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대재해처벌법 대해부] 법 시행 ‘D-15’…건설사 ‘처벌1호’ 오명 피하려 총력전
[중대재해처벌법 대해부] 법 시행 ‘D-15’…건설사 ‘처벌1호’ 오명 피하려 총력전
  • 김주경 기자
  • 승인 2022.01.11 07:24
  • 수정 2022.01.11 07: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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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 27일부터 중대재해처벌법 전격 시행 …사망사고 발생시 ‘사업주·경영자’ 처벌
주요건설사 CEO, 임인년 ‘신년사’ 예년과 달라…"안전 관리에 만전 기하라” 당부
건설업계, 안전조직 대폭 확대해 ‘CSO’ 역할 중요성 부각… 사고시 처벌 각오해야
건설 현장 ‘작업중지권·안전신문고’ 제도 도입 …인센티브 통해 협력사 참여 독려
드론관제시스템 ·이동식 CCTV ·산업로봇 등 최신기술 도입…위험 요소 원천봉쇄
법조계 일각 “처벌 1호 되면 기소 각오해야…처벌 규정 모호성 개선해야 할 조치”

[편집자주] 중대재해처벌법(이하 중대재해법)이 내년 1월27일부터 본격 시행된다. 상시근로자 수가 500명 이상이거나 시공능력 상위 200위 내의 건설사업자는 안전·보건 업무를 총괄하는 전담 조직을 의무적으로 설치해야 하며, 산업 현장에서 발생하는 사망사고 등에 대해 사업주·경영책임자 등의 처벌을 강화하는 내용이 주요 골자다. 건설업계에서도 중대재해를 예방하기 위한 차원에서 안전경영을 핵심키워드로 내세워 총력전을 펼치고 있다. 대형건설사들은 안전관리 조직을 확대하는 한편 스마트 안전 기술시스템을 도입하고 있지만, 정부당국이 제시한 처벌 기준이 아직 모호한 관계로 어떻게든 '처벌 1호' 오명에서 벗어나고자 촉각을 곤두세우는 상황이다.

건설사 사망사고 CG. [출처=연합뉴스]
건설사 사망사고 CG. [출처=연합뉴스]

건설업계가 중대재해처벌법 시행을 앞두고 막바지 대책 마련에 나서는 등 동분서주하는 모습이다. 국토부 등 정부당국은 지난해 1월 28일 열린 국무회의에서 중대재해처벌법 시행령 제정안을 심의·의결해 오는 27일부터 시행을 앞둔 데 따른 조치다.

중대재해처벌법 제정안에 따르면 내년 1월27일부터 상시근로자 수가 500명 이상이거나 시공능력 상위 200위 내의 건설사업자는 안전·보건 업무를 총괄하는 전담조직을 의무적으로 설치해야 한다. 만약에 법을 어기고 산업 현장에서 노동자 사망사고 등 중대재해가 발생할 경우 사업주나 경영책임자가 안전보건관리체계 구축 의무를 위반한 것으로 드러나면 1년 이상의 징역에 처한다고 규정한다. 쉽게 말해 중대재해처벌법은 경영책임자 등에게 안전 및 보건 확보에 대한 책임권을 부여한 것이 주요 골자다.

이 규정에는 안전보건관리 체계의 구축, 재발방지 대책 수립, 시정조치 이행, 안전보건법령 의무 이행 관리(점검 및 교육)에 대한 내용도 함께 포함시켰다. 다만 각 사업의 특성과 규모에 따라 안전 및 보건 확보 의무가 각기 다르게 적용된다는 점에서 건설사들이 대책 마련에 난관을 겪고 있다는 것이 건설업계 평가다.

대형건설사들은 저마다 ‘안전 최우선’을 경영가치로 내세운 데 이어 지난해부터 안전전담 조직을 신설하거나 확대하는 한편 최첨단 기술을 도입해 안전관리에 만전을 기울이고 있다.

왼쪽 상단부터 한성희 포스코건설 사장, 하석주 롯데건설 사장, 박경일 SK에코플랜트 사장, 김형 대우건설 사장[출처=각 사]
왼쪽 상단부터 한성희 포스코건설 사장, 하석주 롯데건설 사장, 박경일 SK에코플랜트 사장, 김형 대우건설 사장[출처=각 사]

건설사 수장들이 외친 안전 메시지들이 올해 신년사를 통해서도 고스란히 드러난다. 그동안 신년사에는 ‘1위 탈환’ 또는 ‘수주 확대’ 등 실적 확보와 관련된 메시지가 주를 이룬 반면 올해는 관리에 방점을 둔 메시지가 다수다.

김형‧정항기 대우건설 사장은 신년사를 통해서 “안전에 대해서는 더 이상 우리가 물러설 곳이 없다"며 "이번이 마지막 기회라 생각하고 대우건설에 안전 최우선 문화가 뿌리내려 더 이상 과오가 되풀이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해 주기 바란다"고 전했다.

유병규 HDC현대산업개발 대표가 언급한 새해 메시지는 “지난해 발생한 전혀 예상하지 못한 뼈아픈 사고는 엄중한 책임감으로 수습에 임해야 하며, 온리원(Only-One) 최강 디벨로퍼가 되자”고 당부했다.

하석주 롯데건설 대표 신년사를 보내며 “안전보건관리체계를 강화하고 안전보건역량을 집결하여 재해를 예방해야 하는 만큼” “전 임직원들 역시 전보건관리를 경영활동의 최우선 가치로 인식해 전 임직원이 역량을 모아주시기를 당부한다”고 강조했다.

건설업계에서는 올해 중대재해처벌법 시행이 신년사 내용에 영향을 줬다고 분석한다. 지난해 대형건설사 대부분 정비사업 분야 최고 실적을 달성한 점도 메시지에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김형 대우건설 대표이사가 지난 9월 15일 울산 북항 터미널 건설 현장에서 안전점검을 하고 있다. <br>​​​​​​​[출처=대우건설]
김형 대우건설 대표이사가 지난 9월 15일 울산 북항 터미널 건설 현장에서 안전점검을 하고 있다.
[출처=대우건설]

건설사들도 다각적인 행보로 대응에 나선 모습이다. 중대재해법에 따르면 시공능력평가 상위 200위 이내 건설사업자는 모두 안전·보건에 관한 업무를 총괄하는 전담 조직을 둬야 한다.

이에 부응하고자 건설사들은 안전 조직에 책임권을 부여한 것이다. 각 건설사들은 안전전담조직을 신설하거나 확대한 데 이어 조직을 진두지휘하는 최고안전보건책임자(이하 CSO)를선임해 주요 요직에 임명한 것이다.

실제로 GS건설‧대우건설‧롯데건설‧삼성물산 건설부문‧포스코건설 현대건설, 포스코건설, 등은 각각 지난해 말까지 안전전담 조직을 확대하고, 임원급의 CSO를 선임했다. DL이앤씨는 지난 1일 경영위원회 직속 안전지원센터를 신설했으며, 호반건설은 지난해 12월 발표한 임원인사에서 안전 담당 대표이사를 아예 신설할 정도로 안전 사고 예방에 대한 의지가 큰 상황이다.

한 건설사 관계자는 “건설사들이 CSO를 임명했다는 것은 안전사고에 대한 책임을 짊어지게 하려는 취지의 조직 개편”이라며 “안전 담당 임원은 사고 한 건이라도 발생하면 최악의 경우 징역형도 살게 될 수 있어 위험부담이 막대한 자리라고 봐도 무방하다”고 말했다.

포스코건설은 '스마트 상황판'을 건설 현장에 배치해 매일 주요 작업지시사항 및 안전전달사항을 한 눈에 쉽게 파악 할 수 있도록 했다. [출처=포스코건설]
포스코건설은 '스마트 상황판'을 건설 현장에 배치해 매일 주요 작업지시사항 및 안전전달사항을 한 눈에 쉽게 파악 할 수 있도록 했다. [출처=포스코건설]

안전사고를 미연에 방지하고자 안전 예산과 인센티브를 과감하게 도입한 점도 뺴놓을 수 없다. 대우건설과 삼성물산 건설부문·포스코건설·한화건설은은 현장근로자가 근무하는 건설현장에 ‘작업중지권'을 즉각 도입했 다. 공사 현장에서 위험 발생 또는 예견 때 근로자가 작업중지를 요청해 안전을 확보할 수 있는 고유권한을 부여한 것이다.

DL이앤씨 역시 ‘모바일 안전 신문고’ 제도를 전 현장에 적용했다. 작업 중 불안전한 상태를 목격하거나 불안전한 작업을 요구 받을 경우 제안과 신고가 가능하다. 안전신문고는 QR코드를 이용해 모든 근로자가 장소와 시간 제약 없이 접속할 수 있다.

현대건설은 ‘안전보건 인센티브 5000억원을 포상금 성격으로 내걸어 건설현장에 전격 투입했다. 안전활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근로자와 협력업체에 지급하겠다는 의미다. 법정 안전관리비 외에 이를 초과하는 비용도 사용 가능하도록 제도적 절차를 마련했으며, 삼성물산 건설부문도 지난해 우수제보자 포상, 위험발굴 마일리지 적립 등 6개월간 1500명, 약 1억6600만원의 인센티브를 지급했으며, 공사에 차질이 빚어지면 협력사의 손실을 보전해주는 제도도 함꼐 운영 중이다.

포스코건설 역시 지난해부터 ‘무재해 달성 인센티브 제도’를 도입해 운영 중이다. 안전이 현장은 물론 전 스탭부서까지 공통의 책임의식을 갖고 지켜야 하는 만큼 노사가 합의를 통해서 안전 최우선 가치 실현 및 전 임직원의 안전 준수 동참을 독려하기 위한 차원이다. 무재해 달성 인센티브는 지속적 동기부여를 위해 반기별로 분할 지급한다. 상반기 중에 전사에 중대 재해가 발생하지 않은 경우 50만원을 지급하며, 하반기에도 중대 재해가 발생하지 않는다면 추가로 100만원을 준다.

DL이앤씨가 내세우는 ‘안전 관리’ 핵심은 철저한 분석과 교육을 통한 사고 예방이다. 혹여라도 현장에서 사고가 발생하면 원인‧형태‧발생공종 등 28개 항목으로 분석해 빅데이터로 전환한 이후 안전사고 데이터 분석 시스템을 개발해 운영 중이다. 데이터를 활용해 혹서기‧우기‧ 동절기 등 특정 시기에 자주 발생하는 사고를 미리 현장에 알려 예방대책을 공지한다.

현대건설은 건설현장 내부에서 실시간으로 관리 가능한 '원격현장관리플랫폼'을 개발했다. [사진출처=현대건설]
현대건설은 건설현장 내부에서 실시간으로 관리 가능한 '원격현장관리플랫폼'을 개발했다. [사진출처=현대건설]

대형건설사들은 저마다 최첨단 기술을 개발해 건설현장에 속속 도입하고 있다. 현장에는 산업용 로봇과 이동식 CCTV를 통해 위험요인을 사전에 차단하고 있으며,  자체 개발한 드론 관제 시스템을  위험요인을 사전에 차단한 것이다.

현대건설은 무인드론과 스마트글래스를 연계해 건설현장을 실시간으로 관리 가능한 '원격현장관리플랫폼'을 국내 최초로 개발했다. 기존 건설현장에서 적용해왔던 스마트기기  활용 방식은 여러 시스템 접속이 필요해 관리에 어려움을 겪어왔으나 다양한 스마트기기를 하나의 시스템에 연계한 원격현장관리플랫폼을 개발한 것. 해당 플랫폼은 무인드론과 스마트글래스를 연계한 것이 특징이며, 영상과 3D 데이터에 기반해 입체적 현장관리가 가능하다.

대우건설이 자체 개발한 '드론관제시스템(DW-CDS)'도 안전사고 예방 장치 중 하나다. 해당 시스템은 전용 애플리케이션과 프로그램으로 관제센터에서 종합관제와 드론 원격제어가 가능하다. 4G·5G 통신망을 이용해 영상관제플랫폼으로 최대 256개 현장을 동시에 모니터링할 수 있으며, 드론을 통해 대형 부지를 신속하게 측량하고 3D모델링으로 분석이 가능하다는 점도 차별화되는 요소다. 게다가 공동주택시 시공시 설치하는 ‘외벽 거푸집(일명 갱폼) 인양 자동화 장비(이하 DSG)’를 도입한 것도 공사현장 내 안전 보장 및 근로자 업무 편의성을 향상시키기 위한 조치다.

포스코 공사현장 작업자들이 토탈정보공유시스템 ‘포스원 ’을 활용해 작업 과정에서 점검해야 할 사항들을 살펴보고 있다. [출처=포스코건설]
포스코 공사현장 작업자들이 토탈정보공유시스템 ‘포스원 ’을 활용해 작업 과정에서 점검해야 할 사항들을 살펴보고 있다. [출처=포스코건설]

포스코건설은 사내인트라넷에 분산돼 있던 계약·공사 일정·안전·소통관리시스템을 일원화한 '포스원(POSONE)'을 개발해 건설 현장의 안전 확보 및 보안 강화에 방점을 뒀다. 아울러 사물인터넷(IoT) 기술을 융합한 통합형 안전관리시스템 '스마트 세이프티 솔루션'을 모든 건설 현장에 확대해 현장 관리자들은 CCTV·드론·장소별 센서·카메라 등의 기기를 활용해  현장 곳곳의 정보를 스마트폰에 탑재된 '스마트 상황판'으로 실시간 확인이 가능하다. 비상상황이 발생하면 안전조치도 곧바로 지시할 수 있는 체계를 확보한 것이다.

한화건설은 고위험 작업에 스마트 안전기술을 적용한 이동형 CCTV를 활용하는 등 기술적인 측면을 개선하는 데에도 꾸준히 투자를 확대하고 있으며, 지난 2017년부터 모바일 안전관리 시스템인 ‘HS2E’를 시행 중이다. 내부에서 자체 개발한 시스템인데 건설현장에 위험요소나 개선 필요성이 있을 경우 누구나 사진을 찍어 실시간으로 현장의 직원과 협력사 직원들에게 알려주어 즉각 현장 대응이 가능하다.

한편 중견‧중소 건설사들은 중대재해처벌법 시행을 앞두고 그야말로 비상상황에 직면했다. 실제로 중견 건설업체 오너들은 작년 하반기부터 이 법적 책임이 따르는 대표이사직과 경영일선에서 퇴진의 움직임이 봇물을 이루고 있다. 김상수 한림건설 회장, 최은상 요진건설산업 부회장, 태기전 한신공영 부회장, 권민석 IS동서 사장 모두 대표이사직에서 물러났으며, 이들 건설사 모두 전문경영인 체제로 전환했다.

익명을 요구한 중견 건설사 임원은 “욕을 먹어도 어쩔 수 없는 조치다. 중견 건설사들은 경영을 오너일가가 장악하고 있다보니 오너가 징역형을 받으면 회사 경영에 큰 차질이 중견·중소 건설사의 현실”이라고 말했다.

건설현장 근로자 사망 CG. [출처=연합뉴스]
건설현장 근로자 사망 CG. [출처=연합뉴스]

특히 중소 건설사들 중심으로 문을 닫는 곳도 속출할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에 따르면 2019년 기준 건설 업종의 산업재해 2만7211건 중 50인 미만의 사업장에서 발생한 산업재해는 2만1904건으로 전체의 80.5%를 차지한다.

법조계에는 ‘중대재해 처벌 1호’ 기업이 되면 기소가 확정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입을 모은다. 현재로서는 CEO의 책임 범위가 포괄적이고 사고 발생에 대한 고의나 인과관계를 두고 다툼의 여지가 있다는 점에서 검찰이 ‘일단 법원의 판단을 받아보자’고 할 공산이 크다는 점에서다.

부장검사를 역임한 대형로펌 변호사는 “일반적으로 수사기관은 ‘1호 사건’에 대해 상징성을 크게 부여하는 관계로 전방위적인 압수수색과 강도 높은 조사가 진행될 수 있다”며 “아울러 사고 발생 원인과 CEO의 역할 및 책임을 전가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설명했다.

일각에서는 처벌 적용을 위한 법규정의 모호함을 지적하기도 한다. 오랫동안 건설사들의 중대재해 사건을 도맡아왔던 한 대형로펌 변호사는 “처벌 규정 자체가 추상적이고 모호하다 보니 기업들의 개선안 마련에 난색을 표하고 있다”면서 “고용노동부에서 발표한 ‘중대재해법 해설서’를 발표했지만 이마저도 규정을 명확하게 해석하지 못하고 있어 모호성을 해소하기엔 어려워 보인다”고 지적했다. 

[위키리크스한국=김주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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