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 해부上] '이길 수 없다면 삼켜라'…비싼 대가에도 인수가 답인 이유
[M&A 해부上] '이길 수 없다면 삼켜라'…비싼 대가에도 인수가 답인 이유
  • 최종원 기자
  • 승인 2022.01.12 16:17
  • 수정 2022.01.12 17:0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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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길 수 없다면 인수하라" 맥도날드 뺏은 영업사원
"M&A는 기업사냥? 성장 동력 담보하는 확실한 수단"
ⓒ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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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Merge & Acquisition). 우리말로 '인수&합병'이라 불리는 단어다. 어떤 기업이나 개인이 다른 기업의 주식을 사들여 그 기업의 소유권과 경영권을 갖는 것을 뜻한다. 기업의 경영진들은 기업의 성장을 위해 자산을 불려 특정 사업분야에 진출하는데, 이미 그 분야에서 강력한 기업과 힘겨운 경쟁을 이어가기 보다 값비싼 가격에 기업 혹은 사업부를 사들여 체질을 개선하는 방식이다.

우리나라에서 이뤄졌던 굵직한 규모의 M&A는 삼성전자의 하만 인수, 금호아시아나의 대우건설 인수, SK의 하이닉스 인수, 카카오의 멜론 인수 등이 있다. 이중 SK그룹과 카카오는 국내외 다양한 기업들을 M&A하며 몸집을 빠르게 불리고 있다. SK그룹과 카카오의 계열사 수(지난해 5월 기준)는 각각 148개, 118개로 국내 1위, 2위다. 

M&A는 유상증자보다 훨씬 빠르게 자산 규모를 증식할 수 있지만 그만큼 위험 부담도 크다. 2006년 금호아시아나그룹은 건설업계 대어 대우건설을 6조4000억원에 인수한 데 이어 2008년 대한통운을 4조1000억원에 인수하며 재계 7위까지 단숨에 뛰어올랐다. 하지만 10조원이 넘는 값비싼 인수 금액의 후유증과 글로벌 금융위기, '형제의 난'으로 불리는 오너가의 알력 다툼으로 큰 위기를 맞이한다. 아시아나항공의 지난해 3분기 기준 부채비율은 무려 3668%로, 기업의 적정 부채비율(200%)의 18배를 뛰어넘는다.

최근 SK하이닉스의 인텔 낸드플래시 사업 인수도 값비싸다는 세간의 평가를 받고 있다. 2019년 인텔의 낸드 사업부문을 10조3104억원에 인수하는 빅딜을 실현시켰지만, 적정 가치보다 높게 인수했다는 이른바 '승자의 저주' 논란이 불거졌다.

이런 승자의 저주 우려에도 M&A 시장은 좀처럼 위축되지 않고 있다. 기업평가사이트 CEO스코어가 작년 3분기 보고서를 제출한 500대 기업을 대상으로 2019년부터 2021년까지 M&A 현황을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500대 기업은 최근 3년간 총 53조원 이상을 투입해 346개 기업을 M&A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지난해 M&A에 사용된 금액은 28조228억원으로, 작년(12조6099억원)보다 배 이상 많았다. 해당 기간까지 인수된 건도 126건으로, 전년 대비 30건(31.3%) 늘었다. 기업들은 왜 높은 리스크에도 M&A를 적극 추진하는 것일까.

■ "이길 수 없다면 인수하라" 맥도날드 뺏은 영업사원

영화 '파운더(Founder)' 스틸컷.
영화 '파운더(Founder)' 스틸컷.

"이길 수 없다면 사버리겠단 거군."

"세상은 개싸움이 아니라 쥐들끼리 서로 먹고 먹히며 싸우는 경쟁 사회죠."

지난 2017년 개봉한 영화 '파운더'는 맥도날드 설립자(Founder)의 드라마같은 이야기를 다룬 영화다. 코카콜라, 나이키와 함께 미국 자본주의의 상징으로 불리는 맥도날드의 최초 창립자 맥도날드 형제가 야망 높은 사업가에 의해 쫓겨나 모든 로열티를 박탈당한 비운의 이야기다. 보통 창업에서 가장 중요하다고 여겨지는 아이디어와 품질 관리는 외면 당하고 원가 절감과 지점 확장 등 공격적 경영방식으로 기업이 대성하는 씁쓸한 결말을 맞는다.

밀크쉐이크 믹서기 영업사원이던 레이 크록(마이클 키튼)은 맥도날드 형제의 식당에서 믹서기를 대량 구매하는 것에 흥미를 느껴 그 식당에 직접 찾아간다. 1950년대 초반의 시대적 배경에서 맥도날드는 혁신적인 식당이었다. 이전의 실패 경험에서 맥도날드 형제는 가게 매출의 87%가 햄버거, 감자튀김, 탄산음료에서 나온다는 것을 깨닫고 과감히 메뉴를 정리해 햄버거 세트를 주력으로 내세운다. 

여기에 조리시간, 피클 개수, 소스 뿌리는 양을 규격화해 맛을 유지하고 주문과 동시에 30초 안에 조리되는 시스템을 갖추고 서빙 과정과 불필요한 식기를 줄여 인건비와 주문 속도를 줄였다. 지금의 패스트푸드 시스템을 처음으로 고안한 셈이다.

레이 크록은 마치 헨리 포드의 자동차 공장과 같은 체계적인 시스템에 매료돼 이 식당을 가져야겠다는 야망을 품는다. 맥도날드 형제는 아이디어와 상표권을 여전히 가지고 있었지만 품질 관리를 최우선으로 여긴 탓에 지점 확장에는 소극적이었다. 크록은 형제에게 프랜차이즈를 제안하며 계약서도 작성한다. 크록은 1955년에 설립한 첫 프랜차이즈 점을 1호점이라고 부르며 경영권을 조금씩 갉아 먹기 시작한다.

하지만 계약상 사업의 모든 권한은 여전히 맥도날드 형제가 가지고 있었다. 크록은 운반·냉동시설 유지 비용을 줄이기 위해 가루형 밀크쉐이크와 냉동 감자튀김 도입을 주장하지만 품질 관리를 중요시하는 맥도날드 형제는 이를 단칼에 거절한다. 사업 확장을 두고 형제와 불화가 깊어진 크록은 경영권을 완전히 인수하기 위해 크록은 지금의 '적대적 M&A'를 고안한다. 

'적대적 M&A'는 통상 이뤄지는 '우호적 M&A'와는 판이하다. 적대적 M&A는 상대방 기업의 반대에도 지분 확보를 통해 경영권을 강제로 인수하는 것이다. 인수 기업과 피인수 기업이 서로 합의해 이뤄지는 '우호적 M&A'와는 반대에 있다. 크록은 공장화를 통한 자신의 사업 확장 방안에 대해 맥도날드 형제가 사사건건 반대하자 형제의 동의 없는 M&A를 추진한다.

먼저 크록은 '맥도날드 주식회사'라는 법인을 설립해 맥도날드 프랜차이즈 점들의 토지를 소유해 사업을 장악하게 된다. 프랜차이즈 사업에 관한 맥도날드 형제와의 계약을 회피하기 위해 만든 이 회사는 맥도날드 모든 지점의 부동산을 인수한다. 크록의 맥도날드는 전국 대부분 지점을 소유한 데 반해 확장에 소극적이었던 맥도날드 형제는 자신들이 차린 지점 하나 밖에 가지지 못한다. 이마저도 1961년에 270만 달러(약 32억원)와 연 이익의 1.9%를 지급받는 조건으로 지점과 프랜차이즈 권리를 팔게 된다. 하지만 이익의 1.9%지급은 구두로 계약한 점 때문에 이를 증명하지 못해 한푼도 받지 못한다.

■ "M&A는 기업사냥? 성장 동력 담보하는 확실한 수단"

[출처=연합뉴스]
[출처=연합뉴스]

식당 하나로 출발한 맥도날드가 부동산 회사 역할까지 자처하며 '적대적 M&A'에 나선 이유는 결국 크록의 야망 때문이었다. 크록은 맥도날드 형제의 경영권을 뺏은 이후 가루형 밀크쉐이크와 냉동 제품을 도입해 품질 관리를 어느 정도 포기하고 사업 확장에 매진한다. 햄버거 왕국으로 성장한 맥도날드의 2020년 기준 연매출은 19억달러(22조8441억원), 전세계 매장 수는 3만8000여개에 달한다.

세계적 투자자 워렌 버핏의 버크셔 해서웨이 인수도 대표적인 적대적 M&A 사례다. 버크셔 해서웨이는 당초 뉴잉글랜드 지방의 섬유회사였지만 현재는 보험업을 주 분야로 워렌 버핏의 지주회사 역할을 하고 있다. 버핏은 버크셔 해서웨이에 투자 목적으로 주식을 매입했는데, 스탠리 CEO가 버핏의 주식을 11.5달러에 사겠다는 구두 제안을 했다. 버핏은 해당 계약에 응했으나, 나중에 계약서에 11.375달러로 깎인 것에 화가 나서 기업을 인수해버린 것이다.

이런 점 때문에 'M&A는 기업사냥'이라는 부정적 이미지가 강한 점도 있다. 기업사냥꾼과 결탁해 적대적 M&A에 의한 경영권 다툼은 과거부터 빈번하게 시도되고 있고, 이들은 경영권 프리미엄을 얻기 위해 되려 기업가치를 떨어뜨려 심각한 사회적 비용을 초래하고 있다. 벤처기업의 경우 자본을 앞세운 대기업이 경영권을 뺏기 위해 적대적 M&A를 추진할까 우려하기도 한다. 

하지만 이런 사례는 소수에 불과해 결국 M&A는 성장 동력을 담보하는 확실한 수단으로 일컬어진다. M&A로 정평이 난 외국 기업 사례를 살펴보면 대표적으로 소프트뱅크와 구글이 있다.

소프트뱅크는 정보기술(IT) 분야에서 세계 최대의 투자자다. 일본의 이동통신사로 지배력을 거느리는 소프트뱅크는 이제 통신기업으로의 정체성보다 투자전문기업으로 명성이 높다. 영국 경제지 이코노미스트에 따르면 2017년부터 2020년까지 4년 간 소프트뱅크는 관련 스타트업들에게 840억 달러(약 97조 원) 이상을 투자했다. 소프트뱅크와 사우디아라비아 국부펀드가 함께 조성한 세계 최대 기술 펀드인 '비전펀드'는 매년 200억 달러(약 23조원)를 테크 관련 기업에 투자하고 있다.

구글의 모회사 알파벳이 100% 투자하는 구글벤처스도 기술 기반 스타트업에 전략적으로 투자한 후 M&A나 애크 하이어(acq-hire·인수고용) 형태로 시너지를 강화한다. 구글벤처스는 2009년 창업 후 지금까지 400여 개 기업에 투자했고 2015~2019년 간 누적 투자 금액은 20조원이 넘는다. 구글벤처스는 현재 45억 달러 규모의 펀드를 조성해 벤처에 투자하고 있다.

[위키리크스한국=최종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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