사에서 두 번째로 큰 테러리스트 공격이었습니다. …… 정부가 더 발 벗고 나서야 합니다. 우리는 지금도 그러기를 고대합니다.”

캐나다 국민들은 아직도 이렇다할 해답을 듣지 못하고 있다.

이 사건으로 가장 큰 피해를 본 지역은 앨버타 주의 에드먼턴 시이다. 굳건한 결속력을 자랑하는 에드먼턴의 이란인 공동체는 이 사건으로 13명의 구성원을 잃었다.

“공동체 구성원 모두가 이 사건을 바라보며 가장 충격에 빠졌던 점은 희생자가 그들 자신이었을 수도 있다는 동병상련의 감정입니다.”

에드먼턴 이란 문화유산 협의회의 레자 아크바리 전 회장은 이렇게 말했다.

PS752기 격추로 친구를 잃기도 한 아크바리의 아내는 이 사고 2주 전에 테헤란에서 비행기를 타고 귀국했다고 한다. 그는 자신의 아내가 이란에 조금만 더 오래 머물렀다면 PS752기를 탑승했을 수도 있었다고 가슴을 쓸어내렸다.

“그것만 생각하면 소름이 끼치고 몸이 떨립니다.”

그는 이렇게 덧붙였다.

“우리 가족의 삶이 완전히 다른 방향으로 끝났을지도 모르지요.”

하메드 에즈마엘리온에게 있어 지난 2년은 오로지 정의 바로 세우는 일에만 매진한 시간이었다고 한다.

“저뿐만이 아닙니다. 모든 유가족들이 지금은 항공 전문가나 국제법 전문가가 다 됐습니다.”

그는 이렇게 덧붙였다.

“저는 지금은 책을 읽어도 눈에 들어오지 않습니다. 그런 건 아무 소용이 없는 짓입니다. 그러나 항공기와 관련된 일이라면 집어삼키기라도 할 정도입니다. 제 삶에서 이보다 중요한 일이 없기 때문입니다.”

[위키리크스한국 = 최석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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